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정병창 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이인섭 화가
(왼쪽)정병창 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이인섭 화가

[팜뉴스=김민건 기자] 서울미술협회 이사장을 맡을 정도로 열정적이었던 이인섭 화가(70세)는 활발한 활동을 해오던 작가였다. 땀과 노력이 깃든 붓을 놓게 된 것은 지난 2020년 갑작스런 방광암(요로상피세포암) 진단을 받으면서다. 

그 해에 유독 화장실을 자주 가기 시작했으며 혈뇨도 보였다. 처음 간 개인병원에서는 전립선비대증 진단을 받았다. 계속 혈뇨가 나타나자 종합병원에서 내시경 검사를 통해 최종 방광암 진단을 받았다.

당시 암이 폐까지 전이된 상태였던 그는 총 네 번의 수술을 거쳐 항암화학요법을 시작했다. 이 씨는 처음 암에 걸렸을 당시를 회상하며 "방광에서 폐로 전이된 것이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다. 방광을 떼어내자고 했다면 삶의 의미를 잃고 죽어버리려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근 진료를 위해 삼성서울병원에 들린 이 씨를 만났을 때는 그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무엇이 그의 인생을 바꿨을까. 면역항암제 바벤시오(아벨루맙)였다. 인생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의 삶에서 무엇이 달라졌냐고 묻자 "바벤시오를 투여 받은 첫 며칠만 힘들었지 체력이나 건강상 어려움이 없었다. 작업도 벌써 여러 개 했다. 내 입장에서 바벤시오는 신약(新藥)이 아니라 '신의 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정병창 삼성서울병원 교수와 함께 하는 이 씨는 항암화학요법 4차 이후 바벤시오 유지요법(6차)으로 건강한 삶을 산다. 활발한 작가 활동을 기대하고 있는 그에게 형형색색의 빛이 다시 들어오고 있다.

지난 30년간 요로상피세포암에서 통용되는 표준치료법은 GC요법(Gemcitabine-Cisplatin)과 MVAC요법(Methotrexate, vinblastine, doxorubicin, and cisplatin)을 활용한 1차 항암화학요법이었다.

메토트렉세이트, 빈블라스틴, 독소루비신, 시스플라틴(MVAC) 요법은 독성으로 인한 입원 비율이 높아 치료에 제한적이며, 미국과 유럽 등은 보다 안정적인 젬시타빈-시스플라틴(GC) 요법을 선호한다. 다만 GC요법도 반응률은 높지만 진행성 요로상피세포암 환자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edian Overall survival)이 12~15개월이다. 가장 효과가 좋은 1차 치료가 1년여에 불과하다.

그 이후 새로운 치료제로 생존을 연장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실상 요로상피세포암 환자의 약 25%만 2차 항암화학요법을 받으며 이마저도 반응률과 반응지속기간이 낮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치료는 언감생심이다.

평소 낙관적인 삶을 살던 이 씨도 가장 큰 걱정과 두려움이 재발이었다. 계속 항암치료를 받으며 병원을 오가는 고생 속에 살아야 한다는 무서움이었다. 방광을 떼어내는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에서 더욱 효과적인 치료 옵션을 고민하던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바벤시오(아벨루맙)를 통한 1차 유지요법은 새로운 삶을 살게 하는 '생명수'가 되고 있다. 다만, 국내 현실에서 바벤시오 유지요법을 오래 쓰기는 힘들다. 요로상피세포암 1차 치료 유지요법에서 비급여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씨는 "바벤시오는 재발을 막는 약이이어서 마음이 편하다. 너무 좋긴 한데, 가격이 문제다. 빨리 급여가 적용돼 다른 환자도 이런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팜뉴스는 이 씨와 그의 치료를 전담한 정병창 삼성서울병원 교수를 만나 국내 요로상피세포암 치료 환경과 면역항암제 바벤시오가 환자들에게 줄 수 있는 임상적 가치는 무엇인지 상세한 사례와 함께 들을 수 있었다.

정병창 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정병창 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다음은 정 교수와 일문일답

▶ 치료 당시 환자 상태는 어땠나요

"방광암 90% 이상은 요로상피세포암으로 방광과 요관, 신우에서 발병할 수 있으며 방광에서 발생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 4기로 진단되면 수술적 치료가 아닌 약물치료를 하게 되는데, 1차 항암요법 이후 재발하는 경우 2차, 3차 항암요법으로 넘어가며 예후가 좋지 않다.

오늘 환자는 1기 방광암으로 진단받았으나 암세포가 폐로 전이되면서 4기로 발전했고, 1차 항암요법 결과가 좋아 면역항암제 바벤시오를 통해 1차 유지요법을 시행하며 재발을 막고 있다."

▶요로상피세포암은 1차 항암요법 이후 치료 옵션이 상당히 제한적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특히 2차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환자는 25% 수준으로 보고됩니다. 실제 임상에서는 어떤가요

"현재 규정에 따르면 1차 항암요법에 실패해 재발하는 경우에만 2, 3차 치료에서 급여가 가능하다. 또한 1차 항암요법이 끝나고 치료 효과가 없어 2차 치료를 진행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치료제 효과가 있을 만한 요건을 갖춰야만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가능하다면 재발 이전에 예방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생존율 측면에서 훨씬 효과적이다."

▶바벤시오는 JAVELIN Bladder 연구를 통해 전체생존기간 21.4개월을 확인하며 지지요법군(14.3개월)과 비교해 50% 이상 개선을 확인했는데요, 사망률도 30%나 낮췄습니다. 국내 방광암 치료 환경에서 해당 임상적 지표가 주는 실제적 의미가 궁금하네요

"보통 위약군과 비교했을 때 전체생존기간 중앙값 3개월 이상 차이가 나면 '신약'이라고 하고,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바벤시오는 JAVELIN Bladder 100 연구를 통해 지지요법군과 50%가 넘는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을 확인했다. 이 결과는 다른 연구와 비교했을 때 인상 깊은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이인섭 환자도 시스플라틴을 사용한 1차 항암화학요법 효과가 성공적이었고, 4기의 경우 치료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대부분 재발함에도 바벤시오를 통해 현재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환자들에게 바벤시오는 '생명수'라고 표현할 수 있다. 암 환자, 특히 전이가 된 경우 1차 항암치료를 받더라도 환자들은 재발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살아간다. 이들에게 생존기간 연장이 입증된 치료제를 쓰지 않을 수 없다.

안타까운 부분은 아직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비용 측면에서 환자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만큼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재블린 Bladder 100 연구

JAVELIN Bladder 100 임상은 백금기반 화학요법치료에 질병이 진행되지 않은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세포암 환자 700명을 바벤시오와 지지 요법(BSC, Best Supportive Care)을 병행한 그룹과 지지요법만 진행한 그룹을 나누어 비교한 연구다. 

환자들은 매 2주 마다 아벨루맙 10mg/kg 정맥 점적주입 및 지지요법의 병용 요법 또는 지지요법 단독 요법에 (1:1의 비율로)무작위배정 됐다. 연구는 사전에 정의한 중간분석(데이터마감일 2019년 10월 21일)에서 공동 1차 인구집단의 일차평가변수인 전체생존기간을 충족했다. 

바벤시오와 지지요법을 병행한 그룹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21.4개월(95%CI, 18.9~26.1)이었다. 지지요법 단독 시행 그룹의 mOS는 14.3개월(95%CI, 12.9~17.9)로 나타났다. 바벤시오 투여군이 지지요법 단독 시행 그룹 대비 7.1개월의 유의한 전체생존기간연장을 보였다. 사망 위험은 31%(p=0.001) 감소 시켰다. 

전체생존기간은 환자가 젬시타빈-시스플라틴(GC) 병용요법 혹은 젬시타빈-카보플라틴 병용요법으로 약 4개월 이상 여러 주기(4~6주기) 치료를 거친 후 무작위 배정 시점으로부터 측정했다. 면역항암제의 중요 지표 중 하나인 1년 전체 생존율은 대조군이 58.4%였지만 바벤시오 병행군은 71.3%로 효과를 보였다.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인데, 현장에서 쉽게 쓰지 못하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요

"앞서 말한 것처럼 비용 문제가 있다. 한 번 치료를 시작하면 최소 1년에서 2년까지 투여하는 게 좋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크다. 사실 항암화학요법은 부작용 문제로 지속 사용하에 어려움이 있지만, 바벤시오 같은 면역항암제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없다면 3년 혹은 그 이상도 사용 가능하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대부분 국가에서 면역항암제를 최대 2년 이상 사용하고 있다. 비용적 측면에서도 급여를 적용해 환자들이 꾸준히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선진국이라고 하면 이런 혜택을 환자들이 받을 수 있어야 하고, 특히 유지요법은 알맞는 급여 기간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진 오른쪽)이인섭 씨가 정병창 교수와 진료를 보고 있다.
(사진 오른쪽)이인섭 씨가 정병창 교수와 진료를 보고 있다.

▶바벤시오를 처방할 때 고려하는 임상적 특성이나 조건이 있나요, 처방 사례가 듣고 싶습니다

"바벤시오는 JAVELIN Bladder 100 임상연구를 통해 1차 항암요법으로 안정화 단계에 도달한 환자를 대상으로, 지지요법군과 비교했을 때 전체생존기간을 연장시켰다.  

항암치료 효과는 완전관해(Complete Response, CR), 부분관해(Partial Response, PR), 불변(Stable disease, SD), 진행(Progressive disease, PD) 등 4가지 단계로 평가한다. 불변까지는 치료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고, 진행 단계는 다음 차수 치료로 넘어가야 한다.

JAVELIN Bladder 임상은 불변 상태 이상인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부분관해, 진행 단계 상태의 환자도 효과가 있지만 완전관해 상태일 때 결과가 더 좋았다. 

전이성 암 환자 5% 이내가 완전관해 단계다. 이 단계의 환자들을 지속해서 치료하면 완치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의료진 입장에서는 더더욱 안 쓸 수가 없다.

또한 방광암은 방광 적출 거부감 때문에 치료 과정이 지연되면서 전이가 많이 발생한다. 방광을 적출하게 되면 삶의 질이 굉장히 떨어진다. 평생 '요루'라는 소변 주머니를 차고 다니거나 인종 방광을 뱃속에 넣어야 한다. 이마저도 소변이 새는 경우가 많아 패드(기저귀)를 착용해야 한다. 요루는 정상 방광이 아니라 주머니 역할만 하기 때문에 소변을 보는데도 문제가 있다. 요도를 통해 소변줄을 넣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자가도뇨가 필요하다.

1기로 진단되면 방광을 적출하지 않고 치료할 수 있지만, 효과 측면에서는 전이 우려가 있어 좋지 않다. 과거 환자 중에 1기로 진단받았지만 방광 적출을 거부하다 2기, 3기까지 진행됐고 결국 방광을 적출했다. 그런데도 암세포가 폐까지 전이됐다. 다행히 당시  바벤시오를 2년 동안 무상으로 쓸 수 있는 파일럿 스터디가 진행 중이었기에 치료를 할 수 있었다. 아마 바벤시오 국내 허가 이후 치료를 받은 첫 번째 환자일 것이다. 

보통 항암치료 이후 종양이 거의 사라졌다고 해도 1년이 지나 재발하는 경우가 50% 이상이다. 하지만 이 환자는 1년 반 넘게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지금은 종양이 거의 사라진 상태다.

물론 바벤시오를 투여하더라도 재발할 수 있고 이 경우 2차 항암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100% 효과가 있는 치료제는 없고, 사람마다 치료 효과도 다르다. 다만 확률적으로 기존 치료보다 바벤시오가 더 효과적인 것이다. 환자는 현재도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고 치료를 2년차까지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2018년부터 대한비뇨기종양학회 학술이사를 역임하면서 회무 전반을 돌보고 있다.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학회 차원에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진료 환경 개선에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치료제 급여다. 경증질환보다는 암 같은 중증질환 치료비용을 국가에서 어느 정도 책임져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 치료제의 임상적 효과를 잘 살피고 따지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급여 여부를 판단하는 기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신약 개발에는 조 단위 비용이 들어간다. 제약회사 입장에서 성공 확률이 굉장히 희박한 신약 개발이기 때문에 약가를 높게 잡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유럽, 일본과 비교했을 때 약가를 낮게 측정하는 경우가 많아 한국에 신약 출시를 포기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

제약사편을 드는 것이 아니다. 다만, 해외에서 이미 효과가 입증돼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 과정이 어렵고 오래 걸린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실제로 환자 중에서 신약을 사용하고 싶어 미국이나 일본으로 가서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 학회 차원에서 보험위원회, 홍보위원회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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