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항 PD-1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가 급여 기준 확대에 다시 실패했다. 올해 10월 재정분담안을 다시 제출했는데 마지막 암질심에서 대부분 논의되지 못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18일 밤 2024년 제9차 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에서 논의한 '암환자에게 사용하는 약제에 대한 급여 기준 심의' 결과를 공개하며 HER2 양성, HER2 음성 위암 적응증 급여 기준 확대에 '재논의'를 결정했다.
한국MSD가 제출한 키트루다 급여 기준 확대 17개 적응증 중 15개 급여 기준 확대 논의는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
암질심이 이번에 논의한 안건은 한국MSD가 급여 기준 확대를 원하는 키트루다 17개 적응증 중 ▲PD-L1 발현 양성(CPS≥1)으로 수술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HER2 양성 위, 위식도접합부 선암 환자의 1차 치료에 허셉틴(트라스투주맙)과 플루오로피리미딘, 백금화학요법과 병용 ▲수술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HER2 음성 위, 위식도접합부 선암 환자 1차 치료에 플루오로피리미딘과 백금기반 화학요법 병용 요법이다.
키트루다 15개 적응증은 이미 암질심에서 '실효성 있는 재정분담(안)을 제출하면 급여 확대를 조속히 검토한다'는 1차 결과가 있었다. HER2 양성, HER2 음성 위암 적응증은 검토가 이뤄지지 않아 "급여 적용이 더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MSD로서는 최소한 안건이라도 검토했다는 점에서 위안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MSD는 전이성 위암 영역에서 면역항암제 1차 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한 최선의 내용을 재정분담안에 포함시켰다는 입장이다.
아쉬운 것은 의료진과 환자도 마찬가지다. HER2 양성과 음성을 포함한 모든 전이성 위암에 사용 가능한 면역항암제는 현재로선 키트루다가 유일하다. 위암 발생률이 전 세계 3위인 한국은 그만큼 전이성 위암 치료 필요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위암은 조기 단계에서 발견하기 쉽지 않아 70%가 전이 단계로 진단되며 공격적인 특성으로 젊은 환자에서 높은 사망 원인이다.
전이성 위암은 크게 HER2 바이오마커 여부에 따라 구분한다. HER2 양성 위암은 전체 환자에서 10~20%를 차지하며, 나머지 80~90%가 HER2 음성이다. HER2 음성에서 키트루다 투약 효과를 볼 수 있는 PD-L1 발현 복합양성점수(Combined Positive Score, CPS) 5% 미만에 해당하는 환자들은 약 40%다. 국내 전이성 위암 치료에서 급여 사각지대에 있는 환자가 40%나 된다는 뜻이다.
키트루다 HER2 음성 3상 연구인 KEYNOTE-859 결과를 보면, CPS 5점 미만에 해당하는 환자군에서 질환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22% 줄이는 것을 확인했다. CPS 5점 미만 키트루다 병용군 411명의 전체생존율은 81.3%(334명), 항암화학요법군 85%(341명)였고,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키트루다 병용군 12.1개월, 항암화학요법군 11.4개월이었다.
이같은 결과는 HER음성 전이성 위암에 사용하는 또 다른 면역항암제 옵디보(니볼루맙)이 확보하지 못한 결과다. 국내 HER2 음성 전이성 위암 1차 치료에 급여가 적용 중인 옵디보는 CPS 5점 환자군이 제외돼 있다.
HER2 양성도 중요하긴 매한가지다. 지난 10년간 허셉틴+항암화학요법 병용을 표준치료로 사용할 만큼 신약이 등장하지 않았다. 허셉틴과 항암화학요법을 병용하면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18개월이었다. 절제 불가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HER2 양성 위암 환자, 위식도 접합부 선암 환자 총 698명이 등록한 KEYNOTE-811 연구에서 PD-L1 발현 CPS가 1점 이상인 환자에게 키트루다를 함께 사용할 경우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 10.8개월(관찰기간 중앙값 2년4개월)을 기록했다.
해당 연구에서 허셉틴+항암화학요법 병용군은 7.2개월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전체생존기간을 확인하지 못 했지만 중간 분석 지표인 무진행 억제에서 유의한 성적을 낸 만큼 HER2 음성 위암에서 새로운 급여 치료제 등장에 큰 기대를 할 결과였다. 특히 키트루다 같은 면역항암제 특성상 한 번 반응한 환자는 매우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었다. 키트루다 병용군(관찰기간 중앙값 3년2개월 시점)에서 객관적반응률은 72.6%, 완전관해도 14%나 나왔다. 허셉틴 병용군은 59.8%였다.
의료 현장에서는 "면역항암제 단독 사용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다만, 기존 세포독성 치료제와 함께 병용할 경우 기존 치료 대비 더 좋은 효과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실제 사용 경험을 토대로 가급적이면 면역항암제 사용을 우선하고 있으며, 환자들이 더 좋은 치료 혜택을 받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지난 10월 키트루다 급여 확대를 원하는 국민동의 청원이 있었다. 많은 동의를 받지 못 했지만 내용을 보면 환자와 보호자들의 절실함이 전해진다. 직장암 4기로 고식적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 아버지를 뒀다고 밝힌 청원인은 "하반기 키트루다가 암질실에 상정, 급여화에 나선다는 뉴스를 접하지만 상정조차 되지 않았고, 제약사 가 다시 재정분담안을 제출하면 재논의하겠다는 답변이 있었다"며 "일정 금액을 제약사에서 환급받지만 선결제가 이뤄져야 신청할 수 있어 너무나 어려운 실정이다"고 적었다.
한편, 요양급여 결정신청 품목 중 급여기준을 설정한 것은 한국얀센 자이티가(아비라테론) 뿐이다. 무증상 또는 경미한 증상의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치료 적응증에서 환자 본인 부담을 30%에서 5%로 낮춘다
한국로슈 컬럼비(클로피타납)는 두 가지 이상의 전신치료 후 재발성 또는 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성인 환자의 치료, 한국애브비 엡킨리(엡코리타맙)은 두 가지 이상의 전신 치료 후 재발성 또는 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iffuselarge B-cell lymphoma, DLBCL) 성인 환자(18세 이상)의 치료, 한국릴리 제이퍼카(퍼토브루티닙)는 이전에 브루톤 티로신 키나제(BTK)억제제를 포함한 두 가지 이상의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재발성 또는 불응성 외투세포 림프종(MCL) 성인 환자에서의 단독요법에 급여 기준 설정이 불발됐다.
급여 기준 확대에서는 한국화이자제약 로비큐아(롤라티닙) 역형성 림프종 인산화효소(ALK) 양성 전이성 비소세포폐암(NSCLC) 성인 환자 치료는 급여기준을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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