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지난 5일 ADC(Antibody Drug Conjugate, 항체 약물 접합체) 항암 신약 엔허투(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가 국내 공식 출시됐다. 심혈관계 전문 제약사인 다이이찌산쿄가 2019년 국내 항암사업 분야 진출 확대를 선언한 이후 내놓은 첫 신약이다.
엔허투 국내 허가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작년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를 통해 절제불가한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에서 개선된 종양 감소와 생존율로 기립박수를 받으며 기대감을 한껏 띄웠다.
반면, 같은 해 8월 국내에선 신속한 허가를 요구하는 국회국민청원에 올랐다. 국민 5만 명 이상이 참여, 청원 조건을 달성하며 국가적 주목을 받았다. 허가가 1년 이상 늦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제약사는 물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답답함을 토로하는 환자, 보호자가 적잖았다.
다행히도 국내 허가가 이뤄졌다. 현재 HER2양성 전이성 유방암 2,3차 치료제로 허가받아 건강보험 급여 신청이 들어간 상태다. 국내 의료진은 유방암 신약 엔허투의 최종 목적지를 'HER2 저발현'까지 보고 있다.
18일 엔허투는 절제 불가능하거나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 3차(DESTINY-Breast01 임상), 2차(DESTINY-Breast03) 치료 적응증을 가지고 있다. 전체 유방암 환자 20%를 차지하는 HER2 양성 환자에게 치료 옵션이 늘어난 것이다.
국내 임상 의료진이 다수 참여한 DESTINY-Breast01 임상의 경우 앞서 캐싸일라(T-DM1) 등 2개 이상 치료를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객관적반응률(ORR) 60.9%,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 16.4개월, 반응지속기간 중앙값(mDOR) 14.8개월을 확인했다. 이미 캐싸일라를 사용한 환자에서 1년 이상의 질병 무진행이라는 놀라운 결과였다.
DESTINY-Breast01 임상에는 아시아권 보다 유럽·미국 환자가 많았다. 이에 반해 DESTINY-Breast03에는 아시아권 환자가 많았다. 코로나19 여파였다. 또한 캐싸일라와 직접 비교가 이뤄졌다. 중간 분석 결과 mPFS 28.8개월로 캐싸일라 투여군 6.8개월과 비교해 무진행 기간을 연장했다.
박연희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최근 열린 엔허투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치료 옵션이 부족한 2차 이상 전이성 HER2 유방암에서 새로운 표준 치료 요법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HER2 저발현 환자에서 적응증을 기대하며, 허가 기간이 늦어지지 않았으면 한다"며 개인적 바람을 전했다. 절제 불가한 전이성 HER2 저발현(IHC1+ or IHC2+/ISH-) 유방암까지 적응증을 확보해야 핵심적인 치료 접근성이 개선될 것이란 얘기다.
그간 HER2 저발현은 양성으로 인정되지 않아 적절한 표적치료를 받지 못 했다. 미국의 경우 한해 약 28만건의 유방암 환자가 발생하며 80% 정도가 음성 진단을 받는다. 이제는 HER2 음성 진단을 받은 60%가 'HER2 저발현'으로 분류돼 치료할 방법이 생겼다. 엔허투가 최초로 HER2 저발현 표적치료를 제시하며 환자 발굴과 치료 대안까지 새로운 길을 만들면서다.
FDA는 작년 8월 첫 번째 HER2 저발현 치료제로 엔허투를 승인하며 질병 진행·사망 위험은 줄이고 전체생존기간을 대폭 늘린 임상 결과를 주목했다. 해당 임상은 총 557명이 참여한 DESTINY-Breast04(3상)였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HR+) 또는 음성(HR-)인 HER2 저발현 유방암 환자에게 표준치료제인 항암화학요법과 비교했다.
엔허투는 임상에서 mPFS 9.9개월을 나타내며 항암화학요법 5.1개월 대비 4개월 이상 차이를 벌렸다.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 역시나 엔허투는 23.4개월로 항암화학요법 16.8개월 대비 사망 위험을 36% 감소시키는 결과를 냈다.
HER2 양성이 아닌 환자에서 글로벌 임상 데이터가 확인되자 국내 유방암 치료 환경도 엔허투 같은 신약 적응증 확대와 급여 적용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박 교수는 "(엔허투 허가 과정에)환자 커뮤니티가 핵심 역할을 했다. 이제 건강보험 급여를 통해 환자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다음 단계 과제"라며 "환자가 많이 줄어야 보건정책 비용도 아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HER2 저발현 환자까지도 보험 적용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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