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최근 비소세포폐암 분야에서 이뤄진 유전자 변이 표적치료의 발전은 1년 미만에 그치던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혁신신약이 실질적으로 쓰이기 위한 급여 등재 과정은 이 변화를 따라가기에 벅차 보인다. 그 한가운데 불통, 불투명으로 대변되는 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가 있다.
지난 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RET 변이 표적치료제 '레테브모'는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았지만 이와 달리 MET 변이 표적치료제 '타브렉타', '텝메코는' 이전 단계인 암질심을 넘지 못해 각각 비급여 출시와 급여 신청 자진 취하를 결정했다. 세 치료제를 보고 있자면 암질심이 도대체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RET, MET 변이 모두 비소세포폐암 전체 환자 중 1~3%에서 확인되는 희귀암이다. 기존 사용하던 항암화학요법 또는 표적요법, 면역항암요법은 효과적인 치료 성적을 보이지 못해 생존기간이 1년 미만에 불과했다. 새로 레테브모, 타브렉타, 텝메코 등 유전 변이 표적치료제가 등장하면서 객관적 반응률, 반응지속기간 등의 임상 지표 개선을 보이며 환자들에게 희망이 됐다.
하지만 급여 등재가 유력한 신약은 RET 변이 치료제 레테브모 뿐이다. MET 변이 신약은 당분간 어려운 상황이다. 비소세포폐암에서 확인된 유전 변이를 표적하는 것은 똑같은데 왜 다른 결과를 받은 것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암질심이 희귀암을 표적하는 유전 변이 치료제에 요구하는 기준점이 높으며, 이 기준을 논의하는 과정도 투명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레테브모는 되고 타브렉타와 텝메코는 안 된 이유를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추측이야 할 수 있다. 임상 데이터 또는 효과가 부족하거나 비용 문제일 것이다. 또는 다른 무언가 영향(?)이 끼쳤을 수 있다. 암질심 논의 과정이 투명하지 않기에 추측에 꼬리만 이을 뿐이다.
암질심은 항암 신약의 효능, 안전성에 더해 비용·효과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타브렉타, 텝메코에는 3상 수준의 임상 데이터를 요구함으로써 비급여 출시와 급여 신청을 자진 취하하게 만들었다. 이와 반대로 레테브모는 암질심, 약평위를 통과하며 순항 중이다.
희귀암은 통상 중증 암환자를 대상으로 하기에 대조군을 설정한 효과 비교 연구가 어렵다. 그렇기에 2상 단일군 데이터를 근거로 시판허가를 받고 급여 절차를 밟는다. 이는 타브렉타, 텝메코 뿐만이 아니라 레테브모도 동일한 조건이다.
릴리는 1/2상 연구인 LIBRETTO-001 연구를 통해 RET 변이가 있는 702명의 환자에서 레테브모 효과를 확인했다. 그런데 702명 중 비소세포폐암 대상은 332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갑산성 수질암(306명)과 갑상선암(38명)이다.
머크는 텝메코 2상 연구 VISION을 통해 전세계에서 313명의 환자를 모집했다. 현재 기준으로 MET 변이 같은 희귀암에서는 '대규모' 임상이다. 레테브모와 텝메코의 비소세포폐암 대상 임상 규모는 비슷하다. 더구나 텝메코 데이터에는 한국인을 포함한 79명의 아시안 환자가 포함돼 있다. 그런데 암질심에서는 2상 단일군으로 설계한 임상 디자인을 지적하며 3상 수준의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노바티스도 타브렉타 2상 연구 GEOMETRY mono-1을 통해 MET 변이 환자 97명을 대상으로 객관적 반응률, 반응지속기간 등의 확실한 임상적 개선을 확인했다. 그러나 텝메코와 마찬가지로 효과 비교 데이터 부족이 문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MET 변이 같은 희귀암은 대규모 대조군을 설정하는 임상 연구가 어렵다"고 말한다. 과연 암질심이 들이대는 기존 잣대가 희귀암을 표적하는 혁신신약 가치와 효과를 제대로 평가하는데 적절한지 의문이다. MET 변이 표적치료제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현실에서 환자들은 급여 등재를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암질심은 항암제 임상적 유용성과 필요성을 평가, 급여 기준을 설정하는 과정이다. 유전 변이 표적치료제 급여 승인은 환자, 의료진은 물론 제약사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신약 효과에 논란이 있을 수는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을 해야 한다.
앞으로 타브렉타, 텝메코 같은 유전 변이 표적치료는 더욱 많아질 것이고 일선 의료 현장에서도 유전 변이 표적치료제를 더욱 의지할 것이다. 유연하고 효율적인 암질심, 급여 기준을 현실화하는 고민과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치료제 발전에 맞는 급여 등재가 필요하며 과정에는 투명성과 효율성도 있어야 한다. 희귀암을 앓는 환자들이 혁신신약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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