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봄을 준비하는 입춘이다.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 사용하는 항체약물 접합(ADC) 신약 엔허투(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가 건강보험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는데 세 번의 입춘을 보냈다. 이제 건강보험공단과 약가 협상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느냐가 관건이다.

엔허투는 허셉틴 이후 20년 만에 개발된 가장 혁신적인 치료제로 주목 받았다. 미국에서는 2019년부터 HER2 양성 2·3차에 승인돼 사용하고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2021년 신속심사 대상 지정 이후 1년이 넘도록 허가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2022년 8월 신속한 허가를 원하는 5만 명의 힘이 모여 국회국민청원 요건을 달성했고, 같은 해 12월 식약처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실질적인 처방을 위해서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야 했다. 지난 2023년 5월 제3차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 급여 기준 설정, 올해 2월 1일 약제급여평가위원회 급여 적정성 인정까지 많은 시간이 흘러야 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청원이 전이성 유방암 환자와 가족, 의료진들의 목소리를 모으는 창구가 돼 폭발적인 국민 여론을 형성했다. 엔허투 허가와 급여 결정은 세 번의 입춘을 맞이하는 동안 국민 여론 없이는 매우 어려웠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급여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 환자들이 엔허투를 쓸 수 있게 하는 일만 남았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개발사인 다이이찌산쿄·아스트라제네카가 건강보험공단과 빠른 약가협상이다. 그 이후 보건복지부 건강정책심의위에서 약가협상을 기반으로 최종적인 보험 고시를 함으로써 급여 등재가 이뤄질 수 있다.

현재 신약 급여 등재 절차는 심평원 약평위 급여 여부 결정(급여 적정성 심의 150일 또는 120일)이 15일 안에 제약사에 통보되고, 복지부 명령을 통해 건보공단이 제약사와 60일 간의 협상에 들어가는 것이다.

약평위 결과 통보부터 약가협상까지 총 75일이 걸리는 셈인데, 협상 테이블에 앉은 제약사와 건보공단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 협상 결렬 또는 연장이 된다. 약가협상 이후 건정심 심의와 고시에 30일이 필요하다.

건보공단과 빠른 약가협상이 중요한 이유는 엔허투 1사이클 약값만 700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환자들이 죽어가고 있다. 앞으로 60일 두 제약사와 정부는 팽팽한 약가협상 줄다리기를 할 것이 예상된다.

급여 신청 당시 엔허투는 전세계 최저가로 들어왔지만 추가적인 위험분담안(RSA) 등 여러 제안을 했다. 이와 관련해서 정부가 채운 일종의 안전장치인 위험분담안 등을 세부적으로 어떻게 협상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협상이 수월할수록 급여 등재 일정이 앞당겨지는 것은 당연하다. 세부 조건들로 인해 약가협상이 늦어질 수도 있다.

그간 약가협상 과정에서 기준점인 '60일'이 지켜지지 않은 경우가 적잖아 있었다. 우려되는 부분이다. 실제 노바티스 CAR-T 치료제 킴리아는 엔허투와 급여 등재 일정이 비슷하다. 킴리아는 1월 13일 심평원 약평위를 통과한 이후 4월 1일 보험이 등재됐는데 60일을 넘겼다.

정부도 할 말은 있다. 약가협상이 한국 지사하고만 하는 것이 아니다. 건보공단이 제시하는 내용을 받은 다국적제약사는 다시 본사로 가져가 조율해야 한다. 이때 '약가협상 중지 후 재개' 상태가 된다. 협상 기간에는 포함되지 않는 공백이다.

또한 '약가협상은 60일 내에 이루어지도록 되어있으나, 결정신청된 신약의 특성을 고려하여 평가 및 협상기간을 달리 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갖는 것은 정부가 2022년부터 약가협상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방침을 대외적으로 밝혀왔기 때문이다. 엔허투가 사전 약가협상에 포함된다면 약평위 과정을 인정받아 30일 안에 협상이 종료될 수 있다. 엔허투 급여를 기다리는 환자와 가족, 의료진들이 절실하게 기다리는 것은 단 하루라도 빨리 쓸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2월 1일 약평위를 통과한 엔허투가 빠르면 5월에는 급여 적용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중요한 것은 빠른 약가협상이다. 너무나 오래 기다린 환자들에게 봄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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