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성은아 박사
사진. 성은아 박사

안구건조증에 대하여 인공눈물과 염증 완화제가 오랫동안 독보적으로 사용되어 왔지만, 최근 5년 사이에 다양한 기전으로 작용하는 신약들이 나왔다. 가장 최근인 올해 5월에 FDA의 허가를 받은 트립티어(성분명 아콜트레몬)는 눈물의 분비를 촉진하는 점안제이다.

안구건조증은 아주 흔하게 발생한다. 노화와 함께 증가한다고 하지만, 생활 환경과 습관의 변화로 인하여 요즘은 나이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이 경험한다. 건강보험 자료에 따르면 40대에서 50대의 사람들 세 명 중에서 적어도 한 명이 안구건조증 때문에 불편을 겪는다.

눈물은 눈의 깜박거림이나 안구의 운동으로 발생하는 물리적 긴장을 완화하는 윤활액이며, 외부 환경으로부터 안구를 보호하는 완충막이며, 공기 중의 산소를 흡수하여 안구에 전달하는 매개체이다. 눈물 분비에서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균형을 잃으면 안구건조증이 생긴다. 안구건조증은 삶의 질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눈에 염증과 손상을 일으키며 합병증을 유발한다.

건강한 눈에서 눈물이 끊임없이, 그러나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흐른다. 눈물은 증발하는 정도에 맞추어 분비된다. 눈에서의 감각을 인지하는 삼차신경이 눈물의 증발을 감지하여 정보를 중추로 보내고, 이 정보에 근거하여 눈물샘이 눈물을 분비한다. 삼차신경의 말단 표면에 발현하는 TRPM8 단백질이 눈물의 증발을 인지한다. TRPM8은 트립티어가 작용하는 타겟이다.

눈물이 증발할 때에 기화열이 발생하여 안구 표면에 약간의 온도 변화가 생긴다. TRPM8이 이 미세한 온도 변화를 감지하여 눈물이 증발되었음을 인지하고, 이에 따라 삼차신경이 흥분한다. 트립티어는 TRPM8을 자극해서 삼차신경을 흥분시켜 눈물이 필요하다는 정보를 중추로 보낸다.

트립티어는 임상시험에서 눈물 분비를 촉진하고 안구건조증의 증상을 완화하여 약물로 허가를 받았다. 트립티어는 눈물 분비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현재 안구건조증 약의 주종을 이루는 인공눈물(눈물 보충제)이나 항염증제와 구별되고, 항염증제에 비하여 빠르게 효과를 나타낸다.

트립티어가 눈물 분비를 유도하는 최초의 약은 아니다. 티어바야(성분명 바레니클린)도 눈물 분비를 촉진하는 약으로 2021년에 FDA의 허가를 받았다. 삼차신경을 통해 수집된 정보는 눈으로 뻗어나간 부교감 신경에 전달되어 눈물샘이 눈물을 분비하도록 자극한다. 티어바야는 부교감신경을 직접 흥분시켜 눈물샘을 자극한다.

티어바야는 특이하게도 비강에 분무하는 제형을 사용한다. 코를 통해서 부교감신경에 접근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티어바야의 성분인 바레니클린은 금연보조제로도 사용된다. 금연약으로 사용되는 성분이 비강에 분무하는 제형으로 만들어져서 안구건조증 약으로 개발되었다.

부교감신경을 흥분시키는 신경전달물질은 아세틸콜린이다. 바레니클린은 니코틴성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자극하여 부교감신경을 흥분시킨다. 니코틴성 아세틸콜린 수용체는 이름 그대로 니코틴에 의해서도 활성화된다. 바레니클린이 니코틴을 대신해서 아세틸콜린 수용체에 작용함으로써 흡연 욕구와 금단 증상을 줄이는 금연 보조제로 사용되는 이유이다.

눈의 질환에 대하여 비강을 통해 투여하는 방식은 그 나름대로 장점을 가진다. 점안제로 투여할 때에 약물이 안구의 필요한 부위로 흡수되는 효율이 의외로 높지 못하다. 비강에 분무하는 제형을 사용함으로써 약물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용한다. 렌즈를 사용하는 사람이나, 여러 종류의 안약을 사용해야 하는 사람도 비강 분무제 사용을 선호할 수 있다.

디쿠아포솔 점안제도 눈물의 분비를 촉진하는 약물이다. 2000년대 초에 일본에서 처음 허가를 받았으며,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권에서 연달아 허가를 받았다. 당시 미국에서 수행한 임상시험에서 일관된 효능을 보이지 못하여 미국 FDA의 허가를 받지 못했다. 눈물의 분비를 촉진하는 최초의 약물로서 20년 이상 사용되어 왔으며, 그동안 주목할 만한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았다.

디쿠아포솔은 트립티어나 티어바야와 달리 눈물 분비 회로를 관장하는 신경에 직접 작용하지 않으며, 눈물샘을 자극하지 않는다. 디쿠아포솔은 결막을 자극해서 눈물과 점액 분비를 유도하여 눈물의 양을 늘리고 눈물의 성분을 안정화한다. 결막의 상피세포와 배상세포(점액 분비 세포)에 발현하는 P2Y2 수용체에 작용하여 신호 전달을 조절하여 눈물 분비를 유도한다.

글. 성은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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