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섭 부산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엄중섭 부산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팜뉴스=김민건 기자] 지난 40년간 미지의 항암 치료 영역이었던 KRAS 유전자변이를 깨뜨린 신약이 루마크라스(소토라십)다. KRAS G12C 유전자변이는 전체 비소세포폐암 환자 10~20%에서 나타나지만 기존 수술, 항암화학요법 치료 시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이 6.4개월에 불과하다.

이전까지 KRAS G12C 변이 폐암은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엄중섭 부산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에게도 그랬다. 그러나 지난 2022년 8월 루마크라스 국내 출시 이후 의료 현장에서 실제 효과를 체감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완치까지 바라보는 환자가 있을 정도다.  KRAS G12C 변이 폐암 환자를 옆에서 치료해 온 엄 교수를 최근 부산대병원에서 만났다.

▶2022년 8월 루마크라스가 국내 출시됐는데, 이전 상황은 어땠나.

"10년 전 처음 교수로 발령받았을 때 PCR 검사를 통해 제한적으로 급여를 적용하는 비특이적 KRAS 검사를 시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치료제가 없다는 이유로 KRAS 변이 PCR 검사 급여를 삭감했고, 그 이후로 검사는 중단됐다. 당시 정부 결정은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약물이 있을 때 검사하는 의미가 더 크기 때문이다. KRAS와 같은 유전자 변이는 의학적으로 ‘드문 변이(Rare Mutation)’로 분류한다. KRAS 유전자 변이가 있을 경우 환자 예후와 경과가 좋지 않을 것이라 예측할 수 있지만,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는 추가 비용을 들여 검사를 진행하는 것은 실질적인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과거엔 KRAS 유전 변이 진단이 활발히 이뤄질 수 없었다면 지금은 어떤가.

"오랜 기간 치료제가 없던 KRAS 변이에서 KRAS G12C 변이는 가장 흔히 발견되며 이를 표적으로 하는 루마크라스를 개발했다. 루마크라스가 없던 시기에는 1차 표준 치료로 세포독성 항암제 병합 요법을 주로 사용했다. 선택지는 다양했지만 일반적으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등 면역항암제를 병용했다. 

다만,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들은 면역항암제가 큰 도움이 되지 않아 세포독성항암제 병합요법이나 단일 요법을 사용하곤 했다. 고전적인 약제를 주로 사용했지만 효과가 좋은 사례도 있었고, 효과가 없는 경우 2차 치료로 루마크라스를 사용한다. 현재 표적치료제가 있고 유전자 변이 진단에 급여를 적용하므로, 필수적으로 유전자 변이 진단을 진행한다. "

▶검사를 통해 폐암 환자가 KRAS 같은 드문 변이에 포함되는지를 확인하면, 검사 가능한 모든 변이에 대해서도 진행하나.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폐암은 크게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나뉘며, 소세포암은 폐암의 약 15%를 차지한다. 나머지 85%는 비소세포암에 해당하는데 비소세포암에서는 필수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해야 한다. 비소세포암은 다시 선암과 편평상피세포암으로 나뉘며, 특히 선암에서 유전자 변이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선암 환자들은 반드시 유전자 변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KRAS G12C 유전자 변이는 고령 환자에게 많이 발생한다. 가장 흔한 유전자 변이는 EGFR 변이로 타그리소(오머시티닙), 렉라자(레이저티닙) 같은 치료제가 있다. 그 다음으로 ALK 유전자 변이가 흔하다. 그러나 EGFR과 ALK 변이 환자보다 KRAS G12C 환자에서 고령층이 많고 흡연 경험이 있는 환자도 많다. 

과거 시행한 단일 유전자 검사는 EGFR, ALK, KRAS 유전자 변이순으로 검사했고 조직량이 많이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현재는 국제 가이드라인에서 단일 유전자 검사보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검사를 표준으로 권고하고 있고, 의료진들도 가능한 모든 환자들에게 NGS 검사를 하려고 한다. 

NGS는 폐암 조직이나 혈액을 통해 검사할 수 있다. 조직 NGS 검사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3~4주가 소요된다. 혈액 NGS 검사는 1~2주 안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간단하고 빠르며, 비침습적이고 결과가 빠르게 나온다는 게 장점이다. 다만 혈액 내 암세포에서 유래한 DNA 조각이 충분히 있어야 진단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암 크기(Tumor Burden)가 작은 경우 혈액으로 DNA 조각이 떨어져 나가는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인데, 이를 고려해 의사 경험과 판단에 따라 조직 NGS 혹은 혈액 NGS를 결정한다. 

필요한 환자에게 NGS를 통해 신속하게 처방하고 결과를 빠르게 도출하는 것도 병원과 의사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NGS를 최대한 활용해 환자들에게 최적의 정밀 의료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단일 유전자 검사를 먼저 진행하고 변이가 검출되지 않으면 NGS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으나, 개인적으로 처음 조직 검사 단계에서 바로 NGS 검사를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다."

▶폐암 환자 약 14% 가 KRAS 변이로 진단된다고 들었다. 이 환자들 대상으로 실제 루마크라스를 처방한 경험은 어떤가.

"KRAS 변이가 진단된 환자 비율은 글로벌 환자에서 약 14%이지만, 동아시아인에서는 상대적으로 이보다 낮은 비율로 나타난다. 표적치료제는 다른 약제보다 먼저 사용할 경우 효과가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양 국가에서 KRAS G12C 임상을 활발히 진행 중이며, 부산대병원에서도 4~5개 연구를 하고 있다. 

CodeBreaK 임상 연구 하위 분석에 따르면 참여 환자는 많지 않지만, 서양인보다 아시아인에서 루마크라스 효과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표적항암제 복용 기간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NGS 레지스트리에서도 같은 KRAS 변이를 가진 환자라도 약제 반응은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닜다. KRAS 동반 유전자로 STK11, KEAP1이 잘 알려져 있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동반 유전자들이 존재하며 이에 따라 치료 방향도 달라진다. 

현재는 루마크라스 단독 요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약제 내성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병합요법 비교 임상을 진행 중이며, 면역항암제나 세포독성 항암제와 병용 치료를 시도하고 있다. 일부 환자는 효과가 좋은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개인적 경험으로 10명 중 3명 정도는 거의 완치에 가까운 사례가 있었고 치료 4~6개월 후 내성으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도 있었다. 한 환자는 80세 이상 고령이었으나 루마크라스를 복용하며 암이 커진 부위에만 방사선 치료를 병용하며 10개월째 치료를 유지 중이다."

▶완치를 바라보는 환자도 있다면 루마크라스 허가 이후 임상 현장에서 경험한 달라진 변화는 무엇인가.

"KRAS G12C 변이 환자들은 예후가 좋지 않다. 항암 치료를 고려하는 경우 대개 전이가 있는 4기 비소세포 폐암 환자로 치료하지 않을 경우 평균 수명이 3~6개월이다. 세포독성 항암제 등 기존 치료법을 쓸 경우 기대 수명은 9~10개월로 늘어나며 이러한 제한적 수명을 가진 환자들에게 루마크라스를 사용하면 짧게는 4~5개월, 길게는 1~2년 이상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실제 거의 완치된 환자도 있다. 이처럼 루마크라스는 생명 연장에 의미 있는 효과를 가지며, 환자의 제한된 생존 기간을 고려해 최대한 사용해 보려고 한다.

루마크라스는 1차 요법에 실패하고 KRAS G12C 변이가 확인된 환자의 2차 요법으로 허가된 치료제이다. 때문에 치료 결정 시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과 고민할 시간을 주고 있다. 의료비가 과도하게 발생한 경우 정부에서 일부 환급해 주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도 있다.

환자와 보호자들도 이런 지원 프로그램을 직접 알아보고, 또 여러 차례 상담을 거쳐 치료를 결정한다. 보통 루마크라스를 제안한 환자 10명 중 7~8명이 치료를 시작한다. 세포독성 항암제는 머리 빠짐, 구토, 식욕 부진 등 부작용으로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되지만, 표적항암제인 루마크라스는 부작용이 덜해 환자들이 비교적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다."

엄중섭 부산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엄중섭 부산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KRAS 변이는 전이가 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이를 동반한 환자군도 루마크라스를 사용한 경험이 있나.

"루마크라스는 이전에 적어도 한 번의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환자를 대상으로 허가됐기 때문에 대부분 환자가 전이를 동반하고 있다. 전이 정도가 많을수록 항암제 내성이 빨리 생기지만, 이는 환자마다 크게 다르다. 특히 골 또는 뇌 전이가 있는 환자들은 방사선 치료를 병행해 전이된 부위를 따로 조절하는 경우가 많다. 루마크라스는 전이된 암에서도 효과가 비교적 잘 나타나는 편이며, 효과가 부족할 경우 방사선 치료를 통해 추가적인 조절이 가능하다. 환자 중 뇌 전이가 다발적으로 발생한 환자가 있는데 1년째 루마크라스 치료를 잘 유지하고 있다. 

▶루마크라스 처방을 적극 고려하는 환자군이 있다면.

"KRAS G12C 유전자 변이로 진단했다면 이를 바탕으로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옳다. 가능한 선택지 중에서 환자와 충분히 논의해 상황에 맞는 최적의 치료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약효가 높을 가능성이 크고, 완치에 가까운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으므로 특정 환자만이 아니라 모든 환자에게 이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루마크라스 치료 이후 선택 가능한 치료 옵션도 있나.

"ALK 변이는 후속 치료로 면역항암제나 표적항암제가 잘 마련돼 있지만, KRAS 변이 치료제는 국내 도입 2년밖에 되지 않아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세포독성 항암제를 다시 사용하거나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루마크라스 역시 내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향후 표적항암제 또는 면역항암제, 항체치료제 같은 후속 치료 옵션이 개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부산대병원에서 루마크라스를 포함한 KRAS 변이 임상 연구 4~5개를 하고 있다고 했다. 관심있게 보는 부분은 무엇인가.

"부산대병원 자료를 보면 KRAS G12C 환자에서 PD-L1 발현율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PD-L1 수치가 50%를 넘으면 면역항암제에 잘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환자들에게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을 시도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으며, 실제로 부산대병원에서 관련 임상을 진행 중이다.

반면, PD-L1 수치가 0인 환자는 표적항암제와 세포독성 항암제를 함께 사용하는 전략이 적합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근 여러 약제를 병용하는 추세가 확산되는 만큼 향후 KRAS 변이 치료에서도 병용요법이 주요한 치료법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한다."

▶마지막으로 희귀암인 KRAS G12C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루마크라스 가치를 어떻게 보나.

"KRAS G12C 변이 환자 대다수가 항암화학요법 치료에도 여명이 6~9개월로 길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환자군에서 루마크라스가 확인한 생존기간 연장은 매우 의미가 크다. 생존기간을 연장함으로써 환자가 자신의 병의 경과를 잘 이해하고 앞으로 삶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치료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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