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지난 5월 3일 국내 유방암 치료를 바꿀 사건이 있었다. HER2(인간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 양성 전이성 유방암에 쓰이는'엔허투(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로부터 급여 결정을 받았다. 유방암 환자와 가족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소식이었다.

매년 2~3만 명의 여성이 유방암을 진단받는다. 유방암 중 4기 전이성 유방암은 약 5%, 많아야 1500여명이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HER2 양성으로 진단되는 경우는 약 20%로 전체 유방암 환자의 '1%(약 300명)'다.

하지만 조기 유방암으로 불리는 1~3기도 HER2 양성은 재발 위험이 크다. 조기암 환자 약 20%가 HER2 양성이고, 10~15%가 재발하는 것을 고려하면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간과할 수준이 아니다.

박경화 고대안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현재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1차 치료제 효과가 좋은 편이고 삶의 질도 괜찮게 유지할 수 있지만, 재발·전이를 겪는 환자들은 처음 암을 진단 받을 때보다 더 크게 절망한다"고 말했다.  

박경화 고대안암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박경화 고대안암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박 교수는 "그 다음 치료제를 선택해야 하는 도전의 순간이 오면 환자와 가족들의 마음 고생을 잘 안다. 하지만 오늘 주어진 기회를 활용해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으면 내일도 없다"며 "기존 치료제가 촛불이었다면 태양 같은 치료제가 왔다. 환자 운명을 바꿀 엔허투가 있다"면서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HER2 양성 유방암 치료는 미국의 데니스 슬라몬 박사가 HER2 표적치료제 허셉틴(트라스투주맙) 개발에 성공한 이후 획기적인 변화를 맞았다. 그러나 미충족 수요는 여전하다. 재발, 전이가 대표적이다. 

미충족 수요는 서양 보다 국내에서 더욱 크다. 서양에서는 유방암 치료 옵션이 다양해 전체생존기간 5년도 바라보지만 국내는 치료 환경이 제한적이어서다.

박 교수는 "서양은 1차 치료제 3제 요법, 2차 치료에 최초의 ADC 캐싸일라(트라스투주맙엠탄신, 이하 T-DM1)를 병용하는 등 국내에서 사용할 수 없는 치료법을 3,4차 치료에 쓰고 있고 가이드라인도 정립돼 있다"며 "우리나라도 표적치료제와 일반항암제를 병용하는 3제 요법이 유방암 재발·전이 환자 1차 치료에 허가와 급여 모두 적용되고 있지만, 젤로다(카페시타빈), 타이커브(라파티닙) 외 다른 표적치료제는 허가·급여 문제로 접근성이 낮아 서양 임상에서 보여준 전체생존기간 5년 데이터가 국내 환자에게도 적용될 지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1차부터 4차까지 다양한 치료 옵션이 존재하지만 국내에서는 허가·급여 문제로 치료제 사용이 제한적이기에 생존기간 데이터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박 교수가 차세대 ADC 치료제 엔허투를 '태양', 기존 치료제를 '촛불'이라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엔허투는 국내 허가 근거가 된 'DESTINY-Breast03' 임상에서 기존 치료제 대비 질병 진행과 사망 위험(HR)을 72% 감소시켰고, 뇌전이 환자에서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15개월로 기존 치료제 5.7개월 대비 2.6배 연장했다.

추가 분석을 통해 엔허투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28.8개월로 확인됐다. 기존 치료제 투여군 6.8개월(5.6~8.2개월) 대비 22개월 연장한 성과를 낸 것으로 엔허투를 쓰면 남은 여명이 2년에 가깝게 되지만, 사용하지 않으면 길어야 8개월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엔허투의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대조군 대비 사망 위험은 36% 줄었다. 환자의 생존기간이 임상적으로 유의한 연장을 보였다는 의미다. 

엔허투의 국내 급여 처방이 얼마 남지 않았다. 팜뉴스는 지난 5월 말, 고대안암병원에서 박 교수를 만났다. 그로부터 엔허투 허가와 급여의 의미, 임상 데이터의 가치, 생존기간 개선 등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 나타난 엔허투라는 신약이 어떤 '태양'이 되어줄 수 있을지 얘기를 나눴다.

다음은 박 교수와 일문일답.

▶많은 유방암 환자들의 관심 속에 엔허투가 암질심을 통과했다. 급여 시 환자 생존율 향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나. 

"유방암을 진료하는 의사로서 정부가 생존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는 엔허투 접근성을 개선해주길 매우 고대하고 있다.  그간 HER2 양성 전이성 환자 치료에서 글로벌 표준과 우리나라 간극이 매우 컸다. 의료진과 환자의 미충족 요구는 큰데 반해 표적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엔허투 급여가 되면 그 간극이 일시에 좁혀질 것이다. 기존 가용한 치료 옵션들은 무진행 생존율 연장에 한계가 있었지만 엔허투라는 치료제 하나로 생존율을 크게 개선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우리나라 HER2 양성 전이성 환자 생존기간이 글로벌 수준으로 개선될 수 있고, 건강보험 혜택을 통해 신약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가정과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얘기다. 국가도 투자한 만큼 기여 받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엔허투 임상 결과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한마디로 'Too Good to Be True!', 정말 믿을 수 없는 결과다. 엔허투의 우수한 효과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촛불아 가라, 태양이 떴다'라는 구절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다. 기존 치료 옵션들이 몇 개월 정도의 무진행 생존기간을 연장시켰던 것과 비교해 엔허투가 2차, 3차 치료제에서 무진행 생존기간을 28개월 이상 연장한 것은 대단한 데이터다. 

엔허투의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치료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 28.8개월은 많은 환자에서 오랫동안 치료 효과가 유지된다는 뜻이다. 효과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치료를 장기적으로 유지하지 못하면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뇌 전이 환자에서 엔허투가 효과를 보이는 점도 희망적이다. HER2 양성 암세포는 굉장히 공격적이라 표적치료제 이후 일반 항암제로 넘어가면 효과가 낮고 빠르게 병이 진행한다. HER2 양성 유방암 환자 약 30~50%에서 뇌 전이가 나타나는데 항체치료제는 뇌를 투과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뇌 전이 시 사용 가능한 약이 거의 없기에 암이 공격적으로 전신 재발하게 되고, 환자들은 치료가 어려운 상태에서 돌아가게 된다. 미국은 마젠자(마르게툭시맙)라는 치료제를 하나의 옵션으로 고려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도입돼 있지 않고, 너링스(네라티닙)도 국내 전이성 암에 허가되지 않아 환자 본인 부담으로 조차 쓸 수 없다.

안전성 이슈는 엔허투가 폐에 염증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보고된 것 외에 특별히 두드러지는 게 없다. 폐 염증은 항체에 항암제를 연결시킬 때 접합 부위를 형성하는 링커(Linker)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임상 시험 참여자 10명 중 1명 정도만 이런 양상이 나타났기에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가끔 메스꺼움을 느끼는 환자도 있었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항구토제를 통해 조절하고 있고 환자들도 잘 견디는 편이다. 

엔허투 허가 후 치료 경험이 누적되면서 이 같은 증상 발생 시 초기에 적극 조치하면 환자 안전에 큰 위협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기에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고 본다. 임상보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치료 후 컨디션이 더 좋은 환자들이 많다는 점에서 내약성도 좋게 평가하고 있다."

박경화 고대안암병원 교수
박경화 고대안암병원 교수

캐싸일라 뛰어넘은 역대급 효과, 무진행 생존기간 '28.8개월'

▶다른 표적치료제와 달리 엔허투가 가진 장단점은 무엇인가.

"캐싸일라(트라스투주맙엠탄신, T-DM1)가 처음 등장했을 때 기전 자체만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T-DM1은 항체가 HER2라는 세포 표면 수용체에 결합, 암세포 안으로 들어간 뒤 항체에 붙은 항암제가 깨지면서 효과를 발휘했다. 엔허투 기전 자체도 T-DM1과 비슷하다. 그러나 엔허투는 T-DM1 한계를 넘었다. 항체 치료제 원리는 비슷하나 페이로드(Payload)라는 항체에 붙은 항암제가 다르고 분자수도 8개 정도로 많다.  이미 다른 치료를 받고 있거나 뇌 전이가 있는 환자도 기존 치료 옵션인 T-DM1 대비 엔허투 효과가 훨씬 좋다.

HER2 양성은 HER2 과발현 세포가 주를 이룬다는 것이다. 흰 쌀밥이 모두 똑같이 생긴 게 아닌 것처럼 암도 마찬가지다. 그 사이 사이에는 마치 잡곡밥처럼 HER2가 발현되지 않은 세포가 섞여 있다. 엔허투는 주로 HER2 과발현 암세포에 달라붙어 효과를 발휘하고, 엔허투 항체에 붙은 항암제는 주변 암세포까지 사멸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엔허투의 뇌 침투력이 뛰어나다. 이러한 기전으로 요새 젊은 친구들이 말하는 '역대급' 효과가 났다.

엔허투와 T-DM1 치료 효과를 비교한 DESTINY-Breast 03 임상을 보면, T-DM1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6.8개월이다.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이는 기존에 T-DM1이 2차 치료에서 허가받은 임상연구(pivotal study) 데이터에 비해 낮은 수치다. 허가 당시엔 T-DM1 전에 퍼제타(퍼투주맙을)를 사용하지 않았을 때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환자들이 퍼제타를 사용한 뒤 T-DM1을 쓰기에 치료 효과가 조금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T-DM1의 실제 2차 치료 효과가 연구 데이터 만큼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또 T-DM1은 간에 염증이 생길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는 간에 문제가 있는 환자가 종종 있어 드물지만 간 섬유화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치료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엔허투가 등장하면서 장기 치료를 유지할 수 있는 옵션이 생겼다. 이 사실에 안도가 된다. 앞으로 엔허투 같은 ADC가 일반 항암제를 밀어낼 것으로 본다."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은 공격적이다. 그런데 국내 환경에서 사용 가능한 치료 옵션은 제한적이다.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고 보나.

"HER2 양성 환자는 표적치료 여부에 따라 운명이 크게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효과 좋은 표적치료제를 가능한 조기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우수한 임상 데이터에 안전성도 나쁘지 않은 엔허투가 전세계적으로 승인되면서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엔허투는 미국에서 3차 이상에 사용하는 치료제 효과를 넘어섰기에 접근성이 개선되면 환자 예후가 획기적으로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엔허투의 우수한 임상 데이터를 보면서 희망을 느끼는 한편, 좋은 치료제에 대한 국내 환자들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의료진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걱정도 든다."

▶NCCN과 한국유방암학회 가이드라인은 HER2 양성 2차 치료에 엔허투를 제시하고 있다. 실제 임상 현장은 어떻게 보나.

"국내외 모두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2차 치료 표준치료법으로 엔허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T-DM1 치료 이후 진행한 환자에서 엔허투가 우선 권고되는(Preferred) 표준치료법이다. 우리나라 환자들은 젊은 편이라 오히려 치료를 잘 견디는 같고, 고령 환자를 주로 진료하는 미국 전문의를 만나보면 나이가 많은 환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누구나 엔허투를 2차 표준치료법으로 여긴다고 말한다."

▶현재 국내 유방암 치료 환경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표적치료제 접근성이 낮다는 점이다. 혹자들은 다른 암종에 비해 유방암 치료제 접근성이 좋다고 하지만, 유방암 아형에 따라 상황이 다르다. 여성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은 호르몬제를 쓰지 못하면 표적치료제, 경구용 항암제, 일반 항암제 등을 순차적으로 사용하면 된다. 그러나 HER2 양성 유방암은 공격적이기 때문에 표적치료제와 일반항암제 간 효과 차이가 너무 크다는 문제가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다.

국내에서는 대부분 환자가 표적치료제 사용 전에 반드시 안트라사이클린(AC) 계열을 써야 한다. 중간에 AC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규정은 젤로다(카페시타빈)와 타이커브(라파티닙)를 쓴 후 치료법이 없던, 10년도 더 된 시절에 적용하던 규정이다. HER2 양성에 대해 표적치료제를 순차적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AC에 노출돼 심장 기능이 나빠지는 순간 모든 표적치료제가 그림의 떡이 된다. 환자 심장이 나빠지는 것을 뻔히 알면서 AC 치료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너무 가혹하다. 

현재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도 전이암 치료 시 선호되는 약제에 AC 계열을 제외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학회 내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현실 상황에서 환자를 위해 최선의 조치가 무엇인지 생각해서 국내 유방암 치료 규정을 선진화하고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


4살 아이가 고등학교 입학, 결혼하는 것도 보길 기대

 ▶최근 치료제 허가와 급여를 촉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이 관심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엔허투가 가장 돋보였다. 무엇 때문에 사회적 요구가 컸다고 생각하나.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 수가 결코 많지 않은데도 환자, 가족들이 엔허투 치료를 위한 국민동의청원에 참여하면서 사회적 화제가 됐다는 것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 대부분 40대 후반에서 50대이다. 요즘은 결혼을 늦게 하기 때문에 자녀들이 중고등학생인 환자들이 많아 엄마 지원이 필요하고, 남편에게도 배우자가 없어진다는 것은 가정에 큰 영향을 끼친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은 가정 뿐만 아니라 사회, 직장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연령대라 이들의 투병이나 공백으로 인한 손실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환자 투병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 영향이 큰 것은 치료 대안이 없기 때문이고, 엔허투를 대체할 약제가 없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 여성 호르몬 수용체 양성이나 삼중음성 유방암은 순차 치료를 할 수 있고, 기존 치료제 사용 시 생존기간은 3개월, 다른 치료제를 쓰면 7개월 정도로 약제 간 예후 차이가 크지 않다. 

반면 엔허투는 환자 운명을 바꾸는 치료제다. 엔허투를 안 쓰면 생존기간은 6개월 이내지만, 엔허투로 치료하면 2년 이상 살 수 있다. 이러한 결과가 개인과 가족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겠는가. 지금 막 고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이 대학에 가는 것까지도 볼 수 있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굉장한 의미가 있는 약이다."

▶실제 엔허투로 치료받은 환자 사례를 말해달라.

"자녀가 4살일 때 HER2 양성 유방암으로 진단받은 환자가 있다. 수술 후 치료를 받다가 암이 재발, 진행돼 폐까지 전이됐다. 그 이후에는 간까지 전이가 됐다. 당시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서만 엔허투를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약제가 허가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환자 상태를 보니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라 판단해 엔허투 치료를 시작했고 현재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 어느새 그 아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환자가 "아들이 대학에 졸업할 때까지 부모로서 지원을 다하고 싶다"고 하길래 치료를 잘 받으면 장가가는 것도 볼 수 있다고 응원했다.

엔허투가 시판되면서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하지 않고 치료가 가능해졌고 치료 비용도 낮아져 치료 접근성이 그나마 나아졌다. 몸이 약해서 다른 치료제를 쓰지 못하고 있던 환자들이 엔허투를 통해 새 희망을 가지기도 하고, 뇌 전이에 쓸 수 있는 T-DM1, 라파티닙 등 치료제를 모두 사용해 더 이상 쓸 수 있는 방법이 없던 환자도 새로운 치료 기회가 생겼다."

▶효과는 너무 좋은데, 급여가 문제다. 엔허투 치료 접근성 개선에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약제 건강보험 적용은 사회적 합의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효과에 대한 근거가 있는 모든 신약에 급여를 적용해 주면 좋겠지만 한정된 재정을 나누어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환자들이 모두 다른 병을 앓고 있고 처한 상황도 다르기 때문에 생존기간을 조금 늘려주는 약이든, 많이 늘려주는 약이든, 모두 소중한 치료 기회이고 우선순위를 비교하기 어렵다. 

그중에서도 엔허투는 대체 치료 옵션이 없는 상황이고, 환자의 생존기간 연장 등 혜택이 획기적이어서 비용 효과성이 큰 치료제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은 사회와 가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환자 생존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 이득이 큰 상황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유방암 환자 중 남편과 아이들 부담 때문에 고가 표적치료제 사용을 망설이시는 분들이 많다. 남편이 직장 생활을 해 유방암 환자 혼자 내원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가족을 위해 치료를 미리 포기하시는 분들을 종종 본다. 그럴 때는 보호자와 함께 내원해달라 요청한다. 남편분이 동행하셔서 이야기를 들으면 적극적으로 치료를 결정한다. 이런 사례들을 접하면서 의료진으로서 안타깝고, 환자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게 치료제 접근성이 개선되기를 바란다."

▶항암 신약을 기다리고 있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와 가족, 의료진, 정부 등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5년 전만 해도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이 엔허투 같은 치료제가 나올 것이라 기대하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 믿을 수 없는 일이 생겼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좋은 기회가 있을 때 최선을 다해 치료받아야 한다. 환자의 의무와 역할은 치료가 잘 적용될 수 있는 몸 상태와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암은 결코 치료제만으로 극복할 수 있지 않다. 환자의 마음과 몸 챙김이 치료제만큼 중요하다. 여기에 의료진 관심과 노력, 가족 도움이 더해져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나머지는 하늘의 몫이다. 환자들이 잘 먹고 잘 자고 좋은 마음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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