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미국 현지에서 길리어드사이언스 라벨을 붙인 가짜 HIV 치료제가 적발됐다. 약 2억5000만달러(약 3000억원)에 달하는 짝퉁약이 약국으로 유통됐다. 이중 HIV 예방요법 목적 의약품은 국내에서도 해외 직구가 활발해지고 있어 불법 유통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다수의 HIV 치료제를 개발, 판매 중인 길리어드사이어스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소규모 의약품 유통 업체에 대한 현지 경찰 등 사법당국 합동 압수수색에서 가짜 HIV 치료제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수사는 가짜 의약품 유통망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해당 의약품에는 HIV 치료제 빅타비(빅테그라비르·엠트리시타빈·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와 예방 요법으로 사용하는 데스코비(엠트리시타빈·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 로고가 붙어있었다.
아울러, 정품 길리어드사이언스 라벨이 붙은 경우도 있었다. 정품 HIV 치료제가 들어있던 약병에 가짜 의약품을 채우고 승인받은 HIV 치료제처럼 속인 것이다. 데스코비의 경우 예방 요법으로 사용 가능해 국내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예방 요법 목적으로 해외 직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현지에서는 지난 2년간 가짜로 만들어진 8만5427개의 길리어드 HIV 의약품이 생산돼 약국까지 유통 판매된 것으로 보고 있다. 가짜 치료제를 만들어 판매한 유통업자들은 길리어드로부터 제품 판매를 허가받지 않았음에도 여러 암시장을 통해 조달, 약국에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품 빅타비의 2020년 매출은 73억달러(8조원), 데코스코비는 19억달러(2조원)이었다. 적지 않은 환자가 해당 치료제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법 의약품 사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길리어드는 "위변조 의약품은 품질, 안정성, 효능 면에서 정품 의약품과 동등하지 않으며 불순물을 포함하는 등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위변조 의약품이 안전하지 않은 제조 조건에서 생산돼 불법 공급망을 통해 판매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길리어드에 따르면 정품 빅타비는 자줏빛 갈색 캡슐로 한쪽면에 '9883', 다른 한쪽면에 'GSI'가 새겨져 있다. 정품 데스코비는 파란색의 직사각형으로 한쪽에 '225', 다른 면에 'GSI'가 표시돼 있다.
현재 미국 뉴욕 동부지법은 해당 의약품 유통업체가 판매하는 모든 길리어드 의약품 판매 중지를 명령했다. 길리어드 또한 미FDA에 해당 사실을 알리고 위조의약품 유통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국내에서는 최근 PrEP(Pre-exposure prophylaxis) 요법 목적의 HIV 치료제 해외 직구가 늘어나고 있어 이와 같은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공공보건 영역에서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어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HIV 신규 감염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만 1000명 이상의 새로운 HIV 감염자가 진단된다. 특히, 데스코비와 같은 PrEP 요법 목적의 항바이러스제 처방은 국내에서 치료 접근성이 떨어지고 급여 조건이 까다롭다. 해외 직구의 원인으로 꼽힌다.
‘HIV 노출 전 감염 위험 감소 요법’으로 불리는 PrEP은 HIV 감염 고위험군으로부터 에이즈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치료법이다. 그러나 전문 의료진 처방없이 사용할 경우 오히려 병을 더 키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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