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이달 1일부터 중증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생물학적 주사제와 경구용 JAK억제제 계열 간 교체투여 급여 인정이 되면서 치료 목표가 달라졌다. 애브비 린버크(유파다시티닙)는 기존 급여 치료 환경에서 미충족군이었던 환자를 새로운 처방 대상으로 정조준하고 있다.
11일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지난 3월 1일부터 생물학적제제 중 듀피젠트(두필루맙), 아트랄자(트랄로키누맙)와 JAK억제제 올루미언트(바리시티닙), 린버크, 시빈코(아브로시티닙)를 쓰고 치료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발생했을 시 계열 간 교체투여를 급여로 인정하고 있다.
교체투여는 의료진 소견서와 기존 치료제 효과 부족을 증명하는 습진중증도평가지수(Eczema Area and Severity Index, 이하 EASI) 점수와 산출 방법, 환부 사진 등을 기록해 제출해야 하며, 한 번 약제를 교체한 이후에는 6개월 간 투약을 유지해야 한다. 아직까지 생물학적 주사제 또는 JAK억제제 내 동일 계열 기전 치료제로 교체투여는 급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예로, 생물학적 주사제 듀피젠트 또는 아트랄자 투약 전 EASI 점수가 40점이었다면 이후 16주 시점에 첫 투약 반응 평가를 통해 EASI 점수를 확인한다. 만약 EASI 10점이 나왔다면 EASI 75(피부 병변 75% 개선)를 달성했다고 판단한다. 이후 추가 치료 후 재평가에서 EASI 점수가 10.3점으로 높아졌다면 EASI 75 미달성에 따른 효과 부족으로 보고 JAK억제제 계열로 교체할 수 있다.
이번 교체투여는 현재 중증 아토피 급여 시장을 80% 이상 차지하는 듀피젠트 처방이 JAK억제제로 전환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한태영 노원을지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심평원에서는 JAK억제제로 많이 교체될 것으로 상황을 예측하고 약가인하 협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애브비 린버크는 교체투여 급여 확대에 따라 서방정15mg 1정당 1만8740원, 서방정30mg 1정당 2만9850원에서 각각 1만8328원, 2만9193원으로 2.2% 인하했다.
애브비는 아토피 질환이 이질성을 특징적으로 하는 만큼 린버크 투약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미충족 환자군에 처방 시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아토피는 환자마다 중증도와 발병 부위가 다를 만큼 증상이 다양한데 한 교수는 "중증도 바이오 마커인 혈액 검사 수치는 환자마다 다르다"며 "가려움증이나 수면에 미치는 영향, 나이나 인종에 따라서도 병변이 전부 다르게 나타나기에 아토피에 관여하는 면역체계 반응에 차이가 있어 치료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아토피 가장 큰 특징은 '이질성', 국내 급여기준이 치료 장벽
아토피의 이질성 특징 때문에 중등도-중증 환자는 단일 약제로 치료 시 불충분한 효과를 경험한다. 중등증에서 중증 아토피 환자의 질병 조절(Disease Control)에 대한 2016년과 2022년 임상 연구 결과, 경증 아토피 환자에서 불충분한 질병 조절을 경험한 환자는 45.1%(224명), 중등증 64.2%(324명), 중증 84.9%(93명)으로 나타났다. 기존 치료에서 경증에서 중등증, 중증으로 갈수록 불충분한 치료 효과를 경험한 환자가 늘었다는 것이다.
또, 아토피 환자 3명 중 1명은 효과 부족으로 약제 투약을 중단하거나 교체를 경험했다. 2016~2017년 브라질 내 7개 병원에서 187명 아토피 환자(중등증-중증 환자 비중 83%)를 대상으로 진행한 다기관, 관찰 연구에서 약물 치료를 중단한 가장 많은 원인이 경제적 부담(46.5%)이었고 그 다음이 효과 부족(33.7%)이었다. 그 뒤를 이어 치료 순응도 저하(12.8%), 이상반응(11.2%), 환자 편의성(5.9%), 금기사항(3.2%), 동반질환(1.1%), 기타 원인(13.9%)였다.
이러한 이유로 생물학적 주사제와 JAK억제제 계열 간 교체투여 급여를 인정하지 않은 지난달까지 건보 급여기준(산정특례 동일)이 아토피 치료 환경에서 가장 문제였다.
경증 환자(EASI 10점 이하)는 보통 국소 스테로이드제나 항히스타민제, 국소 칼시뉴린 억제제(프로토픽/엘리델) 등 바르는 약을 사용했고, 중등증(EASI 10~23점 이하)이나 중증(EASI 23점 이상) 환자는 사이클로스포린이나 MTX, 단기전신스테로이드제 같은 면역억제제를 먼저 쓰고, 호전이 없는 경우에 생물학적제제나 JAK억제제를 쓸 수 있었다.
생물학적 주사제로 듀피젠트(두필루맙, 급여), 아트랄자(트랄로키누맙, 급여), 에브글라이스(레브리키주맙, 비급여)가 있다. JAK억제제로는 올루미언트, 린버크, 시빈코가 있다.
과거 아토피 치료 급여 기준은 최근 6개월 이내 4주 이상 국소치료제(중등도 이상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또는 칼시뉴린 저해제)를 투여하고 그 다음에 3개월 이상 전신면역억제제(사이클로스포린 또는 MTX)를 써서 사용 전후 평가를 통해 EASI 50% 미달성을 확인해야 급여 처방을 인정했다.
2023년 4월 1일부터 중증 아토피 산정특례 기준을 충족할 경우 '만 12세 이상 청소년과 성인에서 듀피젠트, JAK억제제 급여 처방이 가능해졌다. 그 기준은 1) 3년 이전 아토피 진단 과거력이 있는 청소년과 성인(의무기록 필요) 2) 국소치료제 1개월, 전신면역억제제(사이클로스포린, MTX) 3개월(13주) 치료에 불응(산정특례 등록 전 ESAI 23점 이상) 등이다.
다만, 생물학적제제는 급여 투약 전 EASI 23점 이상으로 16주 시점에 평가를 통해 EASI 75 (피부염 개선률 75% 이상) 도달 여부를 확인하고, 미달성 시 급여를 중단했다. 급여 유지를 위해 6개월 마다 검사해 첫 평가 기준을 유지해야 했던 것이다. JAK억제제는 첫 투약일로부터 24주 이후 질병 활동이 안정되고 부작용이 없어야 최대 60~90일까지 급여를 인정했다.
또 다른 문제는 특정 약제를 한 번 선택해서 치료에 실패하면 교체투여를 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한 교수가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파크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린버크 최신 임상연구 관련 간담회에서 공개한 아토피 치료제별 단일요법에 따른 16주 시점에서 EASI 75 달성률 1차 치료 반응평가를 보면, 약제별로 EASI 75 달성률 19~25%로 효과가 부족한 경우가 확인됐다. 단일 요법이 아닌 국소 스테로이드(TCS)와 병용 시 EASI 75 달성률이 70%까지 오른 약제가 있는 반면 20~30%에 그친 경우도 있었다.
한 교수는 "그러다보니 환자들이 처음 약제 선택 시 가장 비싼 약을 생물학적 주사제를 많이 선택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한 가지 치료제로는 완벽한 효과를 얻기 힘들며 이런 상황에 아토피 환우회 불만이 많았다. '어떤 약을 썼는데 부작용이 생긴다' '효과가 떨어진다' '그런데 왜 교체가 안 되냐'는 불만과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아토피 치료 목표 증상 완화에서 근본적 치료로 패러다임 변화
이달부터 교체투여 급여가 확대된 상황에서 국내 의료 전문가들은 '증상 완화'에서 '적극적인 조기 치료'로 목표를 상향했다. 아토피는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특징적 증상이 있다. 잠재적 염증(Subclinical remission)이 있어 반복적으로 재발하며, 장기적인 증상 조절이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교체투여 급여 인정으로 잠재적 염증까지 관리하는 근본적인 치료를 위한 길이 열렸다.
초기부터 강력한 치료로 염증을 완전히 가라앉힌 후 다른 치료제로 교체해 유지요법 전략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의료 전문가들은 아토피 재발 방지와 장기적인 질환 조절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 교수는 "최근 치료 목표는 단순히 EASI 75(75% 개선) 도달이 아니다"며 "피부염이 90% 이상 감소한 상태, 즉 거의 깨끗한 피부(near-clear skin) 상태를 의미하는 EASI 90(Eczema Area and Severity Index 90%) 또는 완전 관해(Near-clear skin)나 최소 질병 활성도(Minimal Disease Activity) 상태를 유지하자는 목표를 세웠다"고 설명했다.
JAK억제제는 JAK-STAT 신호 전달 경로(JAK-STAT signaling)를 이용하는 다양한 사이토카인을 한꺼번에 억제할 수 있어 보다 광범위한 염증 조절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광범위한 JAK-STAT 신호 전달 경로를 억제해 신속한 증상 개선(수일~수주) 효성 급성 악화 시 초기 치료에 적합하다.
JAK억제제인 린버크는 아토피 급성 악화 환자의 초기 치료에서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생물학적 주사제가 임상적 효과를 충족시켜줄 수 없었던 영역인 셈이다.
반면, 특정한 1~2개 사이토카인만 억제하는 생물학적 주사제는 부작용 관리나 장기 안전성 측면에서 기대할 수 있다. 초기 치료 목표를 달성한 경우 안정적 염증 조절이 가능해 급성기 이후 장기 유지요법으로 전환한 환자에서 치료 부작용을 줄이면서도 효과를 지속할 수 있다.
교체투여 급여 확대로 기존에 치료 반응이 부족한 환자에게 JAK억제제 린버크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면서 전략적인 치료적 접근이 가능한 것이다.
장용현 경북대병원 피부과 교수도 이날 "급여기준 개선 이후 이상적인 치료 목표는 약을 완전히 끊었을 때 재발하지 않는 것이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아토피 증상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 상태로 '최소 질병 활성도'를 달성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소 질병 활성도를 평가하는 기준은 두 가지가 있다. 환자 입장에서 가려움증 평가 척도인 WP-NRS 0~1점을 달성해 일상생활에 아토피 질환이 지장을 주지 않는 것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의사 입장에서는 객관적 임상 지표(CRO)에서 습진 외에 피부가 거의 깨끗한 상태를 의미하는 중증도 지수 EASI 90에 환자가 도달해야 한다.
즉, 환자가 체감하는 가려움 완화(NRS 0~1)와 의사가 평가하는 피부 병변이 거의 사라진(EASI 90) 상태 두 가지를 달성하면 중증 아토피가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증상이 잘 조절된다고 본다.
장 교수는 "초기 적극적인 치료 목표를 가지고 잠재적 염증을 최소화 하는 것이 결국 아토피 환자의 장기적 관리나 최소 질병 활성도 달성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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