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머크 텝메코
한국머크 텝메코

[팜뉴스=김민건 기자] 한국머크가 MET 엑손14 결손 변이 표적치료제 텝메코(테포티닙) 급여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2023년에 이은 두 번째 철회다. 급여 등재를 포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두 번이나 철회를 결정했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 볼 수 있다. 급여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한국머크의 전략적 포석이 읽힌다.

17일 한국머크가 지난 3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원회(이하 암질심) 급여 기준 설정에 실패한 텝메코 급여 신청을 자진 취하한 상황이다. 

텝메코는 2021년 11월 노바티스 타브렉타(카프마티닙)와 함께 국내 첫 MET변이 표적치료제로 허가받은 제품이다. 머크는 2023년 2월 텝메코의 첫 암질심 도전에서 급여 기준 미설정을 받아 자진 취하했으며, 동일하게 암질심을 통과하지 못한 타브렉타는 두 달 뒤 한국노바티스 판단에 따라 비급여 출시를 결정했다. 

이번에 텝메코가 두 번째 암질심에서 급여기준을 설정하지 못하자 일각에서 비급여 등재를 택한 타브렉타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앞서 타브렉타가 비급여 신청을 결정한 배경이 있어서다.

텝메코와 타브렉타는 2상 단일군으로 허가 임상을 진행했다. 암질심에서 급여 기준을 설정하기에 3상 수준으로 성숙된 전체생존기간 연장 혜택을 확인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환자가 적은 희귀암 분야에서 신약을 개발하다 보면 발생하는 상황이다. MET 변이 표적치료가 필요한 경우 대부분 중증 암환자이며 현재로서는 전체 비소세포폐암에서 2~3%에 불과하다. 그런데 5년 상대생존율은 9%로 매우 열악하다. 

MET변이라는 새로운 표적을 발견하고 치료제를 개발하다보니 생존기간 개선 혜택 분석을 대규모로 하기에는 이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이와 관련해 비용 대비 효과 문제가 암질심에서 문제가 됐을 수 있다. 

하지만 머크는 텝메코 데이터 확보에 노력을 기울였다. 우선 텝메코 임상인 VISION 연구는 31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이는 약 1000여명 수준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3상 연구와 큰 차이가 있지만 MET변이 표적치료제에서는 가장 많은 환자가 참여한 규모다.

더구나 올해는 기존 VISION 임상에 161명의 추가 분석 결과를 더했고, 추적관찰 기간도 28개월(2년 4개월) 더 늘린 32.6개월을 확보했다. 그 결과를 보면 텝메코를 MET변이 엑손14 결손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로 사용한 환자 164명(313명 중)에서 객관적반응률(ORR) 57%가 확인됐고, 치료에 반응한 환자 40%는 12개월 이상 효과가 지속됐다.

텝메코를 2차 치료로 사용한 환자 149명에서도 객관적반응률 45%에 치료에 반응한 환자 36%는 12개월 이상 치료 효과를 유지했다. MET변이가 확인된 경우라면 1차는 물론 2차 치료에서도 텝메코가 유의미한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 데이터다. 

이러한 데이터가 있음에도 올해 두 번째 암질심 도전에서마저 급여 신청을 자진 취하한 것은 결국 현 시점에서 정부가 요구하는 데이터 수준을 맞추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텝메코는 국내 주요 13개 의료기관 약사위원회(Drug Committee, DC)를 통과해 약 30개 주요 거점 병원에서 환자지원 프로그램으로 처방되고 있다. 또 올해 2월 15일 추가 데이터를 근거로 미국FDA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았다. 

현재 같은 상황에서 비급여 등재를 선택하기에는 머크 스스로도 아쉬울 수밖에 없으며, 다시 급여 신청을 밟는 게 유리하다는 분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자진철회를 두 번 연속으로 한 것은 그만큼 급여 등재 의지가 강력하다는 전략적 포석을 내포한 셈이다.

머크 관계자는 텝메코 급여 자진 취하에 대해 "앞으로도 의학적 미충족 수요가 큰 국내 MET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말했다.

2022년 11월 한국머크 바이오파마 사업부 신임 총괄 대표로 취임한 크리스토프 하만(Christoph Hamann) 제너럴 매니저는 지난해 연말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제약산업을 가진 시장이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을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1등으로 만드는 것이 첫 목표이며, 두 번째는 혁신신약을 한국 시장에 출시하고 최대한 빨리 급여화를 이뤄 환자들에게 다양한 치료적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텝메코 급여 자진 취하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MET변이 4기 환자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약 9개월, 면역항암제 치료 시 13.4개월이다. 텝메코는 2023년 미국임상종양학회(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 ASCO) 연례학술회의에서 발표한 32.6개월 추적관찰 데이터에서 독립 평가로 확인한 객관적반응률은 51.4%, 반응지속기간 중앙값(mDoR) 18개월,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 11.2개월,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19.6개월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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