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28일, 보건복지부의 약가제도 개편안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상정된다.
제네릭 약가산정 기준 53.55% 대비 40%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단계적 인하인지, 사실상 일괄 약가 인하인지 구체적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는 현실적으로 일괄 약가 인하에 준하는 개편으로 추정하고 있다. 남은 시간은 불과 며칠, 산업계와 정부 모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은 반도체·배터리에 이어 대한민국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시장은 기술·규제·투자환경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의 최전선에서 경쟁하고 있다.
복지부의 약가제도 개편안, 특히 제네릭 약가 40% 수준으로 인하는 단순 절감이 아니라 산업 전체의 투자·R&D 전략·글로벌 경쟁력에 직접적 충격을 줄 수 있는 위험한 정책 폭주로 평가된다.
약가가 흔들리면 R&D 속도는 늦어지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 전략은 흔들리며, 투자 명분도 약화된다. 산업 생태계 전체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
물론, 제네릭 시장의 구조조정 필요성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품질·공급 안정성과 무관하게 일괄 인하 방식이 적용된다면 산업을 선택적으로 강화하기는커녕 구조적 약화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 특히 글로벌 경쟁은 속도와 자본을 전제로 움직이므로, 국내 약가 제도의 급격한 후퇴는 산업 성장 엔진을 멈추게 할 수 있다.
혁신형 제약기업을 포함한 R&D 우수기업(매출 대비 7~10% 이상 투자)에는 수년간 약가 인하 유예라는 ‘당근’이 제시될 수 있지만, 이는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복지부의 구체적인 약가제도 개편 내용이 낱낱이 공개되어 산업계가 실제 충격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2012년 일괄 약가인하가 현실화되며 산업 기반이 흔들렸듯, 이번 조치가 또다시 시행되면 K-바이오 산업은 20년 뒤로 후퇴할 수밖에 없다.
이런 국면에서 가장 시급한 조치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비상 대응 TFT 즉각 가동이다. 정부 정책의 파장이 산업 전반에 미칠 구조적 충격은 이미 예고돼 있으며, 업계 핵심 플랫폼이 중심이 되어 신속하게 대응 체계를 공식화해야 한다.
협회의 대응 로드맵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실행돼야 한다.
(1) TFT 출범과 업계 결집: 매출·R&D 규모별 기업 참여, 실시간 정보 공유 체계 구축
(2) 정책 영향 분석: 제도 개편 시나리오별 매출·R&D·글로벌 진출 영향 평가, 수치 기반 보고서 작성
(3) 정부와의 공식 협상 채널: 복지부와 정기 회의 및 긴급 브리핑, 산업계 의견을 정책 반영 가능 수준으로 전달
(4) 대외 소통 전략: 산업계·국회·언론을 통한 공론화, 국민·투자자 대상 정책 충격 설명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과 윤웅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은 이미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나, 분석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은 골든타임이며, TFT를 중심으로 한 즉각적 대응이 필수다.
제약바이오산업은 단순 민간 산업이 아니라 국가 기술안보·미래 성장률·고용·수출·인구위기 대응까지 걸린 종합 시스템 산업이다. 복지부가 이 산업을 의료비 절감의 도구로만 취급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미국과 유럽은 바이오산업을 전략산업으로 규정하고 세제·보조금·규제 혁신을 국가 차원에서 추진 중이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약가 중심의 비용 관리 프레임에 머물고 있다.
약가 인하가 중심이 되면, 제약기업의 R&D 투자 여력은 급감한다. 생산시설 자동화, 글로벌 임상 확대, 인재 확보 등 미래 경쟁력의 기반이 무너지고, 산업 성장률이 꺾이면 장기적으로 복지 재정도 줄어든다. 단기 절감이 장기 손실을 초래하는 구조다.
따라서 복지부는 40% 약가 인하가 가져올 산업적 충격을 객관적·정량적 데이터로 먼저 공개해야 한다. 산업 영향 분석 없이 제도를 밀어붙인다면 이는 정책 실패를 넘어 국가적 손실과 행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단선적 접근인 ‘약가를 낮추면 국민이 이득’이라는 논리도 재고해야 한다. 제약산업이 흔들리면 신약 접근성은 떨어지고, 수입 의존도는 증가하며, 공급망 리스크는 확대된다. 결국 국민 부담은 더 커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약가 인하가 아니라 국가 바이오 전략 로드맵이다. 약가정책, R&D 지원, 생산 인프라, 글로벌 진출 전략을 하나로 묶어 관리해야 한다. 제약산업이 전략산업임을 인정한다면 정책은 산업과 함께 설계돼야 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비상 TFT 가동은 이 로드맵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정부 정책 보완, 영향 분석 제시, 단기적 접근을 중장기 전략으로 전환시키는 ‘산업의 목소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번 약가제도 개편안은 단순 정책이 아니다. 한국 제약산업 20년의 성패를 결정할 분기점이다. 복지부는 미래 성장산업을 희생시키는 위험한 도박을 멈추고, 산업과 국가 방향을 재정렬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달 28일 건정심 상정을 고려하면, 시한은 이미 촉박하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즉시 비상 TFT를 가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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