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올해 전이성 유방암 신약에 건강보험 급여화를 촉구하는 국민적 열망이 거세게 불고 있다.

23일 유방암 환자와 가족들이 기존 치료제 보다 생존기간을 혁신적으로 연장한 항체약물 표적치료제(ADC) 엔허투(트라스트주맙데룩스테칸, 다이이찌산쿄·아스트라제네카 공동 개발)와 트로델비(사시투주맙 고비테칸, 길리어드사이언스) 급여화를 촉구하며 행동에 나서고 있다.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이하 한유총회)는 지난 16일 엔허투 급여화를 촉구하는 성명문을 내고 전국 12개 지부 유방암 환우·가족과 함께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곽점순 한유총회 회장은 "지난 11일 열렸던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엔허투가 '재심의' 결정을 받은 것을 믿을 수 없으며 연합회 회원과 수만에 달하는 환자 가족들의 실망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곽점순 한유총회 회장(사진. 한유총회 홈페이지)
곽점순 한유총회 회장(사진. 한유총회 홈페이지)

곽 회장은 유방암 치료만 수십 회를 이기고 살아남아 환자들에게 힘을 주고 있는 인물이다. 곽 회장과 환우들이 모여 한유총회를 만들었고 회원만 3000명에 달한다. 국내 가장 큰 환우회 중 하나다. 유방암 환자와 가족까지 포함하면 관련 인원이 30만명에 달한다는 게 한유총회 설명이다.

한유총회가 전국적인 서명운동에 나서는 이유는 그간 정부가 엔허투 급여화를 조속히 추진해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엔허투는 국내 전이성 유방암 2차 치료 허가 근거가 된 DESTINY-Breast03(3상) 연구를 통해 현재 2차 치료 표준요법인 캐싸일라와 직접 비교(Head-to-Head)에서 무진행생존기간(mPFS)을 22개월 더 연장하는 믿기 힘든 결과를 낸 혁신신약이다. 

엔허투 급여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는 환유총회 회원들
엔허투 급여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는 환유총회 회원들
엔허투 급여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는 환유총회 회원들
엔허투 급여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는 환유총회 회원들

 

그러나 작년 5월 암질환심의위원회 통과 이후 약평위에서 멈춰 있다. 이에 한유총회가 '정부 의지'를 믿을 수 없다며 공식적인 성명문을 내고 급여화에 직접적으로 뛰어들었다.

한유총회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환자들의 눈물과 어려움을 정부에 호소하며 급여를 간곡히 요청해 왔다. 곽 회장과 한유총회의 결심은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전이성 유방암 환우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간담회'가 단초가 됐다. 

곽 회장은 "뇌전이로 엔허투 치료를 받는 환자와 함께 국회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환자는 치료가 잘 진행되고 있음에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가정이 무너지고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것을 정부에 호소했다. 이때 한유총회 회장으로서 안타까운 현실을 전하고 서명운동을 전개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봄에는 엔허투로 치료하는 환자들이 환우회에 안타까운 사연을 많이 전했다. 곽 회장은 "엔허투는 기존 치료제 대비 4배 이상 질병 진행 없이 삶을 살 수 있을 정도로 치료적 가치에 이견이 없는 상황이지만 환자들은 하루하루 엔허투를 투여받고 싶은 간절한 마음, 치료제가 있는데도 쓸 수 없다는 절망감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엔허투는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신약 가치 인정 1호 약제 중 하나로 거론되면서 또 다른 희망을 품게 했다.

혁신신약 가치를 인정받을 경우 고가로 평가되는 엔허투에 ICER(Incremental Cost-Effective Ratio, 점증적 비용-효과비) 임계값 탄력 적용이 가능해 급여화를 빠르게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월을 앞두고 있는 지금까지 혁신신약과 관련해서 새로운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한유총회 입장에서는 환자와 가족들의 수많은 노력에 불구하고 급여에 제동이 걸리자 "더 이상 정부 의지만 믿고 기다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다.

곽 회장은 "전국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서명운동을 통해 우리 목소리가 닿을 때까지 정부와 사회에 계속 호소하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대출 받아 약값 마련,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이두리 우리두리구슬하나 유방암 환우회 대표가 작년 9월 열린 국회 '삼중음성 유방암의 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신속한 급여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두리 우리두리구슬하나 유방암 환우회 대표가 작년 9월 열린 국회 '삼중음성 유방암의 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신속한 급여화를 촉구하고 있다.

엔허투는 국회 국민 동의 청원에서 5만 명 동의를 달성하며 국민적 응원을 받았다. 특정 의약품의 급여를 촉구하는 청원에서 5만 명을 달성한 것은 유례없는 사건이다. 올해 또 다른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신약이 국민동의 청원에 올라왔다.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개발한 트로델비다.

지난 19일 올라온 트로델비 건강보험 적용 촉구 청원도 달성 조건인 5만 명을 충족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논의할 수 있게 됐다.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를 받고 있는 아내를 위해 간절한 호소를 올린 청원인에게 5만 명의 국민이 힘을 모은 것이다.

트로델비는 생존기간 1년을 넘지 않는 치료 환경에서 뇌 전이가 없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2차 치료 이상에서 무진행생존기간 5.6개월로 기존 항암화학요법 대비 3.9개월을 연장했고, 전체생존기간은 12.1개월로 대조군(6.7개월) 대비 52%나 개선했다. 

그러나 트로델비도 엔허투처럼 약평위에서 급여 평가를 받고 있다. 2023년 5월 식약처 허가를 받고 뒤이은 11월 암질심에서 급여 기준을 빠르게 설정했지만 1사이클(3주) 투약에 약 1000만원이 소요된다. 매우 비싼 약값 때문에 환자와 가족은 쉽사리 사용할 수 없고, 환자들은 건강보험이 적용될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청원인은 결국 대출을 받아 트로델비 약값을 마련했지만 곧 한계에 부딪혔다. 환우와 가족이 힘을 모아 달라고 요청하고 정부에는 신속한 급여를 요구할 수밖에 없게 됐다.

청원인은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는 다른 항암제에 효과가 없다. 트로델비가 거의 유일한 치료제다. 마지막 희망인 이 주사를 맞을 수 있게 건강보험을 신속히 적용해 주기를 간절히 청원하며, 꼭 필요한 시기에 환자들이 치료를 받아 죽음을 면할 수 있도게 도움을 달라"고 밝혔다.

한편, 삼중음성 유방암은 에스트로겐수용체(ER)와 프로게스테론수용체(PR), 인간표피성장인자수용체2(HER2)가 음성으로 호르몬치료제와 표적치료제 모두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영역이다. 

지난 2018년 한국인 여성 유방암 환자의 아형을 추정한 결과 약 11%가 삼중음성 유방암으로 진단됐다. 5년 생존율은 약 10%로 환자 10명 중 9명이 5년 이내에 사망한다. 특히 삼중음성 유방암은 환자 연령 중앙값이 54세로 일반 유방암과 달리 젊은 여성에서 많이 발생해 사회적 문제가 크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