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본지는 최근 "의약품 부작용 보고는 '20만 건', 피해 구제는 고작 '100건'"을 통해 의약품 피해 구제 제도의 실상을 전했다.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하 의약품안전관리원)이 사례집 공개를 통해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했다고 자평했지만 현실과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약사 사회에서는 의약품안전관리원이 성과로 내세운 사례에서 오히려 제도의 허점이 보인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특히 스티븐스-존슨 증후군 등 중증 약물 부작용에 대한 늑장 대응이 이뤄졌다는 것. 팜뉴스가 후속으로 '숨은 진실'을 공개한다.
스티븐스-존슨 증후군은 피부병이 악화된 상태로 피부의 탈락을 유발하는 심각한 급성 피부 점막 전신 질환으로 증상 발현의 50% 이상이 약물 부작용으로 나타난다.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 매년 성과 홍보를 위해 '의약품 피해 구제 사례집'을 공개할 때마다 '스티븐스-존스 증후군'이란 키워드가 등장한 이유다.
특히 통풍(영문명: GOUT)약 '알로푸리놀' 성분을 복용한 이후 스티븐스-존슨 증후군에 걸렸지만 의약품 피해 구제 제도의 도움을 받아 피해를 보상받았다는 내용은 '모범 사례'로 늘상 등장한다.
최근 공개한 사례집에서도 다르지 않다.
의약품안전관리원은 "알로푸리놀로 인한 부작용 피해 구제 사례가 가장 많았다"는 통계를 제시하고 '의약품 부작용 피해 구제 사례' 중 1순위로 스티븐스-존슨 부작용 사례를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30대 남성이 통풍 증상으로 A 의원에서 알로푸리놀을 복용한 뒤 스티븐스-존슨 증후군 임상 증상(발진, 눈 결막 충혈, 입안 점막 수포 발생 및 벗겨짐, 발열, 인후통)이 발생했지만 의약품 부작용 심의위원회의 피해 구제 결정으로 진료비를 보상받았다는 것.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당 환자의 사례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숨은 일인치'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알로푸리놀 성분의 독성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많다"며 "그중에서도 알로푸리놀로 인한 스티븐 존스 증후군은 널리 알려진 중증 부작용이다. 안전관리원이 제시한 사례를 보면 해당 환자는 알로푸리놀 투여 이후 6일째 발진이 나타났다. 그런데도 A의원 의사는 또 다시 스테로이드를 처방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상당히 안일한 대응"이라며 "그 결과 환자는 자신이 스티븐스-존슨 증후군이란 약물 부작용 발생 사실을 무려 12일 동안 알 수 없었다. 결국 18일이 지나서야 상급 병원에서 최종 진단을 받고 퇴원을 했지만 그때도 잡아내지 못했다면 생명이 위태로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의약품 피해구제 사례집'에 따르면 환자(남, 30대)는 3월 10일 오른쪽 발목 부종과 통증으로 A의원을 방문했다, 통풍(요산 검사 결과 8.4mg/dL)으로 진단돼 알로푸리놀(정제) 100mg을 1일 2회 처방 받아 복용을 시작했다.
복용 6일째부터 손바닥 가려움증 및 발진 증상으로 A의원을 재차 내원했다. 하지만 A 의원은 '상세불명의 피부염'으로 진단하고 스테로이드 연고를 처방했다. 치료 후 호전을 보였지만 복용 18일째, 3일 전부터 손바닥과 발바닥에 발진이 다시 발생했다.
그 이후 눈 결막 충혈, 입안 점막에 수포가 벗겨지는 증상, 심한 인후통이 있었고 발진이 손바닥과 발바닥에서 몸통까지 붉은색 구진 양상으로 진행됐다. 결국 환자는 B 상급종합병원 안과, 피부과 외래 진료를 받은 이후 알로푸리놀로 인한 “StevensJohnson syndrome(스티븐스-존슨 증후군)”으로 진단받았다.
결국 알로푸리놀 복용을 중단하고 당일 C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한 이후 입원 치료까지 받았고 입원 9일째 증상 호전으로 퇴원했다.
그러나 퇴원을 하고 증상이 나아졌다고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라는 게 약사의 의견이다.
A의원의 의사는 발진 등의 증상이 알로푸리놀로 인한 중증 약물 부작용 때문이라고 초기에 진단하지 못했다. 골든타임을 놓쳐 증상이 악화된 채로 환자가 두 곳의 상급 종합병원을 전전하고 입원 치료까지 받았다는 뜻이다.
오히려 의사가 스티븐슨-존스 증후군의 특징적인 증상인 발진 등이 일어났을 때 부작용의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스티븐스-존스 증후군이 전신에 퍼지면서 위험천만한 상황이 초래됐다는 것이다.
즉, A 의원의 의사가 환자에게 통풍약을 처방하면서 스티븐스 존스 증후군 발생 가능성에 대해 설명했거나 약물 부작용 진단 시기가 빨랐다면 적시에 치료가 가능했다는 지적이다.
30대 남성은 과거력과 기저질환도 없었다. 심지어 알로푸리놀 사용에 따른 스티븐스-존슨 증후군 유발 가능성은 국내 허가 사항 내 이상반응으로 의약품 사용 설명서에 명시된 상태다. 식약처 의약품 부작용 심의 위원회가 사례집을 통해서도 인정한 대목이다.
'모범 사례' 아니라 오히려 늑장 대응의 표본이라는 것이 약사 사회 분위기다.
앞서의 약사는 "의사와 약사 등 의료 전문가라면, 알로푸리놀의 대표적인 부작용이 스티븐스-존슨 증후군이란 사실은 쉽게 알 수 있다"며 "하지만 식약처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 의약품 피해 구제 제도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의약사들은 평소에 교육조차 받지 않는다. 병원 또는 약국에서 설명을 해주지 않는데 환자가 부작용 여부를 어떻게 알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의약품 피해구제 제도는 환자들을 위한 권리를 법으로 보장한 것"이라며 "하지만 앞서의 사례처럼 제도 홍보와 교육 부족으로 대부분의 의약사들은 약물 부작용에 대해 둔감한 상황이다. 환자들은 당연한 권리를 안내받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정부와 식약처 그리고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의 총제적인 방관 때문에 피해 사례를 성과로 홍보 소개하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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