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아내가 아주 건강했어요. 건강검진을 2년 마다 계속 받았는데 다 정상이야. 내가 항상 아내 보고 당신은 나보다 오래 산다고 했어요, 아주 건강했으니까. 그런데 폐암을 4기가 돼서야 발견한 거야. 야, 참 황당하다. 왜 2년마다 엑스레이(X-ray)를 찍었는데 폐암이 안 나온 거지. 나중에서야 폐암은 X-ray로는 조기 발견을 못 한다는 걸 안 거지."

조정일 한국폐암환우회 회장
조정일 한국폐암환우회 회장

폐암 초기 제대로 된 검진을 하지 않은 것이 여전히 가슴에 사무치는 조정일 한국폐암환우회 회장의 말이다. 그는 춘천에서 인터뷰를 하러 오는 길에도 비소세포폐암 4기로 떠나보낸 아내를 떠올렸다. "오늘도 여기 오면서 그 생각을 했어요. X-ray로 안 되니까 CT를 찍어봐라 그랬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었다고."

올해로 만 74세인 조 회장은 故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 대표의 뒤를 이어 올해 5월 새로운 회장이 됐다. 한국폐암환우회는 2020년 5월 9일 설립됐는데 올해 5월 이건주 전 회장의 유산인 환우회 신임 회장으로 추대된 것은 어떻게 보면 운명이다. 

환우회는 '어느 날' 폐암 환자와 보호자가 될 수 있는 모든 이들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공간이다. 조 회장은 환우는 아니지만 6년간 아내와 함께 투병 생활을 했다. 같이 항암 치료를 받으러 다니며 대학병원 복도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곳은 전쟁터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된 같은 사연, 처지의 인연과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했다. 

조 회장은 "누구보다 폐암 투병의 고통과 어려움을 잘 안다"며 "건강한 자신이 회장을 맡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X-ray 검진으로는 초기 폐암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을 국민에게 알려한다"며 "초기에 폐암을 발견해서 수술한 다음 면역항암제로 완치해서 사회에 복귀하는 것과 뒤늦은 4기에 발견해서 면역항암제를 사용하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과 인터뷰는 서울 여의도 한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비소세포폐암 EGFR 변이 4기 환우인 이희정 이사가 동석했다. 인터뷰 중간 이희정 이사가 조 회장의 설명을 도왔다. 조 회장은 환우들이 초기부터 제대로 진단을 받고, 면역항암제를 급여로 쓸 수 있게 하는 것이야 말로 정부가 말하는 '효율적인 건보 재정'이라고 했다. 

다음은 조 회장과 일문일답.

조정일 한국폐암환우회 회장이 환우회 활동을 설명하고 있다.
조정일 한국폐암환우회 회장이 환우회 활동을 설명하고 있다.

▶아내분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아내가 3년 전에 돌아갔어요. 2년마다 건강검진을 꼬박꼬박 잘 했는데 그때마다 종합판정이 정상이에요. 정상이니까 뭐 됐지. 그랬는데 나중에 건강검진 통지를 다시 봤어요. 

'엑스레이 상에 어떤 소견이 보이는데 의학적으로 아무 의미 없는 소견이다' 이렇게 단서를 달아놨어. 어떻게 뭐가 좀 보이는데 의학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다. 방사선과 의사 얼굴을 지금도 기억해요. 

그때 내가 민첩했더라면 저선량 CT를 찍었어야 되는데 그걸 몰랐지. 의사가 의미 없는 소견이라고 그러는데 어떻게 해. X-ray로는 폐암 조기 발견이 안 된다는 걸 알았더라면 그것보다 더 확실하게 할 수 있었던 거죠. 

나중에 큰 병원 가보라고 그래서 삼성서울병원에 갔어요. 이제 암이 커졌으니까 위치를 알잖아요.  "시골에서 큰 병원 가보러 왔습니다"고 하니깐 딱 찍어보더니 이건 폐암 4기라고, 이미 다른 곳에 전이가 됐다고 그랬죠. 의학적으로 의미 없다고 했던 곳에 있는 거야." 

▶아내분은 정확히 어떤 폐암이었나요.

"비소세포 폐암이고 PD-L1이 있었어요. 우리는 타그리소를 쓰고 싶었는데 EGFR 변이가 없어서 못 썼죠. 그래서 임상연구에 참가했는데 6년간 치료했어요. 폐암 4기지만 병변이 그리 안 크고 하니까 6년간 치료했다는 것도 상당히 치료를 잘 했다는 얘기가 있었죠."

▶처음에는 상태가 어떠셨나요.

"아내가 가끔 등이 아프다고 그러더라고. 우리가 조그마한 텃밭이 있어서 거기서 호미질 해서 그런가 정형외과를 가봤대요. 그런데 뼈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거야. 아내가 2년마다 국가검진 X-ray를 찍으니까, 설마 폐에 무슨 이상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안 한 거예요.

그랬는데 나중에 보니까 암 때문에 등이 아팠던 거예요. 또 폐암의 특징이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콱' 하고 기침하는 거. 감기 들리면 이제 기침이 나오잖아요. 그런 가벼운 기침이 있는데 그냥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쾅 하고 나오는 기침이 폐암 증상이었는데 그걸 잘 모르잖아요.

지금 우리 건강검진 제도에 큰 허점이 동네 아주 조그마한 병원에서도 다 해요. 엑스레이 판독을 자체적으로 할 능력이 없으니까 외부에 맡깁니다. 병원이 자기 이름을 걸고 검진을 해야 하는데 외부에 맡겨서 피드백이 오니까. 과연 누가 책임지나 이게 아쉬워요.

정말 병이 있는가 보려면 전에 찍은 것하고 비교해 보면 금방 알잖아요. 우리나라 건강검진은 비교하는 시스템이 안 돼 있어요. 올해 찍은 것만 보고 끝이야. 그러니까 더 발견하기 어려운 것이에요."

▶치료 기간 6년은 짧다면 짧고, 길면 긴데. 치료 과정에서 어떤 게 가장 힘들었나요.

"힘들었죠. 알림타를 한 3년 정도 썼어요. 알림타를 3년씩 쓸 수 있는 경우가 드물거든요. 의사가 상당히 좋다고 했어요. 그 다음에는 도세탁셀이라고 그게 독성이 좀 심해요. 그래도 아내가 긍정적이고 원래 체력이 좋아서 잘 견뎠어요. 그걸 쓰니 처음에 암이 줄어요. 그래서 도세탁셀 한 1~2년 했죠. 

이후에 박근칠 교수라고 유명한 분이 임상을 권했어요. 임상을 하다 보면 2주에 한 번씩 CT 찍고 주사 맞으러 가요. 그게 보통 일이 아니에요. 1년을 그렇게 했는데 성과가 없었던 거지. 그 다음에 티쎈트릭도 안 듣는 거야. 한 달 정도 써보다가 금방 다시 도세탁셀로 갔어요. 마지막이 도세탁셀이었지."

▶마지막에는 어떤 얘기들을 하셨어요.

"제가 교회 장로예요. 아내하고 같이 아침마다 예배를 드렸어요. 항상 우리는 치료된다, 하나님이 고쳐주신다. 긍정의 얘기만 계속했어요. 예배를 드리고 그런 기도를 늘 했죠. 그래서 정신적으로 불안해하지 않고 믿었던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데 폐에 물이 차게 되면 좀 어려워진다고 그래요. 물을 줄여주는 약을 폐에다 넣는 시술을 하려고 병원에 입원했다가 거기서 코로나에 걸렸어요. 나는 빨리 회복됐는데 아내는 회복이 안 되더라고. 어떻게 보면 마지막에 코로나19 감염 원인도 좀 있었어요."

▶제대로 얘기를 나눠보지 못하셨겠네요.

조 회장은 웃으면서 대답했지만 말에 묻어 있는 슬픈 감정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참 후회스럽기도 하죠. 마지막에 의사가 가족을 부르는 게 좋겠다. 아이들이 왔어요. 자식이 삼남매인데 제가 허리가 좀 불편하고 하니까 너희들이 엄마 옆에 좀 있어라. 돌아가기 한 이틀 전에 아내가 침대에서 여보하고 불렀어. 그러니까 아들이 아버지 어디 갔을까 봐 그러는 줄 알고 "어머니, 아버지 옆에 있어요. 안 갔어요." 그랬단 말이에요. 

근데 그 다음날 또 여보라고 불렀어. 그럼 내가 얼른 가서 "왜 그래"하고 뭐 할 얘기 있는가 물어봤어야 되는데. 환자가 마지막 임종에 가까워지면 보호자 판단이 약간 흐려져요. 병실에 심장 박동수가 계속 보여요. 환자를 안 보고 그것만 봐. 지금 혈압이 어떤가, 산소 포화도 어떤가. 긴장하니까 기도만 하고 마지막 얘기를 나눠보겠다는 생각을 못 한 거야. 

두 번 불렀을 때 내가 대답하지 못한 거, 가서 얘기하지 못한 게 좀 아쉬워. 큰아들이 "엄마 하늘나라 가서 만나요." 이러더라고 내가 정신이 번쩍 들어서 아이들하고 같이 기도했어요. 이제 기도하는 중에 숨을 거뒀어요."

챗GPT로 구성한 이미지
챗GPT로 구성한 이미지

▶환우회 활동을 하게 된 사연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러니까 2019년도에 폐암 관련 카페가 우리나라에 몇 개 있었어요. 그 카페에 정보를 얻기 위해서 들어갔죠. 거기에 또 정보를 얻기 위해 들어온 이건주 회장을 만난 거예요. 이분이 카페 활동을 하다가 다른 환우회와 같이 정부에 급여를 요구하는 환우회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2020년에 만든 거에요. 

[이희정 이사: 회장님한테 들었는데 그때는 환우회 카페라고 그러면 명함 없이 국회를 찾아간다든지 어디든지 받아주지를 않았대요. 주변에 보니깐 유방암, 신장암 이렇게 단체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도 만들어서 목소리를 내자. 명함을 일단 만들고, 그런 의지를 가진 사람들 급여도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단체를 꾸려야겠다 해갖고 그렇게 만드셨다고 들었어요.]

▶전임 회장님 활동 중에 아직도 뚜렷하게 생각나는 게 있으세요 

"키트루다라는 면역항암제 급여화에 아주 많은 역할을 했어요. 본인이 임상에 참여해서 면역치료제(키트루다)로 생명을 연장하는 효과를 봤는데, 많은 환우들이 그 효과를 못 보는 게 안타까운 거지. 

국회 국정감사 때도 참고인으로 나갔는데, 그 영상 봤어요? 영상 보면 다 울게 돼 있어요. 그분이 '왜 그 어려운 환우들이 자기를 치료할 약이 있는 걸 알면서도 돈이 없어서 치료도 못 해보고 죽어야 되느냐'고 울면서 국회에서 증언했어요. 그게 큰 반향을 일으켰어요.

그때 국정감사에 소개 시켜주신 분이 당시 보건복지위원이었던 장정숙 의원. 그분이 폐암 환우들의 사정을 들어보니까 딱해가지고 불러준 거예요. 지금은 장정숙 의원이 폐암 환우회 고문이에요."

이건주 전 회장은 2016년 폐암 4기 판정을 받고 투병 중 지난 5월 21일 별세했다. 2019년 10월 4일, 복지부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나서 면역항암제 급여 필요성을 알렸다. 호스피스 입원 중에도 "간절히 치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폐암 환자들이 있다"며 호소하며 눈을 감았다.

한편,  조 회장도 지난 16일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조기 폐암 진단과 초기 치료제 급여화를 호소했다. 조 회장은 "흉부 저선량 CT 검사로 폐암을 조기에 발견, 수술한 이후 신약을 사용한다면 확실히 폐암 환자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6일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는 조 회장의 모습.
지난 16일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는 조 회장의 모습.

▶지금 국가 건강검진에서 저선량 CT는 해주나요.

"안 해주죠. 중요한 질문하셨네.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무한 책임이 있어요. 그럼 당연히 X-ray는 안 된다는 걸 국민에게 알려야 되잖아. 근데 그걸 지금도 알려주지 않아요. 국민 대다수가 모르고 내 주변에도 다 몰라요. 잠재적 폐암 환자를 키우고 있는 거예요.

X-ray를 찍었는데 정상이라고 하면 폐에는 이상이 없다고 생각하잖아요. X-ray 건강검진으로는 초기 폐암은 발견이 안 될 수 있다는 한계점을 국민에게 알려야 하는 거죠.  주변에 여러 사람 물어봐도 다 그렇게 얘기해요. X-ray 찍었으면 됐지. 근데 그게 초기 폐암은 발견을 못한다는 거죠.

아내도 만일 CT를 찍어야만 폐암을 발견할 수 있다는 걸 알았더라면 얼마든지 찍어줬을 거예요. 근데 그걸 제가 몰랐으니 내 불찰이지. 여기 오면서도 그때 만일 X-ray로 안 되니까 CT를 찍어봐라 그랬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었다고 생각했어요.

최근에 보건복지부에 건의했어요. 건강검진 통지서 보낼 때 잘 보이는 곳에 명확하게 한 줄 넣어라. '엑스레이로는 초기 폐암 발견 안 된다. 저선량 CT 찍는 걸 권한다'고. 그거 넣어주면 본인들이 알아서 할 거예요."

▶검진으로 초기에 발견해서 수술한 이후 면역항암제를 쓰려면 치료제 급여화가 중요하잖아요. 

"오늘 이 자료를 잠깐 보여드리고 싶은데. 티쎈트릭, 키트루다 다 사용 허가가 나서 4기 환자에 보험이 돼요. 그런데 초기 환자는 안 되는 거예요. 왜 초기 환자한테 안 해주느냐. 외국에서는 생존 기간이 배 이상 늘어나는 좋은 성과가 증명이 돼서 초기 환자들도 다 해줘요. 

우리나라는 재정 문제 때문에 안 해준다고 그러는데, 물론 건강보험 재정은 한계가 있지만 어디에 쓰는 게 가장 효율적인 것인가를 판단해야 하잖아요. 거의 마지막(폐암 4기)에 가서 의료 재정을 쏟을 게 아니라, 초기부터 쏟아야 한다는 거죠. 

선택과 집중이 참 중요해요. 1기 환자에 집중 투자하면 4기 환자를 줄여주잖아요. 그리고 1기 환자들이 완치하면 경제 활동을 할 수 있어요. 지금 젊은 층인 30대, 40대, 50대에 폐암 환자가 많아요. 이중에서 1년 사망자가 약 1400명이에요. 이들이 빨리 수술하고 빨리 완치해서 사회로 나가야만 경제활동도 하고 또 지금 인구절벽 시대에 출산도 할 수 있잖아요. 근데 이런 일을 왜 안 하느냐는 거지, 초기에 완치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거죠."

[이희정 이사: 저는 비소세포페암 EGFR 변이 4기라서 수술을 못 해요. 전 비흡연자고요. 비소세포암 중에 비흡연자가 10명 중에 9명이에요. 제가 이사직을 하다 보니까 젊은 환자들과 대화를 나눌 때가 많아요. 1년에 1만2000명이 사망하고 있고 그중에서 30~40대 사망자가 1453명이거든요. 

폐암은 소리 없이 와요. 젊은 환자 중에 남성, 여성이 있고 결혼을 안 한 친구들이 굉장히 많아요. 결혼을 했지만 임신 적령기에 폐암을 얻어서 2세의 꿈을 못 이루는 친구들도 많거든요. 일단은 직장을 그만두고 수술을 하는데 더 좋은 약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면에서 면역항암제를 못 쓰는 분들이 굉장히 많은 거죠.

제가 타그리소 혜택을 받는 사람 중에 하나이기는 하지만, 초기 1, 2, 3기였으면 수술하고 좋은 치료제 사용하면 완치에 가까울 텐데 그런 부러움도 있거든요. 이분들은 더 완치에 가깝고, 5년이 지나면 사회로 복귀해서 더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더 초기 폐암에서 수술한 환자들에게 면역항암제를 고민 없이 쓰고, 또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진단 검사를 도와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1기에 진단해서 수술하고, 면역항암제로 완치를 시키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얘기네요.

"제가 아주 1기에 발견한 사람도 더러 만나요. 1기에 발견한 사람은 수술로 끝나는 거예요. 그럼 우리도 CT를 찍었더라면 1기로 끝날 수 있잖아요. 일본과 대만은 폐암 초기 진단율이 우리나라 2배 또는 3배에 가까워요. 우리는 1~2기 진단율이 20% 밖에 안 돼요. 근데 일본은 40%, 대만 56%예요. 빨리 발견하면 더 빨리 수술할 수 있잖아요. 우리는 왜 그걸 못 해주는가 그런 아쉬움이 있죠.

또 폐암은 1기에 발견해도 재발율이 70%라서 이것도 문제예요. 재발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최신 면역항암제를 쓰면 남아있는 암의 뿌리들을 다 없앨 수 있어요. 근데 이게 또 보험이 안 되는 거예요. 아시겠지만 그런 약들은 4기 환자 생명 연장을 위해서 앞에는 독성 항암제를 쓰고 그걸로 안 될 때 면역항암제를 쓰게 해줘요.

그런데 이왕이면 초기 폐암을 수술하고 즉시 면역항암제를 쓰면 이들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다는 거예요. 이게 얼마나 큰 차이예요? 그건 보통 차이가 아니에요. 보통 암에 걸리면 1기에 수술 안 하면 이후에는 대부분 목표는 생명연장 밖에 없어요. 그런데 암에도 완치의 길이 있다는 거예요. 

의료보험 정책을 하는 사람들은 독성 항암제 쓰고 마지막에 면역항암제를 쓰게 허락을 해줬어요. 1기 때 수술하고 면역항암제를 쓰면 더 적은 돈으로 빨리 사회에 복귀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예요.

나는 이런 주장을 하고 싶어요. 국가건강검진 제도 허점과 한계로 폐암 환자가 다른 나라보다 많다. 본인이 생활 습관을 잘못해서 암이 생기는 건 본인 책임이지만 우리 헌법 10조에 국민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 국민 행복권이 헌법에 정의돼 있어요. 당연히 국민 행복권에서 제일 큰 권리가 건강권이잖아요. 이걸 위해서 정부가 존재하는 거예요.

이건 국가 책임이 있다. 이 책임에 대한 결자해지(結者解之)를 해라. 돈을 투자해서 폐암 환자들에게 면역항암제 급여를 해줘라는 거죠. 다른 나라는 사용 허가가 나면 보통 금방 급여가 돼요. 우리는 그게 너무 부진해요. 좋은 약이 있는 걸 알고도 못 쓰는 거예요. 지금 겨우 고위험군만 해주고 있는데 그것도 평소에 금연 캠페인에 참여했다는 증명을 가져와야만 포함시켜줘요. 그게 좀 어렵지 않습니까?"

조정일 한국폐암환우회 회장
조정일 한국폐암환우회 회장

▶사실 환자가 아니잖아요. 회장을 맡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아요.

"나는 아내가 이렇게 고생한 폐암 환자들이 지금 전국에 10만 명이 있는데, 이들을 위해서 뭔가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있는 거예요. 1년에 1만2000명씩 죽어가는데 정부는 왜 여기에 관심을 안 기울이는가. 국민이 행복해야 할 권리를 정부가 보장해줘야 돼. 그런데 폐암 초기 진단에서도 이런 오진을 보이고, 좀 전체를 보고 최선의 대안을 못 찾아내느냐는 거죠.

이런 일은 몸이 아픈 분들이 맡아서 하기에는 좀 한계가 있어요. 사실 이건주 회장님도 몸이 아픈데 엄청 힘들게 했잖아요. 제가 아내의 6년간 투병 시작부터 임종까지 늘 같이 했으니까 폐암 치료 과정을 너무 잘 봤죠. 그래서 환자의 사정부터 항암 부작용, 또 환자들이 겪어야 되는 심리 상태나 고충까지 잘 알죠.

최근에 국회로 폐암 환우회 이름으로 문서를 하나 보냈어요. 의정 사태 때문에 한국 심혈관 흉부외과 전공의가 107명 중에서 12명 밖에 안 남았다. 이 상태로 가면 앞으로 심장병, 폐암 환자 수술할 의사가 없어진다고 발표를 했어요. 심각한 문제잖아요. 폐암은 초기 수술하고 면역항암제를 쓰면 완치가 되는데, 폐암 환자를 수술할 의사가 없어진다는 건 심각한 거예요."

▶환우분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시다면 어떤 걸 하고 싶으세요

"'암은 조금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갈 뿐이다. 암에 걸렸다고 슬퍼한다면 암을 낭비하는 것이다. 암을 낭비하지 마세요'라는 조그마한 소책자가 있어요. 이 내용에 어느 정도 공감해요. 늘 암은 병원과 자연, 마음이라는 삼중 치료를 해야 한다는 전문가 얘기가 있어요. 

사람들이 전부 병원 치료만 해요. 그래서 저는 꼭 삼중 치료를 했으면 좋겠다. 제가 아내를 데리고 수도 없이 삼성병원 복도로 갔을 거 아니에요. 암 환자들이 모이는 복도에 '긍정적인 마음 갖기'를 써 붙여놨어요. 아내가 6년간 그렇게 잘 치료를 이어온 것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난 낫는다'는 마음을 가졌던 덕분 아닌가, 그 뜻이 유전자에 반응하는 거예요. 마음 치료가 첫 번째이고 우리 환우들이 긍정적인 마음 갖는 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희정 이사: 환우회에  암 환자 중에서 폐암 환자는 되게 소극적이에요. 다시 밖으로 안 나가려고 동굴로 들어가는 경향이 있어서 모임을 갖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저희가 암 경험자 선배인 회장님이나 임원들이 상담하는 새숨 프로그램이 있어요. 이 세미나를 강조하는 것은 어찌 됐든 모이려고 노력하고, 환자들을 밖으로 나오게 한다는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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