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민동의 청원
국회 국민동의 청원

[팜뉴스=김민건 기자]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트라스트주맙·데룩스테칸, 항체약물접합체(ADC) 적응증을 HER2 저발현까지 확대해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이 올랐다. 지난해 엔허투 사용 여부가 화두였다. 올해는 핵심 적응증까지 허가가 이뤄져야 실질적 치료 접근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환자들의 목소리다.

지난 14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는 '항암치료제 엔허투의 HER2 저발현 유방암 환자에 대한 적응증 확대 촉구 청원'이란 제목의 글이 올랐다. 해당 청원은 17일 오후 6시 기준으로 2346명을 넘었다. 마감 일자는 내달 16일까지다. 청원 달성 기준은 5만 명으로 지난해에 이어 국민적 관심사를 모을 일이다.

엔허투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가 개발한 전이성 유방암 표적치료제다. 유방암 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HER2 양성 또는 저발현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 

유방암 환자의 아들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현재 국내에서 처방 가능한 엔허투 허가 적응증은 "반쪽 짜리"라며 "HER2 저발현 환자에게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이유를 적었다.

청원인은 "엔허투는 미국 암학회(ASCO)에서 발표한 DESTINY-Breast04 연구를 통해 미국과 유럽에서 승인됐고, 뒤이어 국내에서도 허가 적응증을 받음으로써 처방 가능해졌다. 이 연구가 획기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HER2 유방암 뿐만 아니라 저발현 환자에서도 똑같이 좋은 효과를 보였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계적으로 전체 유방암 환자에서 HER2 양성은 15%인데 반해 HER2 저발현 환자는 65%로, 국내 전체 유방암 환자에서 HER2 발현 환자 80% 중 15%는 혜택을 볼 수 있는데 반해 나머지 65%는 단순 행정 절차 지연으로 처방받지 못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약의 효능과 안전성에 아무런 의심이 없는 상황에서 절차적 문제로 승인이 지연되는 것은 너무 슬픈 일이다. 처방 대상이 되는 환자는 4기로 환자와 보호자의 삶에 대한 염원을 가늠할 수 없다는 점에 더욱 슬퍼진다"고 적었다.

지난 15일에는 엔허투의 HER2 저발현 적응증 확대를 원하는 유방암 환자의 이야기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랐다. '임신성 유방암 4기, 아이와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글은 17일 오후 6시경 조회수 8만7333회를 기록했다.

얼마 전 아이를 출산한 엄마는 자신을 임신성 유방암 4기라고 소개하며 "힘들게 출산 후 항암을 하고 있지만 언제 내성이 생겨 항암제를 못 쓰게 될지 모른다. 하루하루 마음을 졸이며 버티고 있다. 자신과 아이에게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모르겠다. 아이만 바라보며 마음을 다 잡고 있다"고 자신의 이야기를 적었다.

그는 "지난해 엔허투가 승인됐지만 약간 문제가 있다. 전체 80%에 해당하는 유방암 환자(HER2 양성, HER2 저발현)에게 적용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지만, 우리나라만 유독 15%에 해당하는 HER2 양성에만 처방 가능하도록 승인됐다. 저는 나머지 65%에 해당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국민동의 청원에 동참을 호소하며 "이 청원이 통과되면 비로소 내 돈으로 약을 쓸 수 있게 된다. 보험에서 약값을 지원해주는 게 아니다. 내 돈으로 맞을 수 있게만 해달라고 청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엔허투 적응증은 두 개다. 절제 불가능하거나 전이성인 HER2 양성 유방암 3차(DESTINY-Breast01 임상)와 2차(DESTINY-Breast03) 치료다. HER2 양성 환자는 전체 유방암 환자 20%를 차지한다.

유방암 환자와 가족이 주장한 HER2 저발현, 즉 절제 불가한 전이성 HER2 저발현(IHC1+ or IHC2+/ISH-) 유방암은 국내 허가되지 않았다.

엔허투
엔허투

엔허투는 작년 6월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한 DESTINY-Breast04 임상 데이터를 통해 기립박수를 받았다. HR 양성 또는 음성인 HER2 저발현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항암화학요법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50% 줄이는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맹검독립평가위원회(Blinded Independent Review Committee, BIRC)에 의한 엔허투 투약군 PFS 중앙값은 9.9개월로 항암화학요법 치료군 5.1개월 대비 임상적 혜택을 보였다. 또한, OS 중앙값은 엔허투 투약군 23.4개월로 항암화학요법군 16.8개월 대비 사망 위험을 36% 감소시켰다. 이 같은 결과로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HER2 저발현 승인이 이뤄졌다.

HER2는 유방암 또는 위암, 폐암 등 많은 암종에서 발현하는 바이오마커다. 지난 2020년 전세계 유방암 환자는 200만 명을 넘었고, 전세계적으로 68만여 명이 사망했다. 매년 미국에서 발생하는 유방암 환자 80%는 HER2 음성이며 60%는 HER2 저발현군에 속한다. 

HER2 유방암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한다. HER2 양성(IHC 3+ 또는 IHC 2+/IHS+)과 HER2 음성(IHC 0, IHC 1+ 또는 IHC 2+/ISH-), 호르몬수용체(HR) 양성과 음성 모두에서 발생하는 HER2 저발현(IHC 1+ 또는 IHC 2+/IHS-)이다. 그러나 HER2 저발현군은 적절한 표적치료제가 없었다. HR 양성으로 HER2 저발현인 경우 내분비요법을 사용한 이후 효과적인 치료제 자체가 많지 않았고, HR 음성인 경우도 표적치료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엔허투가 처음으로 HER2 저발현 치료에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면서 주목받은 것이다. 엔허투는 트라스투주맙(단클론항체)이 HER2 발현 세포를 찾고 독성 물질인 데룩스테칸이 암세포 내로 들어가 분열과 성장을 저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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