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미충족 수요가 컸던 전이성 요로상피암 시장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면역항암제,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신약 경쟁 각축장이 되고 있다.
14일 한국머크 PD-L1 면역항암제 바벤시오(아멜루맙)가 1차 유지요법 급여 처방이 가능한 유일한 치료제라는 위상을 공고히 하는 가운데 MSD 항PD-1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와 한국아스텔라스제약 ADC 표적치료제 파드셉(엔포투맙베도틴) 병용요법이 전이성 요로상피암 1차치료에 진입했다.
올해 한국얀센 발베사(얼다피티닙)도 첫 번째 FGFR 유전자변이 표적치료제로 허가됐다.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 1차 치료 이후 2차 치료에 허가되며 비급여 처방이 가능하며, 최근 국내 대학병원 약사위원회(DC)를 통과하며 실제 처방이 가까워진 상황이다.
▷현실적인 최적의 치료 전략, 바벤시오 1차 유지요법
요로상피암 치료는 수술, 항암화학요법, 면역항암제, 표적치료제, 방사선 요법 등이 있다. 종양 종류와 병기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지만 표준치료는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이다. 진행·전이성 요로상피암 1차 치료를 비롯해 수술 전 선행항암요법과 수술 후 보조 항암요법에도 사용한다.
전이성 요로상피암 치료는 면역항암제 등장을 기점으로 나눌 수 있다. 크게 백금기반 항암화학과 면역항암요법으로 나뉘었다. 1차 치료 이후 확실하게 쓸 만한 2차 치료제가 없었던 것을 키트루다가 2차 치료 급여를 인정받으면서 치료 중심추가 옮겨간 것이다.
재발과 전이가 잦은 요로상피암에서 1차 치료 이후 2차 치료에 PD-1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고려하지만 반응률(ORR)이나 무진행생존기간(PFS), 전체생존기간(OS)이 기존 항암화학요법 대비 개선 효과가 크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2차 치료에서 키트루다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10.1개월로,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 7.3개월과 큰 차이가 나질 않는다. 키트루다를 써도 약 13~20% 환자만 반응하고 3개월 이내 질병이 진행하기에 "효과적인 치료로 보기 어렵다"는 의료진도 있다.
더구난 전이성 요로상피암은 진행 속도가 빨라 2차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는 10명 중 2.5명(25%)에 불과하다. 1차 항암화학요법 무진행생존기간 6~8개월, 전체생존기간 12~15개월 수준으로 원격 전이를 동반한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5%에 불과하다.
1차 치료 이후 2차 치료까지 치료 공백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이때 백금기반 항암요법을 이어가는 1차 유지요법으로 바벤시오가 등장했다. 바벤시오는 작년 7월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에서 질병이 진행되지 않은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세포암 성인 환자 1차 단독유지요법 급여를 받으며 경쟁자들을 앞서기 시작했다.
바벤시오를 유지요법으로 사용할 경우 1차 화학요법 종류와 반응, PD-L1 발현 여부, 인구통계학적 특성과 관계없이 30개월 가까운 전체생존기간(OS)을 일관되게 확인한 데이터를 근거로 전이성 요로상피암 치료 중심으로 떠오른 것이다.
4개월 이상 젬시타빈-시스플라틴 또는 젬시타빈-카보플라틴 등 1차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환자가 효과적인 경우 '바벤시오 1차 유지요법'을, 항암화학요법 도중 또는 완료 후 12개월 이내 재발한 경우는 '키트루다 2차 치료'를 하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급여 전략이 만들어졌다.
항암요법 이후 병이 진행하지 않았다면 바벤시오 유지요법으로 생존 기간을 늘리고, 이후에 또 다른 ADC 신약인 파드셉을 사용하는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1차 치료)-면역항암제 바벤시오(1차 유지요법)-ADC 표적치료제 파드셉(2차 치료) 전략이다.
현재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 이후 1차 유지요법에 바벤시오 급여 처방이 현실적으로 생존 기간을 가장 길게 연장할 수 있는 전략으로 여겨진다. 바벤시오는 작년 7월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에서 질병이 진행되지 않은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세포암 성인 환자 1차 단독유지요법 급여를 받으며 경쟁자들을 앞서기 시작했다.
항암화학요법 이외에 별다른 치료 옵션이 없었지만 바벤시오를 유지요법으로 2년 넘게 생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바벤시오 JAVELIN Bladder 100 3상 연구는 38개월 이상 장기 추적 관찰 결과 바벤시오 투여군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29.7개월(25.2~34개월)로 최적의 지지요법(best supportive care, BSC) 진행한 대조군(20.5개월, 19.0~23.5개월) 대비 9개월 이상 연장했다. 1차 화학요법의 치료 옵션과 관계없이 대조군 대비 모두 8개월 이상 개선된 결과를 확인한 것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 7월, 한국이 환자만을 대상으로 유효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2021년 9월부터 2023년 6월까지 국내 5개 병원에서 바벤시오 지원프로그램(EAP)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바벤시오 유지요법 시작 후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 7.9개월로 글로벌 연구인 JAVELIN Bladder 100 보다 높은 데이터를 확인했다. 또한, 20% 환자가 완전관해(CR)를 보였고 해당 상태를 유지한 기간은 중앙값 17.8개월에 이르렀다.
▷키트루다와 파드셉, 새로운 1차 치료로 지각 변동 예고
올해 전이성 요로상피암 1차 치료에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이 가능해지면서 지각 변동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만 급여 인정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키트루다는 지난 2018년 1월 식약처로부터 전이성 요로상피암 1·2차 치료 허가를 득한 뒤 2022년 8월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에 실패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2차 치료에 급여 처방을 받고 있다. 1차(비급여)와 2차(급여)에서 단독 사용이 가능한 면역항암제가 키트루다이다.
전이성 요로상피암 2차 치료로 키트루다를 쓸 경우 전체생존기간은 10.1개월로 항암화학요법(7.3개월)과 엇비슷하다. 하지만 2차 치료에서 전체생존기간을 개선한 유일한 면역항암제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또 선행항암요법과 수술 후 보조 항암요법에도 쓸 수 있어 백금기반 항암화학 요법에 실패한 환자에서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특히 시스플라틴, 카보플라틴 기반 백금요법이 불가한 환자에서 키트루다 1차 치료가 주는 의미가 작지 않다.
여기에 키트루다는 올해 7월 수술 불가한 전이성, 진행성 요로상피암 1차 치료에서 ADC 표적치료제 파드셉과 병용이 가능해졌다. 1차 치료에서 더욱 효과적인 생존 연장을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해당 허가 근거가 된 임상은 KEYNOTE-A39(키트루다)/EV-302(파드셉)로 25개 국가에서 88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약 400명씩 나눠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젬시타빈+시스플라틴 또는 젬시타빈+카보플라틴) 병용 투여군과 키트루다+파드셉 병용군에서 임상적 효과를 확인했다.
그 결과, 추적 관찰기간 중앙값 17.2개월 시점에서 키트루다+파드셉 병용군은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 12.5개월,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 31.5개월로 인상적인 결과를 냈다. 이에 비해 대조군의 무진행 생존기간은 6.3개월, 전체생존기간은 16.6개월에 불과했다.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은 기존 1차 치료에서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 외에 치료적 대안이 없었던 전이성 환자여도 무진행 질병 진행과 사망 위험을 55% 줄이고, 전체 생존기간에서 사망 위험을 53%나 줄이는 결과를 낸 것이다. 국내에서 키트루다+파드셉 1차 병용에 급여가 적용된다면 치료 중심이 옮겨갈 것으로 보고 있다.
키트루다와 병용은 파드셉에게도 영향이 있다. 키트루다와 병용으로 파드셉은 전이성 요로상피암 1차부터 3차 치료까지 모든 단계에서 사용 가능한 치료제가 됐다.
파드셉은 2023년 3월 전이성 요로상피암 표적치료제 중 ADC 기전 처음으로 국내 허가를 받았으며, 가장 먼저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과 PD-1 또는 PD-L1 면역항암제 치료 경험이 있는 국소 진행성, 전이성 요로상피암 2, 3차 치료에 허가됐다. 현재 해당 적응증에서 급여 획득이 진행 중이다.
▷전이성 요로상피암 첫 FGFR 변이 표적치료, 발베사
전이성 요로상피암에서 기대하는 또 다른 신약이 있다. 한국얀센 발베사다. 발베사는 항암화학요법과 면역항암제를 모두 사용한 환자에서 생존율을 개선할 수 있다.
발베사는 2022년 11월 식약처에서 FGFR3·FGFR2 유전자 변이가 있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치료를 적응증으로 받았지만 그간 국내 사용이 어려웠다. 키트루다(2차 단독 치료), 바벤시오(1차 유지요법 단독) 같은 면역항암제가 허가되면서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 이후 치료를 적응증으로 받았던 발베사를 쓰기 위해 면역항암제를 포함한 추가 임상 데이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FDA가 2019년 4월 첫 FGFR 억제제로 발베사를 조건부 허가하며 FGFR3·FGFR2 유전자 변이가 있는 국소 진행성, 전이성 요로상피암에 쓸 수 있게 하면서 올해 1월에야 정식 승인으로 전환한 이유이기도 하다.
정식 승인 전환 근거가 된 임상은 3상 THOR 연구로 PD-1, PD-L1 면역항암제를 포함해 전이성 요로상피암 1, 2차 치료 이후 질병이 진행한 환자에서 전체생존기간 중앙값 12.1개월로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도세탁셀 또는 빈플루닌) 7.8개월 대비 생존 연장 혜택을 입증했다.
추적관찰기간 중앙값은 15.9개월이었다.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도 발베사 투약 시 5.6개월로 항암화학요법군 2.7개월과 차이가 있었다.
이를 토대로 미FDA는 'PD-1, PD-L1 면역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지만 해당 약제로 치료하지 않은 경우에는 발베사 투약을 권장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아 정식 허가했다.
국내에서는 식약처 허가에 해당 내용이 적용돼 있지 않다. ▲최소 한 개 이상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제로 치료 중이거나 그 이후에 질병이 진행된 경우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을 포함한 수술 전 보조요법(Neoadjuvant) 또는 수술 후 보조요법(Adjuvant) 치료 12개월 이내 질병이 진행한 경우 쓸 수 있다.
발베사는 요로상피암 최초로 FGFR 변이를 표적하는 치료제로 매우 빠르고 강력하게 효과를 보인다. FGFR 1, 2, 3, 4만 선택해서 높은 억제력을 보이는 강력한 pan-FGFR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 기전을 가졌기 때문이다.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 99명을 대상으로 한 2상 임상 BLC2001을 통해 이전에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에 실패한 환자에서 투약 중앙값 1.4개월 만에 객관적 반응률(ORR) 40%를 나타냈고,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13.8개월,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5.5개월이었다. 12개월 전체 생존율은 5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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