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허투
엔허투

[팜뉴스=김민건 기자] HER2 표적치료제 엔허투(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를 국내에서 처방할 경우 얻게 되는 사회경제적 비용은 얼마나 될까. 

최근 국내 연구팀이 HER2 양성 전이성 환자에게 엔허투를 처방해 무진행생존기간(PFS, 질병 진행으로 사망하기까지 기간)을 늘렸을 경우 한국 사회가 얻을 수 있는 경제적 비용을 추산했다. 환자 1명당 1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성균관대학교와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은 2007년 1월부터 2021년 5월까지 기존 HER2 양성 2차 표준치료 항암제인 케싸일라(트라스투주맙엠탄신)를 처방받은 HER2 양성 전이성 환자 2212명의 건강보험청구자료를 분석해 엔허투 사용 시 생존혜택과 비교 추정했다.

연구 결과, 엔허투가 케싸일라 대비 추가적으로 무진행생존기간을 3배 연장한 결과 사회경제적 편익은 총 2614억원으로 1인당 1억1800만원으로 추산됐다. 

세부적으로 케싸일라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최소 7.1개월(65세 이상)에서 최대 12.5개월(30대)이었고, 동일한 연령 조건으로 엔허투는 최소 23.4개월(65세 이상)에서 최대 41.1개월(30대)이었다.

항암 임상에서 무진행생존기간과 전체생존기간(OS)은 고가의 항암 신약 효능·효과를 평가하는 일차적 잣대이기에 이를 달성했는지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통상 국내 건강보험 급여 등재로 처방하기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3상 임상을 통해 전체생존기간 데이터로 생존연장 혜택을 입증해야 한다. 다만 전체생존기간을 입증하는 데는 최소한 5~6년에 달하는 임상 기간이 필요하다. 

특히 항암 4기 말기암 환자는 1~2달 이내 급격한 변화로 사망할 수 있어 무진행생존기간 연장을 중간 과정에서 중요한 지표로 여긴다. 질병 진행이란 종양 크기가 20% 이상 증가한 것을 뜻한다. 엔허투 처방으로 종양 성장을 억제할 경우 생존기간을 늘릴 수 있다.

매년 2~3만 명의 여성이 유방암을 진단받는다. 엔허투 처방 대상이 되는 HER2 양성 전이성 환자는 전체 유방암 환자의 1% 수준이지만, 조기 유방암 환자가 HER2 양성인 경우 재발 위험이 크며 그 비중은 10~15%에 달한다.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이 사회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은 물론, 가족 단위에 미치는 심리적, 경제적 부담에 더해 생존권 위협이 결코 간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으로 인한 국내 질병부담을 연구한 자료가 있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

▶HER2 양성 80% 이상이 사회·경제 활동 활발한 30~50대

이 연구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trastuzumab-deruxtecan) 관련 사회경제적 편익 분석' 제목으로 지난 8월 31일자 약학회지 67권 4호에 게재됐다.

연구 방법은 국내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건강보험청구자료에 엔허투 임상인 DESTINY-Breast03 데이터를 대입 비교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을 연령군별로 추정해 결과값을 도출했다.

연령별로는 사회경제적 활동이 많은 30~50대가 85.1%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2212명의 환자 데이터 중 40~49세가 836명(37.8%)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50~59세 623명(28.2%), 30~39세 422명(19.1%), 60세 이상 234명(10.6%),  20~29세 97명(4.4%) 순이었다.

이들의 사회경제적 편익을 알기 위해 각 연령군의 무진행생존기간을 유급노동시간 또는 무급노동시간으로 변환했다. 그 결과 2212명의 생존기간 연장으로 가지는 편입이 총 2614억원, 환자 1인당 1억1800만원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새로 개발된 엔허투가 가진 사회경제적 편익 분석으로 가치를 조명한데 의의가 있다"며 "한정된 재정을 기반으로 의료자원의 배분 관련 의사결정 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의미를 밝혔다.

이번 연구가 엔허투 투여 시 국가재정과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추정치를 내놨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바로 '삶' 그 자체다.

박경화 고대안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팜뉴스와 가진 6월 27일자 인터뷰[ "촛불아 가라, 태양이 떴다...엔허투는 환자 운명을 바꾸는 약" ]에서 "5년 전만 해도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은 엔허투 같은 치료제가 나올 것이라 기대하지 못했다"며 "수술 후 치료를 받다가 암이 재발해 폐와 간까지 전이가 된 환자가 있다.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해 엔허투를 투여한 결과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고등학교에 입학한 자녀가 대학교 졸업은 물론, 장가가는 것까지 볼 수 있다며 응원했다"며 "암은 결코 치료제만으로 극복할 수 있지 않으며 환자의 마음과 몸 챙김이 중요하다. 여기에 의료진 관심과 노력, 가족들의 도움이 더해져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투병 환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삶' 그 자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엔허투가 무진행생존기간을 연장한 결과, 사회경제적 추산 이익이 억대에 이른다고 해도 더욱 중요한 것은 건강한 삶이며, 이를 위해 필요한 비용은 돈으로 측정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지난 6월 3일 발표된 약학회지 67권 3호에는 또 다른 연구 결과가 실렸다. '건강보험청구자료를 이용한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조기 사망에 따른 간접적 질병 부담'이라는 제목이다.

이 연구도 성균관대학교 등 연구팀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으로 사망한 환자 3576명의 건강보험청구자료를 토대로 조기 사망에 따른 수명과 생산성 손실을 분석한 것이다. 

연구팀은 잠재수명손실연수(YPLL), 잠재생산수명손실연수(YPPLL), 총 생산성손실비용(CPL)로 추산해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 1명 사망으로 기대여명 36년, 생산수명 15.6년, 생산성비용 약 3.2억원 손실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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