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국내 전이성 대장암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 시킨 터닝포인트 시점을 꼽으라면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2004년 국가 암 검진사업에 대장암을 포함한 것이고, 두 번째는 지난 20년간 국내 전이성 대장암 표준치료로 사용 중인 얼비툭스(세툭시맙)의 1차치료 급여 적용이다.
얼비툭스는 2014년 전이성 대장암(RAS 정상형)에서 FOLFIRI 병용요법으로 1차치료 급여 적용 이후 2017년 FOLFOX 병용 1차치료까지 추가 급여 확대를 통해 명실상부한 전이성 대장암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대장암은 '침묵의 암'이라고 불린다. 병이 상당히 진행하기 전까지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서다. 대장암 환자 4명 중 1명은 전이 단계이며, 전체 대장암 환자 13%가 간이나 폐, 뼈, 뇌 등으로 전이된 4기에 진단된다.
대한민국 국민 10만 명 당 대장암 발생률은 전 세계 1위이며, 2022년 기준 국내 전체 암종 발생 2위를 기록했다. 많은 유명인사가 대장암으로 사망했다. 세계적으로 대장암 환자 연령은 50대 미만으로 낮아지고 있다. 국내 50세 미만 대장암 발병률은 14.3%로 호주, 미국, 뉴질랜드에 이어 높다.
국내 전이성 대장암 환자 생존율을 높인 결정적인 시점을 꼽으라면 국가 암 검진과 얼비툭스 급여 적용을 빼놓을 수 없지만 아직 채워나가야 할 부분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년간 전이성 대장암 1차치료에 사용해 온 얼비툭스의 가치를 일선 의료 현장에서 더욱 체감하고 있다. 대장암 특성상 4기 단계에서 진단되더라도 종양 크기를 축소시킨 이후 수술을 통한 절제가 가능하며 완치까지 목표로 할 수 있어서다. 얼비툭스의 빠른 종양 축소 효과가 이 과정에서 빛을 발휘한다.
김진원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도 전이성 대장암 치료에서 얼비툭스의 가치를 느끼고 있다. 김 교수는 "전이성 대장암은 다른 암종과 달리 4기로 진단 받아도 종양 크기를 줄인 이후 수술이 가능하며 완치도 목표로 할 수 있다"며 "DNA 등 검사와 적절한 치료제 사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팜뉴스 취재진은 지난 3월 대장암 인식의 달을 맞아 김진원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를 만났다. 얼비툭스 1차 급여가 국내 전이성 대장암 치료 환경에 가져온 변화는 무엇인지, 그러한 변화는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얘기를 들었다. 또 앞으로 치료 환경을 개선을 위해선 어떠한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도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김진원 교수와 일문일답.
▶최근 대장암 최신 전략 등 치료 환경은 어떤가.
"신약 개발 속도는 활발하지 않지만 전이성 대장암 치료는 보통 항암 치료와 수술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으며, 다학제 진료를 통한 수술과 방사선 치료, 적절한 항암제 사용을 통해 환자 생존율이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에는 면역항암제 치료도 많이 쓴다. 면역항암제는 고빈도 현미부수체 불안정(High Microsatellite Instability, MSI-H) 대장암에서 더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임상 현장에서 관련 치료에 사용하며 현미부수체 안정(MSS) 대장암에서도 면역항암제 효과를 높이기 위한 임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전이성 대장암 치료의 또 다른 최신 트렌드는 순환종양핵산(circulating tumor DNA, ctDNA) 검사다. ctDNA는 혈액 속에 돌아다니는 암 유전자 조각으로 수술 후 검사하면 암세포가 배출하는 유전 물질을 파악해 미세 잔존 암 유무를 판별할 수 있다. 잔존 암 유무에 따라 항암 치료제 용량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관련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직장암에서는 수술 전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함께 하는 전체선행항암화학요법(Total Neoadjuvant Therapy, TNT)이 주목받고 있다."
#고빈도 현미부수체 불안정성(MSI-H)은 유전적 돌연변이로 DNA 복구 과정에 오류가 발생한 상태다. DNA 서열 반복 구간에서 생긴 변이가 암을 일으키는 것과 관련 있으며 MSI-H는 특히 위암, 대장암, 자궁내막암 등에서 면역 치료 효과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젊은 연령층에서 대장암 발병이 증가하고 있다고 하는데 국내 상황은 비슷한가.
"전 세계적으로 50세 미만 대장암 환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젊은 대장암 환자 증가 속도와 환자 수 모두 세계 1위이다. 경각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예방과 조기 치료가 가능한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장암 예방이나 조기 발견을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대장내시경이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돼 있지만 50세 이상부터 무료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50세 미만이라도 가족력이 있거나 위험 인자가 있는 경우 조기 검진이 중요하다. 특히 혈변이나 복통, 배변 습관 변화 등 대장암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식습관 개선 등 대장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장암 증상은 직장 출혈, 혈변, 배변 습관 변화, 잔변감, 복부 경련 및 통증, 식욕 감소, 체중 감소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초기 대장암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조기 발견을 위해 검진이 필수적이다. 대장암을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성적이 매우 좋다. 국내에서는 증상이 없는 저위험군인 경우 45세 이후부터 5~10년 마다 대장 내시경 검사를 추천한다. 50세 이상 남녀는 매년 분변 잠혈 검사를 진행하고 이상 소견이 있을 경우 대장내시경 또는 대장이중조영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이 단계로 보는 3∙4기 암 환자 치료 목표는 완치보다 증상 완화와 생명 연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대장암은 다른 암종과 양상이 다르게 보인다. 전이성 병기인데도 어떻게 완치를 목표로 하는 것이 가능한가?
"일반적으로 '4기'로 분류하는 원격 전이는 암세포가 신체 어느 부위로든 확산할 수 있는 상태이다. 예를 들어, 림프절에만 전이가 발견되더라도 영상 검사에서 확인되지 않는 미세 전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고형암에서는 전이 단계에서 수술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장암은 전이 양상에 있어 다른 암종과 구별되는 특징을 보인다. 대장암은 다른 암종과 달리 전이된 경우여도 수술 가능한 암이며, 특히 간 전이가 동반된 대장암은 전이암 절제술(metastasectomy)을 통해 생존 연장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대장암은 주로 간으로 전이가 발생하는데, 대장에서 유입된 혈액이 간을 경유하는 특성으로 인해 혈행성 전이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전이 범위가 간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고 항암화학요법 후 간 절제술을 통해 근치적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실제로 간 전이가 있는 전이성 대장암에서 항암치료 후 수술을 시행하는 방식은 현재 표준 치료로 정착했다.
대장암은 치료 반응이 양호한 환자 비율도 높다. 예를 들어, 환자 10명 중 7~8명에서 종양 크기가 평균 30% 이상 감소하는 반응을 보인다. 전이성 병기에서는 종양 크기 축소가 매우 중요한데, 초기 수술이 불가능했던 큰 종양을 치료를 통해 축소할 경우, 수술 등 다른 옵션을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대장암은 치료 후 개선된 건강 상태가 오래 유지되는 편이기에 완치가 어렵더라도 호전된 상태를 30개월 이상 이상 유지할 수 있다."
▶간 전이가 발생한 대장암 환자가 특별히 주의할 점이 있나.
"일반적으로 진행하는 항암치료는 간 기능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간에 암 세포가 전이돼 수술이 불가한 경우 항암 치료 목적은 간 기능 유지가 아닌 암 세포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다. 수술을 통해 암 세포를 제거하고 난 후, 남은 간이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치료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얼비툭스가 국내 출시된 지 20년이 됐다. 2005년 허가 이후 아직까지 임상 현장에서 표준치료(SOC)로 사용하고 있는데,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오랜 기간 얼비툭스를 사용하는 주요한 이유는 우수한 종양 축소 효과에 있다. 앞서 말했듯 전이성 대장암은 간 전이가 흔하게 발생하며, 간에만 전이가 국한된 경우 수술을 통해 종양을 절제하는 치료를 한다.
다른 치료제와 비교했을 때, 얼비툭스는 종양 크기 감소에 있어 특히 효과가 뛰어나다. 초기 진단 시 종양 크기가 커서 수술이 불가능해도 얼비툭스 치료를 통해 종양을 감소 시키고, 이후 수술적 절제를 통한 완치를 목표로 할 수 있다.
과거 전이성 대장암 치료 시 화학항암제 단독요법을 주로 사용했으나 얼비툭스 도입 이후에는 이리노테칸 기반 항암제 등과 병용요법이 가능해졌다. 얼비툭스 병용요법은 항암화학 단독요법에 비해 환자의 생존 기간을 더욱 효과적으로 연장한다.
임상 경험에 따르면, 얼비툭스 병용요법으로 치료받은 환자의 평균 전체 생존기간(OS)은 약 30개월(2~3년)이다. 환자 상태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OS가 50개월에 이르는 사례도 확인한 바 있다. 이처럼 얼비툭스는 전이성 대장암 환자 생명 연장에 크게 기여하기 때문에 그 가치를 인정받아 오랜 기간 동안 임상에서 사용한다고 생각한다.
얼비툭스주는 RAS 유전자 변이가 없는 RAS 정상형(wild-type) 전이성 대장암 표적치료제로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을 표적한다. 2005년 국내 출시 이후 장기 생존과 빠른 종양 축소 효과로 1차 치료 표준치료로 자리잡았다. 대규모 임상 연구에서 30개월 이상 전체생존기간 개선 효과를 일관되게 입증, 좌측 대장암에선 아바스틴(베바시주맙) 대비 8개월의 전체생존기간 개선을 보였다.
▶얼비툭스로 치료한 환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나.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20대 여성 환자다. 이 환자는 진단 당시 이미 간 전이가 진행된 상태였으며, 전이된 종양 크기가 매우 커 수술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얼비툭스 병용요법을 통해 치료한 결과, 종양 크기가 현저히 감소했다. 이후 수술로 잔여 종양을 절제할 수 있었다. 수술 후에도 경과가 매우 양호했고 현재 일상생활로 복귀해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얼비툭스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겪는 어려움은 없나.
"얼비툭스가 표적하는 표피 성장인자 수용체(EGFR)는 피부와 점막에 많이 분포하고 있다. 따라서 발진 등 피부와 관련된 이상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얼비툭스는 출시된 지 오래된 치료제인 만큼, 의료진도 이상반응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편이라 이상반응이 발생할 경우 잘 조절하며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또한 환자에게는 이상반응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설명한 후 처방하고 있다."
▶향후 전이성 대장암 치료 환경에서 얼비툭스와 같은 표적항암제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나.
"대장암 치료 분야에서는 사용 가능한 표적항암제 종류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지만, 최근에는 EGFR 하위 신호 경로에 해당하는 RAS 및 BRAF 변이를 표적하는 항암제가 개발돼 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하위 경로를 표적하는 약제를 단독으로 사용할 경우 오히려 EGFR 신호가 상향 조절돼 치료 효과가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EGFR 하위 신호 경로를 표적하는 항암제는 EGFR 자체를 표적하는 얼비툭스와 같은 약제와 병용하는 것이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중요하다."
▶예로 들면 어떤 치료 요법이 가능한가.
"BRAF 유전자가 정상형(wild-type)인 전이성 대장암 환자는 비라토비(엔코라페닙)과 얼비툭스를 병용 투여하는 치료가 가능하다. 이처럼 향후 새로운 표적항암제가 개발되더라도 얼비툭스와 병용하는 치료 전략은 더욱 다양화하고, 전이성 대장암 치료에서 중요한 한 축으로 활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얼비툭스가 EGFR 양성 여부와 관계없이 사용될 수 있게 된 것으로 알고있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 변화인가.
"얼비툭스가 처음 받았던 허가 기준에는 EGFR 양성인 경우만 사용하라고 명시돼 있다. 허가 나 급여 심사 당시 EGFR 발현이 있는 환자만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후 임상 연구를 통해 EGFR 발현 여부와 관계없이 하위 신호 경로의 변이에 따라 치료 반응이 결정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최근 허가 기준에서 'EGFR 양성'을 삭제하고 'RAS 정상형인 전이성 대장암'에 사용할 수 있게 변경했다. 지속적인 임상 연구의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의료진 입장에서 국내 전이성 대장암 치료 환경의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현재 1∙2차 치료 이후 사용할 수 있는 대장암 치료제 중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약제가 없다. 국내 도입된 지 20년이 지난 얼비툭스 역시 2차 치료 이후 비급여로 처리하고 있다. 또한 전이성 대장암 분야는 타 암종에 비해 신약 개발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편이다. 앞으로 보다 활발한 임상 연구를 통해 치료 옵션을 확대하고, 2차 이후 치료 차수에서도 급여로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도입될 수 있게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매년 3월은 대장암 인식의 달이다. 치료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장암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얘기를 해달라.
"대장암은 다른 암종과 달리 전이가 돼도 항암치료와 수술 등 다양한 옵션을 통해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치료 반응도 좋은 편이고, 생존 기간도 비교적 길다. 암을 치료하는 과정이 쉽지 않지만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 일상을 유지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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