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식약처 산하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 최근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사례집’을 통해 해당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약사 사회에서는 오히려 이번 사례집을 통해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의 실상이 공개됐다는 비판이 들린다.  통계 속에 '숨은 일인치'를 주목하면 오히려 제도의 민낯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달 29일,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사례집’을 공개한 순간, 긍정적인 보도들이 쏟아졌다. "의약품 부작용 사망자 1인당 평균 보상액은 약 9000만원"부터 "8년간 의약품 피해구제 신청에 대한 보상 결정은 85%"라는 내용이었다. 

의약품안전관리원의 수장도 마찬가지다. 오정완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장은 사례집 서두에서 "의료진, 환자, 제약회사, 국가기관 등 지속적인 관심 덕분에 우리나라 피해구제 제도가 꾸준히 발전하고 안정적으로 정착해 나갈 수 있는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얼핏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사례집에 따르면 2014년 12월 19일 '의약품 피해구제' 제도 시행 이후, 총 965건 피해 구제가 신청됐고 식약처 심의 결과 85.3% 지급 결정됐기 때문이다. (심의 완료된 835건 중 712건 지급) 지급 보상금도 총 113.5억원이었다. 

하지만 약사 사회는 날카로운 지적을 이어갔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피해구제 지급현황 통계를 보면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당장 지난해 사망, 장애, 진료 보상 건수가 총 141건이고 매년 보상 사례가 100여건에 불과하다. 사망 건수도 매년 10명 안팎인데 같은 기간 이상 사례가 20만 건 이상 보고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당 제도는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통계를 천천히 살펴보면 '숨은 진실'이 보인다.

최근 5년간 보상 지급 건수가 총 100여건 내외로 '답보' 상태다. 2018년 92건, 2019년 120건, 2020년 162건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2021년 141건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69건으로 올해도 100건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다. 

사망 보상 건수도 '제자리 걸음'이다. 의약품 부작용으로 사망한 이후 피해 구제 제도를 통해 보상을 받은 사례는 2015년 제도 도입 이후 약 10건 내외다.

구체적으로 2016년 15건을 기록한 이후 하락세다. 2017년 13명으로 감소한 이후 지난해까지 10~11명 안팎이 보상을 받았다.  

2021년 의약품등 안전성정보 보고동향(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2021년 의약품등 안전성정보 보고동향(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더욱 심각한 사실은 매년 국내 의약품 부작용 보고 전체 건수가 20만건을 훌쩍 넘었다는 점이다.

"의약품 등 이상사례 보고 현황"에 따르면 의약품 이상 사례 건수는 매년 25만건에 달했다.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란 '같은' 기관이 보고한 통계다. 

2016년 22만 8000건에서 2017년 25만 2000건, 2018년 25만 7000건, 2019년 26만 2000건, 2020년 25만 9000건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53만 9000건을 기록할 정도로 늘어났다.

53만 9000건 중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이 포함됐다는 점을 고려해도 이상사례 건수가 약 4년 만에 3만 건 이상 증가했다. 

더구나 해당 통계의 보고자는 주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약사, 한약사" 등 의료 전문가들이다. 환자의 의사 여부와 관계없이 의료전문가, 제약사, 지역의약품안전센터 등이 보고한 데이터란 뜻이다.  

앞서의 약사는 "20만건이 매년 보고되는데 100건 정도를 보상하는 것은 피해 구제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라며 "보통 전문가들 사이에서는1000명 중에 1~2명 정도가 중증 부작용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예를 들어, 의사 등 전문가들의 부작용 보고 건수가 26만 건이라면 매년 260명이 중증 부작용을 겪는다고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사례집 통계에서 사망 등 중증 보상 사례가 매년 10건 수준이고 경증을 포함해도 100여건에 불과하다.  피해 구제를 못받는 국민들이 훨씬 많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목소리도 나왔다.

의약품 부작용 입증이 충분히 가능한데도, 보건당국의 의지 부족으로 대다수 국민들이 해당 제도를 통해 구제를 받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다른 약사는 "국민 대부분이 피해 구제 제도를 알지 못하고 의·약사들도 관심이 없는 상황"이라며 "추가된 약이 있고 그 이후 20일 이내 부작용이 발생하면 의료 전문가들은 의약품 부작용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데 식약처 등 보건당국의 홍보와 교육 부족으로 국민들이 보상을 못 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상 사례에 나온 의약품 부작용들은 대부분 이미 알려진 사례"라며 "11개월만에 개발된 이후 부작용 모니터링이 미흡한 코로나19 백신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그런데도 보건 당국의 의지 부족으로 피해 구제 제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안정적으로 발전해왔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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