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폐고혈압 환자들은 신호등이 바뀌자마자 걸어도 한 번에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한다. 일반인은 5초면 뛰어서 건널 수 있지만, 폐고혈압 환자는 그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일상생활에 제약이 큰 게 현실이다."
전남 지역에서 유일하게 심장이식을 집도하는 김계훈 전남대병원 교수(대한폐고혈압학회 차기 회장)는 한 걸음을 내딛는 것 조차 쉽지 않은 폐동맥고혈압 환자들의 삶, 그리고 국내 치료 현실을 말했다.
그가 폐동맥고혈압 치료를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진단 이후 1.5년 안에 사망한다'는 얘기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잘못된 이야기가 떠돌 만큼 정확한 질환 정보는 물론 치료제도 없었다.
김 교수는 "지금은 다르다"고 했다. 폐동맥고혈압 환자 5년 생존율이 72%까지 올랐고, 평균 생존기간은 13년으로 늘었다. 표적치료제 도입이 가져 온 변화다.
김 교수는 "힘든 삶을 살아가던 환자들이 이제는 더 빨리 걸을 수 있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치료가 가능해졌다. 생존율 개선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삶의 질 또한 크게 향상될 수 있는 약제도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다"며 희망적인 미래를 기대했다.
그러나 폐동맥고혈압 치료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여전히 진단까지 평균 2~3년이 걸리고 치료 지침은 세계적인 트렌드와 차이가 있다. 의료진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환자들이 최고의 치료를 받기에는 부족하다.
국내 치료 환경은 환자들이 이제야 겨우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을 수준으로 개선됐다. 기나긴 삶을 혼자 걸어가기에는 열악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국내 허가 10년 만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 바이엘 아뎀파스(리오시구앗)가 등장하며 조기 진단과 치료가 더욱 중요해졌다.
우리는 어떠한 새로운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팜뉴스는 11월 세계 폐동맥 고혈압의 달을 맞아 전남대병원에서 김 교수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폐동맥고혈압 치료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기 진단'과 '삶의 질' 회복을 치료 목표로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뎀파스 급여화 이후 현실적인 폐동맥고혈압 치료 과정은 어떻게 해야 하며, 환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은 무엇인지 얘기를 들었다.
심부전을 일으킬 수 있는 희귀질환 심장병에 폐동맥고혈압을 비롯한 비후성 심근증, 확장성 심근병증 등이 있다.
다음은 김 교수와 일문일답.
▶폐동맥고혈압 진료는 언제부터 시작했나.
"2014년 교수로 부임하면서 폐동맥고혈압 진료를 시작했다. 당시 폐동맥고혈압 정보가 매우 부족했다. 온라인에 폐동맥고혈압을 검색하면 진단 시 1.5년 안에 사망한다는 정보가 나올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은 질환으로 알려져 있었다.
치료 약제도 다양하지 않았다. ERA(엔도텔린 경로 표적치료제) 계열인 암브리센탄과 보센탄, 지금은 거의 쓰지 않는 흡입 제형의 프로스타사이클린 제제도 사용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표적치료제(target therapy)가 도입돼 질병 기전에 맞는 치료가 가능졌고 5년 생존율이 72%에 달한다.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거의 없었던 예전과 비교하면 치료 환경과 예후가 매우 좋아졌다고 할 수 있다."
▶폐동맥고혈압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폐동맥고혈압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조기에 질환을 발견하는 것이다. 병이 이미 많이 진행된 단계에서는 약물 치료에 대한 반응이 제한적일 수 있고, 심한 경우 3~4가지 이상의 약제를 사용해야만 호전되는 환자도 있다."
▶조기 진단을 위한 노력은 어떤 것들이 있나
"일반적으로 처음 증상이 나타난 후 정확히 폐동맥고혈압으로 진단받기까지 약 2~3년이 소요된다. 다행히 2021년 9월부터 심장 초음파 검사가 건강보험 급여 항목으로 적용되며 환자접근성이 크게 향상됐다.
과거에는 대학병원에 가야만 검사를 받을 수 있었으나 지금은 질환이 의심될 경우 개원가에서도 비교적 쉽게 심장 초음파 검사를 할 수 있고, 이상 소견을 발견하면 대학병원으로 의뢰하는 체계가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동맥고혈압은 진단이 어렵다. 그 이유는 증상이 매우 비특이적이기 때문이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거나 다리가 붓고 소화가 잘 되지 않는 등 우심부전의 전형적 증상을 보인다. 일상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하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많고, 이것이 진단이 늦어지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의사들도 진단을 놓치기 쉽다. 앞서 말한 증상으로 검사를 해도 뚜렷한 이상이 보이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심장 초음파를 시행해야 폐동맥고혈압을 발견할 수 있다.
문제는 의사가 먼저 폐동맥고혈압을 의심해야 검사로 이어질 수 있고, 심장 초음파를 시행하더라도 결과를 평가할 수 있는 심장 전문의가 아니면 이상 소견을 놓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의료진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 대상으로 하는 질환 홍보도 중요하다. 대한폐고혈압학회는 '폐, 미리 캠페인'을 통해 폐동맥고혈압을 포함한 폐고혈압 조기 진단율 향상 홍보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올해도 전국 약 15개 병원에서 국민과 환자를 대상으로 폐고혈압을 알리는 건강강좌를 개최할 예정이다."
▶조기 진단이 시스템화된다면 어느 정도까지 개선된 치료 성과를 기대할 수 있나.
"약 10~20년 전 처음 폐고혈압 연구를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진단율이 높아지고 조기 발견이 가능해졌다. 폐 이식 외에는 방법이 없던 말기 환자 비율이 크게 줄었고, 생존율 개선으로 이어졌다. 현재 5년 생존율이 약 72%에 이르고, 평균 생존 기간은 13년 이상으로 늘었다.
진단이 빨라지면서 수치적으로도 그 효과가 입증되는 등 과거 인터넷에서 '1~2년 내 사망할 수 있는 병'으로 소개되던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더불어, 치료제 접근성이 크게 향상됐다. 아뎀파스를 포함해 새로운 약제들이 우리나라에 많이 도입되고 있으며, 새로운 기전의 약제들은 이전에 반응이 충분하지 않던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생존하는 것을 넘어 '삶의 질(quality of life)'이 더욱 중요해졌다."
폐동맥 고혈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 진단
PDE5-억제제 반응 불충분 이후 치료 시기 놓쳐
동등한 위치에서 치료 시작해야 환자에게 의미
▶올해 폐동맥고혈압 치료에서 주목할 부분은 아뎀파스의 급여권 진입인 것 같다.
"아뎀파스는 치료가 어려운 폐동맥고혈압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차별화된 기전의 약제다. 일반적으로 폐동맥고혈압 치료 시 ERA(엔도텔린 경로 표적치료제)를 먼저 사용한다. 이후 반응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PDE-5 억제제를 추가하는 순서다.
그러나 PDE-5 억제제에 반응이 충분하지 않은 일부 환자들은 대체제가 없어 3제 병용요법으로 넘어가야 했다. 아뎀파스 급여가 이루어지면서 PDE-5 억제제에 반응이 충분하지 않은 환자들은 3제 병용으로 넘어가기 전에 사용해 볼 수 있는 치료 옵션이 생겼다."
▶아뎀파스의 차별화된 기전은 무엇이며, 실질적으로 어떤 환자들에게 혜택이 있나?
"PDE-5 억제제인 실데나필이나 타다라필은 기전적으로 체내 일산화질소(NO)를 이용해 cGMP(고리형 구아노신 일인산)를 활성화시켜 폐동맥 혈관을 확장시킨다. 문제는 체내 일산화질소 양이 부족한 환자는 약제 효과가 낮아진다는 점이다.
반면, 아뎀파스는 체내 일산화질소와 상관 없이 cGMP 생성을 직접 촉진하는 약제다. 일산화질소라는 전구 물질이 없어도 혈관 확장 반응을 유도해 폐동맥고혈압을 치료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체내 일산화질소가 부족한 환자에게 초기 병용요법 단계부터 PDE-5 억제제 대신 ERA와 아뎀파스를 바로 병용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간 급여 문제로 적용하기 어려웠다.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대부분 고가이기 때문에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매우 크다. 아뎀파스 급여 적용은 의사에게는 더 다양한 치료 옵션을 제공하고, 환자에게는 상태를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선택지를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치료 가이드라인도 PDE-5 억제제 대신 ERA와 아뎀파스를 바로 병용하는 방식으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아뎀파스 안전성은 어떤가. 부작용 우려는 없나.
"아뎀파스는 PDE-5 억제제 보다 내약성이 좋고, 합리적인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인다. 혈관 확장제 계열 약물 특성상 약 10%의 환자에서 혈압 저하 및 이로 인한 어지러움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소화기 장애가 일부 나타날 수 있으나 다른 폐고혈압 치료제에서도 흔히 관찰되는 부작용이다. 의료진이 적절히 모니터링한다면 임상 사용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뎀파스를 초기 치료 단계부터 2제 병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폐동맥고혈압 치료에 더 효과적이라는 얘기인가.
"환자들의 체내 일산화질소 결핍 여부를 효과적으로 검사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PDE-5 억제제를 사용하다가 반응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아뎀파스로 교체하는 방식은 치료 반응을 예측하기 어려워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위험이 있다.
ERA는 지속적으로 효과를 발휘했더라도, PDE-5 억제제가 충분한 효과를 내지 못한 상태라면 그동안 혈관 변화가 진행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아뎀파스의 치료적 위치가 PDE-5 억제제 사용 이후가 아닌 서로 동등한 위치까지는 와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다.
체내 일산화질소 결핍 환자가 조기에 아뎀파스를 사용한다면 PDE-5 억제제로 치료하는 동안 발생했을 혈관 변화를 조기에 예방할 수 있고 효과는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REPLACE 임상은 기존에 ERA와 PDE-5 억제제를 병용하던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기존 치료를 유지하고 다른 그룹은 PDE-5 억제제를 아뎀파스로 교체한 후 치료 효과를 비교했으며 3제 병용으로 넘어가기 전에 아뎀파스 같은 약제와 조합으로 2제 병용을 다시 시도해볼 수 있는 근거가 됐다. 내년에 개정될 국내 진료지침도 REPLACE 임상 결과를 반영할 예정이다."
국내 의료진 대부분 '단일요법' 제약 겪어
정기적인 '위험도 평가' 현실적·재정적 한계
국제 가이드라인처럼 초기 병용요법 전환해야
▶내년 개정될 진료 지침에 PDE-5억제제에서 아뎀파스로 변경하려면 어떤 지표를 기준으로 적용하나?
"치료제 변경은 '환자의 위험도'가 기준이다. 현재 치료제에 잘 반응하지 않고, 효과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위험도를 평가해 치료제를 변경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기준은 보험 급여 기준과 가이드라인에도 모두 반영돼 있다."
▶이 부분에서 폐동맥고혈압 환자를 진료하면서 느끼는 임상적, 제도적 한계는 무엇인가.
"국내 의료진 대부분 초기 치료를 단일요법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제약을 겪고 있다. 환자 상태가 악화한 것이 명확한데도 병용요법을 쓰기 위해서는 6분 보행검사나 NT-proBNP 수치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 검사를 병원에 올 때마다 하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다.
위험도 평가는 3~6개월 마다 정기적으로 해야 하지만 인력이나 재정적 한계로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위험도 평가와 보험 서류 제출 모두 과중한 행정 부담으로 작용한다. 대형병원을 제외한 대부분 의료기관이 공통적으로 겪는 구조적 한계인데, 중간 위험군으로 분류된 환자여도 실제로는 단일요법부터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 폐동맥고혈압 전문센터 설립 필요성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전문센터 체계가 구축되면 진단·검사·치료가 표준화되고, 전문 인력 배치를 통해 효율적인 환자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글로벌 가이드라인은 폐동맥고혈압 초기부터 병용요법을 적극 권고하는데, 국내는 아직 단일요법에서 단계적으로 시작해야 한다면 격차가 크지 않나.
"현재 국내 진료지침은 폐동맥고혈압에 대한 독자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으며, 국제 기준과 흐름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주요국 가이드라인을 대부분 준용하고 있다. 국내와 해외 가이드라인의 가장 큰 차이는 중간 위험군 환자에게 초기부터 병용요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다.
해외 가이드라인은 이미 초기 병용요법을 권고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보험 급여 기준상 적용되지 않고 있다. 단일 약제로 초기 치료를 시행한 후, 환자 반응을 평가해 병용요법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폐동맥고혈압 중간 생존기간(median survival)이 13.5년인데, 예후가 충분히 개선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며 치료 접근 기준의 변화가 시급하다. 향후 근거가 확립되면 국내에도 빠르게 변경되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학회 차원에서 정부와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실제로 관련 비용을 분석해보면, 환자 수가 많지 않아 연간 재정 소요 예상액이 200억을 넘지 않는다는 계산이 나온 바 있다."
▶폐동맥고혈압 5년 생존율이 72%까지 개선됐다. 하지만 일반 고혈압과 다르게 약물 치료 중단 시 매우 위험하다는 데 왜 그런가.
"일반 고혈압도 약물 복용을 중단하면 혈압이 다시 상승한다. 다만 질환 진행은 비교적 서서히 이루어진다. 수년에 걸쳐 '표적 장기 손상(target organ damage)'이 발생하며, 콩팥 기능 저하, 시력 감소, 심전도 변화 등을 통해 병의 진행을 파악할 수 있다. 이후 심부전 등으로 이어지지만, 비교적 예측 가능한 경과를 보인다.
반면, 폐동맥고혈압은 전혀 다른 양상이다. 폐동맥고혈압은 폐동맥 자체에 병변이 생기고 높은 압력으로 인해 혈관이 지속적으로 변하는 질환이다. 약물 치료를 중단하면 이미 변형된 폐동맥 혈관이 그대로 남은 상태에서 병이 다시 진행해 급격한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폐동맥고혈압은 일반 고혈압과 달리 전조 증상이 거의 없다. 비특이적 증상만 나타나다가 우심실 기능이 갑자기 멈추면서 급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외래 진료에 나타나지 않는 환자 대부분 상태가 호전된 것이 아니라 사망으로 인한 것이라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심장 초음파 검사에서 폐동맥고혈압을 의심할 수 있는 특징적인 소견은 무엇인가.
"폐동맥고혈압은 폐동맥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폐고혈압'의 한 종류다. 원인에 따라 1~5군으로 분류하며, 예를 들어 폐 기능이 저하된 환자는 폐질환으로 인한 3군 폐고혈압을, 또는 좌심실 기능 저하, 판막 질환, 심근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2군 폐고혈압을 의심할 수 있다. 이러한 원인들이 없는데도 폐동맥 압력이 상승해 있고 우심실이 확장돼 있다면 매우 드문 질환인 1군 '폐동맥고혈압'을 의심해야 한다.
폐동맥 압력은 심장 초음파 검사를 통해 비교적 쉽게 측정할 수 있다. 개원가에서 폐고혈압 의심 환자를 확인하면 이후부터 세부 진단과 치료는 상급 종합병원에서 가능하도록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실제로 '한국 폐동맥고혈압 등록연구(Korean Registry of Pulmonary Arterial Hypertension, KORPAH)'를 구축했을 당시와 비교하면, 현재는 진단된 유병률이 약 75배 증가했고, 발병률은 12배 이상 증가했다. 의사들이 폐동맥고혈압을 보다 신속하게 의심하고 조기에 대학병원으로 의뢰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폐동맥고혈압 진단율이 크게 향상되면서 유병률도 뚜렷하게 상승하는 추세인데 진단이 빨라지면서 치료 시점이 앞당겨지고, 그만큼 예후가 개선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만성 혈전색전성 폐고혈압, 명확한 임상 근거는 급여 보장 필요
대국민 홍보, 의료진 대상 교육 매우 중요해 '매년 개선'
현장의 가장 큰 어려움 보험 급여 심사와 관련된 삭감 문제
▶만성 혈전색전성 폐고혈압(CTEPH)도 있는 것으로 안다. 유일하게 아뎀파스만 적응증이 있는데 어떤 질환인가.
"만성 혈전색전성 폐고혈압(CTEPH)은 폐혈관 내에 남아 있는 혈전이 만성적으로 혈류를 방해하며 발생하는 드문 형태의 4군 폐고혈압이다. 폐동맥고혈압에 비해 발병률과 유병률이 모두 낮다.
폐색전증은 전 세계 사망 원인 중 세 번째로 높은 질환으로, CTEPH과는 다른 급성 질환이다. 주로 장기간의 부동 상태나 외상 후 침상 안정 중 다리에서 생긴 혈전이 폐로 이동하여 발생한다. 이를 정맥혈전색전증 또는 폐동맥색전증이라 한다.
젊은 연령층의 급사 원인 중 하나이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완치 가능하다. 하지만 일부 환자는 혈전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폐혈관에 잔존하며 만성화되는 경우가 있다. 초기에는 잘 녹던 혈전이 시간이 지나면서 단단해지고 피떡이 되면, 아교 같은 피브린(fibrin)이 축적되어 혈병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 피브린은 혈관 벽에 달라붙어 CT 영상에서 명확히 보이지 않더라도 실제로는 혈관 벽에 오렌지 껍질처럼 깔려 있는 형태를 띠게 된다. 이로 인해 혈관이 좁아지거나, 큰 혈전이 혈관을 막는 상황이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CTEPH으로 진단할 수 있다."
▶CTEPH 치료 과정에서 아뎀파스는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가.
"CTEPH은 근본적으로 혈관 벽에 부착된 피브린성 혈전을 외과적으로 긁어내 제거하는 수술을 1차 치료로 권장한다. 이미 심한 폐고혈압이 발생해 양쪽 폐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 있는 경우, 수술로 접근이 어려운 경우에는 풍선확장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폐동맥은 상엽, 하엽, 중간엽 등 여러 분지로 나뉘며, 모두 합하면 열 개가 넘는 혈관이 존재한다. 모든 혈관을 확장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풍선을 넣기 힘들 정도로 혈관이 작다면 일부 혈관이 여전히 막혀 있는 잔존 폐고혈압이 남아있게 된다.
이 경우, 시술 후 폐동맥압이 감소하더라도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고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되는 사례가 존재한다. 이러한 환자들에게 아뎀파스가 도움이 된다.
기존에는 잔존 폐고혈압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없었지만, 아뎀파스가 임상 연구를 통해 유일하게 효과를 입증했다. 항응고제와 함께 사용하면 폐동맥 압력을 낮춤으로써 혈관 변화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CTEPH 환자 중에서도 시술 후 폐동맥압이 잔존하거나, 수술 또는 시술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약제다."
▶CTEPH 치료에서 아뎀파스는 아직 비급여인데 국내 사용이 어렵지 않나.
"폐고혈압 4군 CTEPH 환자군은 1군 폐동맥고혈압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명확한 임상 근거가 있는 약제에 대해 보험 급여를 통해 접근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CTEPH에 대해서도 보험화가 추진됐지만 아직 통과되지 못했다. 학회에서도 지속적으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향후 폐동맥고혈압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학회 차원에서 계획과 제언은 무엇인가.
"환자와 국민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 이를 위한 홍보 활동을 매년 정기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올해 11월부터는 병원별·지역별로 대국민 홍보 캠페인을 시작하고, 이를 정례화할 계획이다. 국민 참여형 '폐, 미리 캠페인'도 지속적으로 운영 중이며, 홈페이지에 환자가 스스로 의심 증상을 보고할 수 있도록 지속 장려하고 있다.
작년 개원의 대상으로는 폐고혈압을 조기에 인지할 수 있도록 학회 차원의 교과서를 제작해 배포했다. 폐동맥고혈압이 의심될 경우 대학병원으로 신속히 의뢰하도록 안내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일반의와 심장 전문의의 평가 간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심장 질환 의심으로 의뢰된 환자는 대학병원에서 전문의가 정밀하게 평가한다. 심장 초음파를 통해 원인 미상의 폐동맥고혈압인지, 좌심실 기능 부전에 의한 것인지, 또는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를 감별하게 된다.
의료진 교육은 보통 학회 기간 중에만 진행했지만 내년 1~2월에는 폐동맥고혈압 진료 경험이 더 필요한, 상대적으로 젊은 45세 미만 심장내과 의사 대상으로 '윈터 스쿨'이라는 심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현장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보험 급여 심사와 관련된 삭감 문제다. 새로운 진료 지침 발표 이후에는 이를 기반으로 정책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회와의 정기적인 정책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학회만 노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환우회와 제약사 등과의 민관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그간 국가의 제도적 지원과 정책적 노력 덕분에 치료 접근성이 개선되고, 환자의 생존율도 크게 향상됐다. 정부, 의료계, 제약사가 함께 만든 긍정적인 변화이며, 이러한 성과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꾸준한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폐동맥고혈압 환자와 보호자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폐동맥고혈압은 생명을 위협하는 희귀질환이다. 평생 약물 치료가 필요하고 언제든 급격히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진을 믿고 주기적으로 소통하며 치료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회와 의료진의 궁극적인 최종 목표 역시 환자분들의 건강 회복이다. 학회에서도 환자와의 소통을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나갈 예정이다.
올해 말이나 늦어도 내년 초에는 진료지침도 발표할 계획이다. 이러한 체계적인 노력으로 국내 폐동맥고혈압 조기 진단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 질환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야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다. 환자들이 병원을 찾기까지의 과정을 단축시키는 것만으로도 환자들의 예후는 크게 개선될 수 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