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성은아 박사
사진. 성은아 박사

올레자르센(상표명 트린골자)은 혈중의 중성지질을 낮추는 RNA 약물이다. 이 약물이 가족성 킬로미크론증 환자, 즉 유전적 이유로 혈중의 중성지질이 과도하게 높은 사람에게 사용하도록 2024년 12월에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다.

고지혈증은 혈중의 지방 성분이 과다한 상태이고 심혈관계 질환을 초래하는 위험 요소이다. 혈중의 지방 성분은 단백질과 결합하여 ‘지단백’을 구성한다. 고지혈증은 보통 혈중의 총 콜레스테롤, 고밀도 지단백(HDL) 콜레스테롤, 저밀도 지단백(LDL) 콜레스테롤, 중성지질 수치를 측정하여 진단한다. 앞에서 말한 킬로미크론은 극저밀도 지단백(ULDL, ultra LDL)이라고도 부르며, 주로 중성지질과 결합하는 지단백이다.

올레자르센은 중성지질 대사와 관련된 아포지단백 CIII(apo-CIII)의 mRNA에 결합하여 단백질의 합성을 억제한다. 유럽과 일본에서 승인을 받아 사용 중인 볼라네소르센(상표명 웨이리브라)을 개선한 버전이다.

볼라네소르센이 일부 환자에게서 혈소판 감소의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승인을 받지 못했다. 올레자르센은 볼라네소르센을 변형해서 간세포에 보다 효과적으로 집중하도록 만든 약물이다. 볼라네소르센에 비하여 현저하게 적은 양으로 약효를 나타내어 부작용을 나타낼 여지를 줄였다.

이제 고지혈증에 사용되는 RNA 약물은 실질적으로 올레자르센과 인클리시란(상표명 렉비오) 두 종류이다. 인클리시란은 2020년에 나왔으며 2024년에 한국에서도 승인을 받았다. 인클리시란은 LDL대사와 관련된 PCSK9의 mRNA의 분해를 유도하여 혈중의 LDL을 낮춘다. 반 년에 한 번 투여하는 편리한 투여 스케쥴은 이 약물의 장점이다.

가족성 콜레스테롤혈증 환자와 죽상동맥경화증이 있는 고지혈증 환자에게 사용하도록 처음 허가를 받았으나, 이후 심질환의 위험성을 가진 고지혈증 환자에게 사용하도록 범위를 확대하여 상업적으로 순항 중이다.

고지혈증을 관리하기 위해서 식이 요법과 운동이 권장된다. 고지혈증에 사용되는 약물로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는 스타틴과, 소장에서 음식으로 섭취한 콜레스테롤의 흡수를 억제하는 에제티미브 등이 사용된다.

스타틴은 효과적이고 저렴하고 편리하게 경구 투여하며, 오랫동안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사용되어 왔다. 스타틴 계열 중에서 리피토 (성분명 아토바스타틴)는 세계에서 가장 매출이 높은 약물 중의 하나이다.

고가의 RNA 신약이 스타틴을 대신해서 고지혈증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기는 어렵다. RNA 약물은 희귀 질환인 유전성 고지혈증이나 스타틴으로 조절하기 어려운 고지혈증에 대하여 부가적으로 사용된다. RNA 약물은 항체 약물과도 경쟁해야 한다.

현재 스타틴으로 조절되기 힘든 고지혈증에 대하여 사용하는 항체 약물로서 프랄런트(성분명 알리로쿠맙, PCSK9 항체), 레파타(에볼로쿠맙, PCSK9 항체), 에브키자(에비나쿠맙, ANGPTL3 항체) 등이 있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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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A를 약물로 사용한다는 신개념이 나오면서, 간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RNA 약물이 2000년 이후 경쟁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전신 투여 경로를 통해 체내로 들어간 RNA 대부분이 혈관을 따라 간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간은 지질 대사가 이루어지는 곳이고, 따라서 RNA 약물 개발이 고지혈증에 대하여 집중되었다. 개발의 후반기에 들어선 약물들 간의 경쟁이 심화하여, 시장을 선점한 약물은 살아 남고 뒤쳐진 약물은 도태된다.

개발의 막바지에 도달한 고지혈증 RNA 약물 중에서 플로자시란이 있다. 올레자르센과 마찬가지로 apo-CIII을 타겟으로 하여 중성지질을 낮춘다. FDA의 신약 허가 심사 단계에 있다. 개발자인 애로우헤드는 플로자시란과 함께 조다시란도 개발하는데,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 플로자시란을 택하고 조다시란의 임상시험 3상 진행을 포기했다.

결정의 근거는 개발의 성공 가능성이 아니라, 개발 성공 이후 시장에서의 경쟁성이다. 플로자시란은 막 시장에 진출하는 올레자르센과 경쟁할 약물이다. 조다시란은 LDL을 낮추는 약물인데, 임상시험 2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조다시란은 지질 대사와 관련된 ANGPTL3을 타겟으로 한다는 점에서 항체 약물 에브키자와 경쟁해야 하고, LDL을 낮추는 약물이라는 점에서 인클리시란과도 경쟁해야 한다.

AZD8233(개발자 이오니스)도 임상시험 2상에서의 긍정적 결과에도 불구하고 3상으로 진행하지 못했다. AZD8233는 PCSK9을 타겟으로 하여 LDL을 낮춘다. RNA 약물 인클리시란에 비해 자주 투여해야 하니 경쟁력이 약하고, 항체 약물 프랄런트, 레파타와도 경쟁해야 한다.

지단백(a)은 저밀도 지단백 (LDL)과 유사한 성질의 지단백이다. 지단백(a)를 낮추는 RNA 약물로서 올파시란(개발자 앰젠), 제를라시란(개발자 사일런스 테라퓨틱스), 레포디시란(일라이릴리)이 개발 단계에 있다. 임상 2상에서 모두 현저하고 지속적인 효과를 보였다.

올파시란은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후발 주자인 제를라시란은 올파시란를 압도적으로 능가할 만한 장점을 아직 드러내지 못했다. 셋 중에서 가장 늦게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한 레포디시란은 반 년에 한 번 투여한다는 장점을 가진다.

글. 성은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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