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성 지방간염은 전세계적으로 높은 유병률을 가질 뿐만 아니라 증가 추세이다. 이 질환에 대한 치료제로서 2024년에 승인을 받은 레스메티롬(상표명 레즈디프라)이 유일하다. 미충족 수요가 높은 만큼 약물 개발의 경쟁이 치열하다. 여러 종의 GLP-1 약물들이 대사성 지방간염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세마글루타이드가 GLP-1 약물 중에서 개발의 선두에 있다. 제2 형 당뇨병약(상표명 오젬픽)과 비만약(상표명 위고비)으로 승인을 받아 사용 중인 약물이다. 대사성 지방간염에 대한 임상시험 3상의 중간 결과가 최근에 발표되었다.
세마글루타이드를 1년 반 투여한 후 간조직 검사로 판단할 때 지방간이 해소되었고, 간의 섬유화의 진행도 다소 완화되었다. 개발자 노보노디스크는 이 결과를 토대로 대사성 지방간염으로 확장 사용하도록 약물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며, 가속승인의 경로를 택할 것으로 기대된다.
간 조직의 병변이 개선되었다고 하여, 환자의 질환이 임상적으로 개선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지방간염이 간경변으로 발전하는 것을 억제하고 환자의 사망이 감소되어야 약물이 임상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중간 결과 발표 후에도 임상시험은 계속되어 2029년까지 진행한다. 모두 5년 진행되는 임상시험을 통해 세마글루타이드가 환자의 간질환을 임상적으로 개선한다는 데이터를 확보해야 정식 승인을 받게 된다.
대사성 지방간염의 임상적 효과를 보려면 임상시험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약물이 간의 상태를 개선하거나 병변의 진행을 저지한다는 결과를 조직검사를 통해서 제시하여 조건부 승인을 먼저 받고, 나중에 환자에게서 임상적으로 간염이 완화되었다는 자료를 보강하여 정식승인을 받는다.
이는 최초의 대사성 지방간염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레스메티롬도 사용한 전략이다. 간조직 검사에서 지방간을 해소하고 섬유화의 진행을 다소 완화했다는 결과를 가지고 레스메티롬은 가속승인을 받았으며, 정식 승인을 받기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서보두타이드(개발자 베링거 잉겔하임)는 비만과 대사성 지방간염에 대하여 개발 중인 후보 약물이다. 대사성 지방간염에 대한 임상시험 3상이 이제 시작되었는데, 임상시험 2상에서 약물을 1년 투여하여 지방간이 해소되었다는 조직검사 결과를 냈다.
터제파타이드도 제2형 당뇨병약(상표명 마운자로)과 비만약(상표명 젭바운드)으로 승인을 받아 사용 중인 약물이며, 대사성 지방간염으로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임상시험 중이다. 터제파타이드는 임상시험 2상에서 1년 투여 후의 조직검사에서 지방간을 해소했으며, 섬유화도 다소 완화했다. 이 외에도 무려 10종의 GLP-1 약물이 대사성 지방간염에 대하여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대사성 지방간염은 이름 그대로 간에서 발생하는 대사성 질환이다. 알코올의 섭취와 무관하게 만성적으로 병변이 진행되어 간 기능이 감퇴하기 때문에 최근까지도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이라고 불리웠다.
간에 지방이 축적되고 염증이 진행되어 간 조직이 섬유화하며 간경화로 발전한다. 비만, 제2형 당뇨병과 인슐린 저항증,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등 다른 대사성 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대사성 지방간염의 발병의 위험도가 높으며, 대사성 지방간염은 역으로 다른 대사성 질환의 발병 위험인자로 작용한다.
GLP-1은 당 대사를 조절하고 식욕을 관리하는 호르몬이다. GLP-1은 아주 불안정해서 혈중에서 단 몇 분 안에 분해된다. GLP-1 약물들은 GLP-1의 구조를 변형하고 지질과 결합시켜 체내에서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작용하게 만든 제형들이다. GLP-1 약물들은 GLP-1 수용체에 작용하여 GLP-1이 체내에서 하는 일들을 수행한다. GLP-1 약물은 췌장의 GLP-1 수용체에 작용하여 당 대사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고, 중추의 수용체에 작용하여 식욕을 억제한다.
GLP-1 약물들이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을 넘어서 다른 만성질환으로 사용 범위를 확장하는 중이다. GLP-1 수용체가 췌장과 중추 외에도 신체의 다양한 장기에 분포하여 이들과 관련된 질환에 약물을 적용할 여지를 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GLP-1 약물을 대사성 지방간염 약물로 개발하는 배경은 좀 다르다. GLP-1 수용체는 간세포에 별로 발현하지 않으며, 따라서 GLP-1 약물이 간에 직접 작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사성 질환들은 서로가 서로의 발병의 위험인자로 작용하여 발병 과정에 공통되는 경로를 통해 상호 작용을 한다고 보며, 이는 GLP-1 약물을 대사성 지방간염에 대하여 개발하는 근거가 된다.
이러한 논리라면, 굳이 GLP-1 약물이 아니더라도 다른 종류의 제2형 당뇨병약이나 대사성 질환에 대한 약물을 대사성 지방간염의 약물로 개발할 수 있을 듯하다. 실제로 당뇨병 약물로 사용하거나 개발하는 라니피브라노, 피오글리타존 등 PPAR에 작용하는 약물들과 다파글리플로진, 엠파글리플로진 등의 SGL2 억제제 계열이 대사성 지방간염에 대하여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염증 완화를 통해서 대사성 질환을 개선하려는 페고자페르민과 에프록시페르민도 임상시험의 후기 단계에 있다.
유일하게 허가를 받은 레즈디프라(성분명 레스메티롬)는 갑상선호르몬 수용체에 작용하는 약물이다. 갑상선호르몬은 체내에서 여러가지 대사를 조절하는 작은 화합물이다. 레스메티롬은 베타 수용체에 대하여 높은 선택성을 가지며, 간에 발현한 수용체를 통해서 간의 지질대사를 조절한다.
대사성 지방간염에 대한 첫 약물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아주 힘겨웠지만, 현 시점에 후보약물 층이 두터워서 새로운 약물이 또 등장하리라고 기대한다. 대사의 균형을 조절하거나 염증을 관리하는 약물들은 간에 직접 작용하는 레스메티롬과 작용 경로가 다르다. 새로운 약물의 승인이 환자에게 약물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작용 기전이 다른 약물들을 상호 보완적으로 사용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를 기대한다.
글. 성은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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