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어드 사이언스, GSK, 다이이찌산쿄 공통점은 항암 영역에서 떠오르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라는 점이다. 아직 항암 분야에서 '빅 플레이어'는 아니지만 최근 보여준 성과는 기존 항암 전문제약사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만 하다. 다이이찌산쿄는 ADC 표적치료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HER2 양성 표적치료제 엔허투, 길리어드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2차 이상 치료제 중 유일하게 대규모 임상을 통해 전체생존기간을 연장한 ADC 트로델비, GSK는 자궁내막암 첫 1·2차 적응증을 획득한 면역항암제 젬퍼리를 필두로 첫 발을 성공적으로 내딛었다.

후발 주자들이 빠르게 영향력을 넓힐 수 있던 배경에는 기존 치료 영역에서 보여준 강력한 R&D 인프라와 플랫폼이 있다. 이들 앞에는 의학부·항암사업부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낯선 길을 안내하고 있다. 팜뉴스는 '항암 분야에서 떠오르는 신성 3대 제약사' 의학부·항암사업부 총괄을 만났다. 항암제 개발로 주목받을 수 있던 비결과 R&D에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있으며, 국내 임상 환경과 환자 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지 들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들의 항암 사업 진출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편집자주]

사진. CHAT GPT로 표현한 그림
사진. CHAT GPT로 표현한 그림

[팜뉴스=김민건 기자] 1992년 생명공학 스타트업이었던 길리어드 사이언스(이하 길리어드)는 연구 자금을 모으기 위해 기업공개를 했다. 800만달러(2024년 3월 기준 1000억원)를 모집한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오늘날 연간 매출 270억달러(36조원)가 전망되는 세계 10위권의 글로벌 제약사회가 됐다.

길리어드는 인류를 질병과 싸움에서 완치로 이끄는 것을 목표로 하는 R&D 제약사의 대표 주자다. 길리어드 R&D 특징은 좋은 선구안을 가졌다는 점이다. 단순히 미충족 수요에 그치지 않고 해당 시장에서 어떠한 약제를 개발해야 환자와 의료진을 충족시키고, 상업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지 알고 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전 세계를 아우르는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길리어드는 좋은 선구안을 통해 인수합병을 단행했고, 시장에서 성공시킴으로써 제약산업 입지를 강화해왔다. 단적으로 1999년 넥스스타 파마슈티컬스 인수로 확보한 항진균제 암비솜은 당시 1억4200만달러(2000억원)라는 놀라운 제품 매출을 기록했다. 자신들의 명성을 공고히 할 기반을 닦은 길리어드가 2001년 미국FDA로부터 승인 받은 HIV 신약이 비리어드다.

비리어드 승인은 길리어드가 핵심 R&D 전략에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된 변곡점이다. 이듬해인 2002년 길리어드는 트라이앵글 파마슈티컬스를 인수하며 항바이러스 부문을 강화했으며, 2012년 110억달러(14조원)를 투자해 파마셋을 인수하며 소발디·하보니 등을 개발, C형간염 완치의 길을 열었다. 

R&D 전략 제품은 재무 안전성을 크게 높였고, 현재 길리어드는 HIV를 비롯해 B형간염, C형간염, 인플루엔자, 코로나 백신 등 항바이러스 전문 제약사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길리어드는 항암전문 제약사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과거 영국계 제약사인 글락소 홀딩스 PLC(Glaxo Holdings PLC, 현 GSK)로부터 항암제 개발을 지원받기도 했다. 항암 분야 R&D 열망을 완전히 놓지 않은 길리어드는 기존 항암 빅플레이어를 위협하고 있다.

2017년 CAR-T 전문기업 카이트파마를 119억달러(15조원)에 인수하며 예스카타(악시캅타진 실로류셀)를 확보했고, 2020년 항암제 바이오기업인 이뮤노메딕스를 210억달러(28조원) 에 인수하며 본격적인 항암 사업 진출을 알렸다.

길리어드는 과거 자신들이 항바이러스에서 보였듯 항암 영역에서도 '명가(名家)'가 되길 원한다.

지난해 5월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는 항암사업부를 신설하고 종양학 부문 커머셜, 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첫 작품은 TROP-2 단백질을 표적하는 ADC(항체-약물 접합체) 표적치료제 트로델비(사시투주맙 고비테칸)다. 트로델비는 제약산업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미충족 수요가 큰 삼중음성 유방암(TNBC)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며 길리어드 항암 R&D의 전망을 밝히고 있다. 

약사신문(팜뉴스) 취재진은 창간 37주년 특집 '항암 R&D에서 빛나는 신성 3개 제약사' 중 첫 번째로 길리어드를 만났다. '항암 빅플레이어'로 불리는 로슈, 노바티스에서 지난 15년간 전문성을 쌓아온 한공숙 상무가 사업부 신설과 함께 합류해 항암사업을 진두지휘 중이다.

한공숙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 상무 / 사진. 김민건 기자
한공숙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 상무 / 사진. 김민건 기자

한 상무와 인터뷰를 통해 길리어드 항암사업이 가야 할 길은 어디이며,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왜 길리어드가 항암사업에 뛰어들었는지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는 길리어드가 항암사업을 시작한 이유와  트로델비라는 ADC 표적치료제가 국내 환자에게 줄 수 있는 가치가 맞닿아 있었다.

한 상무는 "기존에 항바이러스 치료 영역에서 걸어온 길과 앞으로 항암제 분야에서 새로 시작해야 하는 길이 많이 달랐기에 생각하는 법, 일하는 방식을 달리 해야 했다. 하지만 길리어드의 모든 결정에는 환자가 중심이고, 트로델비가 가진 임상적 잠재력이 굉장히 훌륭하기 때문에 출발은 미약했어도 끝은 창대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아침 세상에 없던 희망을 환자들에게 열어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한 상무와 일문일답.

▶작년에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가 항암제 사업부를 만들면서 합류하셨다고 들었어요

"길리어드가 여섯 번째 회사에요. 노바티스나 로슈, 젠자임에서 15년 정도 항암제 사업부 업무를 했는데 글로벌 제약회사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항암제 사업부를 잘 성장시키는 역할을 맡고 작년 5월에 입사했고요. 현재 항암사업부는 트로델비 허가와 출시 이후 임상 현장에서 유효성을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더불어서 질환 인식, 치료 접근성 확대를 통해 암 환자 치료 환경을 개선할 수 있게 돕는 활동도 같이 하고 있고요."

▶길리어드가 항암제를 한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어떠셨어요

"그동안 길리어드가 바이러스 제재 명가로 많이 알려져 있었잖아요. 새로 항암제 사업부를 신설한다는 얘기를 듣고 길리어드의 비전과 미션을 봤는데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회사가 추구하는 것은 환자들의 완치를 목표로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목표가 있는데, 홈페이지에 '보다 더 건강한 세상을 창조한다'는 내용이 있어요. 이런 부분에서 회사가 높은 목표로 가지고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려고 하는구나, 환자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느꼈기에 합류를 결정했어요. 

특히 회사가 담대하다고 느꼈던 것 중에 하나가 보통 약제를 개발할 때는 환자가 많은 치료 영역에서 비즈니스를 추구해요. 그런데 삼중음성 유방암은 환자가 굉장히 적어요. 유방암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로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 수는 전체 유방암의 11% 정도로 보고 있고요. 그중에서도 전이성 환자는 0.7% 정도예요. 이걸 계산해보면 전체 유방암으로 진단되는 환자 중 매년 0.1% 정도의 굉장히 적은 환자만 해당한다고 추산할 수 있어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은 다른 유방암 아형과 달리 대체 치료제가 없어서 오랫동안 사용한 항암제만 써오던 상황이었거든요. 이렇게 적은 환자도 놓치지 않고 치료 옵션을 제공하겠다는 회사의 방향과 결정이 굉장히 훌륭하다고 느꼈던 거죠.

현재 함암 분야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트로델비가 미충족 수요가 높은 질환과 환자에서 대규모 임상을 기반으로 한 생존 향상을 보여준 유일한 약제기 때문에 굉장한 혁신을 가져올 것을 기대하고 있어요."

▶국내 의료진들 사이에서 반응은 어땠나요

"이미 다양한 빅파마가 항암제 시장에 진출해 있음에도 많은 의료진들이 길리어드 항암에 많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어요. 실제로 HOPE 기관 협약식 당시 간단한 행사였는데도 많은 의료진이 참석해 임상 확대 등 길리어드에 기대한다는 얘기를 많이 전해주셨어요. 타미플루부터 C형 간염, HIV 등 전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독보적인 혁신치료제를 가지고 있고, 완치를 가능하게 하는 치료제들이 있다 보니 기존 항암전문 제약사들과 다른 면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인 것 같아요."

▶항암사업부 신설과 함께 하셨는데 첫 제품부터 성과를 내고 있어요. 길리어드가 항암제 전문 제약사로 변신하는 과정이라고 봐도 될까요

"그 과정을 이제 시작했다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길리어드 비전이 모든 환자들을 위한 더 건강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지금 치료제 개발이 시급한 암 환자들이 굉장히 많아요. 길리어드는 그동안 HIV 바이러스, 간염 등 만성 염증 질환 치료 명가로서 굉장히 오랫동안 자리매김을 해오면서 여러 역량과 기술력을 쌓았어요. 이를 바탕으로 환자들에게 좀더 좋은 치료 옵션을 제공하고, 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항암제 사업을 시작하고 사업부를 신설한 거죠."

▶항암사업부를 신설한 이후 회사 내부에서 의사결정 방법이라든지 변화는 없었나요

"트로델비를 위해 같이 일하는 팀들을 한몸처럼 일한다고 해서 '트로델비 원바디 팀'으로 불러요. 그동안 길리어드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인 만큼 영업마케팅, 메디컬, 대관, 대외협력, 커머션 오퍼레이션, 허가, 재정, 법무 등 대부분 부서에서 트로델비를 위해 협력하고 있어요. 정기적으로 모여서 진행 상황과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같이 논의해서 해결하고, 어려운 일이나 잘 안 풀리는 것들이 있으면 같이 응원하면서 해결해 나가는 거죠. 결정 주체가 따로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떤 결정이 가장 좋은 결정일지 논의해를 통해 한 단계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어느 회사에서 부서 간 협력이 있지만 트로델비 원바디팀은 서로 업무 영역을 나눈다기 보다는 한몸처럼 움직여서 불가능할 것 같은 일도 가능한 일로 만들어내고 있어요. 지금까지 제가 경험한 중에는 최강의 협력을 보여주고 있어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처음 시작하는 것이라서 어려움이 많을 것 같아요

"여러 어려움들이 있어요. 길리어드가 항바이러스 제제에서 쌓아오고 걸어왔던 길과 항암제에서 새로 시작해야 하는 길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항암제 사업에서는 기존에 해왔던 여러 활동을 비롯해 생각하는 것부터 일하는 방식까지 다르게 해야 했어요. 이런 것들을 이해하고 서로의 기대감을 맞추면서 개선해 가는 것들이 처음에 저한테 주어졌던 과제였고, 지금도 진행 중에 있어요."

▶현재 진행 중이라고 하셨는데 항암제 사업부의 현재와 미래를 얘기한다면요. 항암사업부가 바라보고자 하는 방향이 어디로, 누구를 향해야 할까요. 

"항암제 사업부의 현재와 미래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물론 숫자상에 변화는 있겠지만 길리어드가 추구하는 가치가 딱 두 가지에요. 하나는 혁신이고 두 번째는 치료 접근성 확대인데, 길리어드의 현재나 미래에나 이 키워드는 동일할 거라고 생각해요.

다만, 글로벌에서는 2030년까지 약 50만 명 이상의 암 환자들에게 혁신 신약을 제공함으로써 삶에 좀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목표가 있어요. 전체 글로벌 매출에서도 2030년까지 길리어드 항암제가 한 3분의 1 정도를 달성하겠다는 굉장히 높은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그 목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올해 최우선 과제는 환자분들이 제때 치료를 잘 받으실 수 있도록 트로델비의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의 보험급여고요.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이고 또 환자와 의료진 목소리도 잘 듣고 필요한 부분은 계속 협력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사진. CHAT GPT로 표현한 그림
사진. CHAT GPT로 표현한 그림

▶길리어드만의 R&D라고 하면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요 

"길리어드는 오랜 기간 바이러스, 염증 질환 분야에서 혁신적 치료제를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경험을 쌓아왔고, 그 역량은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고 봐요. 글로벌 제약사로서 가진 역량과 자원을 기반으로 약물 개발에 특화된 다양한 바이오 전문 기업, 유수의 연구 기관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종양학 포트폴리오 확대와 강화에 집중하고 있어요.

국내에서는 임상 전문 인력을 확충해 한국에서도 글로벌 임상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데 최근 항암제 신약 연구 개발과 환자들의 글로벌 임상 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표 의료기관과 파트너십을 맺었어요.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연세암병원을 '길리어드 HOPE(Hematology-Oncology Portfolio Engagement Site) 기관'으로 선정하고 초기 임상부터 후기 임상까지 전 임상 단계에 걸친 협력을 이어갈 예정이에요. 이러한 노력이 신뢰 높은 임상 데이터를 구축하고 추후 새로운 적응증을 국내 도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해요.

또, 국내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트로델비 항체 위탁 생산을 하는 등 제조와 생산 단계에서도 국내 기업과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고 이 외에도 유한양행과 비알콜성 지방간 질환 신약 개발 협력도 진행하고 있어요."

▶HOPE 기관과 트로델비 임상 협력을 하고 있다는 걸 좀더 자세히 말해줬으면 하는데요. 국내 임상을 확충한다는 계획은 무엇인가요

"올해가 길리어드 임상팀이 세팅된 지 10년째 되는 해이고요. 처음에 비해서 인력이 굉장히 늘었어요. 전체 직원 103명 중에 14명이 임상팀인데 비율로 보면 많은 인력이 임상팀에서 일하고 있는 거죠. 현재 길리어드가 진행하는 글로벌 임상의 68%, 13건이 항암제 임상이고 그중 10건은 2020년 이후 식약처 허가를 받아 진행하는 임상일 정도로 한국에서 빠르게 항암제 임상을 확대하고 있어요."

▶ 길리어드는 항암제 사업에서 후발 주자인데, 아무래도 업계에서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시각도 있을 것 같아요

"길리어드는 처음 시작하잖아요. 아무래도 빅파마들이 항암제 시장에서 오래 해왔기 때문에 똑같이 하기란 좀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길리어드가 가진 제품의 혁신성을 이용해 첫 포문을 굉장히 잘 열었어요. 타미플루를 로슈에 팔았지만 특허기술은 길리어드가 개발했던 것처럼 그동안 역사를 봤을 때 훌륭한 약들을 많이 만드는 회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항암제에서도 큰 기대가 있었고 잘할 것이라는 확신도 가졌고요. 

특히 트로델비는 환자 수는 적지만 꼭 치료제가 필요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임상을 해서 생존율 개선을 입증한 유일한 약물이거든요. 2차 이상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에서 기존 항암 요법 외에는 쓸 만한 좋은 대체 치료제가 없었지만 트로델비가 가지고 있는 임상적인 잠재력이 굉장히 훌륭하기 때문에 출발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어요."

▶길리어드가 혁신적인 R&D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항암제도 잘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신약 후보 물질 발굴 역량은 어떻게 평가하나요

"제가 지금까지 겪어왔던 길리어드를 보면 모든 결정의 중심에 항상 환자가 있어요. 어떤 질환에서 미충족 수요가 높은지, 대체 치료제가 부족한 질환은 무엇인지, 적은 환자 등으로 인해 소외되는 질환은 없는지를 봐요. 환자 중심 사고가 길리어드 항암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강화하는 과정을 이끌고 있고 핵심 역량이죠.

또,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의 완치(Cure)를 목표로 하는 길리어드만의 대담함이 있어요. C형 간염에서는 이미 3개월 복용으로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제 엡클루사를 선보였는데 HIV도 마찬가지로 최종 목표를 완치로 보고 있어요. 환자가 더 이상 치료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완치를 목표로 한다는 것은 사실 기업 이익만을 생각하면 쉽지 않아요. 암은 완치를 목표로 하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지만, 길리어드가 질환 완치를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기반으로 항암에서도 혁신적이고 대담한 R&D를 보여줄 수 있다고 기대해요."

▶트로델비 적응증인 삼중음성 유방암은 굉장히 난치인 질환이잖아요. 난치에서 만성 질환으로, 만성에서 완치로 가기 위한 길리어드의 단계적 플랜이 있을까요. 

"항암제 사업에서 장기적인 목표와 가치를 어디에 두는지가 중요할 것 같아요. 글로벌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암종에서 여러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 4년을 돌아보면 현재 기준에서 절반 이상이 항암제일 정도로 3배 정도 확충을 했어요. 국내 출시한 트로델비는 앞서 말한 HOPE 기관과 협력해서 환자들이 임상에 참여하고 연구도 같이 하고 있는데 이렇게 쌓은 데이터를 통해 보험 급여를 빠르게 받고 치료까지 이어지도록 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트로델비
트로델비

▶그렇다면 길리어드 항암사업부의 첫 항암제인 트로델비가 국내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어떤 의미와 가치를 줄 수 있을까요

"흔히 알기로 유방암은 예후가 좋은 암이잖아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삼중음성 유방암 같은 경우는 기존에 나와 있는 다른 표적 치료제들을 쓸 수가 없어요. 누구나 암을 진단받으면 굉장히 불안하고, 두렵고 절망감을 느끼잖아요. 삼중음성 유방암은 환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이나 두려움이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어요. 

트로델비의 가치는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을 환자분들한테 열어줬다는 점이에요. 2차 이상 전이성 삼중음성 환자에서 유일하게 대규모 3상을 통해 전체생존율, 무진행생존율, 객관적인 반응률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입증시킨 약물은 없었거든요. 뇌 전이 환자를 포함한 전체 환자군에서 전체생존기간을 11.8개월, 항암화학요법(6.9개월) 대비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49% 줄였어요. 

단순 수치로만 보면 5개월이라는 시간이 매우 짧은 시간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환자가 나 자신이나 내가 사랑하는 가족, 친구라고 생각하면 달라요. 내가 꿈꾸던 일들을 이룰 수 있는 소중한 일상의 시간이 2배 가까이 늘어난 거예요. 환자들이 체감하는 시간, 일상생활의 변화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의미와 가치를 가지는 거죠. 

길리어드 내 트로델비 협업팀은 항상 '세상에 없던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을 열겠다'는 다짐을 나누고, 매일 업무에 임하기 전에 되새기곤 하는데요. 환자들에게 트로델비를 통해 작은 희망이라도 전달해 줄 수 있다는 게 굉장히 큰 의미라고 봅니다.

지금 얘기하는 이 순간, 일상이 우리에게는 그냥 흘러가는 시간이지만 환자에게는 너무 소중한 순간들이에요. 트로델비가 임상에서 연장한 생존율 혜택은 하루나 이틀, 또는 몇 개월처럼 단순한 숫자의 연장이 아닌 거죠. 환자들의 소중한 일상을 하루하루 더 쌓아나갈 수 있게 한다는 데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어요."

▶단순한 데이터나 수치가 아니라는 중요한 얘기네요. 트로델비의 혁신성과 가치는 무엇일까요

"결국 치료제가 줄 수 있는 혁신은 생존율 향상이거든요. 트로델비는 임상에서 생존율 향상을 입증했고, 또 이런 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에 미국FDA가 신속승인과 혁신치료제 지정을 통해 빠르게 승인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또, 트로델비 임상 결과를 근거로 해서 NCCN이나 ESMO 같은 외국의 암 치료 전문 가이드라인에서 2차 이상의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에 강력히 권고하고 있는데, 제 임상 현장에서도 유용성을 인정하면서 자리를 잘 잡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공숙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 상무 사진. 김민건 기자
한공숙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 상무 / 사진. 김민건 기자

▶국내 의료진은 트로델비가 줄 수 있는 가치를 어떻게 보고 있나요

"의료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치료 옵션이에요. 기존에 치료제가 없으니까 똑같은 항암제를 돌려쓰다시피 했거든요. 의료진들이 트로델비가 새로운 옵션을 제공한다는 부분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는데 그 이유가 임상 자료를 근거로 환자들에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고 환자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치료 시점을 정할 수 있는 장점과 상황이 생겼기 때문이에요."

▶부인암 중에서도 유방암에 첫 번째 R&D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우선, 전이성 삼중유성 유방암의 미충족 수요가 너무 커요. 대체할 수 있는 치료제가 없고 환자 수가 굉장히 적잖아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은 40대 이전이나 폐경 전 젊은 여성들이 많이 걸리는데, 굉장히 젊은 여성들의 비율이 높아서 실제 아이를 키우는 경우가 많아요. 이분들이 가족들과 쌓을 수 있는 좋은 추억들이 더 많은데, 투병 생활로 인해 기회들을 다 놓치거든요. 저처럼 사회생활을 하던 환자들은 치료 때문에 직장을 많이 잃기도 하고요. 여러 조사 자료를 보면 한국에서는 20~50대 여성의 경제 활동 비율이 70%를 넘어요. 가정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손실을 사회가 다 같이 짊어지게 되고, 여러 면에서 미충족 수요와 필요한 부분을 고려해 유방암에서 먼저 시작한 거죠."

▶R&D에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상업성을 고려해야 하잖아요.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가 적은 상황에서 신약 개발 노력을 계속 한다는 게 쉽지 않을텐데요

"실제로 미충족 수요가 굉장히 높고 환자 수가 적지만 임상적으로 가지는 잠재력은 굉장히 높아요. 지난해 글로벌 매출 현황을 보면 길리어드 전체 매출의 11%가 항암제이고, 전년 대비 37% 성장했어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훨씬 많고 임상적인 잠재력이 진짜 뛰어나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어요. 트로델비는 굉장히 적은 환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매년 50% 이상 성장하고 있고 지난해 11억달러의 매출을 올렸어요. 블록버스터급에 해당하는 약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봐요."

▶항암제 시장에서 성장을 달리 말하면 의료 현장에서는 굉장히 필요로 하고 있다는 얘기네요. 트로델비를 상업화까지 이끌 수 있었던 길리어드 R&D의 저력, 근간이 있나요

"결국 미충족 수요와 기존에 대체할 수 있는 치료제가 없었기 때문에 상업화가 가능했고, 지금과 같은 매출과 성장을 이룰 수 있었어요. 한국에서는 작년에 허가 받았지만 지금 전 세계 50개국에서 다 사용하고 있고요, 그만큼 임상에서 보여준 결과와 혁신성이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구현되고 있어요. 이러한 상황들이 합쳐져서 트로델비 상업화의 저력이 되지 않았을까요."

▶실제 국내에서 트로델비를 사용하고 나서 개선된 환자가 있나요

"최근 (분당차병원) 유튜브 (채널)에서 트로델비로 큰 효과를 본 치료 사례 소개 영상을 본 적이 있어요. 환자 옆구리에 있던 큰 종양이 트로델비를 투여한 후 크기가 극적으로 많이 줄었고 부작용도 관리 가능한 수준이 됐다고 했어요. 직접 환자를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지만 이런 간접적인 방법으로 임상현장과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주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어요. 의료진도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안할 수 있고 그로 인해 환자 예후가 실제로 개선되다 보니 많이들 기뻐하는 것 같아요.

트로델비의 실제 임상적 효과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지표가 종합병원 진입 속도예요. 출시 후 빠르게 임상 현장에 안착해 주요 빅센터를 포함한 많은 병원에서 사용 중이거나 랜딩 절차를 진행 중인데 의료진이 먼저 빠르게 도입하자고 연락해오는 경우도 많아요."

▶지금 트로델비 급여 등재를 준비 중이잖아요. 국내 환자와 의료진에게 더 좋은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요 

"올해 최우선 과제가 트로델비의 빠른 급여권 진입이에요. 작년 11월에 암질환 심의위원회를 통과했는데 허가 6개월 만에 첫 도전에서 바로 통과했거든요. 이 얘기는 결국 정부도 임상적 유효성, 환자들의 절실함을 인정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길리어드도 굉장히 기쁘게 생각하고 있고요. 다만, 지금은 모든 부서가 다음 단계인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를 준비하면서 빠르게 급여권에 들어갈 수 있도록 힘을 모으고 있어요. 이런 부분이 환자들한테 가장 필요한 것 같아요."

▶공식 발표는 아니에요. 또 다른 ADC 유방암 신약인 엔허투가 혁신신약으로 인정받아 ICER 임계값을 유연하게 적용받았다는 언론 보도가 있어요. 트로델비에게도 좋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해당 내용이 사실이라면 정부가 신약 접근성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긍정적이라고 봐요. 최근 정부가 신약의 혁신성을 인정할 경우 ICER 임계값을 유연하게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는데, 혁신성 기준을 ▲대체 가능하거나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제품 또는 치료법이 없는 경우 ▲생존기간의 상당기간 연장 등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이 입증된 경우 ▲식약처의 신속심사로 허가된 신약(GIFT) 또는 미국 FDA의 혁신적 치료제 지정(BTD), 유럽 EMA의 신속심사(PRIME)로 허가된 경우로 했어요. 

앞서서 계속 말했지만 트로델비는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해요. 현재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2차 이상 치료에서는 트로델비를 대체할 수 있는 치료제가 없어요, 항암화학요법 대비 의미 있는 전체생존기간 데이터를 확인했고, 미국FDA가 혁신적 치료제로 지정해서 승인했어요. 우리 정부가 환자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만큼 함께 긍정적인 방향으로 논의를 이어갈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어떤 치료제가 혁신신약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조건이나 기준을 정의한다면요

"정부에서 발표한 혁신 신약 조건에 동의하고요. 대체 가능한 치료제가 없을 만큼 질환의 미충족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는 임상을 통해 생존율, 반응률 등 객관적인 개선 효과를 확인한 치료제가 등장했다는 것은 환자와 보건의료체계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신약 조건으로 충분하다고 봐요. 의료진과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제때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수 있음을 의미하니깐요.

그런 의미에서도 트로델비가 혁신신약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거죠. 이전에는 항암제의 임상적 가치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무진행생존기간이었는데, 최근에는 전체생존기간으로 변하고 있어요. 그런데 신약이 전체생존기간 데이터를 개선한 것을 입증하는 건 임상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고요, 특히 삼중음성 유방암은 재발과 전이가 빠르게 나타나고 내장 기관으로 전이 위험이 높아서 예후가 상당히 좋지 않아요. 공격적인 진행을 보이는 질환에서 시장 진입 초반부터 전체생존기간 개선 데이터를 입증하는 건 보기 드문 사례이고 의미있는 성과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진. 길리어드 홈페이지
사진. 길리어드 홈페이지

▶앞서 트로델비가 허가 6개월 만에 암질심을 통과했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경험상 트로델비 같은 신약이 또 있었나요

"그런 적은 없어요. 암질심은 한 번에 통과하기가 어려워요. 2022년 기준 암질심 제출 약제 중 단 한 번에 심의를 통과한 약제는 18%에 불과한데 10개를 제출하면 2개만 통과하는 거죠. 보통은 재수, 삼수가 기본이에요. 또, 보통은 암질심 서류 제출 후 심의 상정까지 평균 6개월 정도가 걸려요. 트로델비는 3.5개월만에 상정돼 급여기준이 설정됐으니 임상적 유효성과 높은 미충족 수요가 크게 작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정부도 이러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인정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라고 봐요.

작년 9월 국회에서 '삼중음성 유방암의 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어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매우 신중히 발언하는 것을 보고 환자들의 어려움에 크게 공감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트로델비 암질심 결과 역시 정부가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들의 목소리를 지나치지 않았구나, 질환의 위중성을 고려해 환자를 위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많은 분들이 길리어드 이야기를 듣고 싶어할 것 같아요

"저도 아이 둘을 키우는 워킹맘이지만 환자들이 겪는 절망감, 두려움을 감히 가늠할 수 없어요. 그래서 트로델비처럼 좋은 치료제로 빨리 치료받을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어요. 매일 환자들을 생각하면서 "빨리 뭐라도 해야 되겠다"는 마음으로 출근하고 있거든요.

올해 초 트로델비 건강보험 관련 국민청원이 5만 명 동의를 달성해 국회로 회부됐어요.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는 전체 유방암 중 11%인데 4기 유방암 환자가 0.7%에요. 매년 4기로 진단받는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는 0.1% 이하일 것으로 추산하는 것을 감안하면 5만 명이라는 숫자를 빠른 시일 내에 달성하기는 매우 어려워요. 

설 연휴가 지나고 나니 4만 명을 넘겼고 빠르게 5만 명까지 확대됐는데 환자분들이 메신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청원을 알리려 노력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환자 수가 매우 적음에도 불구하고 청원을 올린 환자분의 투병 이야기에 많은 국민이 공감했고, 신약의 필요성에 많은 동의를 했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트로델비가 삼중음성 유방암에 효과적이고 필요한 약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6월부터 새로운 국회가 편성되다 보니 청원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지 걱정이 돼요. 많은 환자분들이 열망을 모아 달성한 5만 명의 목소리가 그저 이슈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논의로 이어졌으면 해요. 저와 길리어드가 환자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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