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폐암학회 홍보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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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김민건 기자] MET·RET 희귀변이를 표적하는 비소세포폐암(NSCLC) 항암 신약의 급여 등재가 어려운 이유가 있었다. 관계기관 실무자 입을 통해 추정할 만한 얘기가 나왔다. 신약 급여 등재를 준비하는 제약사 입장에선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19일 국내 허가된 MET, RET 변이표적치료제 중 급여 등재가 완료된 신약은 아직 단 한 개도 없다.

가장 최근 한국릴리 RET 변이 표적치료제 레테브모(셀퍼카티닙)의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약가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레테브모는 2022년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첫 RET 변이를 표적하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허가됐다. 

레테브모는 작년 9월 국내 출시했으며 뒤이은 11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에서 급여기준을 빠르게 설정받았다. 올해 5월에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 재심의 안건으로 올라 천신만고 끝에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출시 1년이 넘도록 급여 등재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또 다른 RET 변이 표적치료제는 한국로슈 가브레토(프랄세티닙)가 있다. 가브레토는 레테브모와 함께 2022년 3월 국내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가는 길이 달랐다.

올해 6월 열린 암질심에서 급여기준 미설정을 받고 뒤이어 열린 7월 약평위에서 비급여 결정을 받았다. 여기에 국내 판권 계약도 행방을 알 수 없게 되면서 사실상 국내에서는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급여 등재 과정에 난항을 겪은 사례는 더 있다. MET 변이 표적치료제인 노바티스 타브렉타(카프마티닙)와 머크 텝메코(테포티닙)다. 두 치료제는 지난 2021년 11월 국내 첫 MET 변이 표적치료제로 동시 허가가 이뤄졌다. 

타브렉타도 올해 2월 암질심에서 급여기준 설정을 받지 못한 채 4월 열린 약평위로 직행해 결국 비급여 결정을 받았다. 노바티스 입장에서는 현재까지 보유한 임상 데이터로는 암질심이 요구하는 수준의 데이터를 맞추기 어려웠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텝메코는 올해 2월 첫 번째 암질심 도전에서 급여기준 미설정 결과를 받은 이후 자진해서 급여신청을 취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 가운데 김국희 심평원 약제관리실 신약등재부장은 지난 19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삼중음성 유방암의 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항암 신약 급여 등재 관련해 입을 뗐다.

김국희 심평원 약제관리실 신약등재부장

김 부장은 항암제 급여율과 접근성이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신속한 급여 등재 제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식약처가 안전성, 유효성 평가만 끝내면 심평원에 급여 신청을 할 수 있는 제도나 심평원 검토 단계부터 건보공단 협상 과정을 연계해 기간을 단축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라는 것.

그런데 희귀변이 유전자표적치료제는 이토록 급여 등재가 어려울까. 김 부장은 "약이 (급여)등재되려면 효과가 좋아야 하는데 유전자 타입 같은 (표적)맞춤형으로 가다 보니 아무래도 임상시험 환자가 적고, 3상으로 못 가서 2상으로 하거나, 단일군 임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장기 추적이 안되고, 생존 연장이 입증 안된 미성숙한 상태로 약이 허가돼 효과에 불확실성이 크다.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으나, 최종적으로 결과를 알 수 없는 미성숙한 경우가 많은데 약가는 상상을 초월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임상 환자가 적은 규모의 연구 설계를 가진 항암 신약을 사용할 경우 단기간 효과는 좋을지 몰라도 최종적인 생존연장 데이터가 없으므로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이다.

김 부장은 "국가 재정은 한계가 있다보니 적절한 금액이 중요하다. (외국계 제약사의 항암 신약)신청 금액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경우를 접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MET, RET 임상 모두 유전자변이 표적 맞춤형이며 2상 단일군으로 허가 임상을 진행했다. 아직 장기추적 데이터가 성숙하지 않아 최종적인 전체 생존기간 연장 혜택을 확인할 수 없다. 김 부장이 언급한 조건에 들어맞는다. 

다만 MET, RET 표적치료제 모두 유의미한 중간 결과를 내고 있다. 두 변이는 비소세포폐암 전체 환자의 1~3%에서만 확인되는 희귀암이다. 기존 항암화학요법, 표적요법, 면역항암요법은 효과적인 치료 성적을 보이지 못한 영역이다. 환자는 생존기간이 1년 미만에 불과하지만 MET, RET 표적 신약은 좋은 효과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텝메코 허가임상인 VISION은 아시아 환자를 포함한 300명이 참여했지만 MET 변이 표적치료제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 연구다.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과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각각 15.3개월, 25.9개월로 2년에 가까운 생존 연장이 확인됐다.

최근 미국임상종양학회(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 ASCO) 연례학술회의에서 발표한 32.6개월의 장기추적 데이터에서는 객관적반응률 51.4%, 반응지속기간 중앙값 18.0개월,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 11.2개월, 전체생존기간 중앙값 19.6개월을 나타냈다.

타브렉타는 텝메코 대비 임상 참여 환자가 적지만 허가 임상인 GEOMETRY mono-1에서 MET 엑손14 결손이 확인된 환자 중 97명을 대상으로 객관적반응률 68%, 치료 이력이 있는 환자(2차 치료)는 41%를 기록했다.

RET 치료제로 국내에서는 비급여 결정이 내려졌지만 올해 8월 미국FDA가 RET 변이 융합 표적치료제로 정식 허가한 가브레토는 비소세포폐암에 처방되고 있다. 

가브레토는 허가 임상인 ARROW에 참여한 환자 114명의 초기 전체반응률과 반응지속기간을 근거로 임시 승인을 받은 뒤 123명의 반응을 지속 평가한 25개월의 추적관찰 데이터를 추가했다. 

이 결과 237명 중 이전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 107명(1차 투여 시)을 대상으로 전체반응률 78%(반응지속기간 중앙값 13.4개월), 앞서 백금기반 화학요법을 받은 130명의 환자(2차 투여 시)에서도 전체반응률 63%(반응지속기간 중앙값 38.8개월)로 효능을 입증해 정식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국내 약가 협상이 진행 중인 레테브모는 RET 유전 변이가 있는 환자 702명을 대상으로 최대 규모 임상인 LIBRETTO-001 연구를 했다. 이중 RET 융합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332명이었다. 임상 결과는 이전 치료 경험이 없는 39명에서 객관적 반응률 85%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희귀변이 표적치료제는 질환 특성상 2상 단일군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으며 전체생존기간 데이터가 나오기까지 수년이 걸린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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