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간내 담도암 4기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어머니를 위해 면역항암제 건강보험 급여화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어머니는 또 다른 담도암 말기 환자처럼 기대여명 8개월을 진단받았지만 건강한 모습으로 더 오랜 기간 삶을 이어가고 있다. 임핀지(더발루맙)라는 면역항암제를 사용한 덕분이다.
그러나 임핀지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1000만원이 넘는 약값과 치료비를 내야 한다. 직장을 관두고 어머니 간병에 매달리고 있지만 경제적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
30일 '엄마를 살린 담도암 면역항암제 임핀지의 신속한 보험 급여 적용 요청에 관한 국민동의 청원'이 진행 중이다. 청원은 오는 13일까지 진행하며 현재 5000여명(10%)이 동의했다.
55세의 어머니는 지난 1월,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응급실에 실려갔다. 간내 담도암 4기와 뼈 전이를 진단받았다. 종양은 9cm 크기로 오랜 기간 살 가능성이 크지 않았다. 많은 방법을 알아봤지만 병원으로부터 "기대 여명이 8개월이니 마음의 준비해달라"는 얘기를 들었다.
절망 속에서 알게 된 것이 임핀지였다. 임핀지를 사용하면 2년 이상 생존이 가능했다. 하지만 매월 1000만원 이상에 달하는 약값과 치료비를 부담해야 했다. 어머니는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려 했다. 청원인은 평생을 후회 속에 살 수 없었다. 실비 보험 기반으로 치료를 시작했고 8개월이 지났다. 어머니는 기대 여명을 넘겨 건강한 모습으로 곁에 있다.
청원인은 "치료 중 고열로 입원하기는 했지만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고 식사도 잘하며 얼굴에 생기를 되찾았다. 6개월 동안 항암 치료를 받은 이후 종양은 5cm로 절반 가량 줄었고 비활동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전했다.
청원인은 "대부분 4기에 발견하는 담도암은 여명이 8개월로 짧지만 생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제 임핀지가 있다. 임핀지는 국내 연구에서 기존 항암요법에 비해 생존기간을 유의미하게 연장했으며 그 효과를 어머니가 직접 증명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아직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많은 환자들이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고 있다"며 "임핀지 급여화로 더 많은 담도암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고, 환자와 가족들에게 희망을 주길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실비 보험 한도가 소진돼 더 이상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청원인 가족이다. 암은 면역항암제로 멈출 수 있었지만 가족의 경제 상황은 더욱 나빠져 가고 있다. 유방암 진단까지 받은 어머니 간병을 위해 직장까지 그만뒀다. 경제적 부담은 더욱 커져가지만 매월 1000만원에 달하는 병원비는 계속 청구되고 있다.
청원인은 "지난 5월 어머니가 다음 생일을 맞을 수 있을까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가족은 너무 두렵고 슬펐다"며 "어머니가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오랫동안 건강하고 행복한 생일을 맞을 수 있게 임핀지 급여 등재가 절실하다"고 했다.
임핀지는 지난 2022년 말 국내에서 담도암 적응증 허가를 받았다. 지난해 중증(암) 질환심의위원회에 급여 기준 설정 안건이 올라갔지만 기존 치료제인 젬시타빈+시스플라틴(Gemsis) 요법만 급여가 인정됐다. 급여 기준 설정에 실패한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올해 6월 임핀지가 가진 담도암, 간암 적응증에 급여 심의를 신청했다. 올해 안에 암질심 상정을 예상하지만 결과는 알 수 없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임핀지는 현재 미국, 영국, 일본, 독일, 호주 등에서 담도암의 심각성과 임핀지의 혁신성을 인정받아 허가와 동시에 혹은 허가 10개월 이내에 급여가 인정되고 있다"며 "최근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발표된 범아시아 담도암 환자 가이드라인은 진행성 담도암 1차 치료에서 높은 수준으로 임핀지를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보다 담도암 사망률이 낮은 서양에서 먼저 진행성 1차 치료에 임핀지를 권고한 것이다. 한국 담도암 환자들의 사망률은 10만 명당 11.64명으로 세계 1위다. 5년 생존율은 2010년 26.9%에서 2021년 28.9%로 2%p만 올랐다. 이에 비해 위암이나 식도암 등 다른 소화기암은 10%p 생존율을 개선했다.
초기에 암을 의심할 증상이 없어 10명 중 7명이 수술 불가능하거나 전이된 상태에서 진단되기 때문이다. 기존에 사용해오던 젬시스 병용은 12년 전부터 사용해오던 오래된 요법이다. 그나마 최선의 치료법으로 여겨졌다.
임핀지는 진행성 담도암에서 허가된 첫 번째 면역항암제로 젬시스 이외에 선택지가 없던 담도암에 대안을 줬다. TOPAZ-1(3상) 연구에서 젬시스 대비 2년 시점에 전체생존율(OS)을 2배 이상 개선했다.
특히 지난 27일 대한종양내과학회(KSMO) 국제학술대회에서 오도연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발표한 TOPAZ-1 연구의 한국인 하위 분석 결과에서도 치료 3년 시점에 임핀지+젬시스 병용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12.9개월로 젬시스 대비 2배 이상의 생존 기간을 확인했다. 이 시점에서 전체생존율(OS)도 임핀지 병용은 21%로 젬시스(8.8%) 보다 2배 이상 개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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