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올해 3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방광암) 성인 환자 치료에 항체약물 접합제 파드셉(엔포투맙 베도틴)이 허가됐다. 전이성 요로상피암 2,3차 치료에서 파드셉을 대체할 약제는 현재 국내에는 없다.
그런데 건강보험 급여가 되는 진행·전이성 요로상피암 치료제 중 사실상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는 약제도 없다시피하다. 기대할 수 있는 반응률이 적거나, 생존기간 개선 효과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허가만 받은 파드셉이 상대적으로 높은 관심을 받는 이유다.
20일 넵틴-4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항체약물 접합체(ADC) 파드셉 허가와 함께 건강보험 급여로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 부족 현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에 허가된 제품은 옵디보(니볼루맙, 2017년 9월 허가),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2018년 2월), 바벤시오(아벨루맙, 2021년 8월), 파드셉(2023년 3월) 등 4개가 있다.
그러나 급여 제품은 2차 치료에서 키트루다 뿐이며 일부 환자만 치료 반응을 보인다. 대부분 환자가 유의한 생존 혜택을 가진 치료제를 급여로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김미소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치료에서 현실적 문제는 "(신약)허가와 급여다"고 지적하며 "키트루다는 2차 요법에 급여가 되고, 바벤시오는 1차 유지요법에서 허가돼 있지만 2년째 비급여 상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항상 진료실에서 느끼지만 좋은 약임에도 급여 문제로 실제 투약을 받고 싶어도 (치료를)못 하는 환자가 굉장히 많다. 좋은 약을 환자가 사용할 수 있게 회사와 의료진, 학회 등 여러 관계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팜뉴스는 국내 진행·전이성 요로상피암 치료 허가·급여 흐름을 통해 미충족 수요가 무엇이며, 파드셉이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 보도한다.
▶파드셉 허가와 전이성 요로상피암 치료
요로상피암은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지만 가장 흔히 방광에서 발생한다. 전체 요로상피암 95%가 방광에서 시작하며 환자의 20%는 암세포가 주변 조직에 침투한 상태로 진단된다. 5~10%는 상부 요로(신우, 요로)에서 발생하며 이 경우 좀더 늦게 진단된다. 그렇기 때문에 60% 환자가 발견 당시 침습적 형태로 확인된다.
요로상피암 예후를 알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인자는 방광 근육 침범 여부다. 종양이 방광 근육을 침범하지 않은 비근침윤성 방광암은 5년 상대생존율이 80% 에 달하지만, 근침윤성은 예후가 나빠지면서 전체 생존율이 50%에 불과하다. 해당 환자 절반은 전이성으로 진행하며 5년 상대생존율은 5% 내외로 떨어지게 된다.
국내 방광암 환자의 진단 당시 병기별 5년 상대생존율을 보면 국한(85.1%), 국소(49.3%), 원격 전이(11%)로 예후가 매우 좋지 않다.
진행·전이성 요로상피암 치료는 1,2,3차로 구분한다. 치료받지 않은 전이성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1차 치료에서는 '백금기반 화학요법(급여)'과 '1차 면역항암요법(키트루다, 비급여)'을 한다. 백금기반 화학요법 효과가 좋다면 '1차 유지요법(바벤시오, 비급여)'으로 갈 수 있다.
그러나 병이 진행할 경우 2차 치료에서는 '2차 항암화학요법(파클리탁셀, 페메트렉시드 등, 급여)' 또는 '2차 면역항암요법(키트루다, 급여)'을 고려할 수 있다. 병이 다시 진행하는 3차 치료에서는 '3차 항암화학요법(파클리탁셀, 페메트렉시드 등, 급여)'을 쓸 수 있다.
문제는 그간 국소 진행·전이성 요로상피암 2차 이상에 허가된 치료제 성적이 좋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1차 항암 치료 이후 유지요법(바벤시오) 또는 2차 치료 이후 선택 가능한 치료제가 많지 않아 세포독성 항암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파클리탁셀, 페메트렉시드 같은 항암제는 반응률이 10~20% 밖에 되지 않는다.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도 3개월로 굉장히 짧고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5개월 수준이다. 1차 항암치료와 2차 면역억제 치료에 실패한 환자 예후가 매우 불량하고 미충족 수요가 높은 이유다.
▶1차 전이성 요로상피암 백금요법 1년 이내 진행 또는 사망
수술 불가한 국소 진행성,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에서 1차 표준치료(고식적 요법)는 백금기반 항암요법이다. 시스플라틴, 카보플라틴에 다른 약제를 병용하는 것으로 현재는 젬시타빈, 시스플라틴, 카보플라틴 등이 백금 기반 요법에서 표준치료로 자리잡았다.
자세하게 보면 전이성, 재발성 요로상피암 1차 이상 치료에서 급여가 인정되는 요법은 젬시타빈+시스플라틴(GP), 젬시타빈+카보플라틴, 시스플라틴+메토트렉세이트+빈블라스틴, 메토트렉세이트+빈블라스틴+독소루비신+시스플라틴(M-VAC 또는 M-VAC) 등 병용이다.
시스플라틴 기반 항암 치료 반응률은 50~70%로 높은 편에 해당하지만 무진행생존 중앙값은 7~9개월이다. 생존기간 중앙값도 14~15개월로 표준치료를 받아도 1년 안에 대부분 병이 진행한다.
카보플라틴을 사용한 치료 성적은 더 좋지 못하다. 치료 반응률은 30~40%이며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4.2~5.8개월, 전체생존기간 중앙값도 8.1~9.3개월로 1년에 못미친다.
1차 치료에서 사용하는 백금기반 항암요법은 환자가 치료를 잘 받아도 대부분 6개월에서 1년 이내 병이 진행하거나 사망하게 된다.
▶세포독성요법을 못 받는 환자 1차 치료에서 PD1/PD-L1 면역억제제
환자 중에는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백금기반 요법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이 경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PD-1 양성 시) 같은 면역관문억제제를 사용할 수 있다.
1차 치료에서 면역항암제 반응률은 29~40%이며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 3.9~6.4개월, 전체생존기간도 15.6개월~18.6개월로 백금기반 요법을 받을 수 없는 환자에서 고려 가능한 주요한 옵션이다. 그러나 비급여로 치료 접근성은 쉽지 않다.
▶1차 백금요법에서 효과 본 환자 대상으로 면역항암제 유지요법
1차 백금기반 항암치료에 좋은 반응을 보인 환자는 질병 진행과 재발을 막기 위해 면역항암제 바벤시오 유지요법을 할 수 있다. 바벤시오는 'JAVELIN Bladder 100' 연구를 통해 1차 백금기반 항암 치료 중이거나 질병이 진행되지 않은 환자에서 기존 지지 요법 대비 생존기간 개선을 입증했다.
바벤시오 유지요법은 반응률 9.7%,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 5.5개월, 전체생존기간 중앙값 23.8개월로 유의한 성과를 기록했다.
다만 바벤시오 유지요법도 비급여다. 지난 2022년 4월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했지만 그 이후 소식이 없다.
▶1차 백금요법 이후 질환 진행에서 2차 면역항암제 사용
1차 치료에서 백금요법 또는 바벤시오 유지요법 이후 질환이 진행한 환자는 2차 항암요법 또는 2차 면역요법을 사용할 수 있다. 현재 급여가 되고 있는 것은 1차 백금요법 후 2차 면역억제제로 키트루다가 있다.
큰 문제는 키트루다 같은 면역항암제 반응률이 20%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일부 환자에서 반응 효과가 있으며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 1.9~2.1개월, 전체생존기간 중앙값 9개월 이내로 예후도 좋지 않다.
▶치료 경험이 있는 2차 이상에서 생존기간 1년 넘긴 파드셉
국내 환자들이 급여가 되는 백금요법(1차), 면역항암제(2차) 치료를 받아도 질환 진행 시 생존기간은 3개월을 넘기기 어려웠다.
기존 진행·전이성 요로상피암 2차 이상 치료에서 쓸 수 있는 파클리탁셀과 페메트렉시 등 항암요법이 있지만 파클리탁셀 반응률은 7~10%,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 2.2~3개월,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 6.4~7.2개월에 그쳤다. 페메트렉시드 또한 8~27%의 반응률과 2.9개월, 9.6개월에 불과한 무진행,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을 각각 기록했다.
파드셉은 1년 이상 생존기간을 보이며 2,3차 치료에서 중요한 의미를 남겼다. 다만 언제 급여가 될지 알 수 없다.
EV-301 연구를 통해 전체생존기간 12.9개월(항암요법 8.9개월)로 사망 위험을 30% 감소시킨 매우 중요한 수치를 확인했다. EV-301 2년 시점 분석에서 41.3%의 반응률(항암요법 18.6%)로 두 배 이상 높은 기록을 나타냈다.
EV-301 연구를 근거로 미국 NCCN 가이드라인은 이전에 항암치료와 면역억제제에 실패한 환자에서 우선 추천하는 약제로 파드셉을 강하게 권고한다. 유럽 ESMO도 제일 높은 수준으로 추천하고 있다.
▶파드셉 부작용 말초신경병증, 손발 저림 등
파드셉 투약군에서 부작용은 항암화학요법과 비슷했다. 대부분 환자가 어느 정도 이상반응을 보였으며 중증도 이상은 항암치료군과 파드셉 모두 절반 정도가 경험했다.
파드셉에서 호발한 이상반응은 말초신경병증, 손발 저림, 가려움증, 미각 장애, 발진이었으며 항암요법군에서는 빈혈, 호중구 감소증, 백혈 감소 등 혈액학적 독성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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