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김기현 삼성중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대한혈액학회 다발골수종연구회 위원장이다. 골수종 치료 분야에서 김기현 교수를 모르는 이는 드물지만, 매년 떠나보낸 적잖은 환자들을 가슴에 묻고 산다는 것을 옆에 다가섰을 때야 알 수 있었다.

 그가 지난 3월 30일 다발골수종의 날을 맞아 '다발골수종 치료의 패러다임 변화를 기대하며'라는 칼럼을 냈다. "최근 초기 재발 환자을 대상으로 새로운 신약들이 단독 또는 다른 약제와 병합요법으로 다양한 임상이 진행되며, 새로 진단된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도 시작하고 있어 치료의 획기적인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내용이었다. 

김기현 삼성서울병원 교수.
김기현 삼성서울병원 교수.

이 문장에 이끌려 인터뷰를 요청했다. 김 교수는 '금요일, 오후 5시'. 인터뷰 가능 날짜와 시간을 보내왔다.

김 교수와 인터뷰는 담백했다. 답변을 포장하려고 하지 않았다. 꾸밈없이 말했다. 담담하게 이어가는 말속에 불필요한 설명은 없었다. 꼭 필요한 이야기만 했다. 수 십 년간 다발골수종 환자를 치료하며 세상을 떠나보낸 이가 적잖은 교수의 이야기였다. 대답이 어려운 부분에서는 고민하고 신중히 답했다. 그러면서도 편한 마음으로 답했다. 

김 교수와 인터뷰는 지난 4월 22일 삼성서울병원 교수 연구실에서 이뤄졌다. 최근 국내 혈액암 신약 건강보험 등재와 관련해 시끌시끌한 상황이다. 김 교수는 치료 환경과 관련해 답답한 마음을 풀어냈다.

▶대한혈액학회 다발골수종연구회 위원장이시잖아요.

"종양이 폐암, 위암, 대장암식으로 나누어 있듯 혈액도 병이 한 가지가 아니고 여러 가지가 있어요. (혈액암에서)각 질병을 주로 보는 의사들이 모여서 연구회를 만들었고 그게 2006년도인가 그래요." 

▶왜 만들었나요.

"정관에 있는 목적은 전향적·후향적 임상 연구를 활발히 하는 것 하고 환자를 지원하는 건데, 그런 내용으로 환자 치료와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었고 여기에 맞는 여러 활동을 하고 있죠."

▶올해 다발골수종 날을 맞아 칼럼을 쓰셨는데, 작년에는 안 쓰셨나요?

"작년에도 썼어요."

▶작년에도 쓰셨군요.

"해마다 쓰는 거예요. 다발골수종의 날 자체가 만들어진 건 아주 오래되지 않았고, 국제골수종 재단이 만들어서 전 세계적으로 하는 건데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한 건 몇 년 안 됐어요." 

▶혈액암협회 차원에서 하는 건가요?

"그쪽은 환자단체니 혈액암협회하고 다발골수종연구회가 서로 협조해서 하는 거죠. 여러 행사도 같이 하고 이번에도 티셔츠 만들어서 같이 입었고."

▶매년 칼럼을 쓰는 이유는요.

"현재 보험 문제도 있고 여러 가지 이슈를 알려서 환자들한테 용기를 북돋워 주려는 목적이죠." 

▶작년하고 올해 주고자 한 메시지는 다를 것 같은데요.

"지난 20년간 신약 개발이 가장 많이 된 암종이 다발골수종인데, 신약 개발을 열심히 하고 있으니 환자들은 희망을 가지라는 것, 그리고 보험이 안 되어서 환자들한테 혜택이 안 가서 너무 힘드니 보험 좀 빨리빨리 해달라는 그 두 가지인 거예요."

▶칼럼에서 치료 패러다임이 획기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하셨는데.

"그렇죠. 면역치료제들이 기존에 쓰던 약들보다 월등히 반응이 좋으니 크게 변할 가능성이 많죠."

▶요즘 신약이 많이 나왔는데 어떤 게 있나요.

"최근 미국에서 허가받은 CAR-T 치료제나 면역 이중항체 이런 것들, 면역치료제가 아주 각광받고 있어요."

▶국내 보험이 안 돼서 의료진이나 환자들이 답답한가요.

"지금 제일 이슈가 되는 CAR-T나 면역치료제는 미국에서도 허가받은 지 얼마 안 됐죠. 한국에서는 지난달 허가됐고. 이중항체는 아직 이슈는 안 되고 있어요, 제일 문제가 되는 건 다잘렉스죠."

▶왜 그런가요.

"그게 지금 4차 치료제로 보험이 되고 있어요.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상당수 2차 3차까지 다 보험이 되고 이제 1차 치료제로도 보험이 되는데, 우리나라는 4차에서 단독으로 쓰는 것 외에는 진전이 없어요. 허가된 지 거의 6~7년이 지났는데도요. 그게 제일 중요한 이슈고, 또 하나는 다잘렉스와 같은 계열인 이사툭시맙(살클리사)이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죠. 

다른 약제의 경우 최근 보험 콤비네이션(병합요법)인데, 오랜 숙제인 레날리도마이드 유지요법이 거의 4년 이상 걸려 올해 1월부터 보험이 되면서 하나 풀렸어요. 기존에 쓰던 약들도 예를 들면 포말리스트 같은 경우 3차 치료에서 벨케이드 병용 보험이 안 돼요. 2차 치료제로는 다른 나라는 다 병용해서 쓰고 있는데 우리는 3차 이상에서 단독으로만 쓸 수 있는 거죠. 세세하게 그런 이슈가 여럿 있어요, 제일 큰 이슈가 다잘렉스고."

▶급여가 안 되는 건 어떤 문제가.

"지금 있는 치료제가 문제 있는 게 아니고, 치료제가 개발돼서 보험이 된 다음에 임상 연구에서 다잘렉스 병용이 더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당연히 보험을 해줘야 하는 거죠. 그게 다음 단계로 못 넘어 가고 진행이 안 되는 거예요. 그리고 또 하나는 옛날에도 얘기한 적이 있는데, 환자마다 사정이 다 달라요. 그래서 정책하는 사람이나 보험을 허가해주는 사람들 입장에서 "아니 여기 쓸 약이 있는데 이거 왜 또 해달라고 그러냐"고 그런다고요. 

심지어 옛날에 어떤 교수님이 "여태까지 골수종 보험을 제일 많이 해줬는데, 왜 아직까지 불만이 많냐"라고 얘기하는 거예요. 그런데 환자마다 그 약을 쓰거나 못 쓰는 사람이 있고 사정이 다 달라요. "이거는 해줬으니 저거는 안돼"라고 하는 것도 말이 안 되고, 그리고 다잘렉스가 기존에 쓰던 약보다 성적이 훨씬 좋아요. 거의 1~2년 이상 월등하게 차이가 나요."

▶성적이 좋다는 건 무슨 의미죠.

"오래 산다는 거죠."

▶몇차 치료에서요.

"모든 레벨에서 다죠."

▶그렇기에 지금 다잘렉스 급여가 안 되는 게 가장 문제라는 거죠?

"현재 제일 문제라는 거예요."

▶이 외에 어려운 문제는 없나요.

"그게 가장 큰 문제죠."


치료제 결정 요인 1순위 '보험'...혈액암 암질심, 이유 있는 2가지 문제


▶표준치료제는 어떤가요.

"지금은 약이 많아져서 표준치료제가 단순하지 않아요. 상당히 복잡해지면서 여러 옵션이 있는 거죠. (치료제가)abcde가 있으면 abc, abd, acd를 쓸 수 있고, 여러 병용이 많아졌기에 뭐가 딱 표준치료라고 할 수 없어요. 전체적으로 보면 현재까지 자가이식을 하는 군과 안 하는 군으로 나누는데, 대체로 70세 미만은 보험이 되니깐 자가이식 후 유도요법을 하고 나이가 더 많거나 다른 병 때문에 이식을 못 하는 사람은 항암치료를 해요. 그다음에 재발하면 이전에 쓴 약을 다시 쓰거나 안 쓸 수도 있고, 아니면 새로운 약을 쓰거나 환자 부작용, 동반 질환이라든가 형편에 따라서 골라서 쓰는 거지. 

그래서 옛날에 약이 몇 개 없을 때보다는 복잡하고 어려운 거죠. 어떤 약을 쓰냐는 게 굉장히 큰 이슈인데 우리나라는 그 선택지를 결정하는 요인이 결국 보험인 거예요. 다른 나라처럼 보험 외에 부작용이나 환자의 질환 상태 이런 것들이 아니고."

▶그러면 암질심 얘기를 안 할 수 없는데요, 올해 혈액암 신약을 따로 심의하는 암질심을 만들자고 얘기가 있었는데. 

"그렇게 해달라고 했는데 못 한다고 한 거잖아요. 그게 두 가지 이슈가 있어요. 왜냐면, 암질심이지만 혈액쪽 약은 암 치료제가 아닌 게 상당수 섞여 있어요. 혈소판 감소증이나 재생불량성 빈혈 같은 고가 신약이 많이 들어가 있는 문제가 있고. 또 하나는 옛날에는 신약 하나 개발하는 데 굉장히 오래 걸려가지고 10년 만에 한두 개씩 나왔다고요. 20년 전에는 트레이닝 받은 고형 종양 보는 의사들도 이게 판단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너무 빨리 개발되니깐 (혈액암에서)쓰는 약들의 '컨텍스트'를 이해할 수가 없는 거죠. 물론 자료는 보지만, 전문가로서 역할이 상당히 떨어지기에 나누는 게 좋지 않냐는 거죠. 이 얘기를 내가 한 건 아니고, 주변 혈액종양내과 선생들이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이지."

▶신약이 많이 나오면서 의료진들도 전문적으로 세분화 되는 건가요.

"그렇죠, 전문성이 점점 세분화 되는데 옛날 기준으로 위원회를 만드는 건 좀 부적절하지 않냐는 거죠. 심지어 혈액암도 내가 보는 병이 아닌 림프종이나 백혈병은 요즘 신약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몰라요. 그 정도로 세분화하고 전문화되어 가고 있는데 옛날식으로 하면 심의가 되겠냐는 거죠."

▶학회 등 주변에서 암질심을 나누자는 이야기를 하는데, 좀더 좋은 방안은 없을까요

"방안이 있을까요?"(웃음)

▶임상적인 내용 보다는 아무래도 비용적 문제인가요.

"약마다 다를 거예요. 어떤 약은 효과 자체가 좀 그럴 수도 있고. 종양에서 쓰는 약은 상대적으로 의약적 이득이 적어도 더 많은 사람에게 필요하니 도움이 되는데, 상대적으로 (혈액암은)효과가 월등해도 계속 어려운 거죠. 재정이라는 게 있으니.

나는 개인적으로 어떤 생각이 드냐면, 다른 병에 걸린 사람들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 쓸 약이 있는데도 "너희는 여기까지만 해"라고 할 수 없다고 봐요. 한 분야에서 신약이 막 개발되고 그다음에 다른 데서 따라올 때까지 기다려야 되는 건 말이 안 돼죠. 근데 (사람들이)그렇게 생각 안 해요. "지난번에 해줬는데 왜 또 해달라"라는 식의 생각을 가지는 것 같아."

▶같은 의료진인데도.

"이 분야(혈액암)에서 일을 안 하면 알기가 어려워요. 환자를 옆에서 보고, 직접 약을 쓰고, 죽어가는 것을 보고, 보호자가 괴로워하는 것을 봐야지 실감이 나지. 책에 적혀 있는 글자 보는 건 실감이 안 난다고. 내가 옛날에 이런 얘기까지 했어요. 심의위원회는 6개월 후에 상정된다고 하면 그동안 잊어버리고 다리 뻗고 잘 수 있다고. 환자와 보호자도 치료받는 동안은 굉장히 관심이 많고 안타까워하지만 돌아가고 나면 누가 계속 관심을 가지겠어요. 잊어버리죠. 그렇지만 나는 계속 그 환자를 봐야 하니깐 한번 보험이 떨어지면 괴로운 거예요. 더 좋은 약을 쓸 수 있는데 지금 못 쓰고 있으니깐. 평균적으로 1년에 70명 정도 돌아가요. 내가 옆에서 임종을 지키는 건 아니지만 계속해서 나빠지고 죽는 환자를 봐야 하는 거죠. 이걸 누구한테 설명할 수 있겠어요." 


CAR-T·이중항체 반응률 기존 치료제 보다 월등, 골수종 치료 의사 목표는 '완치'


▶미국에서 허가한 이중항체, CAR-T는 어떤 치료제가 있나요

"미국에서 허가된 게 이데셀(상품명 아베크마)하고 시타셀(상품명 카빅티). 이중항체는 골수종에서 허가된 것 테클리스타맙. 그것 외에도 테클리스타맙과 비슷한 약은 임상만 6개가 있어요. 신약 개발이 엄청나게 치열한 거죠."

▶효과는 어떤가요.

"효과가 기존에 나온 약 보다 월등히 좋죠. 우리가 신약 개발을 할 때 처음에 1상 2상 3상으로 나가잖아요. 옛날에는 1상에서 독성을 보고 적정 용량을 찾는 게 연구 목적이었다면, (요즘에는)보통 1상을 하고 1b나 2상으로 넘어갈 때 단독으로 쓰면서 반응률이 15~20%가 나오면 쓸만하다고 보죠. 왜냐면 보통 우리가 항암 치료를 할 때 단독으로 한 가지 약을 쓰는 경우는 별로 없고, 다른 약과 병용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예요. 그 정도로 하고 2상, 3상으로 넘어갔는데 이중항체는 1상 반응률이 60%가 나왔어요. 3~4배가 넘은 거죠. 그리고 CAR-T는 70~90%가 나오니깐 비교가 안 되죠. 그래서 이 연구들을 1상만으로 다 허가를 해준 거예요. 3상 없이도 너무 좋아서. 그 정도로 획기적인 건데.

문제는 반응에 비해 부작용도 조금 기존 약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 감염이라든가(경험하지 못한 건 아니지만) 여러 가지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ytokine re-lease syndrome, CRS), 신경계 부작용 같은 게 예전에 보던 것과 조금 다르지. 우리가 조금씩 익숙해지고 대체하는 방법이 좀 생기면서 처음보단 훨씬 익숙해지긴 했죠."

▶효과는 좋은데 왜 1차 치료부터 보험이 안 되는 걸까요.

"신약을 개발할 때 언맷니즈(미충족 수요)가 제일 많은 환자부터 치료하는 거예요. 재발해서 수명이 몇 개월 안 남은 환자부터 시작해서 점점 앞단으로 옮겨가거든요. 아까 다잘렉스 이슈도 마찬가지예요. 앞단에서 옮겨서 좋은 게 확인됐는데 저기 뒷단에서만 쓰고 있는 거예요. 그거 확인하는 작업을 지금 하고 있는 건데, CAR-T 이중항체도 처음에는 아주 여러 번 재발한 사람부터 초기 재발한 사람까지 갔다가 이제 처음 진단된 환자도 임상하고 있는 거죠."

▶새로운 치료제들은 초기 재발환자에서 어떤 효과를 보일지 기대하는 게 있나요.

"골수종을 보는 의사들의 최대 목표는 완치예요. 지금 림프종이나 백혈병은 5년이 지나면 거의 재발을 안 하기 때문에 완치 판정을 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골수종은 6~7년 지나도 계속 재발해요. 거의 10년이나 재발하는 환자도 있어요. 지금 약제로 한 10~15%가 재발 안 하고 오래 살다가 다른 병으로 돌아가는데 그렇지 않은 대부분 환자가 재발하니깐, 재발 안 하고 완치로 만드는 게 목표인 거죠. 우리가 신약이 나올 때마다 그런 기대를 계속해요. 기존에 보험이 돼서 쓰는 약제로는 아직 그게 안 되고 있어서 면역치료제 같은 게 그런 역할을 하길 기대하죠."

▶글로벌 임상에 참여하시나요.

"물론 들어가 있죠."

▶국내에선 글로벌 신약 개발에 준비할 건 없나요.

"우리나라는 이미 의료진, 환자들이 글로벌 임상에 많이 참여하고 있어요. 경험은 계속 쌓이고 있는데 문제는 막상 허가돼서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것과 그 이후 보험이죠."

▶글로벌 임상하면서 겪은 신약 효과는 어떤가요.

"내가 말했잖아요.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이미 나와 있는 데이터 치료 반응이 굉장히 좋아요."

▶재발을 늦추면 완치도 기대할 수 있나요.

"아직 여러번 재발한 사람에서 임상 결과는 완치가 안 되는 것으로 돼 있는데, 그래도 평균적으로 여러번 재발한 사람은 약물 치료 시 무진행생존기간 4개월 정도가 일반적이예요. 그게 CAR-T 이데셀은 8개월, 테클리스타맙 12개월, 시타셀은 25개월 이상이라서 짧게는 2배, 길게는 6배 정도 늘려놓은 거죠. 그런 환자에서 이 정도면 보통 초기 재발 환자 2차에서 4차 정도에 쓰는 약은 (무진행생존기간이)1년 반에서 2년, 다잘렉스 병용은 거의 4년 가까이 돼요. 일단 2배 차이가 나죠. 2배 차이가 나는 걸 보험을 안 해주고 있는 거예요.

지금 국내 골수종 초기 평균 생존기간이 5년이 안 되다가 이제 간신히 넘었어요. 이식을 못 하는 고령층은 보험 문제도 있고 이 기간이 빨리 안 느는데, 초반 이식이 가능한 환자는 5~6년에서 최근 8~9년까지 갔어요. 지난 10년 사이에 생존기간이 2배 가까이 된 거예요. 지금 치료제가 잘 안착하고 보험이 되면 더 길어지는 거죠. 결국 보험 차이인 거예요. 빨리 여러 병용요법에 보험을 해야 하는 거죠."

▶처음 혈액암 환자를 진료한 건 언제인가요.

"2000년에 교수가 됐죠. 그때는 골수종에 두 개를 쓰면 쓸 약이 없었어요. 멜팔란, 빈크리스틴, 독소루비신, 덱사멕타손 정도였고. 2006년에 보르테조밉이 허가되면서 본격적으로 획기적인 신약들이 개발되기 시작한 거예요. 2004년인가 한 환자가 쓸 약이 더 이상 없다고, 상태가 나빠져서 미국에 간다고 하더라고요. 소견서를 써줘서 가기는 했는데 미국 간다고 별 방법이 있나 싶었지. 그런데 1년 넘게 있다가 진료 명단에 그 환자가 뜬 거야. 그래서 "어, 이 분이 왜 떴지 보호자가 왔나" 싶었는데 갈 때는 상태가 굉장히 안 좋았는데 아주 멀쩡한 환자가 돼서 온 거야. 미국에서 보르테조밉 개발 임상에 들어가서 상태가 좋아진 거죠. 물론 다시 재발해서 상태가 나빠져 돌아가시긴 했는데 그게 굉장히 놀라운 기억이죠. 1차 약으로 쓰는 보르테조밉이 지금은 다른 좋은 약들이 많이 나온 것에 비해 (효과가)그렇긴 해도 골수종 치료 개발사에서는 아주 획기적인 약이예요."

▶23년 정도 골수종 치료를 겪으면서 개발사를 옆에서 보고 있으시네요.

"그래서 계속 괴롭죠. 좋은 약이 개발되고 있고, 쓰면 분명히 좋아질 게 확실한데도 보험이 안 되니깐 점점 쌓이는 거지."

▶보험 얘기를 계속 하셨는데 정부가 어떻게 해야 될까요.

"나는 나랏돈을 어디에 써야 할지 우선순위가 중구난방인 것 같아. 우리나라가 절대적으로 가난하면 이해를 하겠는데, GDP가 10위라잖아요. PPP가 일본하고 같다는데, 일본은 그렇게 안 하잖아요. 일본도 옛날에는 느리다고 했는데 미국을 많이 따라잡았어요. 일본은 일단 허가가 나면 그 후에 여러 가지 병용하는 것에는 의사들한테 뭐라고 안 해요. 의사들이 알아서 쓰라고 전문가를 존중하는 거죠. 우리는 하나하나 붙여 쓰는 것까지 다 간섭하고 딱 허가된 대로만 써야 하거든.

유럽이나 이런 나라에서도 약가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약 값을 보험으로 저렴하게 하니깐 이 가격을 너무 낮춰주면 레퍼런스가 돼서 안 파는 한이 있어도 못 낮춘다고 하는 거예요.

그리고 외국인들이 보기에 한국은 자동차도, 핸드폰도 많이 팔고 돈 많이 버는데 왜 약 값을 그렇게 내리려고 하냐고 생각할 수 있죠. 그 생각이 틀렸다고만 할 수도 없죠. 우리나라는 약 값은 자본주의적으로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그래서 약 값을 너무 비싸게 받으면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내 생각이지만 이걸 깎을수록 정당하고, 비싸게 받는 제약사가 나쁘다고. 그래서 이게 항상 힘든 거예요. 

그리고 또 하나는 정부나 공공기관을 평가하는 기준에 있어서 일을 적절하게 하느냐를 평가하기가 굉장히 어렵잖아요. 보험을 해줘서 더 많은 사람이 오래 살고, 삶의 질이 좋아지면 가족들도 같이 좋아지는 건데. 이건 평가하기가 굉장히 힘들지만 재정영향 평가는 쉽거든요.

돈을 많이 깎는 것에 인센티브를 주면 일하는 사람들은 그게 목적이 되잖아요. 보험이 돼서 더 많은 사람에게 쓰게 되고, 더 오래 살고 행복하게 해주는 게 목적이 아닌 거죠. 약을 써서 좋아지지 않았을 때 괴로움이 어떨지 알 수가 없잖아요. 이런 전반적인 시스템 문제가 다 엮여 있을 거예요."

▶신약을 기대하고 있을 환자들에게 힘이 되는 얘기를 해준다면.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새로 나온 약들이 기존 약보다 효과가 몇 배 좋아요. 그런 약들 임상이 활발하니 국내에서도 굉장히 (참여할)기회가 상당히 좋아졌어요. 2006년 무렵에 임상에 참여하려고 할 때 경험이 없다고 잘렸어요. 2007년도에 처음 들어갔는데 1년에 임상이 몇 개 안 됐지만 지금은 엄청 많아졌어요. 임상에 참여할 기회도 많이 열렸고, 지금 개발되는 약의 효과도 월등히 좋아요. 지금 몇 년 살았다고 하는 사람들은 10년 전에 진단받은 사람들 생존을 보는 거잖아요. 그래서 지금 진단받으면 그 사람들보다 훨씬 좋을 것이고 앞으로 더 좋아질 거예요. 더 빨리 변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희망이 점점 늘어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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