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은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산업이다. 그러나 국내 시장은 효능 과장, 허위 광고, 품질 관리 미흡으로 소비자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용어 자체가 이미 소비자에게 효능을 암시한다는 점도 문제다.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이름은 먹으면 ‘건강해질 것’이라는 무의식적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러한 함의를 차단하기 위해 ‘Dietary Supplement(식이보조제)’, ‘Food Supplement’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이름 자체에서 치료·예방 의미를 배제한다.
미국 FDA는 원료 입고부터 최종 제품 유통까지 기록을 의무화하며, 안전성 문제 발생 시 리콜과 형사 책임까지 부과한다. 실제로 한 보충제 제조업자가 제품 성분을 조작하고 오염된 보충제를 판매한 혐의로 징역형과 과징금을 받았다. 이 사건은 불순하거나 표시와 다른 보충제를 유통하는 행위가 단순 행정 위반이 아니라 형사 사안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유럽연합에서는 건강보조식품을 Food Supplement로 규정하고, EFSA(European Food Safety Authority)의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건강 주장을 승인한다. 근거 없는 질병 예방·치료 문구는 엄격히 금지되며, 비타민과 미네랄은 최대 허용량을 규제한다.
국내 건기식 정책은 미국과 유럽 제도를 참고하면서도 현실 적용에는 한계가 있다. 홍삼, 프로바이오틱스 등 인기 제품에서 ‘면역 강화’, ‘피로 회복’ 등의 효능 문구가 여전히 남용된다.
온라인몰과 소셜미디어에서는 근거 없는 효능 표방 광고가 빈번하다. 식약처 조사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온라인 건기식 광고 위반 적발 건수가 1,500건을 넘는다.
한국 건기식 시장 규모는 6조 원 정도로 추산된다. 최근 몇 년간 고령화와 웰니스 트렌드로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반면 미국 식이보조제 시장은 약 70조 원 규모로, 한국 시장보다 압도적으로 크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비타민, 허브, 단백질 보충제 중심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 시장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미국식 제조·품질 관리 기준과 유럽식 효능·안전 근거 인증을 동시에 참고해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원료·공정·유통 단계별 안전성 인증을 강화하고, 실시간 이력 추적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효능 표방 금지를 엄격히 지켜야 한다. 과학적 근거 없는 문구를 사용한 광고에는 과징금과 형사 책임을 병행해야 한다. 단순 경고 수준으로는 개선이 어렵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제품 성분과 함량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온라인 공시 플랫폼 구축도 시급하다. 미국의 Daily Value처럼 표준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가 과장 없이 비교·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산업 경쟁력을 높이려면 임상 근거 기반 기능성 평가 지원이 필요하다. 프로바이오틱스, 비타민, 콜라겐 등 주요 성분별로 정부 주도의 임상 연구 과제를 마련해 기업이 근거를 확보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국내 시장은 단순 매출 확대보다 신뢰와 과학적 근거 중심으로 재편될 필요가 있다. 소비자 신뢰가 글로벌 경쟁력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학계, 산업계, 소비자 단체가 참여하는 독립적 심의기구를 설치해 새로운 원료나 기능성 소재에 대한 검증과 광고 문구 심사를 맡겨야 한다. 객관적 데이터로 정책을 견인해야 한다.
해외 진출 기업에는 임상 데이터 기반 기능성 인증을 의무화하고, 미국·유럽 기준과 상응하는 품질 관리 지침을 제공해야 한다.
한국 건기식 산업은 맞춤형 보충제, 기능성 소재의 해외 진출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미국 시장에서는 개인 맞춤형 영양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은 제품 포트폴리오, 제형, 인증, 마케팅까지 포괄해야 한다. 한국의 홍삼, 한방 원료, 개별인정형 원료를 비타민·허브 중심의 미국 시장 틈새에 맞춰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교육도 중요하다. 보충제는 ‘만능 예방약’이 아니므로, 오용·과용 위험성에 대한 경고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정부, 학계, 기업이 협력해 과학적 근거 기반 안내 캠페인을 전개해야 한다.
유통 채널 다양화도 필요하다. 온라인 중심 판매가 확대되는 추세에 맞춰, 플랫폼별 안전성 검증과 광고 심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한국 건기식 산업이 단기적 매출보다 신뢰, 근거, 품질 중심으로 재편될 때, 소비자 보호와 산업 성장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의 기준은 이를 보여준다. 안전하고 투명하며 근거 기반의 건기식만이 소비자 신뢰를 얻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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