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원주 본원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진미향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장. 사진. 진미향 회장 제공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원주 본원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진미향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장. 사진. 진미향 회장 제공

[팜뉴스=김민건 기자] "지난주부터 계속 나갔어요, 오늘부터는 4기 암 환자들이 1인 시위를 하는데 저도 옆에서 같이 할 겁니다. 될 때까지 할 생각이고요."

지난 1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원주 본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진미향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장은 25일 팜뉴스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심평원이 신경내분비종양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 '루타테라(루테튬 옥소도트레오타이드)'의 치료 환경을 개선할 때까지 1인 시위를 무기한 할 수 있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신경내분비종양은 신경 세포 또는 호르몬 생산 세포와 유사한 신경내분비세포에 종양이 생기는 질환이다. 이 종양은 질병 특성상 신체 어떤 곳에서도 발생 가능하지만 위장관과 췌장 신경내분비종양(Gastroenteropancreatic Neuroendocrine Tumor, GEP-NET)이 발병 위치의 70%를 차지한다.

노바티스가 개발한 루타테라는 전 세계 최초로 위장관, 췌장 신경내분비종양 치료(GEP-NET)에 승인된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radioligand therapy, RLT)다. 암세포 표면에 소마토스타틴 수용체(somatostatin receptor, SSTR)에 결합, 표적 암세포만 방사선을 조사해 죽이는 펩타이드 수용체 방사성핵종 치료(Peptide Receptor Radionuclide Therapy, PRRT) 기전이다.

국내에서는 그간 루타테라 사용이 불가했지만 2020년 7월 허가가 이뤄졌고, 2022년 3월 건보 급여 적용을 통해 치료 접근성이 좋아졌다. 다만 급여 치료 횟수는 연간 6회로 제한하면서 벽이 생겼다. 이마저도 급여는 4회에 불과하며 추가 2회는 환자 본인이 100% 부담하는 조건이다.

루라테라 연간 치료비는 약 1억원으로 고가이다. 루타테라 1사이클은 4회 치료로 구성된다. 급여 횟수가 6회로 제한되는 상황에선 반 년 정도 국내 치료를 하다가 이후부터는 환자들이 각자 살길을 찾아야 한다. 국내 환자들이 10시간이 넘는 비행을 해서라도 독일, 말레이시아, 인도 등 해외 치료를 떠나는 이유다.

진 회장은 "심평원이 대화 테이블에 나올 때까지 심평원 앞 1인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며 굳은 결심을 말했다. 그는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국내 처방이 가능한 루타테라를 두고 외국으로 나가야 하는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타테라 급여 처방 조건에서 횟수 제한을 없애달라는 것이다.

진 회장은 지난 19일부터 심평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그가 시위를 결심한 것은 자신 또한 환자의 보호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지금도 환우회 카페에서는 해외 원정 치료를 모집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는데 억장이 무너진다"며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시위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국회국민청원 성원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지난 1월 진 회장이 제기한 국민청원 '경내분비종양 치료약 루타테라에 대한 치료 횟수 제한 철폐 및 적용 확대에 관한 청원'은 5만2000명이 참여하며 성원 요건을 달성했다. 국민적 관심이 쏟아진 것이다.

루타테라 급여 제한 확대는 왜 국민적 관심이 된 것일까. 진 회장은 작년 11월부터 본격적인 공론화가 시작됐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먼저 루타테라 같은 방사성 의약품 특징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방사성의약품은 환자마다 치료 반응이 다르고 완치는 드물긴 해도, 대부분 환자는 종양이 진행하는 걸 멈추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진 회장은 "어떤 환자는 2년, 또 다른 환자는 5년도 효과가 있다"며 "국내에서 루타테라를 2019년 연말부터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다시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됐지만, 현재 (시간이 흘러) 많은 환자에서 종양이 다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에 한 사건이 있었다. 강건욱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가 진료하던 한 환자가 루타테라 급여화 이후 처방 삭감이 됐다. 이를 계기로 많은 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 하게 됐고, 그 이후 11월부터 본격적인 공론화가 이뤄졌다는 진 회장의 말이다.

강 교수 환자는 루타테라의 국내 허가 이전에 말레이시아로 나가 치료를 받았다. 국내 급여 적용 이후 건보 혜택을 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깨지고 말았다. 진 회장은 "이 분은 이미 다른 나라에서 4회 치료를 받았지만 국내 승인 이후에는 급여 대상이라고 생각하고 치료를 한 것이다. 그런데 심평원이 급여 대상이 아니라며 삭감했다"고 주장했다.

루타테라 국내 허가 적응증은 절제 불가능하고 분화가 좋은 소마토스타틴 수용체 양성의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장관 신경내분비종양 성인의 3차 이상, 췌장 신경내분비종양 성인의 4차 이상 치료다. 

진 회장은 해외에서 공부를 했기에 영어에 능통하다. 그는 직접 해외 논문과 실제 처방 현황을 살폈다. 해외에서는 치료 횟수를 제한하지 않고 있는 것을 알았다. 왜 국내에서는 제한하고 있을까.

진 회장은 "루타테라 임상 자체가 1사이클이 4회 투여하는 것으로 설정돼 있었고 해외에서도 이를 토대로 승인을 했다. 식약처도 이걸 근거로 승인했다"며 국내 급여가 제한적으로 이뤄진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다른 나라는 루타테라 임상시험을 그대로 적용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4회를 치료한다"며 "치료 반응이 환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4회를 다 하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가 있다. 이처럼 사정에 맞게 하고 있는데 한국처럼 치료 횟수를 제한하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진 회장은 최근 심평원으로 "건보 급여 승인이 그렇게 됐기 때문에 치료 횟수 제한을 변경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진 회장은 통화 말미에 "조만간 국회에도 어려운 환자들의 사정을 전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달 25일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는 성명서를 내고 "현재 40개국에서 루타테라를 승인해 사용 중이다"며 "해외에서는 환자가 원하고 의사가 검사를 해서 조건에 맞으면 루타테라의 치료 기회가 주어진다"고 밝혔다.

이어 "어떤 나라도 횟수를 제한해서 생명을 조금이라도 연장하려는 자국민의 치료 기회를 박탈하는 경우가 없다"며 "치료 받을 기회와 권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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