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병원에서 개원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발생한 일이다. 이 병원은 기존 병원을 인수하여 새로이 개원을 하였고 두 명의 원장이 공동 사업자로 등록을 하였다. 근로자가 많지는 않았지만 기존 병원을 인수하는 방식이라 일부 인원은 고용승계를 하였고, 일부 인원은 신규채용을 하였다.
문제는 신규채용 과정에서 발생했다.
심사평가 업무를 담당하는 인원을 신규채용 하기로 했는데 두 분의 원장님이 각각 면접을 보았고 공교롭게도 서로 다른 인원에 대해 채용을 결정하였다. 문제는 진료와 개인적인 사정들로 바빴던 원장님들끼리 이 내용이 공유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두 분의 원장님이 대화를 하던 중 심사평가 업무를 담당할 인원에 대해 복수로 채용결정을 하였음이 확인되었다.
논의 끝에 한 명에 대해서는 채용내정을 취소해야 하는데 이 경우 입사일에 근로계약서를 쓰기로 했으니 아직 채용전이라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으로 결정되었으니 나오지 마세요.”라고 일방적인 통보를 해버리면 끝나는 것인가?
계약은 구두계약이건 서면계약이건 그 효력이 동일하다. 어려운 한자어로 ‘낙성불요식 계약’이라는 표현을 쓴다. 채용공고를 하는 것은 ‘청약의 유인’이라고 보고, 근로자들이 채용공고에 따라 서류를 제출하는 것은 ‘청약’, 면접을 통해 채용이 결정되는 것을 ‘승낙’이라고 한다.
채용내정은 정식 채용 상당기간 전에 채용 대상자를 미리 확정하여 두는 것을 말한다. 실제 근로제공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수습’이나 ‘시용’과는 다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채용내정 된 인원이 타 병원 재직자라면 그 병원에서의 근로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사직서 등을 제출했을 가능성이 높고, 다른 병원에 응모하였다면 채용되었을 기회비용을 상실하였다는 점에서 일방적인 채용내정 취소는 대상자에게는 가혹할 수 밖에 없다.
우리 법률은 채용내정 된 자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부당해고’의 법리에 따라 판단한다. 근로기준법 제23조(해고 등의 제한)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해고사유가 있어야 하고, 관련 절차도 준수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그런데 채용내정자에 대한 해고사유를 찾기가 어렵다.
제출된 경력의 허위를 찾을 수도 없을 것이고, 병원의 급작스런 경영상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할 수도 없을 것이며, 대상자가 계약을 이행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일방적으로 판단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채용내정자에 대해서는 사유 단계에서부터 이미 부당해고가 된다.
절차적인 측면에서는 근로기준법 제26조(해고의 예고)가 ‘계속 근로 3개월 미만’에 대해서는 30일전 예고의 예외사유로 두고 있기에 적용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 다만 동법 제27조(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가 있어 사유가 정당해도 절차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채용내정은 비단 경력직의 채용에서만 발생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에 처음 발을 딛는 이들에게도 발생되기도 하고 때로는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한다. 그만큼 채용은 신중해야 한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예정된 채용일자가 도래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설득력을 가질 수 없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글. 박천조 노무사(xpcon@naver.com)
* 외부 필자의 기고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