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혈액암 치료제만 심사하는 심의위원회를 신설하자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질지 모를 상황이다.
8일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 앞서 이식편대숙주병을 포함해 혈액암 치료 환경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이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서 제출받은 국내 혈액암 치료제 급여 환경 조사 결과, 2022년~2024년 심평원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에 상정된 혈액암 치료제는 총 13개였다. 이중 최초 심의에서 급여기준을 설정한 사례는 단 2건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1개는 최초 심의에서 탈락했다. 최근 3년간 암질심에서 검토한 혈액암 치료제의 급여 초회 탈락률 85%로 비급여 치료제가 더 많은 결과다.
이 의원은 "아울러 최초 심의에서 급여기준을 미설정한 품목 11개 중 6개는 현재까지도 건강보험 비급여 상태인 것을 확인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암병원을 3군데나 보유한 'K의료' 명성에 비해 정부의 혈액암 치료 인식이나 환자 지원 환경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약가 참조국 다수가 급여 지원 중인 약제를 국내에서만 장기간 비급여 방치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참조국에서 무엇을 참조하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따졌다. 이어 "혈액암 환자들이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은 후 겪는 '이식편대숙주병' 같은 희귀 합병증 치료 접근성도 개선해야 한다"며 정책 사각지대를 지적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자료(한국과 주요 외국 약가 참조국 혈액암 치료제 지원 현황)를 보면▲림프종: 컬럼비주(로슈, 글로피타맙), 민쥬비주(한독, 타파시타맙), 폴라이비주(로슈, 폴라투주맙베도틴), 엑스포비오정(안텐진, 셀리넥서), 브루킨사캡슐(베이진, 자누브루티닙) ▲백혈병: 마일로탁(화이자, 겜투주맙오조가마이신), 보슬리프정(화이자, 보수티닙모노하이드레이트), 빅시오스리포좀주(한독, 시타라빈+다우노루비신), 셈블릭스정(노바티스, 애시미닙염산염) ▲적혈구증가증: 베스레미주(파마에센시아, 로페그인터페론알파-2b) ▲골수섬유증: 인레빅캡슐(BMS, 페드라티닙염산염수화물) 등이 언급됐다.
로슈 컬럼비는 미국과 영국에서 지원 중이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급여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로슈 폴라이지주와 화이자 마일로탁, 한독 빅시오스리포좀주 또한 미국과 영국, 일본에서 급여 지원을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과 영국, 일본은 대부분의 혈액암 치료제를 국가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자료에 언급된 모든 치료제를 지원하며, 영국과 일본도 일부 1~2개를 제외하고는 국가에서 재정적으로 돕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1개 중 6개 의약품이 비급여이며, 나머지 5개만 급여 지원을 받고 있다.
이 자료는 약가 참조국은 혁신적 치료제 접근성을 빠르게 허용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건보 재정 부담 등으로 신약 사용이 제한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지원 정책은 결국 환자의 암치료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의원은 건보 재정 부담이나 허가 규제 등 문제로 발생할 수 있는 '차이'로 인해 환자들이 차별을 겪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실상 혈액암 치료제의 급여 등재는 암질심 문제와 이어진다. 작년 1월, 혈액암 전문가들은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암질심 암에 혈액질환 소위를 개설하거나, 혈액암·혈액질환만 따로 심사하는 혈액질환심의위원회를 분리해달라"고 요청했다. 혈액암 특성을 반영한 별도 위원회를 구성해달라는 제안이었다.
이러한 제안이 나온 배경은 암질심 형평성과 객관성에 대한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다. 암질심에는 고형암 전문의(6~8명)와 혈액암 전문의(2명) 등이 참여한다. 그런데 심사 대상은 고형암과 혈액암을 구분하지 않는다. 혈액암 전문의에서는 '구조적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고형암 의사가 많다보니 의사결정을 할 때 더 많은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혈액암 급여 결정에 부적절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시선이다. 혈액암 전문 의료진과 제약 관계자들 사이에서 "혈액암 치료제들이 임상에서 좋은 효과를 보였음에도 급여 기준이 치료 혜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당시 두 학회는 "고형암 전문의는 혈액암 환자를 거의 보지 않는 '혈액암 비전문가'다"며 "혈액암은 고형암에 비해 매우 작은 빈도로 발생하는 질환이면서도 다양한 종류를 가지고 있기에 혈액암 전문의가 아니고서는 심도 있는 질환 지식을 얻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공의 과정에서만 혈액암 환자를 본 고형암 전문의가 혈액암 약제를 심사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했다.
관련 학회에서는 현재까지도 혈액암을 전문으로 보는 별도 위원회 신설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올해 국감에서 언급된 혈액암 치료 환경 개선 요구가 다시 암질심 내 별도 위원회 신설 논의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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