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재의 광고맛집'이 오늘을 기점으로, 80일째를 맞았다. 그동안 총 9개의 기사가 보도됐고 다양한 일반의약품(OTC) 광고를 소개해왔다. 특히 GC녹십자, 동아제약, 메디톡스, 한독, 대원제약, 대웅제약 등의 작품들이 연재됐다. 파스, 소화제, 피로회복제, 숙취해소제, 감기약 등 다양한 OTC 제품이 기사 속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지난날 돌이켜보면 감회가 새롭다. 코너를 기획할 때만 해도 9회까지 진행할 줄 예상하지 못했다. '최선재의 광고맛집'이 그야말로 우연히 탄생한 코너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오로지 기자의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시작됐다. 기자는 병원을 다녀온 뒤 약국을 들를 때마다 수많은 OTC 제품 광고 포스터를 목격했다. 

그런데 어느 날은 특이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너무 좋아하는 손흥민이 파스 매대에 늘 있어 반가웠는데, 갑자기 격투기 선수 김동현의 얼굴이 보였다. 

그때 "김동현이 왜 파스 광고를 했을까"라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호기심을 풀기 위해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취재에 돌입했고 격투기 선수가 제약 업계 광고 시장에서 얼마나 매력적인 광고 모델인지를 알 수 있었다. 기자만 알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에 얻어낸 답을 그대로 기사로 옮겼다. 

'최선재의 광고맛집'의 시작이다. 메디톡스 옥외 광고판도 다르지 않았다. 

기자의 거주지는 서울 강북이다. 강북에서 강남으로 향하려면 양화대교를 건너야 강남에 도착할 수 있다. 양화대교에서 지체 서행을 반복하다가 별안간 메디톡스 건물 옥상에 놓인 영상 광고판이 보였다. 그 순간 운전대를 놓고 창문을 활짝 열어 사진을 찍었다. 

이상했기 때문이다. "보통은 회사 이름만 써놓는데 메디톡스는 왜 값비싼 영상 광고판을 달았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이번에도 역시 익숙함에서 벗어난 장면에 눈길이 꽂힌 것이다. 

결국 취재를 거듭할수록 메디톡스의 영상광고판이 옥상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지키면서 치열하게 노력한 결과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때만해도 두 개의 기사였을 뿐이다. 하지만 우연히 제약 업계의 마케팅 담당자들 사이에서 호평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관계자들이 "광고의 숨은 맥락을 짚어줬다"며 "코너를 더욱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는 전언도 들었다. 

점차 자신감을 얻었고 그때부터 기자는 '뻔해 보이는' 평범한 풍경 속에서 '뻔하지 않은' 일반약 광고를 샅샅이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골목길을 걸어가다가 OTC 광고만 보이면 핸드폰 카메라로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카페에서 업무를 보다가 유리창 밖으로 지나가는 버스와 트럭에 제약사 광고가 보여도 마찬가지였다. 광고가 보이지 않을 때면 "버스 종점을 차례로 돌아볼까"하는 무모한 생각까지 했었다. 지하철을 환승할 때도 갑자기 걸음을 멈춘 적도 많았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 2층에서 일하다가 유리 창밖으로 대원제약 '콜대원' 광고가 실린 트럭이 보이면 사진을 찍어 저장해뒀다. 강남에서도 봤고 강북에서도 봤고 심지어 지방에서도 콜대원 트럭이 보일때마다 사진을 찍었다. 결국 "콜대원이 어디서든 보이는 이유는 뭘까"라는 호기심으로 취재에 돌입했고 대원제약이 수도권으로 향하는 택배 트럭에 광고 마케팅을 집중적으로 벌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유튜브 세상은 또 다른 취재 현장이었다. 평소 유튜브를 많이 보는 편이지만 어느 날 우연히 신동엽과 이소라가 만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재빨리 유튜브 영상을 찾았는데 그 속에서 별안간 한독의 '레디큐'라는 숙취해소제 PPL이 나왔다. 

"다른 회사도 아니고 어떻게 한독이 이소라와 신동엽을 섭외했을까"라는 궁금증이 일었다. 한독이 지난해부터 유튜브를 중심으로 숙취해소제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벌였고 그런 노력들이 쌓여 결국 신동엽과 이소라라는 대어를 잡았다는 추가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이처럼 특별한 노력보다는 일상 안에서 끊임없이 소재를 찾고 호기심을 바탕으로 답을 얻어냈다. 차례로 모인 답안지를 기사로 정리해서 보도를 이어갔다. 

놀라운 사실은 연재가 이어질 때마다 업계 관계자들의 전화를 받았다는 점이다. 보도 당일 아침에는 늘상 제약사 관계자들이 "광고를 기획하고 제작한 팀들이 광고맛집 기사를 보고 너무 좋아하더라"고 대신 인사를 전해왔다. 무엇보다도 OTC 광고를 기획한 이들의 노고를 인정하고 널리 알린 점에 감사를 표했다. 

그때마다 왠지 모를 뿌듯한 마음이 생겼다. 단순히 호기심 충족을 넘어서서 업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무엇보다도 반응이 이어질 때마다 '최선재의 광고맛집'을 끝없이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주마가편일까. 기자는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창밖 도로를 쳐다보면서 OTC 광고를 찾고 있다. 이렇게 소재를 찾는 것이 즐겁기 때문에 '최선재의 광고맛집'을 쓰는 일도 그동안 힘겹게 느껴지지 않았다. 

때문에 '최선재의 광고맛집'은 새해에도 열심히 달릴 것이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과 독자들에게 당부를 전하고 싶다. 버스, 지하철, 택시 등 대중교통은 물론 TV, 유튜브 등 온라인 광고까지, 이색적이고 기발한 OTC 광고가 있다면 사진을 찍어 저에게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대단한 광고가 아니라 일상과 현장 속에 자연스레 파고든 제약사 OTC 광고를 제보해달라는 얘기다. 기자의 이메일인 'remember2413@pharmnews.com'로 보내준다면 '최선재의 광고맛집'의 메뉴들이 더욱 다양해지고 맛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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