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마일로탁
사진. 마일로탁

[팜뉴스=김민건 기자] 급성골수성백혈병(AML) 환자 90%가 CD33 양성이다. 이들이 유일하게 사용 가능한 표적치료제가 국내 허가 이후 비급여 상황이 3년을 넘기고 있다.

바로 마일로탁(겜투주맙오조가마이신) 이야기다. 마일로탁 급여화가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넘지 못 하고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 사이 어딘가에서 표류하고 있다.

21일 국내 AML 환자의 관해유도를 위한 표준 1차치료는 시타라빈을 7일간 투여하고 이후 안트사라이클린 계열(다우노루비신, 이다루비신 등) 항암제를 3일간 사용하는 '7+3 요법'이다.

이 방법은 AML 환자의 골수에서 백혈병 세포를 사멸해 완전관해(CR)에 이르기 위한 1차 표준치료이다. 7+3 관해유도 이후 환자 상태에 따라 관해를 유지하기 위한 추가적인 관해유지 공고요법 또는 조혈모세포이식을 고려한다.

그간 AML CD33 양성은 신약이 없었기에 7+3 요법을 1차 표준치료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30% 환자가 재발하기 때문에 의료 현장에서 요구하는 실질적인 항암 효과를 충족할 수 없다.

AML은 미성숙 백혈구가 과도하게 발생하면서 정상 혈액(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이 감소하면서 발생한다. 마일로탁은 정상 조혈모세포에 존재하지 않은 CD33 항원을 표적해 재발을 억제하며, 임상을 통해 관해 유도 실패를 비롯한 재발, 사망 등 발생 위험을 44% 감소시키는 결과로 효과를 입증했다.

좋은 효과를 보인 신약이라고 해서 바로 급여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마일로탁이 지금 그 상황에 놓여 있다. 허가 이후 1년 이내 건강보험 급여에 등재되는 경우가 있지만 마일로탁처럼 수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마일로탁은 지난 2021년 11월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새로이 진단된 CD33-양성의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성인환자의 치료' 적응증에 허가됐다.

2023년 제7차(162차) 암질환심의위원회(2023년 10월 11일)에서 2전 3기 도전 끝에 마일로탁과 7+3 병용의 1차 관해유도요법, 관해공고요법 급여 기준 설정에 성공했다.

이후 2024년 제11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11월 7일)에서 해당 적응증과 설정된 급여 기준을 심의해 "대체약제 대비 무사건생존기간(EFS) 개선 등 임상적 유용성은 인정하나 경제성평가 결과 비용효과적이지 않다"며 비급여를 결정했다. 

약평위 평가와 회의 자료를 보면 1차 표준치료인 7+3 요법(시타라빈+다우노루비신, 시타라빈+이다루비신)이 급여 중이기 때문에 진료상 반드시 필요한 약제가 아니며, 해당 요법과 경제성평가에서도 비용효과적이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A8 국가 중 5개국(미국, 일본, 독일, 영국, 이탈리아)에서 마일로탁 급여를 등재했으며 약평위에서도 임상적 유용성을 인정했다. 임상적 효과와 경제성평가에 간극으로 마일로탁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셈이다.

약평위는 AML 치료 관련 학회와 임상연구문헌, 임상진료지침 등을 고려해 시타라빈+다우노루비신, 시타라빈+이다루비신 병용을 대체약제로 선정하며 "마일로탁과 7+3 병용요법의 총 소요비용은 대체약제 대비 고가이다"고 했다.

경제성평가에서는 대체약제 대비 환자들의 건강을 얼마나 개선하는지를 보는 ICER(Incremental Cost-Effective Ratio, 점증적 비용-효과비) 값이 매우 중요하다. 마일로탁을 사용했을 때 소요되는 비용 대비 실제 혜택이 얼머나 효과적인지 판단하는 기준이어서다.

혈액암 관련 학회는 마일로탁 급여 관련해 "기존 AML 표준치료 요법 7+3 대비 마일로탁 투여 시 무사건생존율(EFS) 개선을 보였다"며 "출혈 또는 정맥폐쇄질환(VOD) 빈도가 약간 증가했으나 그 외 부작용 빈도에 유의한 차이가 없어 안전하다"고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우선 급여 치료 후 세포유전학적 위험이 큰 환자군(favorable/intermediate)에서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해 미국과 유럽 진료 가이드라인에서 표준치료로 제시해 국내 환자도 급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선 급여 후 부작용 위험이 발혀진 이후 투여를 중단하는 게 현실적이다"고 덧붙였다. 비용효과성을 강조한 약평위 결론과 정반대 입장을 냈던 것이다.

▶약평위가 검토한 마일로탁 임상 데이터, 꼭 필요한 환자군 있었다

마일로탁 허가 임상인 'ALFA-0701'은  50~70세 AML 환자 280명을 대상으로 마일로탁과 7+3요법 병용군, 대조군에 7+3 단독군을 1대 1로 배정했다. 마일로탁 병용군은 최종적으로 135명, 대조군은 136명이 참여했다. 

1차 평가지표로는 무사건생존기간(EFS)을 뒀고, 2차 평가지표에서는 반응률(RR), 전체생존기간(OS), 무재발생존기간(RFS)을 봤다.

우선, 연구자평가로 확인한 무사건생존기간에서 마일로탁 병용군은 17.3개월로 대조군 9.5개월과 유의한 차이를 보였고 위험비(HR)도 0.5로 개선을 입증했다. 맹검독립평가위원회(Blinded Independent Review Committee, BIRC)가 본 무사건생존기간도 마일로탁 병용군 13.6개월, 대조군 8.5개월로 차이가 있었고, 위험비도 0.66을 보였다. 연구자평가에서와 마찬가지로 임상적 개선 혜택을 확인한 것이다.

2차 평가지표 중 반응률(완전관해, 부분관해 포함)은 마일로탁 병용군에서 81.5%, 대조군 73.5%로 차이가 있었다. 전체생존기간(OS)도 마일로탁 병용군이 27.5개월로 대조군 21.8개월과 약 6개월의 차이가 있었다. 무재발생존기간도 28개월(위험비 0.53, p=0.0006)로 대조군의 11.4개월과 큰 차이가 있었다.

반응률, 전체생존기간, 무재발생존기간 지표 모두 현재 표준치료인 7+3 요법만 단독으로 썼을 때 보다 마일로탁을 함께 사용하는 게 더 좋은 임상적 개선이 있었다.

다만, 약평위가 고려했을 만한 부분이 있다. 해당 지표의 통계적 유의성을 뜻하는 P값이다. 반응률에서 95% 신뢰도는 73.9~87.6이었으며 p값은 0.15였다. 전체생존기간에서 위험비는 0.81이었고 95% 신뢰도는 65.3~80.75로 p값이 0.16이었다.

임상 연구에서 통계적 유의성이 있다고 할 때 기준 P값은 0.05로 본다. 반응률과 전체생존기간 p값이 각각 0.15, 0.16이었다는 것은 약 15~16% 확률로 해당 결과가 우연히도 나올 수 있다는 의미이다. 마일로탁이 대조군 대비 개선된 효과가 우연히 나타날 확률이 10%대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가 마일로탁과 대조군의 모든 결과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전체생존기간은 장기간 분석이 필요한 만큼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 항암 임상 과정에서 1,2차 평가지표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은 관찰 시점, 연구 참여 환자의 특징 등 매우 다양하다.

약평위에서는 7+3 요법 대비 고가인 마일로탁의 비용효과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비급여를 결정했다. 아울러 추가 재정 부담 가능성도 언급했다. 무사건생존기간과 무재발생존기간에서 보인 개선 혜택은 실제 의료 현장에서 지적하는 7+3 요법의 재발 문제에 마일로탁을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는 내용이다.

특히 CD33 양성 환자 중 세포유전학적으로 '양호한 예후(Favorable-risk)'와 '중간 위험군(Intermediate-risk)'인 경우 무사건생존기간에서 효과가 없었던 대조군과 달리 유의한 개선(위험비 0.46, p<0.0001)을 보였다. 세포유전학적으로 양호한 예후 또는 중간 위험군인 환자는 마일로탁 급여가 매우 필요한 셈이다. 미국 NCCN, 유럽 ESMO 등 세계적 가이드라인에서 마일로탁을 1차 표준치료 요법으로 권장한 근거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