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머크 텝메코
한국머크 텝메코

[팜뉴스=김민건 기자] MET 엑손14 결손 변이 표적치료제 텝메코(테포티닙)가 급여 기준 설정에 실패했다. 의료 현장을 비롯해 업계에서는 "텝메코가 생존기간을 몇 개월이라도 연장한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암질환심의위원회는 번번이 퇴짜를 놓고 있어 의문이 달리고 있다.

지난 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제2차 암질환심의위원회를 열어 한국머크가 신청한 'MET 엑손14 결손(skipping)이 확인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텝메코 요양급여 결정 신청을 심사한 끝에 '급여 기준 미설정'을 결정했다.

머크는 올해 텝메코 급여 기준 설정을 위해 새로운 데이터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31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VISION 임상에 161명의 분석 결과를 추가로 제출하고, 관찰 시점도 28개월(2년 4개월)로 늘렸다. 추가 자료를 통해 지난해 아쉬움을 털어내려는 의지가 강력했다.

기존 항암화학요법, 표적요법, 면역항암요법은 효과적인 치료 효과를 보이지 못하기 때문에 MET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88%는 한 군데 이상의 전이를 가지며, 4기 환자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6.7개월에 그친다. 

텝메코는 이러한 환자군에서 효과를 보인다. 새 데이터 내용을 보면 임상에서 MET 변이 엑손14 결손이 있는 환자 313명 중 치료 경험이 없는 1차치료 환자 164명에서 객관적반응률(ORR) 57%를 기록했고, 치료에 반응한 환자 40%에서는 12개월 이상 항암 효과를 유지했다.

객관적반응률 57%라는 수치는 텝메코를 사용한 환자 절반 이상이 종양 축소나 질병 억제를 경험했다는 의미이다. 특히 객관적반응률은 초기 항암 효과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객관적반응률에서 이같은 데이터가 나왔다는 것은 텝메코가 초기부터 확실한 효과를 나타낸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또한 치료에 반응을 나타낸 환자의 40%는 1년 이상 투약 효과를 유지했는데 단기간이 아닌 장기간 투약을 통해 텝메코가 환자의 삶의 질은 물론 생존기간을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데이터는 1차치료에서 나타난 것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를 가진다. 2차치료에서도 비슷한 효과를 보였다. 이전에 치료 경험을 가진 2차치료 환자 149명에서 객관적반응률 45%를 보였고, 치료에 반응한 환자 중 36%는 12개월 이상의 지속되는 효과를 확인, 이전 치료에 실패한 경우에도 텝메코가 옵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1차와 2차치료에서 나타난 객관적반응률의 차이는 MET 엑손14 결손 변이 환자에게 텝메코를 투약하는 시기에 따라 긍정적인 치료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이에 반해 부작용은 기존처럼 관리 가능한 수준이었다. 가장 흔하게 부종이나 메스꺼움 피로, 근골결계 통증, 설사, 호흡 곤란, 식욕 감소, 발진 등이 나타났다.

이번 데이터는 맹검독립평가위원회(BIRC)가 확인한 자료다. 임상 연구자에 의한 편향 없이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이기 때문에 데이터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더구나 VISION 임상의 추적 관찰 시점을 더욱 연장함으로써 텝메코 장기 생존 효과의 객관성을 확보했다. 머크로서는 암질심에 보여줄 수 있는 자료는 다 보여준 셈이다.

그러나 암질심에서는 급여 기준 미설정을 결정했고 이에 대한 명확한 설명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의료 현장을 비롯해 업계 일각에서는 작년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자 암질심 결정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암질심은 텝메코를 비롯한 MET변이 표적치료제에 3상 대조군 자료를 기준으로 내세웠다. 업계에서는 전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8~3.3%에 불과한 MET변이 신약에 3상 수준의 대규모 임상을 요구하는 것은 엄격한 잣대라는 지적이 있었다. 

결국 머크는 텝메코 급여에 다시 도전했음에도 똑같은 상황에 처했다. 미국FDA는 지난 2월 15일 텝메코를 조건부에서 정식 승인으로 전환했다. MET변이 표적치료 분야가 미충족 수요가 큰 만큼 텝메코 같은 표적치료제가 보인 혁신성을 2상 규모로도 인정한 것이다. 

특히 이번 정식 승인에는 암질심에 제출한 VISION 추가 자료가 있었다. 미국에서는 텝메코의 효능·효과를 공식적으로 인정했지만, 신약의 임상적 유용성을 중요하게 본다는 암질심에서는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텝메코 급여화를 기다린 환자들은 더욱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한다. 머크는 급여 기준을 설정하기 위한 새로운 자료나 제안이 필요해졌다.

텝메코는 현재 국내 주요 13개 의료기관 약사위원회(Drug Committee, DC)를 통과해 30곳의 주요 거점 병원에서 처방 중이다.

앞서 2023년 미국임상종양학회(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 ASCO) 연례학술회의에서 발표한 VISION 장기추적 데이터(32.6개월)에서 객관적반응률 51.4%, 반응지속기간 중앙값 18개월,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 11.2개월, 전체생존기간 중앙값 19.6개월을 기록했다.

지난해 제출한 VISION 자료 기준으로도 반응지속기간 중앙값 46.4개월,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 15.3개월, 전체생존기간 중앙값 25.9개월을 보였다. 2년에 가까운 생존과 4년의 반응 지속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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