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식약처는 '의약품 피해 구제 제도'를 위한 제약사 부담금 요율을 낮췄기 때문에 수백억대로 불어난 부담금은 문제가 아니란 입장이다. 하지만 약사 사회에서는 비판이 들린다. 

환자들 위한 부담금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쌓인 부담금이 문제의 본질인데도, 엇나간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고 있다는 목소리다. 의약품 피해 구제 제도에 대한 반성적 접근을 찾아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게티 이미지
게티 이미지

# 270억, 식약처 입장이 궁금했다. 

한 두 푼이 아니다. 무려 278억이다. 

제약사를 상대로 거둔 부담금 액수다. 나라 곳간에 쌓인 채로 방치된 상황이다. 환자들을 위해 쓰여야 하지만 제때 사용되지 못하고 매년 수십억씩 모여 '수백억'으로 전락했다. 정확히 말하면 '식약처 곳간'이다. 예금이율을 1%로 낮춰 잡아도 1년 이자만 2억 7000에 달하는 역대금 금액이다. 

2018년 국회가 의약품 피해구제의 문제점을 지적한 이후에도 현실은 여전했다. 그 사이 제약사 부담금은 100억에서 200억으로 뛰었고 이제 올해는 300억을 넘길 전망이다. 팜뉴스 취재진이 270억이란 숫자를 처음 발견했을 때 충격을 받았던 이유다.

취재진은 '의약품 피해 구제 사업'의 주무관청인 식약처가 제약사 부담금에 대해서 문제 의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도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식약처 의약품안전평가과 측은 특별한 문제 의식을 느끼지 않았다. 

더구나 식약처 해명도 사실과 다른 점이 많았다. 연속 보도를 통해 식약처 해명을 차례로 제시하며 '팩트'를 추적한 결과를 팜뉴스 독자들에게 알려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다. 

# 팜뉴스가 던진 '첫 질문', 식약처 '뜻밖의 해명'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식약처가 전한 해명 중 또 하나를 공개한다. 아래는 제약사 부담금 문제를 인지하고 팜뉴스 취재진이 의약품 안전평가과에 던진 첫 번째 질문이었다.

문: 제약사 부담금이 19억에서 7년만에 278억으로 늘었다. 매년 제약사를 상대로 수십억씩 걷고도 절반도 쓰이지 못하고 쌓인 결과다. 나라 곳간에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낭비 아닌가. 270억을 그대로 두는 것은 심각한 문제인데 식약처 입장은 무엇인가. 

식약처 의약품안전평가과 과장은 뜻밖의 답변을 했다. 

"제약사를 대상으로 부담금에 대한 부과요율을 낮추는 노력을 하고 있다. 현재 부담금 사용 목적은 피해 구제 보상금으로 한정돼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재원이 지속적으로 쌓인 것이다. 업체(제약사)들이 부담을 느낀다면 재정운영위원회를 통해 부과요율 인하를 협의할 수 있다. 그 부분은 협의를 할 때 반영될 것이다."

게티 이미지
게티 이미지

# 기본 부담금 낮추면 된다? 식약처, 엉뚱한 해명으로 '일관' 

의약품 부작용 피해 구제 보상금의 재원은 제약사 부담금(기본+추가)이다. 추가 부담금은 의약품 부작용 원인을 제공한 제약사가 보상지급액의 25%를 부담하고 기본 부담금은 의약품 공급실적에 따라  재정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앞서 식약처 의약품 안전 평가과 과장은 기본 부담금 요율을 낮추려는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제약사 부담금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278억과는 관계없는 해명이다. 부담금 요율을 낮추더라도 이미 쌓인 270억은 없어지는 돈이 아니다. 

심지어 매년 제약사를 대상으로 수십억씩을 걷는데도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아 쓰이지 않았던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식약처가 이를 외면하고 향후 부담금을 '덜' 걷어 제약사 부담을 낮춰줄 것이란 황당 해명을 내놓은 것이다.

# 약사사회 "식약처가 제약 업계 대변, 국민들 입장 생각 안해"

약사사회에서는 식약처 과장의 해명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동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이하 건약) 정책 팀장은 "적립금이 너무 많이 쌓여있으니까 현재 내고 있는 부담금을 줄이겠다는 발상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며 "하지만 식약처 과장이 국민들이 아닌, 제약 산업 입장을 대변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핵심은 식약처가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아서 제약사를 상대로 거둔 피해 구제금이 집행이 되지 않아 수백억이 쌓였다는 것"이라며 "우리 주변에 의약품 피해 부작용을 겪고도 모르거나 피해를 알면서도 구제 제도를 몰라서 보상을 못 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제대로 인지했다면 절대로 이런 해명을 못했을 것이다. 반성적인 모습은 없이 황당한 해명만 늘어놓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식약처 의약품안전평가과는 부담요율 인하 외에도 또 다른 근거를 들어 팜뉴스의 문제의식을 반박했다. 취재진은 관련 내용을 담아 후속 보도를 이어갈 계획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