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만-피크병 C형은 유전자 이상으로 발병하는 퇴행성신경질환이다. 유병률을 언급하기 어려울 만큼 드물게 발병하여, 미국에 약 1 천 명의 환자가 있다고 추정되며, 한국에도 발병이 보고되어 있다. 이렇게 희귀한 병에 사용할 약물 아리모클로몰 (상표명 미플리파)과 레브아세틸류신 (상표명 아큐눌사)이 2024 년 9 월 미국 FDA의 승인을 연달아 받았다.

이름도 생소한 니만-피크병은 20 세기 초 내과 의사 니만과 병리학과 의사 피크가 처음 학회에 보고한 질병이다. 니만-피크병 C형 (이하 NPC)은 인지장애와 운동실조 증상을 나타내기 때문에 소아성 치매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비장과 간 등에 문제를 일으키며 신체 전반에 다양한 증상을 나타낸다. 유전자 변이로 인한 세포의 손상이 원인인데, 특히 세포 내의 리소좀의 기능 장애 때문에 발병한다. 

리소좀은 세포 내에서 폐기물을 처리하는 구조물이다. 세포 내에서 발생하는 각종 대사 산물을 처리하는 효소 수백 종이 모여 있는 공장이다. 리소좀은 운송되어 온 물질들을 분해하거나 변형해서 노폐물을 처리하고 재활용한다. 리소좀에 상주하는 각종 효소들이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한 가지씩 고유한 역할을 한다. 이들 중 어느 하나에 결함이 있으면 폐기되어야 할 특정 대사물이 처리되지 못하고 세포에 쌓여 문제를 초래한다. 

리소좀 효소의 종류가 많으니, 효소의 결함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일으키는 유전성 질환도 다양하다. 이들을 한꺼번에 묶어서 리소좀 축적 질환이라고 부른다. 한국에도 리소좀 축적 질환에 해당하는 질병으로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모두 합해서 400 명 이상 있다. 인지도가 낮은 이들 질병을 진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실상은 그보다 많은 환자가 있다고 추정된다. NPC 병은 리소좀 축적 질환 중의 하나이다. NPC 유전자의 변이 때문에 세포 내에 콜레스테롤이 축적되어 세포가 손상된다. 유전자 변이의 종류에 따라 증상의 심각도나 발병의 시기가 달라서 주로 소아에게 발병하지만 성인이 되어서 증상을 발현하기도 한다. 

승인을 받은 아리모클로몰과 레브아세틸류신은 경구 투여하는 화합물인데, 구조적으로나 작용하는 방식에서 서로 연관성이 없다. 약물이 뇌혈관장벽을 통과하기 때문에 중추신경 세포에서도 작용한다. 완치를 돕거나 획기적으로 호전시키는 않지만, 증상을 완화하여 환자의 삶을 개선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보아 승인되었다. NPC는 신생아에게도 발병하지만, 두 약물 어느 것도 신생아에 대해서 사용하도록 허가되지 않았다.

임상시험에서 아리모클로몰을 환자에게 1 년 동안 투여하였을 때에 증상의 호전을 보였으며, 특히 미글루스타트와 함께 투여할 때에 증상 개선의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아리모클로몰은 미글루스타트와 병용 투여를 전제로 허가를 받았다. 레브아세틸류신은 필수 아미노산 류신이 변형된 화합물이다. 임상시험에서 투여 후 12 주 경과할 시점에 이미 환자의 증상을 개선하였으며, 단독 투여로 승인을 받았다. 

두 약물이 NPC의 발병 과정에 어떻게 관여하여 효과를 나타내는지 명확하지 않다. 두 약물은 리소좀의 환경을 안정화하여 그 기능을 향상시키고 신경세포를 보호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세포 내에서 콜레스테롤 축적을 직접적으로 상쇄하지 않는다. 아리모클로몰은 세포 내에서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단백질 응집을 억제하여 리소좀의 과부하를 완화한다. 레브아세틸류신은 세포 내에서 폐기물을 포장하여 리소좀으로 운송하는 과정에 작용하지만, 구체적인 작용 경로는 불분명하다. 

NPC 병에 대하여 아리모클로몰과 함께 투여하도록 승인을 받은 미글루스타트 (상표명 자베스카)도 경구 투여하는 약물이다. 미글루스타트는 또 다른 종류의 리소좀 축적 질환인 고셔병에 대하여 사용되는 약물이며, 유럽과 한국 등에서 NPC에 대하여도 허가를 받았다. 미국에서는 NPC에 대하여 따로 허가되지 않고 오프라벨 (의사의 재량에 따라 허가 사항 외 사용)로 사용되어 왔으며, NPC에 대하여 정식으로 승인을 받기 위해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고셔병은 스핑고리피드 종류의 지질의 과다한 축적으로 발병한다. 미글루스타트는 스핑고리피드 생성 효소를 억제하여 이 종류 지질의 축적을 억제한다.

NPC 병에 대하여 가장 지명도가 높은 약물은 사이클로덱스트린 유도체 화합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약물은 아직 개발 중이다. 사이클로덱스트린이 유명해진 이유는 약효 때문이 아니라 개발 배경 때문이다. 2009 년에 쌍둥이 아기가 NPC 병으로 진단을 받았는데 치료 약이 전무했다. 아기의 부모가 아직 동물 실험 단계에 있는 사이클로덱스트린을 ‘동정적으로’ 아기에게 투여하도록 운동하여 FDA의 허가를 끌어내었다. 이를 계기로 이 화합물의 임상시험이 시작되었다. 당시 3 살이었던 아기들의 상태가 치료를 받고 호전되었으며, 이들은 이후 11 년을 더 생존하고 사망했다. 이 계열의 화합물 트랍솔 사이클로와 VTS270이 각각 임상시험 후기 단계에 있다. 화합물이 세포 안에 비정상적으로 축적된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고 세포의 균형을 회복함으로써 NPC 병을 개선하리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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