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국내 담도암 환자가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은 약 1년에 불과하다. 임상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많지 않아서다.
이에 반해 한국 담도암 치료 수준은 세계 톱클래스다. 치료 환경은 그 어느 나라보다 앞서고 있다는 게 일선 현장 임상의들의 이야기다. 변화 계기를 만든 것은 TOPAZ-1 임상이다. TOPAZ-1 임상은 기존 표준치료인 젬시타빈+시스플라틴에 면역항암제 임핀지를 병용한 연구다.
최근 TOPAZ-1 3년 전체 생존율(OS) 추적 데이터가 공개됐고 뒤이어 한국인 하위 분석 데이터까지 발표됐다. 한국인 하위 분석에서 임핀지 병용요법(이하 임핀지+젬시스 병용)으로 치료한 한국인 환자에서 중앙 생존기간(mOS) 16.6개월로 전체 환자군(12.9개월) 대비 매우 고무적인 생존 혜택을 확인했다. 면역항암제 1차 처방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근거다.
이충근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한국 의료진 수준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연구를 주도하게 됐고 담도암 치료를 이끄는 선도적인 국가가 됐다"며 "위약 병용요법(위약+젬시스)으로 치료한 환자에서 전체 환자군과 한국인 환자군 중앙 생존기간(mOS) 모두 11.3개월로 차이가 없었지만 면역항암제(임핀지)를 추가했을 때 한국인 생존 기간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리얼월드데이터(RWD)는 임상 등록 환자보다 생존율 등 반응이 낮은 경우가 대부분인데 임핀지 병용요법은 오히려 실제 임상 현장에서 생존율이나 반응률이 더 우수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담도암 유병률이 높은 한국에서는 더욱이 1차 치료부터 면역항암제를 추가해야 한다는 것을 강력하게 지지해 주는 결과다"고 설명했다.
국내 담도암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급여화다. 퍼즐을 완성하기 위한 마지막 조각이다. 이 교수는 "급여 지원을 통해 치료 접근성을 완화한다면 담도암 환자 예후 개선과 국내 치료 성적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팜뉴스는 지난 3일 2024 KSMO 간암 심포지엄 & 제7회 아시아-태평양 담도암 컨퍼런스(Asia-Pacific Cholangiocarcinoma Conference) 현장에서 이충근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로부터 국내 담도암 1차치료에서 실제 면역항암제 사용 결과와 처방 제한점 등 현실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이충근 교수와 일문일답.
▷오늘 발표를 진행하는 2024 KSMO 간암 심포지엄 & 제7회 아시아-태평양 담도암 콘퍼런스(Asia-Pacific Cholangiocarcinoma Conference)가 의미있는 행사라고 들었다.
"담도암 발병률이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에서 높다 보니 담도암 재단(Cholangiocarcinoma Foundation, CCF)에서 아시아-태평양 담도암 콘퍼런스를 진행하게 됐다. CCF는 2006년 미국에서 담도암 환자 가족이 설립한 환우회 일종으로 시작해 현재는 전문가들과 함께 협업하고 있다. 담도암 치료법을 찾고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세계적인 연구 학회로 자리잡으며 최근 담도암 영역에서 이뤄진 발전에 기여한 바가 높은 학회라고 할 수 있다.
올해는 11월 2일부터 3일까지 양일간 KSMO 간암 심포지엄과 함께 아시아-태평양 콘퍼런스를 함께 개최해 담도암 분야에서 세계적인 저명 석학이 한자리에 모였다."
▷오늘 세션을 통해 담도암에서 면역항암제 가치를 발표할 예정인데,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무엇인가.
"오늘 발표에서는 면역항암제 중에서도 특히 아시아 환자가 다수 포함된 TOPAZ-1 임상 연구 내용을 중심으로 다룬다. TOPAZ-1은 기존 표준치료였던 세포독성항암제 젬시타빈+시스플라틴(이하 젬시스)에 면역항암제 임핀지를 추가해 평가한 3상 연구다.
최근 3년 전체 생존율(OS) 추적 데이터를 발표한 데 이어 한국인 하위 분석 데이터까지 발표했는데, 그간 담도암 영역에서는 이처럼 장기간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다른 약제가 없었다는 점에서 TOPAZ-1 연구 가치가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국의 담도암 발생률은 전 세계에서 2위를 차지하며, 담도암 환자 생존 기간은 약 1년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았다. 이번 한국인 하위 분석에 따르면 임핀지 병용요법(임핀지+젬시스)으로 치료한 한국인 환자 중앙 생존기간(mOS)이 16.6개월로 나타났다. 전체 환자군(12.9개월) 대비 매우 고무적인 생존 혜택을 확인했다.
위약 병용요법(위약+젬시스)으로 치료한 환자에서는 전체 환자군과 한국인 환자군 중앙 생존기간(mOS) 모두 11.3개월로 차이가 없었다. 표준치료에서는 차이가 없으나 면역항암제 임핀지를 추가했을 때 한국인 생존 기간 차이가 크게 벌어진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담도암 유병률이 높은 한국에서는 1차 치료부터 더욱 면역항암제를 추가해야 한다는 것을 강력하게 지지해 준다."
▷임핀지는 아직 비급여인데 실제 진료 현장에서 처방한 경험은 어떤가.
"지난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처방을 시작해서 연세암병원에서만 100명 이상 환자가 임핀지 병용요법 치료를 받았다. 작년 처방한 환자들을 보면 평균 1년 정도까지도 대부분 환자에서 내성이 생기지 않는 것을 확인했고, 많은 환자가 장기간 생존해 있다. 이는 TOPAZ-1 연구의 한국인 하위 분석 데이터보다도 더 긴 생존 기간을 보이는 결과다.
사실 리얼월드데이터(RWD)에서는 임상 연구에 등록한 환자보다 생존율이나 내성 기간, 반응률이 더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핀지 병용요법은 오히려 실제 임상 현장에서 생존율이나 반응률이 더 우수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아시아와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임핀지 병용요법 치료 환자 600여 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RWD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즉, 실제로는 TOPAZ-1 연구 결과보다 더욱 높은 장기 생존 혜택을 받는 환자가 많다는 것이다."
▷한국인 환자에서 임핀지 병용요법이 더 좋은 혜택을 나타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TOPAZ-1 한국인 하위 분석을 보면 국내 담도암 환자들이 전체 환자군에 비해 1차 치료 이후 적극적으로 후속 치료를 더 많이 받았으며, 부작용으로 인해 치료를 중단하는 비율이 낮은 것을 확인했다. 통계적으로 쉽게 잡히기는 어려우나, 외국의 치료 환경에 비해 국내 의료진들의 담도암 치료 경험이 많기 때문에 보다 즉각적으로 부작용을 잘 관리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국내 의료 체계는 신속하고 안정적인 치료가 가능하고, 다른 진료과 협진을 원활하게 할 수 있어 훌륭하다. 환자에게 내성이 발생하더라도 후속 치료를 하려는 의료진의 적극적인 노력 등이 치료 결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
▷임핀지 병용요법이 나타낸 장기 생존 혜택이 현재 담도암 치료에서 어떠한 임상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자세히 설명해달라.
"과거 담도암 1차 치료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나면 예후가 좋게 나타나지만, 1차 치료에 실패하는 경우에는 급격히 상태가 안 좋아져 대부분 환자가 6개월 안에 사망했다. 하지만 면역항암제 병용을 통해 내성이 생긴 환자에서도 치료 효과를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게 됐다.
국내 환자들은 치료 중단에 대한 두려움이 높아 내성이 생기기 전까지는 기존 세포독성항암제 중 한 가지라도 계속 쓰고는 했다. 이럴 경우 암은 조절할 수 있겠지만 부작용으로 인한 삶의 질 저하 또한 동반된다. 하지만 임핀지 병용요법은 세포독성항암제를 약 6개월에 해당하는 8주기만 사용하고, 그 이후부터는 임핀지만 단독으로 4주에 1회씩 투여하기 때문에 치료 편의성이 높다.
종양내과 의료진들은 근거를 기반으로 치료한다. 그간 세포독성항암제 치료를 중단하고 면역항암제만 사용하는 것에 우려가 어느정도 존재했으나 TOPAZ-1 임상을 통해 그러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었다.
실제로 연세암병원 데이터를 보면 현재 치료 유지 측면에서 절반의 환자가 세포독성항암제 치료를 유지했고, 남은 절반이 면역항암제 단독 치료만 유지했는데 생존 기간은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무조건 세포독성항암제 치료를 유지하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고, 특정 주기 이후에는 면역항암제 단독 투여가 환자의 삶의 질 측면에서 이득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고 본다."
▷면역항암제 사용이 치료 효과는 물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지만 사용 시 고려해야 할 부분은 없나.
"보통 다른 암종은 면역조직화학염색을 통해 1차 치료에서 면역항암제 반응이 있을지 예측하고 사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예컨대 폐암이나 위암은 PD-L1 단백질이 얼마나 발현되는 따라 면역항암제와 세포독성항암제를 어떻게 조합해 사용할지 등 선택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있다. 하지만 담도암은 면역항암제 치료를 받아 도움이 되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를 구분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가 아직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모든 담도암 환자에서 1차 치료에 면역항암제 사용을 고려해볼 수 있다. 현재 AI 기반 분석 등, 면역항암제 치료 반응이 좋은 환자와 고가의 약제를 써도 생존율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환자를 구분하기 위한 바이오마커 발굴 연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진료 현장에서 면역항암제 처방에 어려운 부분은 없나.
"현재 가장 큰 허들이 비용이다. 과거에 비해 약가가 낮아졌고 환자 지원 프로그램도 있지만 여전히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상당하다. 표준치료로 권고되고 있고 효과가 확실하게 입증된 만큼 모든 환자들이 무조건 치료를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치료 주기가 거듭될수록 비용 문제가 현실로 다가오면 치료 중도 포기를 고려하게 되는 환자들 또한 종종 접하게 되는 점이 안타깝다."
▷한국인 환자에서 더 좋은 효과를 확인하는 등 임상적 근거가 확실하게 제시됐다. 그런데도 급여 적용이 지연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건강보험 재정 문제일 것이다. 한국의 담도암 발생률이 전 세계 2위이기는 하지만 국내 주요 암 중에서는 발생률이 8~9위 정도에 해당한다. 급여화를 호소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자와 환자 가족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환자 수가 많은 다른 암종에 비해 지원 혜택이 지연되는 것 같다."
▷최근 담도암 인식이 변화하고있다. 임핀지에 조속한 급여화를 해야 한다는 환자 보호자의 국민 동의 청원이 게재됐고 의료진도 급여를 위해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환자와 정부 및 의료진이 함께 참여하여 담도암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캠페인 행사를 마련하면 좋을 것 깉다. 다만 아쉽게도 현재 여건상 실질적으로 진행하는 데에 어려움이 존재한다.
최근 몇 년간 담도암 연구 결과가 나오고 면역항암제와 다양한 표적치료 신약들이 도입되면서 치료 환경이 변했다. 과거 1차 치료를 하고 나면 2차 치료에서는 더 이상 쓸 수 있는 약조차 없었지만 이제 담도암 치료 옵션이 늘어나면서 환자의 장기 생존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치료 옵션이 생기고 있어도 국내에 아직 도입되지 않은 치료제도 있고, 담도암에 급여가 적용되는 치료제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다른 암종은 보통 2차, 3차 치료까지 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1차 치료에 10여년 전부터 사용하던 세포독성항암제 젬시스를 제외하고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약제가 없다. 담도암 치료에 쓸 수 있는 무기는 많아졌으나 사용할 수 없는 점이 아쉽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하루 빨리 급여화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이번 콘퍼런스가 담도암 치료 환경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한국은 이미 어느 정도 담도암 분야에서 선도적인 국가가 됐다. 과거에는 대부분 연구가 서양 제약사를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국내 의료진 수준이 점점 높아지면서 다양한 연구를 주도하게 됐고 이러한 행사도 국내에서 개최하며 세계적 석학들과 논의하는 장을 마련했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국내 연구자 입지가 세계적으로 더욱 확대되고, 신약 혜택 기회가 지연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TOPAZ-1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담도암 치료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나.
"1년의 생존 조차 기대하기 힘들었던 영역에서 환자들이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런 점에서 이미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고 본다. 또한 TOPAZ-1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다른 치료제 연구 개발 또한 활발하다. 급여 지원을 통해 치료 접근성을 완화한다면 담도암 환자 예후 개선과 국내 치료 성적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급여 조건 외에 담도암 치료 분야에서 추가적으로 연구하거나 개선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담도암에 대한 다양한 임상 또는 중개 연구는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좋은 결과를 내면서 국내 연구진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국내 치료 현실은 이를 못 따라오는 것 같다. 현재 외국에서는 IDH1 변이, FGFR2 융합 등 담도암 환자에서 발견하는 다양한 변이에 대한 표적치료제들이 허가돼 치료에 적극적으로 쓰고 있다.
하지만 국내 담도암 환자들은 이러한 변이를 발견하기 위한 NGS(차세대 염기서열 유전자패널 검사) 검사 비용에 본인 부담률이 높아 적극적으로 시행하기 어렵다. NGS를 통해 표적을 발견하더라도 해외에서 허가된 많은 표적치료제 중 극히 일부만 국내 도입돼 있고, 구할 수 있는 일부 소수 표적치료제조차도 비용이 매우 고가여서 환자가 선뜻 표적치료제 비용을 내고 사용하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매우 크다.
1차 면역항암제 급여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하나, 최근 변화 또는 발전하고 있는 정밀 의료 흐름에 발맞춰 NGS 선별급여 본인 부담률을 낮추고 표적치료제 급여화 또한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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