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엄마는 매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시피 했다. 3년이었다. 중증아토피로 힘들어하는 아들의 식단부터 ,수면, 감정까지 모든 것을 돌봐야 했다. 아이의 학업도 엄마의 일상도 평범한 생활로 돌아갈 수 없었다.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과정을 겪으며 "언제쯤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우울감이 모자를 옭아맸다. 아토피는 완치할 수 없다는 두려움이 점점 스며들었다.

팜뉴스와 인터뷰 중인 A군 어머니
팜뉴스와 인터뷰 중인 A군 어머니

치료를 받았지만 동네 피부과부터 대학병원까지 효과가 없었다. 처음 겪는 스테로이드 부작용(이하 스테로이드 리바운드)으로 현대의학에 불신만 커졌다. 중증아토피와 힘겨운 싸움은 모자(母子)를 지치게 했다.

주위에서는 "아토피에 어떤 음식이 좋다" "어떤 약을 썼더니 나았다" 단순한 피부병으로 인식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의원, 민간요법에 의존하게 됐다. 일시적이었고 증상은 더욱 악화했다. 엄마는 잘못된 길로 아들을 이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의 죄라며 속으로 울었다. 

학교 자퇴와 정신과 상담을 고민했다. 치료에 답은 없었고 앞날은 불안했다. 삶은 있으나 희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마만 믿고 하루를 버티는 아들을 보며 포기할 수 없었다. 최소한 평범한 삶이라도 살 수 있게 해야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생겼다. 새로운 약을 알아보고 스테로이드 포비아를 겪으며 가지 않겠다던 대학병원도 다시 찾았다. 

중증아토피를 앓고 있는 A군은 대학 입시를 준비 중이다. 현대의학, 한의학, 민간요법 등 각종 치료를 돌고 돌아 최근에야 '중증아토피' 진단을 받고 생물학적제제 신약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전과 달라진 것이라면 더 이상 삶이 희망도 없는 고통 속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A군 어머니가 팜뉴스와 인터뷰를 하겠다고 나선 이유다. A군 어머니는 "소아청소년 환자를 위한 생물의약품 치료 급여화에 힘이 실렸으면 좋겠다"며 "아직 중증 아토피를 피부병으로 알고 산정 특례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질환이라는 인식이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만약 과거 아토피 치료를 받았을 때 신약에 대한 청소년 급여화가 이루어졌다면 병원 처방대로 절차를 따랐을 것이고, 우리처럼 돌고 도는 치료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스테로이드 리바운드를 겪었더라도 다른 치료 방법이 있기 때문에 현대의학에 대한 불신감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증아토피 치료를 위한 신약 급여화 등 아토피 환자와 보호자가 이겨내야 할 고통이 여전하다. A군 어머니는 중증아토피를 겪는 소아청소년들이 남들처럼 평범한 삶만이라도 누릴 수 있길 간절히 바라며 긴 시간 인터뷰에 응했다.

국내 B대학병원에서 중증아토피 진단받았을 당시 A군 상태. A군의 처음 EASI는 27점이었지만 점점 악화해 30점까지  올랐다.
국내 B대학병원에서 중증아토피 진단받았을 당시 A군 상태. A군의 처음 EASI는 27점이었지만 점점 악화해 30점까지  올랐다.

 

다음은 A군 어머니와 일문일답.

▶자녀분은 중증아토피로 증상이 무척 심하다고 들었는데, 어떤 상태였나요

"고질적으로 목 부분에 발진이 계속 올라오고 무릎 뒷 부분, 팔 안쪽, 손목 안쪽과 바깥쪽이 심하다. 특히 남학생이라 오래 의자에 앉아 있거나 덥고 습한 날씨에 활동을 하면 성기 부분에 고질적으로 증상이 나타난다.

낮에는 괜찮다가 특히 새벽 1시부터 30~40분 간격으로 피부 전체를 긁는다. 심할 경우 아무리 옆에서 냉찜질을 해주고 손에 장갑을 껴도 무의식적으로 더욱 심하게 긁어 피부 군데군데 진물과 태선화가 심하다. 

깊게 자지 못하고 자주 깨다보니 다음 날 피곤함에 일어나지 못해 학교도 가지 못하고 오전부터 자기 시작한다. 등 뒤에는 수 없이 작은 모낭염이 생기는 등 몸 전체에서 아토피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생물의약품을 투여한 지는 얼마나 됐으며 증상은 나아졌나요

"지금은 3회 정도 투여했고 며칠만에 무수히 많은 각질이 떨어지고 피부가 아물기 시작하는 등 호전을 보였다. 정서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상태다. 아토피 유아 청소년을 둔 보호자 후기를 보면 생물의약품을 투여하고 호전 속도가 빠른 것 같았다. 혹시나 우리애한테 효과가 없을까봐 많은 걱정을 했는데, 확실히 성인보다는 빠른 것 같았다. 성인 환자보다는 기존 아토피 치료제를 덜 사용해서 그랬지 않았나 싶다. 초기 가려움도 심했지만 3회 정도 투여로 호전되는 속도를 보니 매우 만족한다."

▶생물의약품 투여를 통해 아이의 증상이 많이 좋아졌을 때 심정은 어땠나요 

"다 큰 남학생이 된 아이가 간지러움에 잠을 자지 못 했는데, 부모가 옆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이 간지러움을 완화시키는 냉찜질 정도가 최선의 방법이라는 생각에 잠을 잘 수 없었다. 생물의약품을 투여하고 아이는 물론 나 또한 몇 년 만에 잠이라는 것을 충분히 자본 것 같다."

▶중증아토피 환자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인가요

"아이는 고등학교 2학년으로 입시 준비생이다. 아토피로 인한 가려움증이 모기 100만 마리에게 물린 고통이라고 한다. 부모 입장에서 긁지 말라고 말하지만 겪어보지 못한 입장에서 알기 어려운 수준인 것 같다.

가려움증 때문에 잠을 못 자다 보니 성장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았고 학업에 큰 지장을 준다. 조퇴와 결석으로 학교 수행평가를 챙기기 어려우니 학습 의욕도 덩달아 떨어졌다.

무엇보다 아이가 학교도 가고 싶어하고 친구도 좋아한다. "아토피 때문에 죽고 싶다는 말도 하고, 완치가 안 되는 병인데 이렇게 살아서 뭐하냐"고 한다. 

정말 공부도 하고 싶고 마음껏 운동도 하고 싶지만 어차피 소용없다고 방에 누워 있다. 하루 종일 휴대폰만 보고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하다. 아이가 먼저 정신과 상담을 받자고 얘기를 꺼낸 적도 있다. 내가 먼저 자퇴 이야기를 꺼냈더니 아이도 힘드니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막상 소속감이 없는 환경에서 생활이 더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았다. 정말 하루하루가 지치고 사는 게 말이 아니었고, 아토피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엄마도 아이도 모두 지치고 예민해졌다. 서로 갈등이 발생하고 관계가 악화하기도 했다."

▶아이 만큼이나 엄마도 중증아토피를 겪는 마음이었을 것 같네요

"모든 보호자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쉽지 않은 육아 과정을 거쳐 중고등학생이 됐다. 이 시기는 아이가 많은 것들을 스스로 할 수 있고, 또 하고 싶은 것도 많을 나이지만 중증아토피가 모든 것을 중단시켰다. 보호자 입장에서 아이의 식단, 수면 등 모든 면을 신경을 써야 하는 신생아 시절 육아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

그리고 아이의 아토피 증상에 따라 보호자의 감정도 좌우된다.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아이 증상을 보면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고, 완치가 없다보니 항상 두려움과 강박을 지니게 된다. 엄마인 내가 건강하게 낳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죄책감과 우울감도 오고,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리고 싶다는 충동이 들기도 한다.

또래 아이들을 보면 피부만 보이고,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내 아이도 저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나의 건강한 피부를 보면서 내가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다. 중증 아토피가 흔히 말하는 '죽을 병'은 아니지만 겪고 있는 당사자나 보호자는 죽을 정도로 힘든 병이라는 생각이 든다.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라는 점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당장 질환으로 인한 고통이 너무 크다 보니 치료제를 평생 맞더라도 증상 유지만 하고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기만 해도 감사하다는 생각이다."

▶아토피 피부염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된 시점과 치료 과정은 어땠나요

"우리 아이는 5~6살 때부터 팔이나 다리 접힌 부분을 중심으로 아토피 증상이 있었지만 그리 심하지는 않았다. 피부과에서 락티케어로션 2% 등 상대적으로 순한 스테로이드제를 처방해 증상이 심해진다 싶을 때는 그보다 좀더 강한 스테로이드를 사용했다. 당시 효과가 좋아 증상이 완화되면 보습을 하는 식으로 유지하고 관리했다.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 코로나19가 처음 확산하던 시점부터 증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마스크를 오래 사용하면서 입과 눈 주변이 빨갛게 변했다. 입꼬리부터 시작해 눈 붉어짐을 지나 얼굴 전체적으로 퍼지다가 목, 두피, 종아리, 팔꿈치 안쪽, 무릎 뒤 등 몸 전체적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독서실에 오래 앉아 있거나 덥고 습한 계절에는 고환 등 사타구니 주변도 붉게 발진이 났다.

그때 동네 피부과에서 처음으로 아토피 진단을 받고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 연고, 항생제를 약 6개월 동안 처방받아 사용했다. 그러나 증상이 개선되지 않았다. 면역억제제, 싸이폴엔 치료를 위한 소견서를 받아 서울 B대학병원 소아천식아토피센터로 갔다. 

하지만, 대학병원 처방도 개인 피부과와 비슷했다. 매일 기록하는 일지 등 좀더 구체적이고 단계적이었으나 결국 호전이 되지 않고 병변이 더 확산했다. 경구약을 먹으면서 잠시 깨끗한 피부를 유지하는 듯 했지만 그 이후 상황이 더더욱 악화했다. 

스테로이드 리바운드를 경험하며 양약의 불신을 느끼게 됐고 한의원·민간요법 치료로 바꾸었다. 잠시 호전됐지만 고등학교 때 다시 재발했다. 그 이후 대학병원에 가서 중증 아토피로 진단받았다."

중증아토피가 악화했을 당시
중증아토피가 악화했을 당시

▶마스크 착용으로 얼굴이 빨개졌을 때도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용하면 예전처럼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셨나요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하고 스테로이드 연고를 발랐다.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용하면 확실히 좋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더 좋아질 거라는 기대감에 자주 발랐지만 사용하면 할수록 피부 옆으로 병변이 더 넓어져서 오히려 스테로이드 연고에 대한 불신감만 생겼다."

▶처음 갔던 동네 피부과에서는 왜 아토피로 진단받지 못 했나요

"바로 아토피로 진단받지 않은 이유는 의사가 접촉성 피부염으로 보고 치료제를 처방했다. 증상이 완화되지 않고 악화하자 점점 강도가 센 치료제를 처방한 것 같다. 그 이후 아토피 진단을 받고 광선 치료 등을 함께 받기는 했다."

▶대학병원에서 주기적으로 치료 경과를 확인한 것은 단계별 치료를 위해서였나요

"아마 그런 것 같다. 처음 대학병원에 갈 때마다 병원에서 권한 치료법을 사용하고 경과를 기록해 적어서 제출했다. 그런데도 증상이 악화하니 경구 스테로이드 치료제를 처방했다. 경구 스테로이드 치료제는 안전성 문제로 오래 복용하기 어려웠다. 약 5일분을 처방받았고 처음엔 증상이 많이 좋아져서 완치되는 줄만 알았다. 그러나 인터넷 등을 통해 경구 스테로이드 치료제를 끊고 나면 부작용으로 후폭풍이 있다는 소식을 접했고, 역시 사용을 중단한 후 약 3일만에 리바운드 증상이 심하게 나타났다."

▶스테로이드 리바운드 증상은 어떤 수준이었나요

"두 달 동안 온몸에 진물이 흘렀다. 특히 두피 쪽은 진물과 동시에 머리카락이 한 움큼 빠졌다. 솔직히 대학병원이 개인 병원과 다른 치료를 할 거라 예상했지만 기존 처방과 별 차이가 없었다. 진료 시간도 짧아 뭘 물어볼 수도 없었다. 똑같은 치료 방법을 받으면서 임의로 중단했기에 그 과정이 단계별 치료라는 생각을 받지 못했다."
 

(왼쪽)스테로이드 리바운드가 발생한 당시와 생물학적제제 투약 전날 무릎 뒤 상태
(왼쪽)스테로이드 리바운드가 발생한 당시와 생물학적제제 투약 전날 무릎 뒤 상태

▶한의원 치료는 효과가 어땠나요 

"6개월 동안 2주 단위로 한약을 받아서 먹었다. 한의원에서 진물이 나는 증상을 설명하니 명현현상을 통해 스테로이드로 인한 몸의 열을 식히는 한약을 줬다. 그리고 약간에 금지할 음식을 설명했다. 한의원에서 스테로이드 연고와 먹는 스테로이드의 위험성을 인지시켜 줬는데 이러한 설명을 들으니 더욱 양약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 한방 치료를 맹신하게 됐고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좋다는 민간요법을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환자 마음을 잘 이해해 주고 공감해 줘 마음에 위로가 됐다. 아토피가 심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움을 받았다. 나름 한방 치료를 하는 동안 식단도 조절하고 간단한 운동을 권유해서 아이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 주기 위해 밤 10시에서 11시 사이에 차를 몰고 인근 산책로에 가기도 했다. 나름 한약과 영양제 및 운동을 통해서 정서적 안정을 취했다."

▶그런데 왜 한의원 치료를 중단하셨나요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고등학교 올라가서 증상이 일시적으로 아주 좋아지기도 했다. 그래서 한방치료와 함께 탈스테로이드에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약 6개월 후에 다시 증상이 악화했다. 스테로이드 리바운드에 대한 공포심과 앞서 호전됐던 경험으로 다시 건강보조식품과 민간요법, 한약에 의존하면서 생활했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 2학년이 된 해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증상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밤에 잠을 잘 수 없는 수준이었고 모든 학업 생활을 수행하기가 어려워져 입시 스트레스와 함께 증상이 더욱 악화했다. 아이가 방에만 틀어 박혀 성격도 예민해져서 자퇴를 고민하기도 했다. 한방 치료와 탈스테로이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후 치료는 어떻게 진행했나요

"한의원 치료 당시부터 아토피 신약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당시 100만원이 넘는 고가 치료비와 한 차례 스테로이드 리바운드를 겪은 터라 신약을 불신했었다. 더군다나 밤새 잠을 못 자는 사투를 벌이는 생활을 3년 가까이 하면서 아이뿐만 아니라 보호자 입장에서도 정신적 우울감이 너무 심했다.

그러던 중 아이가 "공부를 하고 싶은데도 아토피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너무 힘들다며 울었다. 내가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게 아이를 잘못된 길로 이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아이가 일상생활은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아토피 신약 정보를 찾고 절대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대학병원 문을 다시 두드렸다.

S대학병원에 연락해서 소아 알레르기 호흡기 전문의 진료를 봤다. 이미 심신이 지치고 마지막 동아줄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이때 만난 교수가 아토피 환자 마음을 알아주어서 큰 힘이 됐다.

청소년 환자는 생물의약품 신약에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았지만 급한 마음에 환자 부담으로 치료를 진행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교수가 "아토피 치료는 장기전이라며 면역억제제부터 사용하자"고 말해줬다. 단계적인 치료법을 설명하니 마음을 잡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진료받을 때 마다 아이에게 긍정적인 피드백도 많이 해주면서 얼굴이 많이 밝아지고 신약 치료에 만족하고 있다."

생물학적제제 2회 투여받은 뒤 모습
생물학적제제 2회 투여받은 뒤 모습

▶중증아토피를 치료하는 신약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나요

"민간요법을 한창 진행할 때부터 신약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인터넷 검색과 환우 카페를 통해서 많은 아토피 환자들이 최신 생물의약품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무엇보다도 다른 치료제보다는 부작용이 적어 정상인처럼 생활한다는 후기 때문에 치료 방법을 바꿔야 한다는 결정적인 결론을 내리고 내원했다. 특히 아토피 자녀를 둔 보호자 입장에서 무엇보다도 가격이 부담되지만 만족도 또한 높고 아이 얼굴이 밝아지면서 정상적인 학교 생활과 교우관계 등 모든 면에서 만족도가 최고로 높았다."

▶주변에도 아토피 증상을 호소하고 계신 분이 많이 있나요

"주변에는 중증아토피 환자가 많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같은 고민을 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서로 도와주고 의지가 된다. 아토피라는 질환이 일반 사람들에게 그렇게 심각하지 않은 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깨끗한 공기와 좋은 음식으로 치료된다는 생각이 커서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아직까지 신약에 대한 정보도 잘 모른다. 최근 우리 아이가 좋아졌다는 말을 듣고 그게 어떤 치료인지 지인을 통해 물어보기도 한다."

▶민간요법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면서 아이를 잘못된 길로 이끄는 것 같다고 하셨다. 환자와 보호자에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너무 쉽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느 병원도 스테로이드 연고의 적정한 사용법을 알려 주지도 않았다. 모든 병원의 처방이 비슷했다. 치료가 잘되지 않아 현대의학에 대한 불신이 생겼고 한의원 치료나 민간요법 등을 맹신하게 됐던 것 같다. 뚜렷한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피부과 약은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방법이 없다 보니 "아토피에 뭐가 좋고 이렇게 완치됐어요" 하는 문구만 보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쉽게 받아질 수밖에 없다. 만약 신약도 급여화가 되어서 단계적으로 치료 방법이 이루어진다면 우리처럼 돌고 도는 치료는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아토피 치료에 쓰이는 생물의약품은 성인에만 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는데요, 치료제 접근성에 대한 부담은 없으신가요

"자부담으로 치료하기에는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약이다. 주사 한 번에 약 70만원 비용이 소요되고 2주에 한 번씩 맞아야 한다. 최근에는 생후 만 6개월 이상 환자부터 처방받을 수 있게 승인됐다고 들었다. 어린 나이부터 생물의약품 투여를 시작할수록 경제적 부담은 더 심할 수 있고, 투여하다가 중단했을 때 다시 증상이 재발하면 부모는 더 죄책감을 느끼게 될 수 있다. 그래서 신약을 간절히 쓰고 싶은 분들이 많은데도 시작하는데 두려움이 큰 것 같다."

▶일반 서민 가정에서 평생 생물학적제제를 쓰는 것은 무리인 상황이네요. 치료 환경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우리 아이는 몇 년만 있으면 성인이 되기 때문에 상황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소아청소년 환자들은 치료제가 있음에도 쉽게 맞을 수 없다. 정부는 계속 검토하고 있다는 답변을 하고 있는데 희망 고문과 같다.

생물의약품 치료 전에 면역억제제를 사용했는데 두통, 속쓰림, 심한 무력감 등 부작용이 있어서 이 과정이 아이에게 무척 힘들었다. 최근 정부에서 저출산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지만 중증 아토피 소아청소년들은 질환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일상생활조차 영위하기 어렵고, 향후 성인이 됐을 때 결혼하고 아이 갖기를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어린 청소년들의 미래가 이런 질병 감옥에 갇혀 어두운 방안에서 고립되고 좌절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 세상 밖으로 나와 최소한의 평범한 일상이라도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보험 급여와 산정특례 적용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중증 아토피 피부염 치료,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토론회에서 소아청소년 산정 특례 시 성인과 다른 방식으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는데요

"사실, 우리 아이도 면역억제를 복용하면서 성인 기준에 준하는 산정특례를 준비하는 3개월은 지옥같은 시간이었다. 잘 맞는 사례도 있겠지만 우리 애는 적응을 못 하고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힘들었다. 생각보다 개선되지 않아 오히려 스테로이드 연고, 프로토픽, 항히스타민에 때때로 먹는 경구약까지 복용했다. 우리 애보다 더 어린 경우 절제력이 없거나 참기 힘들 것 같은데 성인 기준에 준하는 산정 특례를 좀 더 완화시켜 주었으면 좋겠다."

▶현재 비슷한 처지에 있는 소아청소년 아토피피부염 환자 자녀를 둔 보호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성인들은 자신이 한 행동에 책임을 지지만 아이들의 치료는 결국 보호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은 순간순간이 모두 소중하기 때문에 보호자가 현명한 판단을 해서 최소한 그 시기에 누릴 수 있는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신약 등 전문적인 치료를 받았으면 좋겠다. 물론 신약의 까다로운 조건과 급여화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권하기는 싶지 않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해주세요

"저와 제 아이 경험을 통해 소아청소년 환자를 위한 생물의약품 치료 급여화에 힘이 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만약 청소년 급여화가 이루어졌다는 가정하에 과거 아토피 치료를 거슬러 올라갔다면 절차적으로 병원 처방대로 따랐을 것이다. 스테로이드 리바운드를 겪어도 다른 치료 방법이 있기에 양약에 대한 불신감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한의원 및 민간요법은 신약 다음의 보조적 치료 방법으로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부작용이 적은 신약이 있음에도 경제적 부담으로 아이에게 투여할 수 없는 부모님 마음이 얼마나 절실할지 알고 있다. 그렇기에 하루 빨리 급여화가 이루어져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평범한 삶을 누릴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많은 소아청소년 부모들이 간절하게 청소년 급여화가 이루어지길 바라고 있다. 제발 그런 소망에 곧 된다는 희망고문을 주지 말고 하루빨리 통과시켜 주길 바란다. 지금도 어디선가 중증 아토피 때문에 사투를 벌이고 수없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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