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대한항암요법연구회 대장암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종광 칠곡경북대병원 교수는 "얼비툭스 등장 이전에 항암화학요법만이 유일한 치료 옵션으로 생존율 개선과 종양 축소에 한계가 있었다"며 "위치에 상관없이 조기에 종양을 축소시켜 절제 불가능한 전이성 대장암 환자도 절제술을 가능하게 한 얼비툭스로 인해 궁극적으로 완치까지 치료 목표로 삼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2004년 국내 전이성 대장암 1차 치료제로 등장해 이제는 스테디셀러가 된 '얼비툭스(세툭시맙주)'에 대한 국내 의료 현장의 진솔한 평가다. 내년이면 얼비툭스는 국내 허가 20주년이 된다. 출시 20년이 지난 얼비툭스의 임상적 효과를 능가하는 치료제가 지금까지도 없다. 얼비툭스는 왜 의료 현장에서 전폭적인 선택을 받는 치료제가 됐을까.
얼비툭스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임상 현장에서 수많은 전이성 대장암 환자를 위한 표준치료(SOC)로 사용하고 있다. 국내 의료 현장에서는 "한국인 RWD를 포함해 전이성 대장암에서 최신 데이터를 꾸준히 쌓고 있다는 점에서 대장암 환자의 대체 불가능한 치료 옵션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다"고 평가한다.
배경에는 39.3개월이라는 독보적 전체생존기간(Overall Survival, OS)과 전이성 대장암 치료에서 중요한 종양 축소 효과가 있다. 얼비툭스의 종양 축소 효과는 대장암이 가진 특성과 맞물려 장기 생존을 가능케 하는 비결이다.
대장암 환자 약 25%는 최초 진단 당시 4기일 만큼 전이 위험이 높다. 4기가 아니어도 전체 환자 절반은 향후 전이로 진행한다. 다른 암종은 전이 단계에서 절제술이 아닌 항암 또는 방사선 치료를 해야 하지만 대장암은 다르다. 전이 이후라도 수술로 절제하거나 완치에 이를 수 있어 희망이 있다. 절제 불가한 경우도 항암 치료로 종양 크기를 축소하면 절제술이 가능해진다.
절제술을 받지 않은 전이성 대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1%이며 10년은 0%다. 절제술을 통한 치료가 매우 중요하며, 전이성 대장암은 우측보다 좌측에서 발생률이 약 7배 높다는 특징이 있다.
얼비툭스는 좌측 대장암 환자에서 장기 생존 효과와 조기 종양 축소 효과를 입증한 유일한 치료 옵션이다. 최근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발표한 '대장 및 직장암 치료 가이드라인(ESMO Clinical Practice Guideline)'가 절제 불가능한 4기 전이성 대장암 중 RAS/BRAF 정상형(wild-type) 좌측 종양 치료 옵션으로 유일하게 얼비툭스를 권고한 이유다.
▶전이성 대장암도 생존기간 40개월 시대 연 치료제
대장암은 오랜 기간 치료 옵션이 항암화학요법으로 제한적이었다. 2000년대 중반 등장한 얼비툭스, 아바스틴(베바시주맙) 등 표적항암제와 항암화학요법을 병용하기 시작하며 생존율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대장암 치료에서 얼비툭스가 가지는 상징성이 있다. CALGB/SWOG 80405 연구를 통해 '40개월 생존 시대'를 본격화 한 치료제라는 사실이다. 이 연구는 1000명 이상이 참여한 대규모 3상 임상으로 항암화학요법과 아바스틴 병용요법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얼비툭스와 항암화학요법인 폴피리(이리노테칸, Folinic acid, 5-FU, 이하 FOLFIRI)를 병용할 경우 좌측 RAS 정상형 전이성 대장암 환자 전체생존기간이 39.3개월로 나타났다. 대조군으로 설정한 아바스틴+FOLFIRI 투여군의 32.6개월 대비 6.7개월 연장된 결과였다. 얼비툭스의 뛰어난 OS 데이터는 전이성 대장암도 40개월 이상 생존 가능한 시대를 열었다.
얼비툭스 병용요법은 항암화학요법 단독 투여군 또는 아바스틴 병용군과 비교에서도 일관된 생존 연장 결과를 보였다. CRYSTAL 연구는 얼비툭스+FOLFIRI 병용 투여 환자(599명)와 FOLFIRI 단독 투여 환자(599명)로 나눠 비교했다. 연구에서 얼비툭스+FOLFIRI 병용 투여군 OS 중앙값은 28.4개월로 FOLFIRI 단독 투여군 20.2개월보다 월등히 연장된 생존 기간을 보였다.
얼비툭스의 가치는 FIRE-3 연구에서도 드러났다. RAS 정상형 환자 400명을 대상으로 얼비툭스+FOLFIRI 병용요법과 아바스틴+FOLFIRI 병용요법 효과를 비교한 결과, 얼비툭스+FOLFIRI 군의 OS중앙값(33.1개월)은 아바스틴+FOLFIRI 중앙값(25개월) 대비 8개월 이상 길었다. 객관적반응률(ORR)에서도 얼비툭스 병용군은 72.0%(157명 중 113명), 아바스틴 투여군은 56.1%( 173명 중 97명)로 15.9p% 차이가 있었다.
의료 현장에서 특히나 주목하는 부분은 좌측 대장암 환자에서 효과다. CRYSTAL 연구와 FIRE-3 연구를 후향적으로 분석한 결과, RAS 정상형 좌측 대장암에서 얼비툭스와 FOLFIRI 병용 투여군은 FOLFIRI 단독 투여군 또는 아바스틴 병용군에 비해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을 유의하게 연장했다. FIRE-3 연구에서 얼비툭스 병용군 OS 중앙값은 38.3개월에 달했다.
▶조기 종양 축소 효과로 절제 가능성 높여, 완치까지 목표
전이성 대장암 치료에서 얼비툭스가 빛나는 가치가 '종양 축소 효과'에 있다. 전이성 대장암은 절제술로 장기 생존과 완치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얼비툭스는 종양 절제가 불가능한 4기 전이성 대장암 환자에서 위치와 상관없이 종양 크기를 줄일 수 있다. 이는 절제 가능성을 높이면서 완치까지 치료 목표를 잡을 수 있도록 해준다.
얼비툭스+FOLFIRI를 병용 투여해 종양 축소 효과를 확인한 FIRE-3 연구에서 진가가 드러났다. 얼비툭스+FOLFIRI를 병용 투여한 RAS 정상형 환자군(157명)은 68.2%인데 반해 아바스틴+FOLFIRI 병용 투여군(173명)은 49.1%에서만 조기 종양 축소를 확인했다.
이때 조기 종양 축소 효과를 확인한 얼비툭스+FOLFIRI 병용 투여군(107명)의 OS 중앙값은 38.3개월에 달했다. 이는 조기 종양 축소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군 전체생존기간 20.5개월과 매우 대비되는 결과였다. 얼비툭스 조기 종양 축소 효과가 나타난 환자는 실제로 생존을 더욱 연장하면서도 완치까지 목표로 할 수 있는 예후임을 확인한 의미있는 데이터였다.
유럽종양학회(ESMO) 가이드라인은 얼비툭스의 임상적 가치를 인정해 절제 불가능한 전이성 대장암 중 RAS 정상형과 BRAF 정상형 좌측 대장암은 폴폭스(FOLFOX) 혹은 FOLFIRI와 항-EGRF 치료제 병용 투여를Ⅰ, A등급으로 우선 권고하고 있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등 글로벌 가이드라인도 종양 축소를 치료 목적으로 할 경우, 종양 위치와 상관없이 얼비툭스와 같은 항-EGFR을 항암화학요법과 병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쌓여가는 국내 리얼월드 데이터, 처방 환경 개선 위한 꾸준한 노력까지
국내 치료 환경에서도 글로벌 임상과 동일한 데이터를 보이며 표준치료(SoC)로서 얼비툭스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OPTIM1SE 임상은 총 11개국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로 한국인 하위 분석 결과, 얼비툭스 병용군 OS 중앙값은 35.1개월, PFS 중앙값은 11.3개월로 글로벌 임상 결과와 일관됐다.
한국머크는 국내 환자들에게 얼비툭스의 우수한 치료 혜택을 전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올해 4월부터 이전 치료 경험이 있는 BRAF V600E 변이가 확인된 성인 전이성 대장암 환자에서 엔코라페닙 성분 약제와 병용요법이 허가됐다. 처방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이 실제 환자들에게 삶의 가치와 중요성을 주고 있다.
그간 BRAF 변이 환자들은 전체 대장암 환자 중 약 10%를 차지했지만 마땅한 치료법이 없었다. 예후가 좋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엔코라페닙과 얼비툭스 병용요법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생존 기간 연장 효과 등 치료 혜택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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