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항체 "근처에서 암세포 냄새가 나는데" 약물 "찾기만 해 공격은 내가 할게" 링커 "둘은 나만 꽉 잡고 붙어있어"
제약사들이 기가 막히게 암세포를 찾는 항체(Antibody)와 강력한 공격력을 가진 세포독성약물(Drug), 이 둘을 이어주는 링커(conjugation)로 만들어진 'ADC(Antibody Drug Conjugate, 항체약물접합체)' 매력에 빠졌다.
항체가 암세포 표면이 특징적으로 나타내는 항원을 찾아내 세포 속으로 들어가면 약물이 암세포 속에서 분해돼 독성을 뿜어낸다. 정상세포 영향은 최소화하고 세포 사멸 효과를 극대화 하는 기전이다.
세포독성항암제는 효과는 좋지만 암세포 선택성이 떨어진다. 항체는 암세포 선택성이 높지만 사멸 효과가 떨어진다. 상대적 단점을 보완해 만든 항암제가 ADC다.
8일 제약업계에서는 2000년대 초반 개발 활기를 띄었던 ADC 기전 항암제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그간 단점으로 지적됐던 효능과 안전성을 보완해 기존 치료제 대비 생존기간 연장에 탁월한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까지 미국식품의약품국(FDA)이 승인한 신약은 12개다. 최근 개발되는 ADC 치료제들은 항체-약물 접합 불안정성에 따른 독성 문제를 개선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신약 승인도 늘어나고 있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새로운 ADC 신약 개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달 3일 종근당은 네덜란드의 '시나픽스(Synaffix B.V)'로부터 ADC 전문 플랫폼 기술을 도입하기로 했다. 종근당이 개발한 항체에 시나픽스 ADC 플랫폼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종근당이 새로운 신약 개발을 위해 들인 계약금은 약 1600억원(선급금, 개발·허가·판매 마일스톤 포함)이다. 지난해 종근당 연매출 1조4833억원의 약 10%에 해당한다. 종근당이 한해 투자하는 R&D 비용과도 맞먹는다.
종근당이 거금을 들여 투자하는 이유는 뭘까. ADC 치료제는 기존 항체에 새로운 약물(페이로드)를 붙이면 신약 개발 가능성이 대폭 높아지기 때문이다.
시나픽스는 지난해 암젠과 약 2조5000억원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만큼 제약업계에서 ADC 개발 전문으로 인정받고 있다. 얀센, 쿄와 기린, 머사나, ADC테라퓨틱스 같은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체와도 협력하고 있다. 시나픽스 기술력이 믿을만 하다고 볼 수 있다.
시나픽스 ADC 플랫폼(글리코커넥트(GlycoConnect)·하이드라스페이스(HydraSpace)·톡스SYN(toxSYN))은 차세대로 분류된다.
글리코커넥트는 항체와 약물을 결합하는 기술이다. 항체와 호환성을 높여 최적의 약물·항체 비율(Drug-antibody Ratio·DAR)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ADC 치료제는 항체에 약물이 결합하는 부위를 조절할 수 없었다. 항체 약물이 몇개 붙는지에 따라 ADC 치료제 효과와 부작용이 발생하기에 중요한 문제였다. 글리코커넥트는 DAR1(약물 항체 비율 1:1) DAR2(2:2) DAR4(4:1) 등 페이로드 효능을 가장 적절히 낼 수 있는 DAR 비율을 찾는 기술이다.
하이드라스페이스는 약물 치료 효과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료, 효능, 내약성, PK(약동학)에 관여한다. 톡스SYN은 링커와 페이로드 조합 기술이다. 총 6개의 링커와 약물을 기전에 따라 조합할 수 있다.
ADC 핵심 기술은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구분하는 항체, 혈중 속에서 항체로부터 약물이 떨어지지 않는 안정성을 갖춘 링커, 약물 자체 효능과 안전성이다. 최적의 항체-링커-페이로드 조합을 찾아나선 암젠과 종근당이 시나픽스 ADC 플랫폼에 거액을 투자한 배경이다.
지난 2017년 다케다제약이 레고켐바이오 ADC플랫폼 '컨쥬올(ConjuALL)' 기술을 사들이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이 당시 글로벌 제약사 다케다가 레고켐 ADC 기술을 선택한 이유도 링커의 혈중 안정성과 약물 방출 기술, 항체 특정 위치에 정해진 개수의 약물을 부착하는 기술 때문이었다.
▶ADC기술을 실현시킨 '엔허투'
앞서 제약사들이 ADC 기술을 통한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면 이미 상업화에 나선 경우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제품이 다이이찌산쿄-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엔허투(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이다. 현재 엔허투는 국내에서 HER2 양성에서 허가됐으며 HER2 저발현∙음성 적응증까지 노리고 있다.
엔허투는 암세포 표면에 과발현하는 특정 항원을 표적하는 항체 트라스트주맙에 강력한 효능의 세포독성 약물 데룩스테칸을 종양 선택적 절단 링커인 Dxd로 연결한 구조다. 기존 세포독성 약물 보다 10배 강력하지만 정확하게 암세포를 찾으며, 암세포에서 유리된 작은 종양까지도 포착해 사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허투가 강력한 효과를 안정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이유도 '링커'덕분이다. 현재 링커는 비절단형링커(1세대)과 절단형(2세대)이 있다. 비절단형링커를 사용하면 세포막을 통과하기 어렵지만 절단형은 낮은 pH나 암세포 내 특정 효소에 의해 잘려나가게 된다. 엔허투의 경우 2세대 링커를 적용해 항체-약물이 3주간 신체에 머물며 표적세포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ADC 기술에서 항암 효과와 부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접합'이다. 항체의 어느 위치에 약물을 많이 접합시키냐에 따라 효능·효과가 달라진다. 현재 접합은 라이신 접합, 시스테인 접합, 위치특이적 접합이 있다. 비특이적 결합인 라이신접합은 약물이 어느 부위에 붙을지 알기 힘들기 때문에 약물 개수도 조절하기 힘들다.
2세대 시스테인 접합인 엔허투의 경우 약물 2개를 동시에 붙임으로써 8개까지 균일한 ADC를 얻을 수 있다. 라이신 접합은 적응증 확대가 제한적이지만 시스테인 접합은 용이하다는 차이도 있다. 위치특이적 접합은 상업화에 성공한 제품이 없다. 엔허투는 2세대 링커와 접합을 사용해 8개 약물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암 특이적인 절단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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