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단 한 번 투약으로 병의 근본적 문제를 고칠 수 있는 '유전자치료제'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증상 완화나 유지 개념을 완치까지 올린 혁신적 유전자치료제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신속하고 합리적인 건강보험 급여 등재가 요구되고 있다.

18일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 말기 백혈병 림프종 CAR-T 치료제 킴리아(티사젠렉류셀)에 이어 유전성 망막질환 치료제 럭스터나(보레티진네파보벡)도 급여 등재를 밟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 게티이미지

 

유전자 치료제는 병이 발생한 부분을 정상 기능을 하는 유전자로 대체해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신개념 약이다. 단 한 번 투여로 지속 효과를 보이기에 '원샷(one shot)' 치료제로 불린다. 

유전자 치료제는 현재 과학·의료기술의 총아다. 희귀질환 원인이 유전자 문제로 발생한다는 것을 알아내면서 이전에는 원인조차 알 수 없었던 질환을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국내에서는 지난 5일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는 킴리아가 암질심을 통과하며 급여화에 가장 먼저 다가서게 됐다. 세계 최초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제가 심평원 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에서 '의학적 급여 타당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암질심은 킴리아 적응증인 ▲2회 이상 치료 전력이 있는 재발성∙불응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이식 또는 2차 이상 재발하거나 불응성 25세 이하 소아 또는 젊은 성인에서 B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치료에서 모두 급여 타당성을 인정했다.

킴리아는 혈액암 환자 본인에 면역세포(T세포)를 채취해 암세포를 찾아내는 유전자 조작을 가하는 1인 맞춤형 치료제다. 그간 국내 비급여 약가는 약 4억6000만원으로 환자들의 접근성이 매우 떨어졌다. 이에 앞서 백혈병 환우회는 킴리아 투약을 기다리는 말기 백혈병·림프종 환자가 약 200명이 일부는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했다고 밝혔다.

백혈병 환아 모친 이보연 씨는 이달 7일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와 킴리아 치료 현실에 울분을 토했다. 이 씨는 "제 아이는 급성백혈병이 세 번 재발해 작년 2월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당시 해외에 킴리아라는 획기적인 약이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첨단재생바이오법 시행 전이라 도입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남은지 참고인 증언 모습(국회의사중계 시스템)출처 : 팜뉴스(http://www.pharmnews.com)
이보연 참고인 증언 모습(국회의사중계 시스템)

이어 이 씨는 "첨바법이 작년 8월 이후 시행됐지만 킴리아는 올해 3월 허가됐고 심지어 바로 쓰지도 못했다. 킴리아가 병원에서 쓰이기 위해선 다른 허가가 필요한데 전혀 준비가 안 됐다"며 의약품 규제 정책과 진료 현장의 간극을 지적했다. 

특히 이 씨는 "약가가 무려 5억원 상당인데 국가에서 준비가 안 돼 살던 집을 팔고 약값을 마련해야 했다. 하지만 아이는 오랜 시간 약만 기다리다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갔다"며 보고 듣는 국회의원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또 다른 유전자 치료제인 졸겐스마와 럭스터나도 급여 등재가 진행 중이다. 특히 졸겐스마는 킴리아처럼 효과는 매우 혁신적이지만 급여 등재가 늦춰지고 있어 많은 국민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척수성 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SMA)을 원천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졸겐스마는 올해 허가-급여평가 연계제도를 통해 급여 등재가 추진 중이다. SMA는 중추신경계 운동신경세포가 죽어 신체 근육이 약해지는 희귀질환이다. 이 병이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사는 이유 중에 하나는 신생아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SMA는 신생아 1만 명당 1명꼴로 나타나고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1형 환자 경우에는 2살 이전에 90%가 죽는다. 모든 근육이 약해지기 때문에 세상에 태어나서 제대로 앉거나 걷거나 뛰지도 못한 채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숨쉬는 근육조차 제 마음대로 가눌 수 없게 된다.

이런 희귀질환을 겪는 SMA 환자가 국내에는 약 200명(졸겐스마 대상은 20~30명) 있다. 2019년 미국FDA 허가 이후 전세계 38개국에서 사용되며 국내에서도 희망을 일으켰다. 그러나 약 25억원(미국 기준)에 달하는 가격이 문제다. 지난 15일 열렸던 건보공단·심평원 국정감사 핵심 키워드로 졸겐스마가 떠올랐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의 청와대 청원을 보면 졸겐스마를 사용하면 아이를 살릴 수 있는데 약가는 무려 25억원이다. 약가를 높게 받으려는 제약사와 깎으려는 정부 때문에 아무 잘못 없는 환자들이 천금같은 시간을 도둑 맞았다. 이들은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사망하고 있다"며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근육병 아기들이 세계 유일한 유전자 치료제를 맞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는 청원을 국감장 위로 끌어올린 것이다.

해당 청원에는 SMA를 앓는 12개월 여아의 어머니가 피끓는 호소를 담았다. 청원인은 "딸아이는 생후 3개월쯤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치료제(스핀라자)를 빨리 맞을 수 있게 됐지만 병의 진행 속도가 빨라 (의료진이)예후를 지켜봐야 된다 말했다"며 현재 어려운 상황임을 밝혔다.

청원인이 말한 바이오젠 SMA치료제 스핀라자는 4개월마다 한 번씩 투여해야 하며 첫 해에 약 5억5000만원, 매년 2억~3억원 가량이 치료에 필요하다. 10년 간 치료비는 수십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청원인은 "현재 (아이는) 목을 가누지 못하고 앉아 있을수도 없어 누워 생활하고 있다. 119 부르는 건 일상이 됐다. 호흡이 불안정해 호흡기를 착용 중이며, 근처 병원에선 희귀병을 앓는단 이유만으로 받아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청원인은 "유일한 치료제(스핀라자)마저 없었을 시기에는 천사같은 아이들 생명을 빼앗아갔다. 산 날보다 살 날이 많은 우리 아이들이 고통 속에서 제 몸 하나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의 간절한 바람이 하늘에 닿았는지 드디어 국내에도 '졸겐스마' 라는 완치에 가까운 치료제가 들어왔다"고 기뻐했다.

졸겐스마 청와대 국민청원
졸겐스마 청와대 국민청원

 

청원인은 "졸겐스마는 SMA 근본 원인을 치료할 수 있는 유전자 대체 치료제로 평생 단 1회 투여만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앉지도 못하던 아기가 서고 걷는 효과를 보여 정상 생활을 기대할 정도로 약효가 뛰어나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비용만 25억원에 달하는 산을 넘어야 한다"며 급여 등재를 호소했다.

결국 이 청원에 국회가 움직였다. 이날 국감장에서 국회가 유전자 치료제의 혁신적 치료 효과를 인정하고 높은 약가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건보공단과 심평원에 촉구한 것이다.

유전성망막질환(inherited retinal dystrophy, IRD) 치료제 럭스터나도 급여 등재가 진행 중이다. 럭스터나 또한 단 1회 투여로 결함 유전자를 정상적으로 대체해 시각 기능을 개선하는 기전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강세웅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한국망막학회 회장)는 "소아나 청소년기에 시작하는 IRD는 점차 양쪽 눈 시력을 잃는 위중한 질환이다. 그동안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 외에는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어 속수무책이었다"며 럭스터나 허가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럭스터나도 약가만 약 10억원에 달한다. 순조로운 급여 등재를 IRD 환자와 의료진이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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