[팜뉴스=최선재 기자] '의약품 피해 구제 제도'를 위한 제약사 부담금이 제대로 쓰이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한 식약처 해명의 또 다른 핵심 키워드는 '코로나19'다. 식약처는 코로나19로 인한 의료기관 이용률 감소가 영향을 미쳤을 뿐, 제도 자체는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라고 반박했다. 

피해 구제 신청 건수도 오히려 늘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본지는 전문가의 주장과 통계를 바탕으로, 식약처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다. 지난 "식약처, 의약품 피해 구제 홍보 예산 증액 노력? 'FACT' 확인해보니..." 보도에 이어, 후속격인 2편을 공개한다. 
 

# 제약사 부담금 270억 쌓였는데, 식약처 "제도 운영 정상적"

팜뉴스가 "[단독] 식약처, 나라곳간 수백억 쌓아놓고 제약사에 매년 '수십억 고지서' 징수"를 통해 제기한 이슈에 대한 식약처 입장은 일관적이었다. 2015년 의약품 구제 제도 시행 이후 7년간 쌓인 부담금 '수백억'이 제대로 쓰이지 않아 의약품 부작용 피해 환자들이 설 자리를 잃었다는 지적에 대해 식약처 의약품안전평가과 과장은 아래와 같이 답변했다. 

"환자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은 동의하지 않는다. 제도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약품 피해 구제 사업'의 총괄 조직 수장의 말이다. 제약사를 상대로 부담금을 매년 수십억 걷는데도 매년 절반조차 쓰이지 못하고 나라 곳간에 쌓였는데도 식약처는 오히려 '정상적'이란 단어로 해명을 대신한 것. 
 

# 식약처 "코로나19 팬데믹, 병원 이용률 감소로 신청 건수 다소 줄었다"

식약처가 내세운 근거의 키워드는 '코로나19'다. 의약품 안전평가과 과장은 "지난해까지 코로나19로 지급 신청이 줄어든 경향성이 있다"고 답했다.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코로나19로 인한 환자들의 병원 이용률 감소 때문에 피해 구제 지급 신청이 일정 기간 감소했다는 것.

이같은 해명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의 입장과도 다르지 않았다. 안전관리원 피해 구제 본부도 아래와 같이 답변했다. 

"더욱 보상이 되도록 제도 범위를 확대하면서 접수 건이나 신청 부분들도 증가추세에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최근 3년 동안 병원 이용률이 떨어지면서 최근 3년 동안 활성화가 덜 됐다."
 

# 식약처의 황당 해명? "전체 약품비 총액은 오히려 증가, 팬데믹 상관없다"

그렇다면 식약처 해명은 'FACT(사실)'일까. 

약사 사회에서는 식약처의 접근 방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정책팀장(현직 약사)은 "의약품 피해 구제 제도의 본질은 '의료 사고'가 아니라 의약품 사고라는 것"이라며 "건강보험공단의 약제비 자체가 줄지 않았는데 식약처가 그런 해명을 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전체 약제비는 오히려 증가했다. 국민들이 의약품을 더 구매했으면 구매했지, 줄어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약품 사용량 자체가 줄었다고 평가할 수 없다는 뜻"이라며 "그런데도 환자들의 병원 이용률 감소로 피해 구제 신청 건수가 떨어졌다고 말하는 것은 근거 없는 억측에 불과하다. 오히려 코로나19 팬데믹이 수술 환자 감소의 근거라면 납득할 수 있지만 이를 의약품 피해 구제 제도와 연결짓는 접근 자체는 상당히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건강보험 약품비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19년 19조 3388억원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에도 19조 9116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2021년)엔 21조 2천97억원으로 20조원을 돌파했다. 

이 팀장(약사)은 "그만큼 우리 국민들이 팬데믹 국면에서도 의약품을 많이 복용했다는 뜻"이라며 "그렇다면 의약품 부작용 피해를 겪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약제비가 계속 증가했다면 비례해서 의약품 피해 구제도 증가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제도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발간, 의약품 피해 구제 사례집 캡처(2022년은 6월까지 통계)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발간, 의약품 피해 구제 사례집 캡처(2022년은 6월까지 통계)

# 스스로 밝힌 통계도 '아전인수' 해석

그렇다면 식약처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 배포한 통계 자료는 어떨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2020~2021년) 동안 의약품 피해 구제 신청 건수는 각각 167건과 156건을 기록했다. 2019년 185건에 비하면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신청 건수가 감소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통계를 살펴보면 이는 사실과 다르다. 

2015년 제도 시행 초기, 의약품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 피해 신청 건수는 20건에서 이듬해(2016년) 24건으로 뛰어 올랐다. 하지만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향세를 보이고 이다. 

2017년 16건, 2018년 16건을 기록했다. 2019년 19건으로 잠시 3건이 늘어났지만 제도 시행 초기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다. 

진료비(입원비 포함)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확산된 2020년 진료비 신청 건수는 137건으로, 2019년과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식약처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 병원 감소율을 이유로 통계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동근 팀장은 "의약품 부작용으로 피해 구제를 받은 사람들은 의약품을 구매하고 복용했는데 결국에는 부작용이 생겨서 입원 또는 응급실에 실려가신 분들"이라며 "병원에 일반적으로 가신 분들 보다는 대부분 심각한 부작용으로 사망, 장애, 입원 등의 진료비를 신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관계가 없다"며 "그런 이유로 수백억대의 제약사 부담금이 쌓여있는데도 제도가 정상적으로 기능해왔다고 설명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식약처 과장이 할 말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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