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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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김민건 기자] 올 한 해는 유한양행과 아스트라제네카가 비소세포폐암 영역에서 의미있는 이정표를 세웠다.

EGFR 변이 환자는 1차치료부터 타그리소(오시머티닙)와 렉라자(레이저티닙)라는 두 표적치료제를 건강보험을 받으며 사용할 수 있다. 유방암 분야에서는 엔허투(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가 허가돼 급여 등재에 나서면서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안겼다.

26일 팜뉴스는 2024년 갑진년(甲辰年)을 맞아 올 한해 제약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타그리소, 렉라자 그리고 엔허투 급여 등재 과정을 다시 한번 되돌아봤다.

EGFR 변이 비소세포 폐암 환자를 치료하는데 가장 먼저 사용하는 1차치료제는 1세대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TKI)다. 1세대는 1년 미만에 그치는 전체생존기간(OS)을 가지고 있다. 특히 치료 1~2년 내에 T790M 등 내성을 일으키며 이는 2세대 TKI 표적치료제도 마찬가지다. 결국 가장 효과가 좋은 3세대 TKI 표적치료제를 1차치료부터 사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올해부터 더욱 크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한가운데 타그리소와 렉라자가 있다. 

먼저 타그리소와 렉라자는 내년 1월 1일부터 EGFR 엑손 19 결손, 엑손 21(L858R) 변이가 있는 국소 진행성·전이성 비소세포폐암 1차치료에서 급여 처방이 된다. 급여 상한액은 타그리소 40mg(10만1759원), 80mg(19만123원)이다. 렉라자는 80mg(6만3370원) 제형만 있다. 타그리소 권장 용량은 1일 1회 80mg이며, 렉라자는 240mg(80mg 3정)로 1일 약가로 따지면 19만123원(타그리소)과 19만110원(렉라자)으로 차이가 없다. 

▶폐암 역사를 바꾼 타그리소, 역사에 도전한 렉라자

제약산업에서 폐암 치료의 역사는 타그리소를 기점으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그리소는 지난 2015년 미국FDA로부터 1차치료제로 첫 허가를 받은 이후 진행성·전이성 EGFR 변이 폐암 1차치료의 표준이 됐다.

타그리소
타그리소

무엇보다 타그리소는 기존 1·2세대 TKI 제제 대비 매우 뛰어난 효과를 보였다. FLAURA 글로벌 임상을 통해 확인한 1차치료 효과는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 18.9개월로 기존 1·2세대 EGFR 표적치료제 대비 기간을 9개월이나 연장했다.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도 38.6개월로 1·2세대 TKI 의 31.8개월 보다 6.8개월 늘리는 성적을 냈다.

타그리소가 국내에서 1차치료 허가를 받은 것은 2018년이다. 지난 5년간 급여 등재가 되지 못한 것은 이슈가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FLAURA 연구의 아시안을 대상으로 한 전체생존기간 하위 분석에서 생존기간 위험비(Hazard Ratio, HR) 0.85로 아시안에서 효과가 없다는 내용이 걸림돌이 됐다. 당시 타그리소의 아시안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37.1개월, 대조군인 1세대 TKI 제제는 35.8개월로 큰 차이가 없었기에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하지만 타그리소는 한국인과 비슷한 일본인 환자 대상으로 한 1차치료 단독 임상인 REIWA를 통해 무진행생존기간 20개월, 전체생존기간중앙값 40개월을 기록하며 분위기를 바꾸기 시작했다.

2023년에는 FLAURA2 연구(타그리소-백금기반 항암요법 병용과 타그리소 단독 투여 비교)로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 29.4개월을 기록해 30개월에 가까운 데이터를 보이며 근거를 더했다.

결국 지난 2019년, 2021년, 2022년 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 조차 넘지 못 했던 타그리소는 올해 3월 열린 2023년 암질심에서 급여 기준을 설정받을 수 있었다. 뒤이은 9월에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1차치료 급여 적정성을 받으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약가협상에 나설 수 있었다. 지난 11월 타그리소 약가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5년을 기다린 1차치료 급여 등재를 이뤄냈다.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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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그리소라는 역사에 도전한 것은 유한양행이 개발한 국산 신약 31호 렉라자다. 렉라자는 시작부터 남달랐다. 지난 2018년 11월 다국적제약사 얀센이 렉라자의 개발과 제조, 상업화 권리를 총액 1조4000억원에 사들였다. 대한민국 신약 개발 역사에 유례없는 빅딜이었다.

기술수출 금액 뿐만이 아니었다. 임상 연구에서도 빛을 발했다. 렉라자는 먼저 2차치료에서 허가를 받았다. 국내 조건부 허가 근거인 1/2상 LASER-201에서 렉라자 240mg을 2차치료에 사용하니 전체생존기간중앙값 38.9개월이 나왔다.

2022년 12월에는 글로벌 무대인 ESMO ASIA 2022를 통해 1차치료에서 가능성을 보였다. 1세대 TKI 제제와 비교한 3상 연구 LASER-301에서 무진행생존기간중앙값 20.6개월로 기존 1차 표준치료 대비 10.9개월을 연장, 사망 위험을 55% 감소시켰다.

사진. 유한양행 렉라자® 제품 사진
사진. 유한양행 렉라자® 제품 사진

특히 타그리소가 올해 FLAURA2 연구를 통해 백금기반 항암요법 병용 시 생존 혜택을 입증하자 뒤지지 않고 똑같이 병용 데이터를 공개했다. 2023년 10월 스페인 마드리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얀센이 주도하는 MARIPOSA 연구를 통해서다. 렉라자는 1차치료에서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와 병용 시 타그리소 단독 요법 대비 질병 진행, 사망 위험을 30% 줄였다.

임상 데이터를 꾸준히 쌓은 렉라자는 지난 2021년 1월 식약처로부터 3상 조건부 허가를 받아 같은 해 7월 2차치료에 급여를 받을 수 있었다. 2023년 6월에는 1차치료까지 적응증을 확대하며 타그리소를 뒤쫓기 시작했다.

역사에 도전한 렉라자는 결국 성공했다. 지난 8월 암질심에서 1차치료 급여 기준을 설정하고 올해 12월 타그리소와 동일한 시기에 약가협상을 마칠 수 있었다. 

타그리소와 렉라자는 다른 시기 세상에 나타났지만, 같은 시점에 국내 건보 급여를 받음으로써 국내 비소세포폐암 치료에서 역사적인 약제가 됐다.

▶유방암 환자에게 비친 태양 엔허투, 아쉬움 남겨

엔허투
엔허투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가 공동 개발한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 Drug Conjugate, ADC) 엔허투는 올해 국내 급여화가 이뤄지지 못해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많은 환자들이 새해에는 전격적인 급여 처방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엔허투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 절반을 차지하는 HER2 양성과 저발현 환자에서 큰 효과를 보며 매우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지난 2020년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한 엔허투 데이터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기록이었던 터라 큰 감동을 안겼다.

엔허투가  DESTINY-Breast03 3상 연구에서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2차치료 표준요법인 캐싸일라(T-DM1)와 직접 비교(Head-to-Head)를 통해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HR)을 무려 72%나 감소시킨 것이다. 캐싸일라는 표적치료제 허셉틴(트라스투주맙)에 세포독성항암제 DM1을 결합한 1세대 ADC다.

엔허투는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  28.8개월로 캐싸일라의 6.8개월 대비 22개월이나 연장했으며, 연구자평가에서도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 40.5개월로 캐싸일라(25.7개월)와 유의한 격차를 보였다. 

매우 뛰어난 데이터를 가진 엔허투였지만 국내 허가가 이뤄지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 2021년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신속승인을 받았지만 2022년 5월이 되도록 허가 소식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자 환자와 가족들이 직접 나섰다. 

2022년 8월 신속 승인을 요청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이 제기돼 달성 요건인 '5만 명'을 달성했다. 청원인은 오유경 식약처장을 향한 공개적인 편지를 보내며 빠른 허가를 호소했다. 과거 이처럼 특정 단일 약제 허가 청원에 5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사례가 없었던 만큼 놀라운 사건이었다. 그만큼 유방암 신약을 기다리는 국민이 애달펐다는 것이다. 이 청원은 결정적이었다. 2022년 12월 엔허투 허가가 이뤄졌다.

하지만 암질심까지 또 다른 난관이 있었다. 암질심에서 거듭 급여 기준 설정에 실패하자 다이이찌산쿄가 특단의 결정을 내렸다. 세계 최저가 약가를 제시하고 추가적인 RSA 부담을 지기로 했다. 1회 투약비 750~900만원(3~4바이알 투약 기준)인 엔허투 급여 기준 설정에는 상호 양보가 필요했던 것이다.

2023년 5월 국민청원으로 힘을 모으고, 전세계 최저가 가격을 제시한 끝에 국내 급여 등재 첫 관문을 넘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엔허투는 심평원 약평위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로는 엔허투가 환자 생존기간을  4배 이상 증가시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환자 생존기간이 연장될수록 건보 재정에서 지출되는 비용도 늘어난다.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 28.8개월에 달하는 엔허투의 비용효과성 입증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올해 급여 등재는 불가능하다. 다만,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신약 가치 인정 1호 약제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새해 혁신신약 가치를 인정받을 경우 ICER(Incremental Cost-Effective Ratio, 점증적 비용-효과비) 임계값 탄력 적용으로 빠른 급여화가 가능하다. 

정부가 내세운 혁신신약 기준에 엔허투는 모두 부합한다. ▲대체 가능하거나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제품 또는 치료법이 없는 경우 ▲생존기간에서 상당 기간 연장 등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개선을 입증한 경우 ▲식약처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지원체계를 통해 허가된 신약(GIFT) 또는 미국FDA 획기적의약품지정(BTD), 유럽EMS 신속심사(PRIME) 제도를 통해 허가된 경우 등이다.

어둠 속에 있던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 빛을 비춘 태양 같은 존재가 엔허투다. 새 혁신신약 기준을 적용받는다면 단 한 명의 환자로 생명을 살릴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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