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연 상무
(길리어드사이언스 의학부)

[팜뉴스=김민건 기자] 현재까지 출시된 에이즈(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 AIDS) 치료제 중 가장 강력한 효과를 보이는 제품을 묻는다면 단연코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빅타비(빅테그라비르)'가 먼저 거론된다. 빅타비는 출시 6개월 만에 국내 시장 점유율 18%를 달성하고 1년 만에 31%까지 차지하는 기염을 보였다. 에이즈 치료제 역대 최단 시간 내 1위 기록이다.

전세계적으로도 빅타비 열풍이다. 최근 미국 보건복지부(DHHS) 등이 빅타비를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조기치료 옵션으로 권고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하는 진단 후 즉시 항레트로바이러스치료(ART)에서의 신속치료(Rapid Initation of Treatment, RapIT)도 가능하다.

강력한 치료 효과와 복약 순응도라는 '원투 펀치'를 가진 빅타비는 초치료부터 예방적 에이즈 관리가 가능하다. 많은 환자와 의료진이 선택하는 이유다. 혁신적인 에이즈 치료제 개발로 명성을 쌓아온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빅타비로 다시 한번 업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에이즈 진단율이 60%로 선진국에 비해 낮은 상황이다. 특히 저조한 치료·진단 인식으로 인해 젊은 층 감염이 80%를 넘기고 있다. HIV 바이러스는 약물로도 예방이 가능한 만큼 사회적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 빅타비와 같은 혁신적인 치료제가 있어도 사용하지 않으면 무쓸모이기 때문이다.

팜뉴스는 최근 사노피아벤티스와 바이오젠을 걸쳐 길리어드 메디컬 부서 책임자로 합류한 이주연 상무를 만났다. 그로부터 현재 국내 HIV 치료 현실과 빅타비 같은 치료제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 의학부 이주연 상무
길리어드 사이언스 의학부 이주연 상무

지난 2019년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선보인 빅타비의 주요 성분인 빅테그라비르(Bictegravir)는 최신 2세대 통합효소억제제(INSTI)로 주목받고 있다. 부스터가 필요 없는 새로운 INSTI로  기존 치료제 보다 강력한 내성 장벽을 가지고 있다. 링 2개가 결합한 독특한 구조로 약물 대 약물 상호작용을 최소화하고 통합효소와 해리 시간이 길어 반감기가 17.3시간이나 된다. '예방에서 치료까지'라는 에이즈 치료 전략의 터닝포인트(Turning point·중대한 전환점)를 만들어 온 길리어드 사이언스에게도 빅타비는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전세계적으로 HIV 감염 건수가 감소하고 있다. 국내 추이는 어떠한가?

"전세계적으로 HIV 신규 환자는 감소 추세다. 지난 2010~2019년 10년 동안 HIV 신규 환자는 23% 감소했다. HIV 감염을 줄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많이 한 결과다. 다만, OECD 가입국 중 칠레와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8~2019년 1.3% 증가했다. 적게 보일 수 있지만 세계적 감소 추세를 생각할 때 의미 있게 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HIV 진단율이 60% 정도로 낮다. HIV 감염이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우리와 유사한 문화적 특징을 가진 일본은 진단율이 80% 이상이고 HIV 치료 선진국인 미국은 85%를 넘는다. 진단율이 낮다는 건 본인이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전파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가장 중요한 건 진단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HIV는 치료하면 비감염인처럼 건강한 생활이 가능하다. 전파력도 감소돼 사회적 예방이 된다. 무엇보다 HIV는 약물로 예방할 수 있다. HIV에 감염되지 않았지만 고위험군이라면 미리 약을 먹어 예방할 수 있다."

▶일반인들에게 아직 HIV 치료와 예방 관련 인식이 저조하다. 인식을 바꿀 방법이 있나?

"막연하게 HIV는 무서운 질환이라고 생각해서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릴 수도 있고 자신을 노출하는 것에 소극적일 수 있다.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는 젊은 층 감염율이 높다. 20~30대 HIV 감염자가 63%를 넘고 40대까지 포함하면 80%다. 젊은 층에서 HIV 인식을 더 높여서 빠른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과거에는 HIV가 무서운 질환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좋은 치료제들이 많이 나와 있기 때문에 평생 약을 먹고 치료하면 전파력이 거의 없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평생 약을 먹으면서 바이러스를 관리하는 만성질환으로 생각해야 한다. HIV에 감염되더라도 빠른 진단과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먹는 약으로 예방이 되기에 고위험군은 감염되지 않도록 미리 관리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보건소에서 HIV 검사가 저조하다. 검사를 망설이는 사람들이 왜 빨리 받아야 하는지, 보건소 외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나.

"보건소는 무료 익명 검사가 가능해서 접근성이 높지만 각종 비뇨기과나 주변 병의원에서도 진단이 가능하다. 온라인이나 약국도 자가진단 키트를 판매한다. 서울은 종로와 이태원, 부산은 범일동에 위치한 ‘성소수자 에이즈예방센터(IVAN STOP HIV/AIDS PROJECT, iSHAP)’에서도 검사받을 수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이 있지만 보건소 외에도 다른 방법이 있기에 빠르게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하기 바란다."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에이즈 치료제 제품군 (왼쪽부터)트루바다, 스트리빌드, 젠보야, 데스코비, 빅타비.

▶빅타비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출시 2년 차라는 짧은 시간에 기록적인 매출을 달성했다.

"빅타비는 2019년 기준으로 글로벌 매출 48억달러를 기록했다. 여러 보고서에 나와 있듯 2025년 예상 매출로만 글로벌 톱10안에 들어간다. 국내 시장점유율은 37% 정도로 단일 브랜드로는 넘버원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같은 성과는 의학부를 비롯해 마케팅, 영업 외에도 여러 부서가 환자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그럼에도 빅타비 효능·효과가 굉장히 좋기 때문에 나타난 성과라고 평가하고 싶다. 

빅타비는 3제 복합제로 가장 최근 개발한 통합효소억제제인 빅타그라비르 성분이 들어 있다. 이 성분은 내성 장벽이 높다는 특징을 가진다. 돌연변이가 잘 생기는 HIV는 특성상 내성 장벽이 중요하다. 아울러 통합효소억제제는 통합효소가 얼마나 강력히 오랫동안 결합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다리-이고리(bridged bicyclic) 형태로 링이 2개가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통합효소와 강력히 결합한다. 반감기도 17.3시간로 길어 1일 1회 1정으로 식사와 상관없이 복용할 수 있어 편의성도 높다. 알약도 작고 약물 간 상호작용이 낮은 것도 장점이다."

▶처음 HIV 치료제를 복용하는 환자에서 빅타비가 가진 이점이 상당하다.

"주요 글로벌 가이드라인이 강조하는 게 진단 후 가능한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신속치료(RapIT)'이다. 빅타비는 글로벌 가이드라인 선호하는 초기 HIV 치료제 중 유일하게 부가적인 사전 검사를 할 필요 없이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진단 뒤 당일 처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글로벌 가이드라인이 빅타비를 신속 치료에 적합한 의약품으로 권고하는 이유다. 다른 치료제는 성분에 대한 내성 검사와 특정 유전자 검사, B형 C형 간염 검사 등을 먼저 받아야 사용할 수 있다."

▶올해 3월에 온라인 레트로 바이러스·기회감염 학술대회가 열렸다. 초치료 환자에서 빅타비 장기 데이터가 발표됐다.

"빅타비는 기존 HIV 치료제들의 미충족 수요를 보완한 치료제이기에 초치료 강한 자신감이 있다. virtual CROI 2021에서 빅타비 4년 장기 데이터를 발표했다. 빅타비 초치료 환자 군에서 192주 동안 추적조사 결과로 참여자 98.9% 이상이 높은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보였다. 48주 마다 결과를 체크했고 안정적인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보였다. 144주에서는 대조군에서 빅타비로 변경한 경우도 높은 효능과 지속적인 바이러스 억제를 관찰했다. 

특히 약물로 인한 내성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HIV 환자에서 내성이 발현되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임상적 의의가 있다."

 

▶국내 출시된 HIV 치료제 중 환자 중심 평가결과인 PRO 데이터를 가진 경우도 빅타비가 유일한 것으로 안다. 환자들이 평가한 빅타비는 어떤가?

"환자중심결과지표(Patient Reported Outcome, PRO)는 단순히 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아니다. 환자가 일상 생활에서 느끼는 증상과 감정, 기능 상태 등을 측정한 결과다. 최근 ‘환자의 삶의 질’이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미FDA 등도 PRO를 중요시하고 있다. 약물에 대한 이상반응이 적으면 하나의 인격체로서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빅타비는 초치료 환자와 스위칭 환자에서 대조군에 비해 피로감, 오심, 구토, 우울, 수면장애 등이 적게 나타났다. 일부 항목들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차이가 날만큼 좋은 결과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편견과 인식 개선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길리어드 프로그램을 소개해달라. 또 HIV 감염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회적 편견 때문에 HIV 감염인은 환자인 것을 노출하는 자체를 매우 위협적으로 느낀다. 그래서 사회적 인식 변화가 매우 중요하다. 길리어드가 3년 째 진행 중인 '레인보우 프로젝트'를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다. 이 프로젝트는 성소수자 혹은 HIV 관련 여런 단체 지원서를 받아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비용을 지원한다.

이 외에도 성소수자와 HIV 고위험군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에이즈퇴치연맹 같은 단체에 기부를 통해 진단과 검사도 지원하고 HIV 감염인 인식 개선을 위해 웹툰도 제작했다. EBS에 짧은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는 활동도 하고 있으며 길리어드 내부적으로 LGBTQ를 지지하고 후원하는 이벤트도 많이 한다.

HIV는 치료를 통해 충분히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는 만성질환이다. 더 이상 감춰야 할 질환이 아니다. 감염인 분들의 잘못도 아니기 때문에 두려워하지 말고 당당히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 길리어드도 책임감을 가지고 도움을 드리고 싶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