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팜뉴스=김민건 기자] 만약이라는 가정이다. 영국에 전설적인 록밴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가 '빅타비(Biktarvy)'를 투약했다면 면역세포 파괴에 의한 폐렴 합병증으로 죽지 않았을지 모른다. 1991년 프레디 머큐리가 죽고 30년 동안 에이즈 치료제 개발이 계속돼 이제 죽음보다는 만성질환에 가깝게 됐기 때문이다.

현대 과학기술 집약체인 에이즈(AIDS) 치료제 중에서도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개발한 2세대 통합효소억제제(INSTI) 빅타비(빅테그라비르)는 그 정점으로 꼽힌다.

2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해열진통제 타이레놀보다 작은 에이즈 치료제 '빅타비'를 개발한 길리어드가 국내 시장 주도권을 잡았다. 2019년 국내 출시한 빅타비 질주에 힘입어서다. 

길이가 15.6mm에 불과한 빅타비는 타이레놀(17.5mm) 보다 작다. 진통제보다 작지만 그 효과는 강력하다. 죽음의 문턱에 있는 환자를 살릴 힘이다. 현재 국내 출시된 에이즈 치료제 중 정점으로 꼽을만하다.

작지만 강력한 효과로 빅타비는 그 어느 에이즈 치료제보다 빠른 시장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국내 출시 2년이 채 되기 전에 처방액 100억원 이상을 기록해 블록버스터에 올랐다. 성적표만으로 'A+' 이상 역할을 해내고 있다.

◆국내 에이즈 치료 시장 글로벌 제약사 격전, 길리어드·GSK 양분

국내 HIV(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 치료제 시장은 길리어드를 필두로 GSK와 MSD, 얀센, 애브비, BMS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격전하고 있다. 현재는 길리어드와 GSK가 점유율 90% 이상을 기록하며 양분하고 있다. HIV 치료제 매출을 비교하면 길리어드가 GSK를 앞선다.

길리어드는 지난 2019년 7월 빅타비를 출시한 이후 최단 시간 내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아이큐비아 자료를 보면 출시 6개월 만에 점유율 18%를 기록했고, 1년 만에 31.8%까지 늘렸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빅타비 대세가 이어지고 있다. 해외 의약전문매체 피어스 파마(Fierece Pharma)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20년 글로벌 시장에서 빅타비 매출은 약 8조원(72억6천만달러)으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빅타비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의약품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실상 길리어드는 에이즈 치료제 '명가(名家)'로 불린다. HIV 치료에서 예방에 이르는 제품군을 갖추고 있어서다. 최초의 HIV-1 노출 전 감염위험 감소요법(PrEP)으로 허가 받은 트루바다, HIV 단일정 치료제 스트리빌드, 신장과 뼈 독성을 줄여 안전성을 높인 TAF제제 조합 빅타비까지 모두 길리어드 제품이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HIV 치료 패러다임을 주도하고 있다.

◆HIV 치료제로 빅타비 선택하는 이유

흔히 프레디 머큐리가 에이즈로 죽었다고 알고 있지만 정확히는 에이즈 합병증으로 인한 ‘폐렴’이다. HIV에 감염되면 3~6주간 감기처럼 증상이 나타났다가 5~10년 동안 잠복기를 거친다. 면역세포가 줄어들면서 신체 면역체계가 무너져 질병에 쉽게 걸리는 면역결핍 상태가 된다. 이를 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인 에이즈(AIDS)라고 한다. HIV바이러스는 프레디 머큐리의 면역력을 차츰 무너뜨리고 합병증에 걸려 죽게 했다.

에이즈 치료를 위해서는 항레트로바이러스제로 HIV 증식을 억제해야 한다. 합병증 발생을 늦추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바이러스의 세포 내 침입을 차단하는 융합억제제나 CCR5억제제 사용, 바이러스 DNA가 세포 핵 안에 들어가는 것을 차단하는 통합효소 억제제를 쓴다. 

이러한 에이즈 치료제를 사용하면 HIV바이러스가 신체 내에서 줄어들고, 검사로 검출할 수 있는 한계 이하로 HIV바이러스 농도가 떨어진다. 프레디 머큐리가 복용했다면 HIV바이러스 농도를 줄여 에이즈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을 지연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 HIV바이러스가 신체로 침투해 감염력을 가지기까지 총 5단계가 필요하다. 지난 1987년 첫 HIV 치료제가 개발된 이후 30여종의 항바이러스 제품이 5단계를 타겟해 순서대로 만들어졌다. 가장 먼저 뉴클레오시드 계열 역전사효소억제제(NRTI)가 개발됐다. 그 이후 순서대로 비뉴클레이시드 역전사효소억제제(NNRTI), 단백분해효소억제제(PI), 바이러스 침입억제제 및 바이러스 통합효소억제제(INSTI)들이 출시됐다.

문제는 HIV바이러스 또한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돌연변이가 치료에 어려움을 더한다. 하나의 약제만 사용할 경우 약제 내성을 가진 변이 바이러스가 생긴다. 이 때문에 첫 치료부터 두 개 이상 약제를 병용하는 강력한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HAART), 일명 칵테일요법을 사용한다. 고강도 항레트로바이러스요법(HAART)은 에이즈 치료 패러다임을 바꿨다. 병의 진행을 효과적으로 지연시킬 수 있게 되면서 꾸준한 관리만 있다면 평균 수명까지 보장하게 된 것이다.

칵테일 요법은 2개의 뉴클레오시드 유사체 역전사효소억제제가 기본이다. 여기에 비뉴클레오시드 유사체 역전사효소억제제나 단백효소억제제, 통합효소 억제제 중 하나 이상을 병행한다.

통합효소억제제는 바이러스 DNA가 숙주 염색체 삽입에 필요한 통합효소를 억제한다. 이는 바이러스 활성에서 핵심적인 단계를 책임진다. 통합효소억제제로는 지난 2007년 랄테그라비르(RAL)가 가장 먼저 만들어졌다. 그리고 2013년 돌루테그라비르(DTG), 2014년 엘비테그라비르(ETG)가 순차적으로 개발됐다. 

통합효소억제제 반감기 비교
통합효소억제제 반감기 비교

 

빅타비는 가장 최근에 개발된 통합효소억제제다. 빅타비는 기존 통합효소억제제 대비 개선된 내성 프로파일을 보이며 약물 상호작용도 낮다. 링 2개가 결합된 독특한 구조로 통합효소와 해리 시간을 길게해 반감기가 17.3시간이나 된다. 

칵테일 요법 또한 내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의료계에서 지적하는 내성의 주요 원인은 일부 치료제만 복용하거나, 시간을 지키지 않고 꾸준히 먹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나온 제품이 한 알에 여러 성분을 담은 단일정 복합제다.

내성에 강하고 빅테그라비르(Bictegravir), 엠트리시타빈(Emtricitabine),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마이드(Tenofovir alafenamide) 성분을 단일정으로 복합한 제품이 빅타비다. 에이즈 치료에서 빅타비를 선택하게 만드는 분명한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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