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장이수는 영화 <범죄도시>에 연달아 출연한 캐릭터다. 범죄도시 1편에서는 마석도(배우 마동석) 형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조폭 역할로 비중이 적다. 하지만 2편에서는 마석도와 함께 강해상(손석구)를 잡는데 혁혁한 공을 세울 정도로 비중이 늘어난다. 3편에서는 마석도의 또 다른 조력자 초롱이(고규필) 여파로 비중이 다소 줄어들었지만 관객들은 이제 '범죄도시' 하면 장이수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장이수가 배우 박지환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평범한 이름 탓도 있지만 박지환은 유명 셀럽들이 나오는 'tVn 유퀴즈온더블럭' 등 TV 예능에 출연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면서 작품만 찍고 있다. TV 출연을 하지 않기 때문에 범죄도시를 보지 않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배우 박지환을 모를 수 있다. 

'최선재의 광고맛집'은 업계의 광고 소식을 전하는 코너인데, 갑자기 영화배우 이야기를 해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지환은 제약사 광고모델로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왔다. 박지환이 선보인 유튜브 광고 영상은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화제성을 잡았고 감기약 시장에서 해당 제품 매출이 급등했다.

제약사 이름은 '대원제약', 제품명은 '콜대원'이다.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슈퍼 스타를 섭외했지만 대원은 조연을 맡아온 박지환을 선택했다. 결과는 대성공, 대원제약 광고팀과 콜대원의 만남은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켰다. '최선재의 광고맛집'이 박지환 배우가 출연한 콜대원 광고의 숨은 의미를 짚어본 이유다. 

tvN 공식 유튜브 캡처
tvN 공식 유튜브 캡처

지난 5일 오후 5시경, 기자는 왕십리역 광고판에서 익숙한 얼굴의 영화배우를 봤다. 바로 영화 '범죄도시'로 유명세를 탔던 박지환이었다. 박지환은 "콧물엔 그린", "기침엔 블루"라는 문구와 함께 감기약 콜대원을 광고하고 있었다. 

물론,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 대부분은 광고를 주목하지 않고 지나친다. 우두커니 광고를 쳐다보고 있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하게 보일 정도다. 수많은 광고들이 게시됐지만 시선을 끌기는 쉽지 않은 이유다.

기자도 그랬다. "대원제약 광고구나, 범죄도시에 나왔지 성공했네"라면서 무심코 지나쳤다. 갈 길이 바빴기 때문에 더 이상 머무르지 않았다.

하지만 집에 돌아온 이후 다른 사진을 보다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 박지환의 표정을 뚫어지게 쳐다보다 그가 tvN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기자의 인생 드라마였다. 박지환은 고등학생인 '현'의 아버지 정인권으로 출연했다. 특히 임신한 여자친구과 결혼을 하겠다는 아들을 말리는 과정에서 절절한 연기로 아버지의 진심을 보여준 장면이 압권이었다. 범죄도시의 박지환보다는 우블의 정인권이 더욱 익숙했던 이유다. 

그날 밤 유튜브 검색창에 "박지환 콜대원"이란 키워드를 입력했다. 박지환이 출연한 대원제약의 또 다른 콜대원 광고 영상이 나왔다. 

영상의 배경 역시 지하철이었다. 영상 속에선 지하철 한쪽 칸에 안경 낀 남자가 재채기를 하려는 순간, 앉아있는 사람들 전부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남자를 쳐다본다. '에취'하는 소리와 함께 앉은 사람들의 선그라스, 이어폰,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장면이 이어진다. 

하지만 오직 빨간 양복을 입은 남자는 날아가지 않는다. 그가 들고 있는 책 제목은 "아프니까 감기". 책을 치우자 콜대원 시럽을 입에 베어문 박지환이 등장한다. 박지환이 제주도 사투리로 "짜봔?"이라고 말하면서 광고는 끝이 난다. 

코믹한 광고지만 '짜봔'은 제주도 사투리다. 드라마 우블의 배경도 제주도다.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통해 느낀 감동을 연상할 수 있는 키워드가 삽입된 것이다. 광고가 노출된 시점은 2022년 10월 8일, 드라마가 막을 내린 직후였다.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대원제약이 연상 광고를 전략적으로 기획한 것"이라며 "지하철 유튜브 영상 광고를 먼저 노출하고 현실 속 지하철 역에서도 같은 배우를 차용하는 전략인데 아무나 하지 못하는 광고다. 박지환의 잠재성을 먼저 알아보고 이를 온오프로 연결한 대원제약의 수완이 돋보인다. 그저 부러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대원제약 관계자도 "해마다 새롭게 떠오르는 라이징 스타를 모델로 선정하는 편"이라며 "현재 콜대원 모델인 박지환 님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크며, 앞으로도 박지환과 콜대원이 함께 성장해 나가길 희망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대원제약은 또 다른 유튜브 광고 영상에서 같은 방식의 연상 기법을 썼는데 그 배경 역시 우리들의 블루스였다. 

광고에서는 콜대원 제품 이미지가 새겨진 트럭이 한적한 바닷가 마을을 지나간다. 그때 "몸살, 몸살, 두통, 두통, 감기, 감기"라며 나지막이 읍조리는 성우의 목소리가 등장한다. 이어 "에취"라는 소리와 함께 트럭이 흔들린다.

다시 "기침, 기침, 가래, 가래, 아픈 목, 아픈 목, 기침, 코막힘"이란 목소리가 들린다.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배우 이병헌이 트럭을 끌면서 섬 곳곳에서 물건을 팔기 위해 방송을 하는 장면이 수차례 등장하는데, 광고는 그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 이후 대원제약은 전국의 택배트럭 700대에 콜대원 광고를 공격적으로 집행했다. 신스틸러 배우를 선택하고 유튜브와 대중교통을 번갈아 배치해 연상 작용을 불러일으키는 광고 전략, 그것이 콜대원이 승승장구하는 힘이고 대원제약 특유의 서사이자 블루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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