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무호흡증은 아주 흔한 질환이지만, 최근까지 약물 치료가 가능하지 않았다. 터제파타이드가 비만한 성인의 폐색성 수면 무호흡증에 대하여 2024년 12월에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다. 최초의 수면 무호흡증 약물이다.
터제파타이드는 잘 알려진 대로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GLP-1 계열 약물이다. 마운자로 라는 상표명으로 제2형 당뇨병에 승인을 받았고, 젭바운드라는 상표명으로 비만치료제 승인을 받았으며, 이번에 수면 무호흡증으로 적응증 확대가 이루어졌다.
노보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제2형 당뇨병약 상표명 오젬픽/ 비만치료제 상표명 위고비)와 경쟁하는 약물이다.
코골이는 잠을 자는 동안 호흡기의 기도가 좁아질 때 공기의 흐름이 방해를 받아 기도에서 진동음이 발생하여 일어난다. 기도의 폐색이 심하면 폐색성 수면 무호흡(이하 수면 무호흡)에 이른다.
코를 고는 사람 중 일부가 수면 무호흡증을 경험하지만, 수면 무호흡증을 경험하는 사람은 대부분 코를 곤다. 수면 무호흡이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일어나면 산소 부족을 유발하여 심혈관계 질환이나 대사성 질환이 발생할 위험도가 높아진다. 수면 무호흡증이 치매 발병의 위험도를 높인다는 역학 조사도 있다.
터제파타이드의 임상시험은 체질량지수 30이상의 비만한 사람을 대상으로 1년 동안 수행되었다. 체질량지수 30이상은 세계보건기구의 비만 기준이다. 한국을 비롯하여 아시아권에서 비만의 기준은 이보다 낮다.
터제파타이드 투여를 받은 사람에게서 체중 감소와 함께 수면 무호흡증이 개선되었다. 수면 무호흡증이 있는 사람은 잘 때에 양압기를 사용하여 호흡의 도움을 받는다. 터제파타이드는 환자가 양압기를 사용하든 사용하지 않든 수면 중 호흡을 개선했다.
터제파타이드가 수면 무호흡증을 완화하는 과정은 복잡한 이론으로 설명할 필요도 없이 이미 관찰되는 사실들로 뒷받침된다. 비만은 수면 무호흡증의 위험 인자이다. 역으로, 비만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수면 무호흡증도 완화된다.
비만한 사람에게서 기도 주변에 축적된 지방이 기도를 압박하여 호흡을 어렵게 한다. 터제파타이드 투여가 기도와 주변의 조직에서 지방을 감소시키고 수면 무호흡증을 개선한다고 보고 있다.
GLP-1은 당 대사를 조절하고 식욕을 관리하는 호르몬이다. GLP-1은 아주 불안정해서 혈중에서 단 몇 분 안에 분해된다. GLP-1이 1980년대에 발견되었어도 수십 년 동안 별로 관심을 받지 못했다. GLP-1 약물들은 GLP-1의 구조를 변형하고 지질과 결합시켜 체내에서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작용하게 만든 제형들이다.
하루에 한 번 투여하도록 만든 리라글루타이드(상표명 삭센다)가 2010년에 나오면서 비로소 약물로서 가치를 발휘하게 되었다. 이후 1 주일에 한 번만 투여하도록 개선된 세마글루타이드와 터제파타이드가 나오고 이들의 체중 감소 효과가 입소문을 타면서 GLP-1 약물에 대한 수요가 단 몇 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터제파타이드의 수면 무호흡증에 대한 효과는 어느 정도 예견되었다. 오젬픽/위고비와 젭바운드/마운자로가 비만치료제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체중 감량을 위해 GLP-1 약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서 수면도 개선되었다는 경험담들이 단편적으로 나왔다.
비만으로 인하여 수면 무호흡증을 경험하는 사람에게 체중 감소와 생활 습관 관리가 권고된다. 이들에게 GLP-1 약물 사용은 합리적인 선택지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터제파타이드의 임상시험이 수행되었다.
터제파타이드 외에도 오젬픽/위고비나 다른 GLP-1 계열의 약물도 체중 감량과 함께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를 나타내리라고 여겨진다. 앞서 개발된 삭센다도 임상시험에서 수면 무호흡증을 개선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
GLP-1 약물이 췌장에서 당 대사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고, 중추에 작용하여 식욕을 억제하는 이유는 GLP-1 수용체가 췌장과 중추에 발현되기 때문이다. GLP-1 수용체는 췌장과 중추 외에도 다양한 곳에 분포하여, 비만과 관련된 여러 가지 질환에 적응증 확대가 이루어지는 근거가 된다.
수면 무호흡증에 대한 효과가 체중 감량과 관련되어 나타난다고 보지만, 중추에 직접 작용하여 수면 중 호흡을 조절할 가능성도 현재로서 배제하지 않는다. GLP-1 약물이 사용된 지 실제적으로 오래되지 않아서 이 약물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장기적인 부작용에 대하여 분명하게 알려진 바 없으며 의심스러운 상황에 대하여 모니터링이 이루어지고 있다.
수면 무호흡증에 사용하는 약물을 개발함에 있어서 뚜렷한 바이오마커가 드러나 있지 않다. 불모지를 개척하듯 다양한 경로와 타겟을 대상으로 약물 개발이 시도된다. 현재 개발에 가장 앞선 후보 약물로서 상기도의 근육을 이완하여 수면 중의 호흡을 원활하게 하는 AD109 이 임상시험 3상을 진행 중이다.
AD109는 교감신경을 조절하는 아토목세틴과 부교감신경을 억제하는 아록시부티닌의 복합제로서, 수면 중 기도 확보를 목적으로 개발된다. 비만 여부와 관계없이 사용하는 경구 투여 약물이다.
이외에도, 혈액의 산성도를 조절하여 산소 포화도를 높이는 아세타졸아마이드도 임상시험 중이다. 아세타졸아마이드는 녹내장에 사용하는 약물인데, 고산지대를 방문하는 여행가들이 고산병의 증상을 완화하기 위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글. 성은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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