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 AD)은 가장 흔한 치매 형태이며 전체 치매환자 75%가 알츠하이머병인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까지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사용되는 것은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와 NMDA(N-methyl-D-aspartate) 수용체 길항제 등으로, 이들 약제로는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하는 것만이 가능해, 많은 회사들에 의해 근본적인 질병조절(disease modifying)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다양한 노력이 진행됐으나 최근까지 모두 실패했다.

지난 2003년 NMDA수용체 길항제인 메만틴 (memantine)이 승인을 받은 이후로는 20년 동안 이렇다 할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 소식이 없었다.

지난해  바이오젠(Biogen)과 에이자이(Eisai)가 공동개발한 아두헬름 (Aduhelm, 아두카누맙, aducanumab)이 FDA 승인을 받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많은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약효논란에 휩싸여 있다.  아두헬름 효능이 아직 적절하게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부작용  우려도 만만치 않아서 안전성 또한 논란이 되고 있다.  

여기에 지나치게 높은 처방 단가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유럽의약청(EMA, European Medicines Agency)에서는 지난해 12월 아두헬름 사용 승인을 기각했고, 그 이후 바이오젠 이의 신청도 다시 기각했다. 

이러한 여러가지 문제들로 바이오젠과 에이자이도 현재 아두헬름 상용화를 사실상 포기하고, 후속 파이프라인 '레카네맙'(lecanemab)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알츠하이머병 발병 원인으로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축적, 콜린성 신경세포 사멸, 신경세포 수상돌기 이상, 미토콘드리아 에너지 대사 이상 등 다양한 이론이 있다. 

이중 가장 폭넓게 받아들여 지는 것은 아밀로이드베타(amyloid beta, aBETA) / 타우 (TAU) 가설이다.  

이 가설에 따르면, 모노머(monomer) 형태 아밀로이드베타는 무독성이나, 이 단백질이 잘못 접히면서 서로 뭉쳐서 oligomer/fibril/plaque 형태로 바뀌게 되고 독성도 띠게 된다.  

이후로 아밀로이드베타와 과인산화된 타우 단백질의 독성으로 인해, 신경세포의 사멸과 인지 기능저하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이들 아밀로이드베타와 타우 단백질을 타깃으로 많은 항체 치료제들이 개발됐다.  

하지만 최근까지 이들 항체 프로그램들은 질병 변경 효과(disease modifying effect)를 증명하지 못하고 있는 등 성공적이지 못한 것 같다. 

최근 유일하게 FDA 승인을 받았지만 끝임없는 논란에 휩싸여 있는 바이오젠/에자이 ‘아두카누맙’ 경우도 역시 아밀로이드베타 표적 항체 치료제다. 

여전히 여러 회사들의 파이프라인을 보면, 아밀로이드베타나 타우를 타깃으로 하는 항체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점점 다양한 다른 기전들을 이용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쪽으로 관심이 옮겨 가고 있는 추세이다.  

그 중에서 몇가지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카사바 사이언시스(Cassava Sciences)가 개발하고 있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인 ‘시뮤필람’(simufilam, PTI-125)은 환자의 변형된 스캐폴드 단백질인 filamin A에 결합해 원래 형태와 기능으로 회복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렉터(Alector)등 몇몇 회사들은 미세아교세포(microglia)의 대식기능을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특히 알렉터는 신약후보인 AL002(TREM2 표적)과 AL003(CD33 표적)을 애브비(Abbie)와 함께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코텍싸임(Cortexyme)은 치주질환 유발세균인 P. 진저발러스(P. Gingivalis)가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한다는 가설 아래 이 박테리아 억제제인 아투자긴스타트 (Atuzaginstat, COR388)을 개발하고 있다.  

이 가설에 따르면,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이 박테리아가 구강을 통해 뇌에 침입하고, 신경세포에서 독성효소인 진지페인(Gingipain)을 분비하고 그 결과 타우 등 병리단백질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 다른 주목받는 시도로는 백신이 있다.  

기존에 직접적으로 아밀로이드베타나 타우를 타깃으로 하는 항체치료제 대신, 아밀로이드베타 백신이나 타우백신을 개발하는 것이다.  

AC 이뮨(AC immune), 액손 뉴로사이언스(Axon Neuroscience), 애러클론 (Araclon) 등이 이러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많은 바이오텍 또는 제약회사에서 다양한 흥미로운 시도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2019년 실패 위기 대응 노력과 알츠하이머 커뮤니티서 진행되는 재포지셔닝 노력 

지난 2019년 바이오젠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aducanumab) 임상시험을 갑자기 중단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당시 바이오젠은 임상연구 파트너들과 임상시험 참가자들에게 임상시험 중단을 통보하면서도 아무 설명이 없었다.   

그 후 몇 달 동안 350개 이상의 임상시험 사이트 연구원들은 바이오젠으로부터 거의 어떤 종류의 설명이나 정보를 받지 못했다. 3,000명이 넘는 임상시험 참가자들도 ‘연구는 실패했고 다음 단계가 없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을 뿐이다.

환자 커뮤니티, 특히 신경퇴행성 질환을 갖고 있는 이러한 커뮤니티에 대해 치료제 개발회사는 환자들 감정과 영향을 고려하면서 좀더 주의 깊게 접근했어야 했다. 

제약회사 목표는 궁극적으로 이러한 환자들의 충족되지 않은 요구(unmet needs)을 해결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개발 제약회사에게는 환자들에게 충분한 정보와 자원을 제공하는 것을 포함해 더 높은 수준의 기업 책임이 부여된다고 하겠다.

이후에도 바이오젠은 이전 임상참가자들에게 핵심 정보와 리소스 (resource)을 제공함으로써 이들과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기회 역시 잡지 못했다.  

이러한 바람직하지 못한 바이오젠 대응은 알츠하이머 커뮤니티와 관계를 효과적으로 ‘황폐화’시켰고, 다른 여러 이해 관계자들과 관계도 더 악화될 수 밖에 없었다. 

몇 달 후 바이오젠은 놀랍게도 결정을 번복하고 다시 FDA 승인을 신청할 계획을 세웠다. 과학자들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실패로 간주됐던 데이터가 이제 잠재적인 돌파구 표시로 간주된다는 생각에 어리둥절해 했다.

지난 2021년 FDA 승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두헬름(아두카누맙)은 여전히 업계에서 높은 수준의 회의론에 직면하게 되었다. 

과학자, 환자, 심지어 FDA 자문위원들까지도 한때 가지고 있었던 신뢰와 희망은 바이오젠의 2019년 위기 대응 이후 이미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바이오젠은 지난 실수로부터 여러가지 교훈을 배운 듯하다. 

현재 회사는 아두헬름의 전반적인 실패에서 회복 중이며 알츠하이머 커뮤니티 내에서 신뢰를 재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2 위기 대응 통한 바이오젠 리더십 잠재적 개선

최근 바이오젠은 회사 진로를 완전히 바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9년의 빈약한 위기 대응과 그후 2년 동안 업계에 파문을 일으킨 후, 바이오젠은 ‘아두헬름’과 관계를 ‘실질적으로’ 제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회사 대표(CEO)와 아두헬름 상업화팀 등이 책임을 지고 회사에서 물러났다. 이후 바이오젠은 아두헬름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과 미래에 대한 희망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하다.

손실을 줄이고 미래의 개발에 집중함으로써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바이오젠 능력이 강조되면서 업계 분석가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팀 재구성을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회사 주요 변경 사항이 진행 중임을 외부 당사자에게 알리는 핵심 신호다. 이는 바이오젠이 글로벌 알츠하이머 커뮤니티 내에서 이미지를 재브랜딩하려는 시도 일부다.

바이오젠은 아두헬름과 레카네맙 차이점을 진정으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에는 바이오젠 파트너인 에이자이가 미국 FDA의 모든 승인과정를 주도하고 있다.  사실 이전 아두헬름 경우, 바이오젠이 이 단계를 주도해 해당 지역에서 부정적인 평판을 얻었다.  이번에 에이자이가 이를 진행한다는 것은 바이오젠이 또 다른 아두헬름 상황을 피하기 위해 분명한 노력을 한다는 것을 대중에게 보여준다 할 수 있다. 

또한 포지셔닝 도 전혀 다르다. 

아두헬름 경우, 미국 FDA 승인을 신속하게 획득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번 레카네맙 경우에는 효능을 보장하기 위해 더 적절한 경로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 약물은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완전한 승인을 획득한 최초의 항아밀로이드 항체’로 포지션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포지셔닝 키워드는 바로 ‘완전 승인 (full approval)’이다. 그러므로 바이오젠은 이번에는 빨리만 진행시키려고 노력하지 않고,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유효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충분한 시간을 할애할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개발자 위한 어드바이스: 주의 기울여 진행하고 위기 커뮤니케이션 전략 미리 계획

바이오젠 사례에서 보여 주듯이 적절한 위기 대응이 아주 중요하다. 

제약 개발자들은 임상시험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를 대비해 백업 플랜 (contingency plan)을 고려해야 한다. 위기 대응 계획을 세우면, 데이터 결과가 예상과 다를 때, 환자 그룹과 관계가 나빠지고 지원 옵션들이 부족하지 않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된다.

환자 및 파트너 그룹들 내에서 긍정적 평판을 구축하는 데는 몇 년이 걸린다. 또 잘못된 결정 한 번으로 이러한 평판이 한꺼번에 무너질 수도 있다.  주요 이해관계자 그룹 내에서 신뢰를 재구축하기 위한 바이오젠 전략은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회사의 이러한 재 브랜딩 노력이 얼마나 성공적인 결과를 효과적으로 도출할지는 여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 보아야 할 것 같다.

▷BDMT Global 공동 설립자/사이언스 헤드 이재익 박사 :jake@bdmtglobal.com

▷BDMT Global 사업 개발 및 마켓 혁신 매니징 파트너/보스톤 에머슨 대학 마케팅 임수지 교수: sim@bdmtglob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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