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모든 사람들이 홈런을 좋아한다. 홈런은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매력이 있다.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 방에 경기를 뒤집을 수 있다.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이 홈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끝내기 적시타나 도루 같은 다양한 전략이 있다.
많은 의료진들이 항암 치료에서 적시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적시타는 완전관해를 향해 착실히 쌓아가는 점수다.
조기 치료, 빠른 치료, 현재 쓸 수 있는 가장 좋은 치료로 건강 상태를 유지하는 것. 그래야 향후 더 좋은 치료제가 나왔을 때 일말의 생존 연장 가능성이라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홈런과 성질이 다르다. 항암 치료에서 면역항암제는 적시타가 아닌 홈런이다. 4기 말기 암이어도 완치로 이끌 수 있다. 암과의 싸움을 단숨에 역전시킬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면역항암제라는 매력에 이끌린다.
뛰어난 홈런 타자가 감수해야 할 숙명이 있다. 삼진이다. 홈런 타자는 한 방을 기대하기 때문에 안타를 치거나, 도루를 노리는 타자와 달리 삼진 아웃으로 수많은 기회를 날리기도 한다. 면역항암제가 그렇다.
현재까지 개발된 면역항암제는 한 번 반응을 보이면 의료진들도 기대하지 못 했던 수준까지 환자 상태를 개선할 수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은 환자들도 명백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뛰어난 홈런 타자는 삼진 아웃을 두려워하면서도 방망이를 휘두르는데 주저함이 없다. 면역항암제를 다루는 의료진도 마찬가지다. 어떤 환자에게 '적절한 면역항암제'를 써야 말기 암 환자 생명을 살릴 수 있을지 숙고한다. 여기에는 수많은 처방 경험과 임상 데이터가 필요하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의료진은 면역항암제가 모든 것에 정답은 아니라고 한다. 항암 치료에는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고, 점진적 개선을 추구하는 안타와 한번에 뒤집을 수 있는 홈런을 병행해야 한다. 적시타도, 도루도 필요하고 홈런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9회말 2아웃에 지고 있다면 게임을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희망을 놓지 않아야 홈런을 칠 수 있다. 내년이면 더 많은 면역항암제 급여 확대가 요구될 것이다. 성공하면 홈런, 실패하면 아웃. 정말 필요한 환자에게 면역항암제는 중요한 치료제이지만, 이면에는 실패 가능성도 높다는 점에서 홈런이 주는 딜레마가 이만저만 아니다.
희망이 없던 항암 치료를 반전시킬 수 있는 면역항암제가 건강보험 재정과 치료 효과성을 놓고 고심해야 하는 한국 의료계와 정부에게 숙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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